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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로콜라를 좋아하게 될 때까지-94화 (94/138)

93회

chapter3토요일이 돼서 정원이가 우리 집으로 왔다. 굉장히 긴장한 얼굴이었다. 정원이가 오자 나를 제외한 온 가족이 정원이를 반겼다. 이제는 슬슬 정원이가 이 가족의 구성원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작 그런 대우를 받는 정원이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안녕하세요.”

“그래, 잘 왔다. 고맙구나.”

아버지께서 웬일로 정원이를 가장 먼저 맞으셨다. 아버지께서 가장 기대하고 있으실 터였으니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정원이는 아버지께 다시 고개를 숙이고는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그 뒤를 누나와 어머니께서 정원이의 손을 낚아채고 데려가서 자기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정원이는 예뻐서 뭐든지 다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

“엄마, 그래도 이런 애들은 좀 모던한 게 어울려요.”

“그래, 네 말이 맞는 것 같구나. 정원이는 혹시 원하는 거 있니?”

“아, 아뇨. 다만 너무 튀지는 않는 거로…….”

“그럼. 옷걸이가 이미 완성인데! 옷이 튈 필요는 없지.”

“아니, 그게 아니라.”

정원이는 어머니와 누나에게 갇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저렇게 된 이상 말리기도 애매한 일이었다. 그래도 최대한 정원이를 빨리 해방시켜주기 위해 나는 손가락으로 문을 가리키며 소리를 높였다.

“어차피 입혀볼 거면 이동하죠.”

“좋은 생각이구나. 정원이는 안 쉬어도 되겠니?”

“네!”

정원이도 그 의견에 동참했다. 자기도 이런 분위기는 익숙해질 수가 없겠지. 정원이가 내심 고마운 눈빛을 보내왔다. 하지만 나는 그 눈빛을 미묘하게 흘려냈다. 이후의 사태를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곧 이동을 하기 위해 차를 탔다. 운전대는 아버지께서 잡으셨다. 아버지께선 절대 내게 운전대를 넘기지 않으셨다. 아직은 좀 믿음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덩치가 큰 내가 앞에 앉으면서 정원이는 어머니와 누나사이에 앉았다. 당연히 그 동안 절찬리에 귀여움을 받았다. 벌써부터 정원이가 피곤해 보인다.

처음엔 청담에 있는 명품거리에 갈까 했더니 정원이가 사색을 해서 어쩔 수 없이 근처의 백화점으로 향했다. 어르신들이 거슬리지 않는 선에서 정원이가 부담을 최소한으로 하게 할 정도를 생각하자니 조금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 문제는 엄마와 누나가 알아서 해결하겠지.

백화점에 들어서자마자 나와 아버지는 자연스럽게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평소에도 그렇긴 했으나 지금은 특히나 저렇게 극성인 어머니와 누나를 말릴 자신이 없었다. 정원이 역시 나와 함께 발을 빼려다가 누나에게 손을 잡혔다. 나는 정원이만 볼 수 있을 정도로 작게 손을 흔들었다. 정원이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두고보자.’

‘미안하다. 그래도 어쩌겠냐. 어차피 이런 목적으로 온 건데.’

‘두고보자!’

나는 그저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정원이 역시 풀이 죽어서 누나에게 잡혀서 앞으로 향했다. 그 이후로는 보기에 안타까울 정도였다. 어머니께서 옷을 들고 오고 누나가 환호하고 정원이가 입어보고 그랬다가 가격표를 보고 사색이 되고 다시

“이것도 괜찮다. 이것도 살래?”

“아, 아뇨! 한 벌이면 돼요! 제, 제일 잘 어울리는 거 하나면 돼욧!”

“그래? 하긴 제일 잘 어울리는 거 살 때가 좋긴 하지. 그럼 다음 거 입어보자. 여기요.”

“네.”

점원이 자연스럽게 다음 옷을 가져왔다. 가격을 보니 아슬아슬하게 내 한 달 월급이 안 될 정도였다. 처음에 갈 곳을 생각해보면 이 정도도 합리적인 가격인 셈이다. 정작 정원이는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소름끼쳐하고 있었지만. 사실 내 양복도 저렇게나 큰 돈 주곤 안 샀다.

한참을 인형놀이를 당하다가 정원이가 잠깐만 쉬겠다고 말하고는 이쪽으로 피신해왔다. 어머니와 누나도 처음엔 놓아주지 않으려고 하다가 정원이가 질린 얼굴로 내 쪽으로 향하자 입을 가리고는 얌전히 보내주었다. 이번만큼은 가족들의 오해가 정원이를 살린 셈이었다.

“으으, 한강휘. 너 감히 날 버려?”

“오우. 고생했다.”

“나아쁜놈아!”

“너도 이해하잖아. 원래 이런 자리에서 남자는 뒤로 빠지는 거야.”

“내가 남자면 그래도 돼. 근데 니가 지금 이러는 건 안 돼.”

“그럼 어떻게 하냐.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고 뭐가 달라졌겠냐.”

“적어도 너한테도 관심이 분산됐을 거 아니야.”

“전혀. 네버. 완전 아니지.”

내가 단호할 정도로 부정하자 정원이가 조금은 안쓰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곧 다시 끌려갈 주제에 제가 무슨 내 걱정을 한단 말인가.

“아무튼 간에 좀 더 고생해라. 내가 어떻게 해줄 수가 없는 부분이라서.”

“으으, 어떻게 좀 안 될까?”

“음.”

나는 조금 고민해보다가 그럴듯한 말을 꺼냈다.

“좀 더 뻔뻔하게 나가보는 건 어때?”

“뻔뻔하게?”

“니가 고른다고 그래. 그러고 나서 이게 제일 맘에 든다고 하면 완전 거슬리는 수준 아니고선 그걸로 하자고 할 걸?”

“그런가. 으음.”

정원이는 고민을 하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자기도 별 다른 뚜렷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는 정원이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어깨를 툭 치고 말했다.

“수고했고. 다시 수고하고.”

“으으, 못 됐어 정말.”

정원이는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결국 다시 돌아갔다. 제 옷을 고르기 전까지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정원이도 알기 때문이었다. 정원이가 쉬는 동안 어머니와 누나가 봐둔 옷이 있었는지 다시 인형놀이가 시작됐다. 아마 한동안은 자기가 옷을 고를 여유도 없을 것이다. 최대한 기회를 보다가 잘 빠져나오길 기원할 뿐이었다. 그렇게 정원이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조용히 옆으로 다가오셔서 입을 여셨다.

“보기 좋구나.”

“아, 뭐, 예.”

나 역시 부정하기도 애매해서 애매한 긍정을 했다. 아버지께선 헛기침을 몇 번 하시더니 부끄럼을 감추시려는 듯 어색하게 말씀을 하셨다.

“흠흠, 나는 너희를 응원한단다.”

“예, 음. 감사합니다.”

이 역시 애매하게 답변할 수밖에 없었다. 연인 행세를 하면서 편해진 것은 가족의 시선이요, 불편해진 것 역시 가족의 시선이었다. 뒷감당을 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아득하다. 차라리 정말로 둘 다 나이 사십 먹도록 소식이 없으면 같이 살자고 할까. 물론 벌써 언급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어느새 잠시 짬이 났는지 정원이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최대한 무난한 색깔과 디자인의 원피스를 골랐다. 검정색 톤에 모던한 분위기가 드는 민무늬 플레어 원피스였다. 전체적으로 정갈한 느낌을 줘서 어르신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격은 전혀 정갈하지 않았지만 정원이에게 어울릴 것 같아서 엄지를 들어주었다. 정원이는 미묘한 표정을 짓더니 피팅룸으로 들어갔다.

곧 이어 정원이가 나오자 나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허리를 조이며 나온 라인이 가는 정원이의 선을 잡아주고 있어 평소에 나오지 않을 우아한 매력을 내고 있었다. 정원이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고개를 돌려서 딴 곳을 바라보다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거면 되지?”

“어. 좋다.”

“그래.”

옷을 입기 전까진 다른 것을 생각했지만 정원이가 입고 나온 것을 보니 정말로 잘 어울렸다. 제 옷은 자기가 제일 잘 안다고 딱 정원이를 위한 옷 같았다. 내가 뚫어져라 정원이를 바라보자 정원이가 다시 쪼르르 여자 팀으로 갔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마 그 옷을 사려는 것 같았다.

참고로 그 옷은 샀지만 이 후에도 쇼핑은 이어졌다. 정원이는 내게 배신을 당한 것처럼 억울한 눈빛을 쏘아냈고, 나는 어떻게든 그 간절한 눈빛을 무시했다. 정원이는 한참을 거절하며 이 옷 하나면 된다며 사정사정을 하다가 결국 옷에 어울리는 팔찌를 하나 샀다. 가격은 어, 딱 옷만큼 나왔다. 정원이의 얼굴빛이 팔찌 색처럼 변하는 것은 충분히 볼 만한 모습이었다.

***

일요일이 돼서 조금 일찍 정원이가 집으로 도착했다. 서울 안에서 하는 결혼식이었지만 식이 11시라 조금 빡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축의금을 받는 역할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하긴 이런 사이에 부탁을 한다고 들어줄 생각도 없기는 했다.

준비를 위해 조금 일찍 나서서 샵을 갔다. 사실 나야 미용실에서 머리정도나 만지면 되지만 정원이만큼은 광이 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모양이다. 사실 나도 정원이도 별로 이해하진 못했지만 어머니와 누나의 등쌀에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하지만 내가 머리를 하고 와서 샵에서 나온 정원이를 보자마자 나는 인정하고 말았다. 어머니와 누나가 옳았다. 인터넷에서나 보던 사진이, 아니, 화가가 일생을 걸고 그린 명화가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그림 속에서 걸어 나왔다. 천천히 손을 흔든다. 단연코 저 부분만 명도가 달랐다. 빛이 천천히 인사를 해왔다.

“이야, 강휘 머리 올렸네? 잘 어울린다.”

“어, 어. 옆 머리 땋았네?”

“벼 머리? 뭐 묶은 머리라고 하는데, 난 잘 모르겠어. 왜?”

“예뻐서.”

“아.”

정원이가 눈을 피했다. 옆으로 땋은 머리가 한 눈에 들어왔다. 은은하게 밝은 빛을 띠고 있었다. 그래서 눈이 부셨구나. 새삼스럽게 그런 생각을 했다. 정원이가 얼굴을 긁으려다가 화장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천천히 손을 내리고 눈을 피했다가, 다시 눈을 마주치며 수줍게 입을 뗐다.

“고마워. 음, 나도 방금 말했지만, 어, 너 오늘 잘 어울려. 멋지다. 응!”

“그래, 고맙다.”

정원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배시시 웃었다. 오늘은 옷이 구겨지지도 않아야하고 해서 두 대를 몰고 나온 참이었다. 나는 그런 정원이에게 에스코트하듯이 정중히 손을 내밀며 말했다.

“가실까요?”

“좋아요.”

정원이가 미소를 머금고 손을 마주 잡았다. 그러더니 곧 개구쟁이처럼 씨익 웃었다. 나 역시 입 꼬리를 올리고는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었다. 고마워요, 별 말씀을.

***

결혼식에 도착하고 나자마자 어르신 분들께 고개를 숙였다. 정원이 역시 어색하게 서 있다가 같이 고개를 숙였다. 한참을 그렇게 인사를 하며 정원이를 소개했다. 정원이에겐 미리 살포시 미소 짓고 내가 머리 숙일 때 같이 고개 숙이면 된다고 말한 참이었다.

“오래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안녕하십니까.”

“그래, 오랜만이구나. 이 아이도 소개해줄 수 있겠니?”

“일단은 지금 사귀고 있는 사이입니다.”

“다정원입니다.”

“오, 보기 좋은 한 쌍이구나. 다음 소식은 강휘에게서 나오려나.”

그리고는 어르신이 너스레를 떨며 가는 동안 정원이는 부끄럼을 참으며 가볍게 미소 짓고 있었다. 생각보다 완벽한 모습이다. 그렇게 몇 차례를 인사를 나누다가 천천히 축의금을 내기 위해 가족과 함께 이동했다. 아버지께서 축의금을 내며 가볍게 고개를 숙이자 저 쪽도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아마 사촌형의 친구인 것 같았다. 이름을 적으시고 나서 아버지께서 힐끔 이쪽을 보며 말씀하셨다.

“혹시라도 한 번 얼굴 비치려면 지금 같이 가자.”

“음, 제가 얼굴 안 비치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흠 잡힐 일은 아예 안하는 편이 좋다.”

“그럼 가죠 뭐.”

아버지와 함께 정원이를 데리고 신랑 쪽에 발걸음을 향했다. 오랜만에 본 사촌 형은 즐거운 듯이 웃고 있다가 이쪽을 발견하고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싸가지 없는 새끼. 아버지께서 그 인사를 받고 몇 마디 덕담을 하셨다. 사촌 형은 그 덕담을 대충 흘리더니 이쪽을 발견하고 삐뚜름하게 미소를 지으며 아는 체를 했다.

“강휘냐?”

“어. 축하한다.”

“너는 임마, 항상 말이 짧아.”

그 말에 내가 피식 웃자 사촌의 눈이 가늘어졌다. 나는 미소를 지은채로 말했다.

“좋은 날이잖아. 축하해.”

“흠, 그래. 고맙다.”

내가 다시금 축하하다고 말하자 사촌은 일단은 긍정했다. 이대로 보내주면 좋을 테지만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바로 빈정거리기 시작했다. 아직 아버지께서 자리를 비우지도 않은 채였다.

“이번에 아버지 회사 들어갔다면서? 안 들어간다고 발악하더니 결국 낙하산 탔네.”

“그러게.”

“하긴 너 옛날부터 자존심만 존나 세더니. 하하.”

“그래, 뭐.”

“그러고 보니 너 만나는 여자는 있냐? 모쏠이잖아, 너. 눈만 뒤지게 높아서.”

“음.”

고민을 좀 했다. 정원이를 소개할지 말지에 대한 것이었다. 빈정거리는 수준이 낮아서 한 귀로 흘릴 수준이 돼서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정원이를 소개해주고 괜히 비난의 화살이 정원이를 향하게 하기가 싫었다. 아버지께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계셨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아버지께 사과를 했다.

“에휴, 그래. 하긴 니가 나보다 나은 게 뭐가 있겠냐. 평생 여자 한 번이나 만나면 다행 아니냐?”

“뭐, 그ㄹ…….”

“자기야.”

내가 넘기려고 할 때 정원이가 살며시 옆으로 다가와서 내 팔을 안았다. 그리고는 달콤한 목소리로 애교를 피우듯이 말했다.

“나 언제 소개시켜줄 거야?”

“어? 아, 음. 그래.”

나는 몹시나 당황했지만 최대한 빨리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사실 정원이가 날 부를 때부터 정신이 제대로 들진 않았다.

“음, 소개가 늦었네. 이쪽은 다정원. 어, 내 여자 친구야.”

“안녕하세요. 다정원이라고 합니다.”

사촌이 정원이의 미소를 보고 얼이 빠졌다. 정원이가 좀 예쁘긴 하지. 웃는 얼굴은 더 끝내주고. 정원이는 그런 웃는 낯 그대로 입을 열었다.

“저희 강휘가 눈이 뒤지게 높아서 바람을 안 펴서 저는 참 좋아요. 그 쪽 분도 그렇겠죠?”

“어, 흠, 큼!”

정원이에게서 은은한 노기가 느껴졌다. 방금만 해도 말에 가시가 잔뜩 세워져있었다. 강휘가 눈이 높으니 나 정도를 만난 것 아니겠냐. 그리고 어딜 쳐다보냐, 눈 치워라. 정원이는 이어서 말했다.

“강휘가 정말 잘생기고 대학도 잘나오고 집안도 좋아서 제가 항상 부끄러운데, 그쪽 분은 얼마나 대단하신지 신부분이 참 부럽네요. 물론 저는 그래도 강휘가 제일 좋지만요.”

그리고는 내 팔을 껴안은 손에 힘을 줬다. 내가 당항하며 바라보자 정원이는 이쪽만 볼 수 있게 고개를 돌리고 나를 째려봤다. 맞춰, 이 자식아. 예. 나는 난처한 얼굴로 정원이를 가볍게 다그치며 말했다.

“저 형이 모자란 구석이야 많지만, 그래도 오늘 좋은 날이잖아.”

“응, 미안해. 우리 자기한테 뭐라고 하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죄송합니다.”

“쯧.”

정원이가 살포시 고개를 숙이자 사촌은 혀를 차고 말았다. 정원이의 가세로 한 풀 기세가 줄어든 모습이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미묘하게 입 꼬리를 올리고는 말했다.

“뭐, 결혼 축하해.”

이쪽에서 먼저 끝을 내자고 한 것이었다. 사촌은 입을 열 듯 하다가 결국 입을 닫았다. 대놓고 싸우기엔 자기도 이 자리에 짊어진 것이 많겠지. 나는 마지막으로 가볍게 고개를 까딱하여 자리에서 나왔다. 나오자마자 아버지께서 정원이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으셨다. 내가 정원이를 바라보자 정원이가 슬그머니 껴안고 있던 팔을 내려놓고는 입을 삐죽거렸다.

“들어가자마자 빡치게 하잖아.”

“아니 누가 뭐래냐. 고맙다고.”

“흠, 흠.”

내가 얌전히 고마운 기색을 보이자 정원이가 무안한 듯이 헛기침을 했다. 나는 머리를 쓰다듬으려다가 곱게 땋은 머리가 망가질까 싶어 허리를 가볍게 치고는 웃었다. 정원이는 그런 나를 바라보고 손을 꼼지락거리다가 슬쩍 손을 내밀었다. 나 역시 부드럽게 그 손을 맞잡았다. 곧 결혼식이 시작된다.

[작품후기]3부도 곧 끝나겠군요. 다다음화쯤? 조금 더 길 수도 있구용. 얘네 꽁냥거리는 거 더 못 봐주... 아닙니다...

항상 부족한 글 좋게 봐주시고 선작 추천 코멘트 남겨주시는 독자 여러분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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