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늪지 보고서 (18)화 (18/163)

18화

“그래, 분명하게 나를 원하는군.”

렉스는 기분 좋은 목소리를 내고야 말았다. 상대가 적극적으로 몸을 던져 오는 게 이렇게까지 즐거웠던 적이 있었던가. 렉스는 깊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제 목에 손을 감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습해진 눈동자와 달뜬 표정. 붉은 입술은 촉촉해져 그를 향해 벌어졌다. 마치 유혹의 숨결을 뿜어내는 것 같은 여인의 모습에 렉스는 아래가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바지 앞섶이 줄어든 것처럼 바특하게 조여 왔다. 그 때 수지가 그대로 입술을 부딪쳤다. 렉스는 입을 벌렸다. 작은 혀가 미끄러지듯 들어와 열심히 입 안을 휘젓는다. 몸을 비비듯 혀도 마찰시켜 왔다.

키스는 능숙하지 않았다. 오히려 해 본 적이 있기는 한가 싶을 정도로 어색했지만 열심히 하는 모양새였다. 렉스는 제법 침착하게 그녀의 입 안에 남아 있는 매혹초를 감지했다.

‘약초 효과였군.’

무언가 공격한 게 아니었다니. 그렇다면 그녀가 스스로 먹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렉스는 의외란 듯이 자신의 혀를 감아 오는 수지를 쳐다보았다. 뜨거움을 갈구하는 눈동자. 그 눈동자는 진실했고 원초적이었다. 렉스는 참을 수 없어 그대로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

“읏.”

목을 그러쥐자 아픔이 느껴졌는지 그녀의 이맛살이 조금 찌푸려졌다. 동시에 입술이 열렸다. 렉스는 혀를 내밀어 그녀의 입 안으로 쑤셔 넣었다. 그녀의 마찰은 간질거림이었다는 듯이 우악스럽고 거친 혀 놀림이 이어졌다.

목구멍까지 싹싹 긁는 깊은 애무는 금세 숨통을 조여 왔고 수지는 매달리다시피 그의 어깨를 꽉 붙들고 말았다. 렉스는 헐떡거리는 수지의 숨을 기분 좋은 음악처럼 들으면서 눈동자를 아래로 굴렸다.

‘뭐지.’

어느새 수지의 손이 그의 가슴께에 있었다. 매혹초의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났는지 그의 가슴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더듬으면서 무언가를 찾듯 탐색을 이어 갔다.

‘이 정도로 날 원했나?’

렉스는 어이가 없어졌다. 그럼 아까 자신을 거부했던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물론 거부하는 모습이 조금 이상하긴 했다. 얼굴이 온통 상기된 채로 볼과 목까지 빨개져 한참을 주저하다가 변명을 했으니까. 비록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녀가 자신을 힘겹게 거절한다는 것은 알았다. 입술을 달싹이면서 목과 어깨를 떤 게 그 증거였으니까.

렉스는 그녀가 원치 않으니 물러났지만, 그녀가 이 밤에 매혹초를 먹고 다시 자신을 유혹해 올 줄은 몰랐다. 제법 완강히 거절 표시를 한 아까와는 달리 지금은 매혹초에 몸이 한껏 달아서 노골적으로 달려드니 기가 막히면서도 미칠 지경이었다. 렉스는 가만히 생각했다.

‘혹시 제정신으론 날 받아들일 수 없어서 그런 건가?’

자신은 무기로 만들어진 사내다. 그만큼 몰인정하고 자비가 없는 것을 수지가 느껴서 그랬는지 모른다.

‘아니야.’

렉스는 곧 머리를 저었다. 약초의 힘을 빌려 상대에게 달려드는 건 수지답지 않았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 그녀는 자신의 의사를 늘 분명하게 표현했고 그걸 직접 행동으로 옮겼다. 목에 상처를 입었을 때 물을 달라고 한 것이며, 원주민에 잡혀서도 새 인간을 구하겠다고 한 것만 봐도 그랬다. 그런 성격의 여자가 매혹초의 힘을 빌려 자신을 탐하겠다고 결심했을 리가 없었다.

렉스는 생각을 거듭했다. 혹시 잘못 먹은 게 아닐까.

‘잘못 먹어?’

렉스는 자신의 바지춤을 더듬는 손길을 보며 눈가를 휘었다. 수지는 매혹초의 용도를 잘못 안 게 분명하다. 렉스는 자신의 바지 앞섶을 매만지는 수지를 보며 짓궂게 놀렸다.

“바지를 내리고 싶은 거야? 아니면 안의 걸 키우고 싶은 거야?”

안 그래도 어설픈 키스에 자극받고 있던 터였다. 렉스는 그녀의 번들거리는 입술을 혀로 핥으면서 그녀가 자꾸만 누르는 바지 앞과 그녀의 손까지 합쳐 쥐었다.

“만져 봐.”

불룩한 앞섶을 손수 쥐여 주자 그녀의 눈이 커진다.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는지 그녀의 얼굴이 분홍 꽃처럼 달아올랐다. 렉스는 무안해진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이대로 계속할 거야? 참고로 난 잘못된 과정으로 도출된 결과라도 그걸 비도덕적이라고 외면하거나 물러나는 남자가 아니야.”

렉스는 조곤조곤 밝혔다.

“오히려 그걸 이용해서 상대를 영혼까지 괴롭히는 남자지.”

여자는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나 렉스의 성기를 쥔 손을 천천히 꾸물거렸고 그건 렉스에게 충분히 허락의 표시로 다가왔다. 렉스는 그대로 수지를 나뭇잎 침대에 눕혔다.

“아.”

한편 수지는 그의 옷을 벗기려고 했던 동작이 허무하게 끝나자 아쉽다는 탄성을 뱉고 말았다.

매혹초에 홀리면 오히려 본인의 욕망이 강화되는 만큼, 자신의 섹스 로망을 실현하려고 했던 수지는 렉스가 입고 있는 옷이 색다르다는 것을 고려하지 못했다. 그의 몸에는 그녀가 벗겨 낼만 한 것이 없었다. 원래 발가벗은 상체도 그러하고 지퍼 없는 바지를 입은 하체도 그러하다. 수지는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여 상대의 옷을 벗기려고 했지만 애초에 벗기고 말고 할 게 없던 것이다. 수지는 멍하게 생각했다.

‘그, 그럼…….’

이제 상대가 나를 벗기는 것만 남았나. 어렴풋이 순서를 가다듬을 때였다. 갑자기 속옷이 조인다는 생각이 들더니 이내 가슴 쪽을 더듬는 입술이 느껴졌다. 입술은 속옷을 푸는 것도 잊은 채로 통통한 가슴살을 빨기 시작했다. 수지는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 가슴에서 열꽃이 하나둘 피더니 이내 뜨겁게 불꽃이 일면서 눈앞이 반짝 트인다.

수지는 헐떡이면서 제 가슴을 빨고 있는 사내의 뒤통수를 움켜쥐었다. 얼마나 강렬하게 빨아 대기 시작하는지 유륜이 아플 지경이었다. 결국 수지는 훌쩍이면서 신음을 뱉어 냈다.

“아, 아읏.”

사내의 거친 입술이, 커다란 혀가 예민하고 섬세한 살을 마구잡이로 삼켰다. 쪽쪽 빨아먹는 소리가 음탕했기 때문에 수지는 아릿한 정신에서도 몸서리치고 말았다.

한편 사내, 렉스는 그녀의 유두와 유륜의 통통한 감촉에도 알 수 없는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젖살을 핥고 빠는 것만으론 완전치 않았다. 이런 기분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살구 빛깔의 탐스러운 물병을 눈으로만 더듬고 있는 기분. 렉스는 저도 모르게 그녀의 아래를 만지기 시작했다.

“아-!”

렉스가 아래를 파고들자 수지는 저도 모르게 깊은 탄성을 내고 말았다. 그를 유혹한 건 저지만 이렇게나 빨리 아래가 만져질 줄은 몰랐다. 수지는 다리를 오므리며 솜사탕처럼 부푼 기대감을 표현했다.

“미치겠네.”

반면 렉스는 그녀의 청바지를 보며 성난 마음을 표현했다. 이 바지는 무슨 재질인지 습기를 머금자 질겨져서 살에 붙어 버렸다. 손으로 찢어지지도 않을 만큼 질긴 것도 기가 막힌데, 빼내려고 하자 살에 더 달라붙는 것도 어이가 없다.

마음 같아선 이 요물 같은 바지를 손톱으로 찢고 싶지만 그녀의 살결이 다칠 수도 있었다. 결국 렉스는 허리춤에 있는 칼을 꺼내서 그녀의 바지 양 밑단을 허벅지까지 조심스럽게 갈라 버렸다. 조각난 바지는 당연히 잘 벗겨졌다. 렉스는 바지를 저만치 던져 버리고 자신의 먹잇감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수지는 그를 보면서 어쩔 줄 모르는 행복감을 표시하고 있었다. 유혹적으로 눈가를 찡긋거리며 입술을 달싹거리는 모습이 꼭 행복한 섹스를 기대하는 얼굴이었다. 억지로, 강압적으로 하려고 했던 렉스는 그것에 마음이 풀어져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퍼즐 조각처럼 틀어 맞추면서 그녀의 팬티를 매만졌다.

팬티 아래는 이미 흥건히 젖어 있었고 얇은 천은 그의 힘에 쉽게 아래로 끌려 내려갔다.

“으…….”

수지는 미약한 신음을 토해 냈다. 매혹초에 달아오른 몸이라서 그런지 그가 팬티를 벗기는 동작에도 자극되고 만다. 수지는 드러난 하체에 본능적으로 초조함을 느꼈다. 절로 오므려지는 다리를 보면서 렉스는 그녀의 무릎을 잡았다.

그녀의 허벅지가 자신의 골반에 걸치도록 하자 성기의 끝이 그녀의 음순에 맞춰진다. 이미 물기가 촉촉한 그곳은 뻐끔거리며 그의 성기를 어서 오라고 반기고 있었다.

긴 생각은 하지 않았다. 렉스는 그대로 성기를 쑤셔 넣었다. 마치 습지에 빠진 것처럼 그녀의 질구는 큰 것을 꿀꺽 하고 삼켰다. 빠듯한 느낌보다 제 자리를 찾았다는 느낌이 렉스에게 기이한 만족감을 안겨 주었다. 나직한 탄성을 삼키면서 렉스는 천천히 움직였다. 그러자 깊은 습지에 빠져 있던 성기가 물기를 가득 머금은 채 빠져나온다. 렉스는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아, 아……!”

빠졌다가 들어갔다. 그럴 때마다 진득한 소음이 들려왔다. 노골적으로 귀를 간질이는 그 소리가 조용한 공간을 꽉 채웠다. 렉스는 말없이 그 행위를 계속했다.

얼마나 해야 만족스러울 수 있을까. 렉스는 무아지경으로 그녀의 안을 쑤셨고 쾌감 속을 헤엄쳤다. 한참을 열중했을 때였다. 어느덧 그녀의 입에서 빠져나오는 신음이 사라졌다. 렉스는 아래를 내려다보다 그녀가 잠든 것을 발견했다. 렉스는 열망이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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