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회
chapter3택시가 왔다. 내 차례였다. 그러나 나는 제자리에 가만히 못 박혀있었다. 내 뒤에 있던 사람이 안 탈 거면 비키라고 투덜거리다 말끝을 얼버무렸다. 나는 손을 붙잡힌 채로 멍하니 정원이를 바라보다가 정원이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까딱거리는 제스쳐를 하며 정원이에게 물었다.
“일단 자리 좀 옮길까?”
정원이가 놓친 손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처받은 눈이었다. 마주 잡은 손이 따뜻했던 만큼 빈자리는 공허했다. 네 눈도 그만큼이나 공허했다. 내가 천천히 걸어가자 정원이가 내 오른쪽 반 발자국 뒤에서 쫓아왔다. 땅만 보며 걷다가 어디로든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들었다. 오늘 걸었던 길을 발이 기억했는지 아까 하정원씨와 대화를 나누던 카페에 발이 닿아있었다.
“들어갈래?”
정원이의 눈이 흔들렸다. 순간적으로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요동치고 있었다. 정원이는 잠시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가렸다가 다시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리고는 다시 내 손을 잡고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별로 세지도 않은 힘으로 나를 끌기 시작했다. 정원이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로 말했다.
“술 마시자.”
“그래?”
“응. 그리고…….”
“어.”
“여기는, 여기만큼은 싫어.”
“……그래.”
나는 그대로 정원이에게 끌려갔다. 정원이는 제 나름대로 세게 나를 끌고 가고 있었다. 나는 그 때까지도 태도를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과를 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변명을 해야 할지, 웃어넘길지, 그도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을지 무엇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원이가 도착한 곳은 얄궂게도 방금까지 술을 마시던 시끄러운 바였다. 대화를 나누기에 좋지 않은 곳이었다. 대화가 묻히기에 좋은 곳이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무슨 말이든 나누기에 좋은 곳이었다. 정원이가 먼저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다. 방금 전까지 하정원씨와 술을 마시던 자리였다. 그제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켜보고 있었구나.
신기할 정도로 화가 나지 않았다. 그것이 마치 당연한 것 같았다. 가장 크게 느껴지는 감정은 당혹감이었다. 당황과는 조금 달랐다. 내가 데이트를 하는 것을 지켜본 정원이에 대해 움츠려드는 내 자신을 보고 당혹한 것이었다. 그것은 내가 어떤 태도를 정해야 할지 더 예측하기 힘들게 했다. 자리에 천천히 앉아서 손을 들어 주문을 했다.
“잭 콕 하나, 레이디 킬러 하나.”
바텐더가 복잡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사람 얼굴을 잘 잊지 못하는 직종이라고 했다. 술 이름은 더욱 잊지 못할 직종이겠지. 그가 나와 정원이의 얼굴을 흘깃거리지 않은 것은 그의 직업관이 투철하기 때문이리라. 바의 분위기가 나쁜 것 치고는 좋은 직원이었다. 왠지 사람이 많더라니. 곧 칵테일이 나오고 나는 정원이에게 레이디 킬러를 넘겼다. 정원이는 잔을 쥐고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잔을 들었다. 원 샷을 할 기세였다. 나는 잔을 잡았다. 대치상태.
정원이가 잔을 천천히 내려놨다. 정원이는 분노를 눈에 한아름 안고 내게 묻고 있었다. 왜. 왜 나는 못 마시게 하는데. 나는 눈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레이디 킬러를 들어 반잔을 마시고 정원이에게 돌려줬다.
“말하고 싶은 거 있다면서. 너 그거 원 샷 하면 오늘 말도 못하고 바로 뻗을 걸.”
정원이는 한참을 나를 노려보다가 고개를 떨어트렸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반만 비어진 잔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잔을 들어 한 모금 입에 담았다. 꿀꺽. 목 넘기는 소리가 들리고 다시 한 번 꿀꺽하는 소리가 들린다. 천천히, 그렇지만 쉬지 않고 조금씩 술이 넘어간다. 마침내 정원이가 잔을 내려놓았을 땐 잔이 깨끗하게 비어있었다.
정원이는 천천히 잔을 들어 내 잭 콕이 가득한 잔에 빈 잔을 댔다. 달그락. 들지도 않은 잔에 제 멋대로 잔을 대고 나서 정원이는 그대로 바위에 엎드렸다. 흐느끼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분명히 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원이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로 말했다. 두 팔 안에서 조금 울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넌 안 마셔?”
“마실 건데.”
“그럼 마셔.”
나는 잔을 들어 정원이가 들지 않은 빈 잔에 잔을 맞댔다. 방금과는 달리 소리도 전혀 나지 않았다. 나는 잔을 들어 원 샷을 했다. 아찔한 알코올이 머리에 타고 흘렀다. 하늘의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톡, 톡, 톡. 정원이가 손으로 탁자를 치고 있는 소리였다. 마침내 소리가 잦아들고 나서 그 빈자리에 정원이의 목소리가 났다.
“왜 안 잡았어.”
“뭐가.”
“왜 그 언니 안 잡았냐고.”
나는 입을 다물었다. 침묵으로 대응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다만 대답을 찾지 못했을 뿐이었다. 내 안에선 그 해답을 찾으려는 사고와 정원이의 언니라는 호칭에 빼앗긴 정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저 사소한 호칭 하나가 신경이 쓰인다니 참 우스운 일이었다. 나는 빈 술잔을 의미 없이 흔들어보다가 얼음이 잘그락거리는 소리를 따라 생각을 모아갔다. 일단 가장 먼저 눈앞에 놓인 질문부터 해결하고서.
“잡을 수 없었지.”
“왜?”
“그러게. 왜 그랬을까.”
목이 탔다. 물을 따라서 물을 마시고는 정원이에게도 물을 따라줬다. 정원이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나 역시 정원이를 바라보지 않고 정면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참 잘 맞는 사람이었지. 성향도 비슷하고, 말도 잘 통하고. 솔직히 외모도 좀 취향이었어.”
“그러니까.”
“너무 빠질 것 같더라고.”
한탄하듯 말을 내뱉었다. 이 자리에서 나는 단 한마디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나, 그 중에서도 진실의 농도가 가장 짙은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하던 말을 멈추고 잠시 쉴 수밖에 없었다. 잔에 담긴 물을 모두 들이켰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물조차 은은한 쓴맛이 났다. 정원이 역시 반응이 없었다.
“사귀지 그랬냐. 좋은 기회 아니었어?”
“그러려고 했는데 자꾸 생각이 나서.”
그러자 정원이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새빨갰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이마가 새빨갰다. 방금까지 이마를 팔에 대고 있었기 때문이었겠지. 정원이는 눈이 조금 풀려있었다. 소주 세 잔만 마셔도 헤롱거리는 주제에 건방지게 레이디 킬러를 반잔이나 원 샷 하니까 그렇지. 자업자득이었다.
정원이가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나는 딱 반 호흡정도 늦게 말을 꺼냈다. 정원이가 무슨 말을 하든 끊을 수 있는 그런 타이밍이었고, 그런 질문이었다.
“무슨,”
“그런데 넌 왜 쫓아왔냐.”
대답이 없었다. 대답을 할 수 없는 형태의 질문이었다. 내가 지금 감추고 싶어 하는 말과도 같은 종류의 질문이었다. 정원이는 고개를 돌렸다. 켕기는 게 있는 눈치였다. 말하고 싶지 않아하는 눈치였다.
“서진이냐?”
“아니, 그게, 응.”
정원이가 나지막하게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정원이의 고개도 같이 내려갔다. 마치 내 한숨에 눌리기라도 한 냥. 정원이는 그런 압박에 대항이라도 하듯 억지로 고개를 치켜 올렸다. 그리고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빠르게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서진이는 잘못 없어. 내가 꼭 봐야겠다고 해서 알려준 거야. 마지막까지 안 알려주려고 했고, 절대로 끼어들지 않는다고 했어! 실제로도 안 끼어들었잖아. 그리고,”
“아니 누가 뭐래냐. 왜 그렇게 변명하는 것처럼 말해.”
“아니, 그래도.”
정원이가 시무룩하게 말했다. 사실 나 역시 정원이가 걱정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원이는 자신의 섣부른 판단으로 인해 나와 서진이의 관계가 망가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분명히 나는 방금 전 정원이의 입에서 긍정하는 말이 나오자마자 서진이에게 전화를 걸어 관계를 끊어내려고 했다. 그 정도로 나는 작금의 사태에 분노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참았다. 내가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걸어 서진이에게 끝이라고 말하는 순간 정원이가 괴로워할 것을 알았으니까. 그래서 겨우 참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 정원이가 풀이 죽은 얼굴로 드문드문 말을 이었다.
“미안, 해. 미안해. 그런 게 아니라. 아니야, 미안해, 강휘야. 내가 미안해.”
“뭔데. 갑자기 왜 그래?”
“너, 표정.”
정원이가 우물쭈물해하면서도 겨우 한 마디씩 말을 이어갔다.
“너 표정, 아니 눈빛이 너무 무서워서. 그, 빡쳤을 때 그 때 같은 눈빛이라.”
그 말을 듣자 기가 차서 헛웃음이 나왔다. 요즘 들어 내 표정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알게 되고 있었다. 하정원씨가 그랬고, 정원이가 그랬다. 모르는 건 나뿐이었던 모양이었다. 난처함이 신음소리가 되어 울렸다. 나는 최대한 가벼운 태도로 정원이가 걱정하지 않게 말했다.
“음, 그냥 이건 서진이가 선 넘은 거야. 너한테 알려주면 안 됐지. 적어도 너한테 알려줬으면 나한테도 알려줬어야지.”
“제발, 제발 강휘야. 제발.”
“니 잘못 아니라니까?”
“제발!”
최대한 가볍게 말했는데도 정원이가 불안한 듯이 내 손을 잡으며 그 손에 이마를 댔다. 그리고는 울음을 참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 때문에 친구 끊어내지 마. 제발, 제발. 부탁이야. 제발.”
나는 그런 정원이를 씁쓸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최대한 가볍게 전하려고 했는데도 정원이에겐 내 감정을 들키고 만 모양이었다. 정작 나는 참아냈는데도 정원이는 그것을 퍽이나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니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장난스럽게 정원이의 이마를 내 손에서 떼어내며 의식적으로 입 꼬리를 올렸다.
“너 말하는 거 듣고 그럼.”
그러자 정원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가 뜰 정도의 움직임이었다. 그 움직임에 비로소 마음속에서부터 웃음이 흘러 나왔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물을 수 있었다.
“왜 따라왔어?”
“구, 궁금해서.”
“겨우 호기심 때문에?”
정원이와 계약을 하던 그 때의 장면을 기억한다. 하정원씨에게 호감이 갈 때 가장 생각이 나던 그 순간을. 그리고 그것을 억지로 밀어낸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평소와 같은 말투로 정원이에게 물었다.
“나 분명히 너한테 미리 말하겠다고 했었지.”
“뭐, 뭐를.”
“내가 호감 가는 사람이 있다면 너한테 가장 먼저 알려주기로. 그래야 할 것 같다고 하면서.”
내 말을 듣자 정원이의 눈이 떨렸다. 그리고는 정원이는 고개를 숙이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응.”
“근데 뭐가 궁금했는데.”
“그냥 나는 니가 다른 여자랑 만나는 게 처음이니까, 어떤 반응일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대해야 할지 정하려고, 그래서.”
“음, 그래. 그건 그렇다고 치자.”
내가 말을 끊자 정원이는 혼이라도 난 듯 고개를 움츠렸다. 과민한 태도였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자 조금 의아했다. 정원이는 분명히 위축되어 있었다. 왜? 나는 곰곰이 그 이유를 생각해보다가 내 얼굴을 만졌다. 입 꼬리가 어느새 내려가 있었다. 난처했다. 나름대로 신경 쓰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정관리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굉장히 난처했다. 술을 마셔서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내가 말을 잇지 않자 정원이가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치만.”
정원이가 울먹거렸다. 내가 고개를 기울이자 정원이는 겨우 참아내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그치만 너 ……표정을 짓고 있었잖아.”
“내가 무슨 표정을 지었는데?”
“너 그 여자, 아니 하정원씨 보면서 편안하게 웃었잖아!”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이었다. 정원이가 무슨 생각으로 저 말을 꺼냈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화가 나거나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정말로 순수하게 나는 정원이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다. 정원이는 갑작스럽게 강하게 감정을 표출하고 있었다. 그래서 당황을 감추며 재차 질문했다.
“아니, 어, 그게 뭐?”
“너 여자한테 그런 표정 짓는 거 처음 봤단 말이야!”
“그래서 그게 뭐.”
“그게!”
그러자 정원이는 갑자기 놀란 표정을 짓고 말을 멈췄다. 그리고는 내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덕분에 표정조차 가려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정원이의 생각을 더욱 알 수 없었다.
나는 나대로 고민을 했다. 뭔가 간질간질한 게 떠오를 듯 떠오르지 않을 듯 그런 기분이었다. 특히 하정원씨와의 대화가 자꾸 머릿속에서 간질거렸다. 마치 그 곳에 증거가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결국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긁었다. 정원이를 바라보니 정원이 역시 대답할 수 있는 상태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정원이의 어깨를 짚자 정원이가 화들짝 놀라며 내 손을 쳐냈다. 그래놓고 내가 쳐낸 것처럼 제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미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난처한 마음에 나는 뒷목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하여간에. 하정원씨랑은 별 거 없었어. 다시 볼 것도 아니고.”
“……왜?”
“처음에 말했잖아. 너무 깊게 사귈 거 같았다고.”
“사귀면 되잖아.”
“내가 싫다고.”
정원이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내 눈을 마주했다. 정원이의 눈엔 온갖 감정이 서려있었다. 그만큼이나 혼란스러운 눈빛이었다. 그래서 나는 정원이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정원이가 고민하고 있는 만큼만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그러자 정원이가 짜증내며 손을 쳐냈다.
“아니 이런 식으로 머리 헝클어트리지 좀 말라고!”
순간적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평소와도 같은 분위기였다. 지금까지의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완화된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그런 흐름에 올라탔다. 가볍고 밝은 목소리로 장난치듯이 말한다.
“야. 나 모쏠이라 그래. 그냥 파토난거야. 뭘 신경 쓰고 그러냐. 가만히 기다리면 내가 다 말해준다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정원이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얼굴을 찡그리다가 이내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정원이 역시 가볍게 헛웃음을 지었다.
“에휴, 그래.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고 치자. 그 말이 바로 우리들의 협약이었다. 일종의 선을 그은 것이었다. 나도 더 이상 캐묻지 않겠다. 너도 더 이상은 캐묻지 마라. 평소의 우리와는 명백히 달랐다. 분명히 평소라면 끝까지 물어보고 민감한 부분까지 서로 내비쳤을 테지. 그리고 서로 이해하며 결국은 웃어 넘겼을 것이다. 그게 우리의 방식이었으니까.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우리는 너무 겁이 많았고, 무엇보다 오늘은 자신의 감정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웃어넘길 수 있을지도 파악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말을 흐렸다. 분위기를 흐렸다. 본심을 숨겼다. 네게 전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정원이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바에서 일어서자 정원이도 따라서 일어섰다. 우리는 서로 휘청거리다 서로 잡아주고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서로 기대며 택시 정류장으로 가서 정원이를 먼저 보내며 손을 흔들었다. 내일 보자. 그래 내일 보자. 그렇게 반갑게 손을 흔들다가 정원이를 태운 택시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손을 떨어트린다. 얼굴이 굳어가는 것을 느낀다. 다음 택시를 타서 유리창에 머리를 대고 한숨을 내쉰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을 얼버무렸다.
[작품후기]이번 화에 특히나 몇 번이나 고쳤는 지 모릅니다. 강휘가 얼굴을 굳히고, 빡쳐하고. 혹은 곤란해하며 한숨을 내쉬고. 정원이는 울고, 그러다가 신경질을 내고.
그럴 때마다 3부, 가볍, 제발, 아... 이러면서 고쳤습니다. 원하는 방향보다 애들이 더 심하게 감정을 표출하더라구요. 결국 결과는 오히려 좀 더 찝찝한 면이 생겼지만 말이죠.
이번 화는 유독 더 코멘트가 재미있었습니다. 왜 사귀지 않았냐고 혼내는 거다, 질투다, 여러가지 반응이 있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람이 꼭 하나의 이유만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고요. 게다가 자신이 왜 그러는 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구요. 이번처럼.
여우사과님 후원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 같이 힘내자구용.
십이사자님 잦은 후원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 매번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많은 힘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부족한 글 좋게 봐주시고 선작 추천 코멘트 남겨주시는 독자 여러분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