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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지 보고서 (19)화 (19/163)

19화

더 하고 싶은데. 더 질펀하게 쑤셔 넣고 싶은데.

자신은 아직 절정에 달하지 못했다. 렉스는 어둡게 시선을 내렸다. 그러자 터질 듯이 부푼 성기가 반쯤 빠져나와 있는 여인의 음부가 보인다. 허벅지는 거기서 흘러나온 액들로 더럽혀져 있었다. 성기를 먹고 있는 음부에서도 움찔거리며 투명한 애액이 새는 모습들이 기가 찰 정도로 음탕했다.

렉스는 입맛을 다셨다. 머리를 한 손으로 가볍게 넘기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온몸의 뼈와 근육들이 여인을 더 맛보자고 외치고 있었다. 잠든 여인을 억지로 깨워야 하는 걸까? 왠지 내키지 않았다.

‘그냥 헐거워진 그곳을 그 맛대로 즐기면 되잖아.’

렉스의 눈가가 묘하게 휘었다. 힘이 풀린 수지의 음부는 확실히 느슨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완되어 있었다. 렉스는 수지의 골반을 잡아서 바짝 몸에 붙인 후 추삽질을 재개했다. 조임이 완화된 내벽이 꽉 부푼 성기를 먹었다가 뱉어 냈다.

의식이 없는 상태로도 달아오른 질구는 그의 성기를 맛깔나게 빨아들이고 있었다. 수지의 아랫배가 움찔거리며 반응하는 것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 렉스는 그녀를 눈으로 훑었다.

삽입에 따라서 흔들리는 허리. 납작하게 들어간 땀에 젖은 배. 가슴은 살구색으로 빛났고, 유두는 빨린 데가 발갛게 부어 있다. 그녀의 목덜미는 희고 가지런했으며 입술은 탐스럽고 코는 적당했다. 반듯한 속눈썹 아래 숨어 있을 생기 가득한 눈동자가 떠오르자 렉스는 왠지 목이 메여 오고 말았다.

그녀는 이 습지에서 생명을 대변하는 인간이었다. 그의 죽음이 될 거라고 떠들었던 연금술사들의 말과는 다르게. 그녀는 이 습지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생명체였으며 그가 살리고픈 존재였다.

렉스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 습지를 나가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왕국에선 그녀가 살아 있는 걸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렉스를 아끼는 만큼 더욱 그녀를 위협으로 볼 것이다. 렉스는 그녀를 누군가 죽이는 상상을 해 보자 기분이 어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화가 치밀고 손발이 떨렸다. 위장이 비틀어지며 내장에서 불이 일어났다. 온 힘을 다해 그 상대, 그 집단을 죽이고 싶을 만큼.

“그럴 일이 벌어지게 둘 수는 없어.”

그녀를 죽이는 자가 있다면, 그건 자신이어야 한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한, 그러니까, 누구도 그녀를 죽일 수 없었다. 렉스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가쁜 숨을 내뱉는 입술을 바라봤다. 저 작고 붉은 입술이 토해 내는 숨은 이제 자신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자신이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몸이 되었으니까.

렉스는 그녀의 입술에 진하게 눌렀다가 떼며 중얼거렸다.

“책임져 주지. 그러니 얌전히 내 곁에 있으라고.”

렉스는 당분간 이 습지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왕국의 인간들도 이 습지라면 함부로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습지는 천연의 요새였다. 들어온 자의 목숨을 입장료로 받았으니까. 혹시 습지 밖으로 자신을 부르는 일이 생기더라도 혼자서 나갔다 들어오면 될 터였다.

‘물론 그사이 싫증이 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 된다. 아주 간단했다. 수지의 목숨은 습지가 알아서 하도록 두는 것이다. 렉스는 천연덕스럽게 생각하며 제 아래 깔린 여인을 응시했다. 그녀의 달아오른 몸을, 제 것을 꿀꺽꿀꺽 삼키는 요망한 음부를. 그러자 더 생각할 여유가 없어졌다. 렉스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제 성기를 쑤셔 넣기 시작했다.

“으음.”

몇 시간 뒤. 붉은 입술 사이로 나직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수지는 힘겹게 눈을 떴다.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몸을 일으키려던 수지는 무언가를 베고 누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게 뭘까, 고개를 돌리던 수지는 팔베개를 해 주고 있는 까만 눈과 마주치고 말았다.

“잘 잤나.”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수지는 굳어져서 그를 바라보다가 그의 뺨에 손을 올렸다. 진짜인지, 이게 꿈이 아닌지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손에 닿는 그의 온기를 느끼자마자 수지는 놀란 것처럼 손을 뒤로 뺐다. 그러나 그 손을 렉스가 억지로 붙잡았다. 렉스는 그 손을 제 입술로 가져가면서 낮게 속삭였다.

“설마 어젯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손바닥에 입 맞추는 남자. 행동도 그렇지만 말투도 하복부가 저릿할 정도로 은근하다. 수지는 그만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그가 낮게 속삭이는 것에 맞춰 머릿속에 파편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를 유혹하는 자신, 그에게 먼저 입술을 부딪치고 그의 앞섶을 매만지는 자신. 그런 대담하고 당돌한 자신의 모습이 겹쳐지자 이어 믿을 수 없이 관능적인 장면이 나타났다. 수지는 흠칫하고 몸을 떨었다. 그에게 안겨서 흐느꼈던 순간. 그의 어깨를 붙들고 신음을 내질렀던 순간이 생생히 기억났다.

수지의 표정이 흐트러지자 렉스는 입가를 올렸다. 분명히 기억하는 모양이었다. 뜨겁고 거칠었던 어젯밤을.

렉스는 그녀의 목덜미를 은근하게 주무르며 말했다.

“기억났으니, 이제 관계를 거절하는 일은 없겠지?”

렉스가 무슨 말을 하고 있었지만 수지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분명 잠든다고 약초를 먹었는데, 그를 유혹해 버리고 말다니. 거짓인가, 꿈인가. 그럴 리 없다고 하기엔 기억이 너무 생생했다.

빨간 딱지가 붙어야 할 만큼 야했던 광경들이 머릿속을 채우자 수지는 당황해서 입술을 달싹였다.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지만 몸을 움직일 때마다 말할 수 없는 곳이 따끔거려서 수지는 낮은 신음만을 삼켜야 했다.

‘이렇게 느껴질 정도로 했다니.’

수지는 기절한 뒤에도 렉스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는 것을 모르는 채 관계란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미간을 찡그리고 있었다. 렉스는 그녀의 얼굴에서 고통을 읽자 천천히 손을 아래로 내렸다.

“뭐, 뭐 하는……!”

수지는 커다란 손이 허벅지에 닿자 기겁했다. 안 그래도 차마 쳐다볼 엄두가 안 나는 곳이었다. 수지가 하얗게 질려서 반응하자 렉스는 쉿 하는 소리를 그녀의 귓가에 내면서 손을 천천히 움직였다. 허벅지에서 사타구니로. 흐르는 물처럼 올라오는 손길은 부드럽고 조심스러웠다.

수지는 땅기는 근육을 풀어 주는 손길에 저도 모르게 아, 하는 탄성을 내뱉고 말았다. 마사지를 해 주려는 모양이었다. 수지는 눈을 아래로 깐 채, 그 조곤조곤한 손길을 느꼈다.

얼마나 살을 주물렀을까. 이윽고 엉킨 근육이 풀리는 나른함 속에서 기이한 열기가 느껴져 수지는 서둘러 그의 팔을 붙잡았다. 됐다고 고개를 저으며 팔을 잡아당겼으나 그는 멈추기는커녕 오히려 손을 수지의 은밀한 곳으로 보냈다.

“아, 아…….”

말릴 새도 없었다. 부드러운 마사지에 조금씩 젖기 시작한 그곳을 길고 단단한 손가락이 휘젓자 등골이 짜릿하게 울렸다. 수지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서 그의 팔에 매달리고 말았다. 렉스는 바르르 떠는 그녀의 어깨에 입을 맞췄다. 몹시도 귀여웠다.

“완전히 젖어 있군.”

“읏…….”

“열심히 한 보람이 있어.”

“……흣.”

“정사를 하면 근육이 확실하게 풀어질 거 같은데. 시험해 보지 않겠나?”

렉스는 짓궂게 말하고는 어쩔 줄 몰라 하는 수지의 귓바퀴를 혀로 핥았다. 느릿하게 살을 떠밀 듯이 핥자 수지의 어깨가 더욱 격하게 떨려 왔다. 발갛게 부은 데는 모기 물린 자리였다. 괘씸한 벌레 새끼들. 렉스는 욕지거리를 하면서 수지의 어깨를 더욱 게걸스럽게 핥았다.

숨을 헐떡이는 수지는 이미 그의 손아귀에 잡힌 물고기였다. 렉스는 손가락을 그녀의 안쪽으로 강하게 찔러 넣었다. 내벽을 긁으면서 올라가자 수지는 목을 젖히면서 더운 숨을 터트렸다.

아득해지는 눈에서는 별이 반짝이다 사라지는 것처럼 총기가 흩어졌고 그 공간을 몽롱한 쾌감이 채웠다. 렉스는 그 흥분되는 반응에 바짝 달아오르는 중심을 느끼면서 그녀의 벌어진 입술을 응시했다. 투명한 타액들이 고여 있었다. 어서 빨아먹으란 듯이.

거칠고 진득한 키스가 이어졌다. 수지는 그의 팔에 매달린 채로 위쪽으로는 그의 입술을 받아들이고 아래로는 그의 손가락을 받아들여야 했다. 끈끈한 액들이 흘러나와서 사내의 손가락에 감기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녀는 다리를 떠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얼마나 위아래에 쾌감이 몰렸을까. 전신에 힘이 들어간 탓에 피로감에 가까운 나른함이 느껴졌을 때였다. 사내가 그런 수지를 깨우듯이 입술을 떼었다.

길게 이어지는 타액을 아무렇지 않게 혀로 잡아먹으면서 사내는 손가락을 빼고 수지를 바로 눕혔다. 팔을 뺀 채로 수지를 아래로 내려다보자 사내의 중심이 더욱 바짝 서서 그녀의 다리를 찔러왔다. 수지는 얼굴이 붉게 물들어서 그를 보고 있었다. 그가 무얼 하려는 것인지는 너무도 명백했다.

“아……!”

이미 밤샌 정사로 쉬지 못했던 곳이었다. 굵직한 무언가가 침입하자 버거운 듯 뻐금거리더니 이내 질구가 그의 것을 뿌리까지 삼켰다. 온몸이 조이는 강렬한 쾌감에 렉스는 저도 모르게 이빨을 맞물었다.

이토록 만족스러울 수 있을까? 의식이 없었던 때와는 달리 정신이 말짱한 그녀는 훨씬 자극적인 상대였다. 더 강하게 자신의 것을 조여 왔고, 시시각각 표정을 변화시켰다. 렉스는 연신 비음을 터트리는 수지의 입술을 바라보면서 입술을 내리누르고 말았다.

반면 수지는 그가 키스하는 것도 모를 정도로 적나라한 삽입의 감각에 빠져 있었다.

이렇게 컸었나? 지난밤 매혹초의 효과로 쾌감만이 극대화된 상태로 그를 받아들인 것과 달리 지금은 아픔과 아릿함, 저림과 쾌감이 뒤죽박죽 혼합되어 수지의 혼을 쏙 빼놨다. 그의 것은 크고 단단했다. 그 육중한 물건이 깊숙이 박힐 때면 그 윤곽이 뚜렷하게 느껴지면서 당연히 아랫배가 아려 왔다. 뒤로 빠질 때면 탄성이 나올 만큼의 시원함과 쾌감이 뒤따랐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강렬한 감각들의 홍수에 수지가 휩쓸려 가 그의 등허리를 아프게 눌렀을 때였다.

렉스는 그 동작에 수지를 보다 우는 얼굴을 발견하고 멈칫했다.

“고통스럽나?”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묻는 목소리에 놀람이 가득했다. 수지는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눈물이 가득 고인 흐려진 눈동자는 그 시점에서도 무척이나 자극적이어서 렉스는 그만 더 흥분해 버렸지만 삽입을 감행하진 않았다. 오히려 부담이 되지 않게 아랫배를 그녀의 하체에서 살짝 띄우면서 반응을 살폈다. 수지는 자신을 보며 근심스럽게 묻는 그에게 입술을 달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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