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제로콜라를 좋아하게 될 때까지-104화 (104/138)

103회

chapter4사람들은 저마다의 고충을 안고 산다. 이러한 고충이란 개인마다 다를 수도 있겠지만 집단이 공유하고 있는 고충 역시 존재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대부분 수능에 대해 고충이 있다는 것이 이러한 집단의 고충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경향성이지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한편 직장인들 역시 대부분 공유하고 있는 고충이 있다. 바로 일요일엔 월요일을 걱정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사실 더 마시려고 한다면 좀 더 마실 수 있었지만 나 역시 이러한 고충이 존재했다. 내일 휴가를 쓴 것도 아니니 월요일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자리를 파했던 이유가 그것 뿐만은 아니었지만.

완전히 뻗어버린 서진이를 챙기고 정원누나와는 따로 헤어졌다. 서진이가 부르고 얼마 되지 않아 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집이 이 근처인 것을 짐작할 법 했다. 그렇기에 데려다 줄 법도 했으나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 후 정원이에게 찜찜해질 것 같아서였다. 정원이와 그런 사이인 것도 아니었으나,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그렇게 하기를 종용했다. 일단은 연인행세 중이니까. 서로 간에 밝히기 싫은 행동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렇게 생각했다.

대리기사를 주차장으로 불러 대리를 맡기고 서진이를 집에 던져 놨다. 어차피 서진이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니 내일 자기가 알아서 뒤처리를 잘 하리라. 물론 그 와중에 문자로 날아왔을 술값은 내가 알바가 아니었다. 사실 내가 정원누나와 정원이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쳤다고 생각한 점이 괘씸해서 그대로 카드를 긁어버렸다.

차에 올라타서 대리기사에게 집 주소를 네비로 찍어주었더니 마침 정원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슬슬 술기운이 올라와서 숨을 내쉬었다가 아에이오우를 해보면서 입을 풀고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자마자 정원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휘야. 혹시 뭐 해?]

“아니, 뭐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야.”

[어, 혹시 운전 중이야? 전화 끊을까?]

“아니, 술 마셨어. 대리 맡겨서 통화 가능해.”

[어, 어? 술 마셨어?]

“어.”

[왜 혼자 술 마시고 그래! 같이 마심 되지.]

정원이가 칭얼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약속도 네가 깼지 않느냐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으나 겨우 참을 수 있었다. 정원이를 상처 입힐 수 있는 말이었다. 조금 더 취해있었으면 내뱉어버렸을 말이었다. 다행이었다.

그건 그렇고 내가 혼자 술을 마셨다고 생각한 점이 괘씸하다. 물론 나도 누구와 자주 나다니는 편은 아니고, 특히나 요즘은 대부분 정원이와 마신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단정 짓는 것은 썩 기분이 좋진 않았다.

“혼자 안 마셨어. 친구랑 마셨어.”

[어, 혹시 성규?]

“서진이.”

그리고 그렇게 많이 마시지는 않았다고 말 하려는 순간 정원이가 불안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서진이만?]

나는 순간적으로 숨을 삼키고 말았다. 하필이면 다른 말을 하려고 한 순간에 정원이에게 밝히기 껄끄러운 질문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여자의 감인가, 아니 정원이가 여자의 감이라니. 그것도 참 아이러니한 말이었다. 내가 순간적으로 말을 잇지 못하자 정원이가 다시 한 번 물었다.

[혹시 저, 저번에 만났던 그 누나야?]

질문을 듣고 어리석게도 고민을 해버리고 말았다. 만일 정원이를 안심시키고 싶었든, 거짓말을 하려고 했든 간에 부정을 하려면 바로 말을 내뱉었어야 했다. 정원이는 조금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했다.

[맞구나.]

“……어.”

결국 나는 긍정해버릴 수밖에 없었다. 원래도 나는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거짓말을 해야 할 순간에 말을 돌리곤 했었다. 지금에 와선 부정할 수도 없었다. 정원이는 별안간 목소리의 톤을 바꿔 재잘거리듯 말했다.

[뭐! 오늘은 내가 먼저 바람맞혔으니까! 어쩔 수 없지! 어, 아님 혹시, 다시 만나기로 했어?]

“아니, 어, 그런 건 아니야.”

정원이가 조심스럽게 다시 물어왔다. 정원이가 묻는 의미는 이성으로써 다시 만나냐고 묻는 것이었고, 그런 것은 아니었으니 부정을 할 수 있었다.

[그래? 그렇구나. 어, 혹시 어쩌다 만나게 됐는지 물어도 돼?]

“아, 서진이가 오해를 좀 해서, 불렀더라고.”

[뭔 오해를 하면 그 분을 부르냐.]

“그냥 이름 관련해서. 저번에 서진이한테 들었지? 그 누나 이름도 정원이거든. 하정원. 기억하지?”

[누, 누나?]

“어. 우리보다 나이 많아.”

[그, 그렇구나.]

정원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나야 술을 마셨으니 말이 좀 꼬이지만 얘는 왜 이리 말을 저는 걸까. 혹시 얘도 술 한 잔 한 걸까. 나는 내색하지 않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늘 혹시 뭐 했어?”

[아, 그냥 연아 병원 데려다주고 보호자 역할 했어.]

“그리고?”

[어? 연아 진료보고나선 그냥 밥 먹고 그랬는데. 아, 니 얘기하니까 옷 보러 가자고 그러더라. 내가 그래서 방금 강휘랑 옷보기로 말했다니까 농담이라고 하는 거야. 되게 웃기지 않냐?]

“그렇구나.”

아마 이연아는 농담이 아니었을 것이다. 정원이가 어영부영 반응했으면 정원이의 옷만 보다가 왔겠지. 아마 사비를 들여서라도 정원이의 옷을 샀을 것이다. 그런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나도 모르게 감정이 조금 새어나와 참고 있던 질문을 뱉어버렸다.

“혹시 이연아씨 큰 병인 것 같았어?”

[아니, 별 거 아닌 것 같긴 했는데. 그래두 나한테 고맙다고 그러니까 뭔가 찡하고 그러던데.]

“뭐가?”

[그냥 니가 옛날에 나 병원 데려갔을 때 생각나서. 나 그때도 너밖에 기댈 사람 없었잖아.]

“아, 어. 그래.”

나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생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이연아를 보면서 나를 떠올리고 있었을 줄이야. 나는 입을 달싹이다가 간신히 말을 꺼냈다.

“그래, 다음 얘기는 내일 하자. 내일도 시간 있으니까.”

[어? 어, 어. 그래. 음, 알았어. 내일 봐, 그럼.]

“어, 지금 집이야?”

[어, 집이야. 왜?]

“밖이면 조심히 돌아가라고 하려고 했지.”

[에이, 걱정도 팔자야. 너나 조심히 돌아가. 이 주정뱅이야.]

“야, 나 안 취했다.”

[꼬인 혀나 푸세요!]

정원이는 키득거리다가 ‘내일 봐.’ 하고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그러는 동안 정원이가 정원누나에 대해 얘기를 할 때 보였던 반응과, 정원이에 말에서 느껴지는 이연아의 의도와, 정원이가 이연아를 통해 나를 떠올렸다는 말의 진의를 헤아렸다. 잠깐의 통화중에도 나는 그렇게나 흔들리고 있었다.

정원이는 이렇듯 나를 항상 헷갈리게 했다. 내가 내 감정을 정하지 못한 것만큼이나 너는 모호한 태도로 나를 대했다. 너도 아직 태도를 정하지 못한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납득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니련만. 알딸딸하게 술에 취해 흔들리는 차창을 바라보며 나는 흔들리고 있었다.

***

나름대로 조절을 하면서 술을 마신다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여파가 심했다. 직장인들의 비애란. 인상을 찡그리며 일하다가 결국 반차를 냈다. 처음으로 반차를 쓰는 거라 조금 조심스러웠는데 총무과장님이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집에 큰일이라도 났냐는 질문에 어색하게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가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평소에 무뚝뚝하시던 분이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니 숙취 때문에 쉬는 것은 절대 들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을 하기 전에 정원이에게 오늘은 데려다주지 못할 것 같다고 메세지를 남겼더니 바로 정원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뭔 일 있어?]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기 시끄러울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그렇게 당황할 일인가 싶었다가, 아무런 정황 없이 평소와 다른 행동을 했으니 당황할 법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차분하고 천천히 말했다.

“그냥 반차 쓰고 지금 퇴근해서 그래. 당연히 못 바래다주지.”

[어, 음, 혹시, 아니, 어, 음. 강휘야. 잠깐만 기다려?]

“어? 왜?”

[나도 같이 반차 쓸래!]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정원이의 반응에 놀라서 반문했더니 정원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안 돼?]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간절한 목소리였다. 숙취처럼 어제의 연장선상일까. 그 역시 확실하지 않았다. 흘러나오려는 한숨을 눌러 담고 대꾸했다.

“아니, 뭐, 안 될 건 없는데.”

[그럼 잠깐만 기다려! 어, 그래도 회사엔 안 보이는 게 낫겠지?]

“아니, 에휴. 그래. 나 오늘 차 안 가져왔다?”

[오늘은 택시타지 뭐.]

그리고는 회사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카페에 가서 평소엔 시키지 않는 꿀물을 시켜서 테이블에 앉았다. 뭐 어쩌고저쩌고 복잡하게 쓰여 있었으나 결국은 꿀물이었다. 숙취로 인한 선택이었다. 곧 정원이가 왔다. 정원이 역시 내가 시켜놓은 꿀물을 바라보더니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혹시 반차 쓴 이유가 어제 술 마셔서야?”

“정확해.”

“어이구, 이 화상아.”

정원이는 정하가 생각나는 말투와 몸짓을 하더니 제 몫의 음료를 시키고 테이블에 앉았다. 요즘 들어 점점 더 자주 나타나는 행동이었다. 매일 정하에게 듣기 때문에 정원이도 동화되어가는 걸까. 벨이 울리자 정원이는 음료를 들고 왔다. 초코렛 프라푸치노였다. 질린 표정을 하며 물었다.

“질리지도 않냐.”

“초코, 맛있는걸. 그리고 너도 원래 매일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잖아. 넌 안 질리냐?”

“그래, 내가 잘못했다. 안 질릴 수도 있지.”

“알면 됐어.”

정원이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하면서도 부지런히 초코렛 프라푸치노를 빨았다. 내가 꿀물을 홀짝거리며 들이키고 있자 정원이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며 물었다.

“어제 많이 달렸어?”

“아니, 그렇게 달리진 않았는데. 좀 그러네.”

“몸 상태 많이 안 좋아?”

“미묘한데. 일단 일하긴 좀 힘들더라.”

“그럼 많이 힘든 거지.”

정원이는 내 꿀물을 고개를 까딱하며 가리키더니 말했다.

“그거 다 마시면 우리 집으로 가서 쉬자. 아님 너희 집이 편해?”

“어, 너희 집이 편하겠다.”

“그래.”

집으로 돌아가면 어머니께 왜 이른 시간에 퇴근을 했는지, 그리고 정원이는 왜 데려왔는지를 설명해야했다. 그건 굉장히 수고롭고도 귀찮은 일이었다. 음료를 마시는 동안 정원이는 답지 않게 내 눈치를 보며 아무 말도 없이 초코렛 프라푸치노를 쪽쪽 빨아대고 있었다. 제 나름대로 내 신경을 쓰는 것인지, 혹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안 그래도 머리가 울리고 있는 내 입장에선 알기 어려웠다.

곧 음료를 다 마시고 일어나려고 할 때 정원이가 같이 일어서서 내 옆에 섰다. 그리고는 마치 나를 부축해주려는 듯이 내 가슴에 살며시 다가와서 붙었다. 그 순간 잊고 있었던 프레지아 향기가 났다. 머리가 아찔해지는 기분이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걸까. 그런 당혹감을 참으며 나는 조금 물러서고는 말했다.

“괜찮아. 그 정도로 힘들었으면 출근도 안 했어.”

“그래? 안 도와줘도 돼?”

“어.”

정원이가 미심쩍은 표정을 하며 물러섰다. 아마 내가 비틀거리기라도 하면 그럴 줄 알았다며 다시 달라붙겠지. 그 정도로 힘든 것은 아니었다. 내가 휘청거리지 않고 걸었지만 정원이는 계속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지근거리에서 걸었다. 평소보다도 더 가까운 거리였다.

“그렇게 못 믿겠냐?”

“어, 어? 아,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음, 아니야. 맞아.”

“맞다는 거야, 아니란 거야.”

“니 말 맞다고!”

정원이가 괜히 짜증을 내며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바라봤다. 택시를 부르는 모양이었다. 곧 택시가 도착하고 뒷좌석에 앉았더니 정원이도 따라서 뒷좌석에 앉았다. 그러더니 조심스럽게 내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

“혹시 힘들면 누울래?”

“그럴 거면 니가 앞에 탔어야지.”

“아니, 아. 이 바보야.”

정원이는 나를 한심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더니 자신의 무릎을 툭툭 쳤다. 그리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힘들면 베도 된다고.”

“어?”

“아이씨. 그냥 누워. 꺾여가지고 술 덜 깨서 반차 쓴 주제에 말이 많아.”

정원이가 억지를 부리며 내 머리를 손으로 잡아당겼다.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더니 결국 제 무릎에 내 머리를 댔다. 결국 나는 정원이의 억지 아닌 억지에 머리를 베고 눈을 감았다. 고개는 바깥을 향한 상태였다. 눈을 떠서 정원이를 바라보기에도 민망했고 지금 표정을 들키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눈을 감기 전에 보였던 정원이 역시 애써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정원이 역시 얼굴이 새빨개져있었다. 나도 저렇게 보이지 않으면 좋으련만.

머리에서 느껴지는 온기와 부드러운 촉감, 그리고 무엇보다 정원이가 안겼을 때 났던 프레지아 향기가 나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은 정원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원이 역시 경직된 것이 느껴졌다. 정원이의 의도가 내가 편하게 쉬게 하려는 것이었다면 완벽하게 실패한 것이었다.

그렇게 서로 긴장한 채로 있다가, 마침내 정원이쪽에서 먼저 움직임을 보였다. 조심스럽게 내 머리에 손을 대더니, 머리카락을 쓸었다. 한 번, 두 번, 그렇게 머리카락을 쓸면서 정원이는 점점 긴장을 풀어가고 있었다. 정원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진정된 듯 차분한 톤이었다.

“강휘야. 혹시 자?”

“……아니.”

“혹시 어제 술 먹은 거 나 때문이야?”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그러나 떨림을 채 감추지 못한 목소리였다. 정원이가 말을 꺼내기까지 오래 걸렸던 것처럼 나 역시 대답을 바로하지 않았다. 그냥 천천히 그리고 평소처럼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그냥 술이 땡겨서 먹은 거야. 내가 왜 너 때문에 술을 마시냐?”

“그렇지?”

목소리의 떨림이 점점 잦아든다. 천천히 머리카락을 쓸며 정원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깊은 한숨이었다. 안도를 하는 것 같은 한숨이었다. 정원이는 한참을 내 머리카락을 쓸다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어제 너랑 통화하는데, 얼굴은 보지 못하고 목소리만 들으니까, 여러 가지로 복잡해서. 응. 그래서 그냥, 좀 그래서 물어봤어. 헤헤, 조금 쪽팔리네.”

“뭐가?”

“괜히 나 혼자 지레짐작 한 것 같아서. 으응, 아니야. 쉬어.”

정원이가 실없이 웃었다. 나는 그 웃음소리를 들으며 지금 역시 표정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냐고 핀잔을 주려다 말을 삼켰다. 정원이는 그냥 확신을 얻고 싶었던 것이었다. 내게서 많은 것을 묻지 않았으나, 많은 것을 저 혼자 짐작하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정원이가 삼킨 말을 헤아렸다. 정원이가 물어보고 싶었던 말. 약속을 어겨서 내가 제게 화가 나지 않았을 지를 고민했을까. 이연아와의 약속을 내 것보다 더 중시한 것을 미안해하는 것일까. 이연아에게 들었던 말에 흔들리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정원누나와 가졌던 술자리에 대해 어떠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그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정원이가 내게 질문하지 않았듯, 나 역시 대답을 할 필요는 없었다. 우리는 서로 한 발자국씩 물러난 것이었다. 나는 정원이에게 이연아와 있었던 일에 대해 자세히 묻지 않았다. 정원이는 내게 무언가를 물어보려고 했으나 결국 물어보지 않았다. 내가 정원이가 물러선 한 발자국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것처럼, 정원이 역시 내가 물러선 발걸음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리라.

그렇게 정원이는 질문을 삼키고 내 머리카락을 쓸고 있었고, 나는 그저 그 감촉을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

[작품후기]제로콜라도 어느새 선작이 천이 되었네요. 감회가 새롭습니다. 사실 이 소설을 연재하면서 완결 쯤에나 선작이 천이 되면 다행이겠거니 생각했거든요...

처음 쓰는 글인데다 내 글 구려병에 소재도 작가 맘대로 라서 하하... 많은 관심 감사드립니다. 마지막까지 잘 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부족한 글 관심 가져주시고 선작 추천 코멘트 남겨주시는 독자 여러분 항상 감사드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