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제로콜라를 좋아하게 될 때까지-89화 (89/138)

88회

chapter3정원이와 바다를 보고 돌아와서 그 날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골아 떨어졌다. 장거리 운전이 처음이기도 했고, 전 날 밤을 샌 덕분에 생체 리듬이 무너진 것 역시 그렇게 되는데 한 몫 했다.

와중에 정하 선물은 확실히 챙겼다. 혹시라도 저번에 정하가 빡친 이유 중 하나가 정원이가 선물을 사가겠다고 해놓고 빈손으로 간 것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속초에서 유명한 닭 강정이라고 해서 사갔는데, 정원이의 평으론 장기간 들고 와서 그런지 별로 맛은 없었다고 했다.

월요일에 피로가 채 가시지 않아 피곤한 상태로 일을 했다. 다행인건 정원이가 퇴근 후에 약속이 하나 있다고 해서 오늘은 데려다 줄 필요가 없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평소라면 약속 장소까지 태워다주겠다고 하겠지만 오늘은 나 역시 빨리 자고 싶어서 잘 다녀오라고만 말했다. 야근조차 하지 않고 바로 퇴근을 해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씻고 침대에 누웠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깨게 된 건 휴대폰이 너무 시끄럽게 울어댄 탓이었다.

“으으, 뭐야.”

핸드폰을 들자 전화가 끊겼다. 확인해보니 한 놈에게서 부재 중 전화가 몇 통이나 와있었다. 이서진이었다. 시간을 보니 12시였다. 보통 이 시간이면 회사에서도 연락을 안 한다는 생각을 하며 이쪽에서 통화를 걸었다. 방금까지 전화를 걸어서인지 착신 음은 길지 않았다.

[어! 강휘냐!]

“그래, 나다 이 씹새끼야.”

[뭔 전화를 받자마자 쌍욕을 박고 그러냐. 으하하!]

“지금 시간이 몇 신데 계속 전화를 쳐 걸어대니까 그렇지.”

[아, 그런가? 으하하!]

휴대폰 너머에서 시끄러운 웃음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였지만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서진. 고등학교 때 친해진 녀석으로 녀석을 본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말을 하곤 했다. 시끄럽다. 경박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화를 내다보면 친해진다. 나 역시 그랬다. 반에서 자발적 아싸를 지향하던 나에게 서진이는 귀찮을 정도로 다가왔다. 서진이는 나를 귀찮게 굴며 짜증이란 짜증은 다 들으면서도 결국 나와 친해졌다. 나중에 친해지고 나서야 그게 서진이 나름대로 신경을 쓴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서진이의 특징 중 다른 하나는 짜증난다는 점이었다. 서진이는 시끄러운 데 더해서 사람을 놀리는 데에 굉장히 능수능란했다. 게다가 제일 짜증나는 점은 정말 화가 나서 뚜껑이 열리려고 하는 그 순간 정확히 선을 밟지 않고 물러선다는 점이었다. 하여튼 중요한 건 피곤할 때 별로 통화를 하고 싶은 친구는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피곤과 졸음에 쩔어서 말을 더 이상 잇지 않자 서진이가 말을 이었다.

[야, 그래도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뭐가.”

[자발적 아싸 찐따 한강휘가 여자 친구라니!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하아. 씨발.”

한숨과 함께 욕이 절로 나왔다. 바다에서 정원이가 내게 맞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며 귀여운 척을 했던 그 때 그 표정이 생각났다. 한 대 더 쥐어박을걸.

[뭐냐? 반응 보니까 진짜냐?]

“하아, 그래. 생겼다. 됐냐?”

[으하하하! 그럴 리가 있나. 내 눈으로 보기 전엔 절대 못 믿어!]

“좆까. 안 데려가. 안 만나. 안 믿어도 돼.”

[응, 이미 니 여친 빡쳐서 나한테 니 여친인 거 증명한다고 했어. 무조건 와야 돼.]

“하아.”

자다 깨서 말도 잘 안 통하는 녀석이랑 통화를 하려니 정말로 귀찮았다. 그냥 끊으려고 하는데 핸드폰 너머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지금 끊으면 너 핸드폰 킬 때마다 통화 건다!]

“아, 진짜 미친 싸이코 새끼.”

내가 아는 이서진이라면 그런 짓을 하고도 충분했다. 피곤이 배가 되어 몰려드는 기분이었다. 뇌가 자고 싶다며 빠르게 해답을 도출해냈다. 그래, 정원이가 잘못한 거니까 정원이랑 만나게 하자. 정원이가 알아서 해결할 것이고 서진이도 좀 놀리기야 하겠지만 호기심이 해결되면 지 혼자 알아서 식겠지.

“아, 그래. 됐다. 보자. 보자고.”

[오, 진짜지? 무르기 없기다? 언제가 편하냐?]

“너는 언제가 편한데.”

[나야 어차피 일도 안하는데 언제든 가능하지!]

“그럼 정원이랑 얘기 좀 해보고 카톡 줄게.”

[니 가상 여친 이름이 정원인가보다?]

입 끝까지 욕지거리가 올라왔다가 겨우 다시 내려갔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 하여간 용무 끝이지? 끊는다. 나 피곤해.”

[오키! 잘 자라!]

나는 대답도 하지 않고 통화종료를 눌렀다. 통화가 끊겼는데도 아직도 귓가에 시끄러운 소리가 왱왱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래서 통화하기가 싫었는데. 통화가 끝나고 나자 다 서진이가 원했던 대로 말려들어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진이와 어울리다보면 항상 이렇게 되곤 했다.

“아, 일단은 자자.”

생각을 이으려는 내 자신을 끊어내듯이 혼잣말을 하고 침대에 다시 누웠다. 방금까지 했던 대화 역시 피로가 되어 내 눈꺼풀을 무겁게 했다. 덕분에 바로 기절하듯 잠들 수 있었다.

***

다음 날이 되어 퇴근길에 정원이를 데려다주려고 출발하기 전에 차 안에 앉아서 사정을 설명했다.

“그래서 이번 주 주말에 시간 되냐고.”

“아, 물론 되지.”

“돼야지. 누구덕분인데.”

“아하하.”

정원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내 눈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다가 한 손으로 서진이에게 카톡을 두들기며 동시에 정원이에게 물었다.

[나 : 토, 일 언제든 ㅇㅋ]

“그래서 어젠 어디 갔었냐?”

“어제? 어, 아는 사람 만나러.”

“그래?”

정원이가 만날 사람이 있었나 생각하는 와중에 바로 서진이에게 답장이 와서 핸드폰을 바라봤다.

[서진 : 그럼 토욜 ㄱㄱ]

[나 : 어디서]

[서진 : 어디서 보쉴?]

[나 : 내가 먼저 물었다]

[서진 : 백수 특 어디든지 씹가능]

[나 : ㅗ]

“토요일에 보자는데 어디 원하는 데 있냐?”

“어? 어디든 상관없는데? 너 편한대로 해.”

생각해보니 정원이도 편한 장소가 낫겠다 싶어 물었더니 정원이 역시 나에게 결정권을 넘겼다. 하여간에 선택장애 녀석들 같으니라고. 차 끌기 편한 장소를 생각하다가 어차피 이 녀석들 만나서 조금 떠들다가 밥이나 먹고 헤어질 것 같아서 정말로 내가 편한 장소를 고르기로 했다.

“우리 집 근처에서 보자.”

“응, 상관없어.”

[나 : 우리 집 근처 ㄱ]

[서진 : 양아치임?]

[나 : ??]

[서진 : 장소 선정 ㄹㅇ...]

[나 : 꼬우면 보지 마.]

[서진 : ㄴㄴㄴㄴ ㅇㅋㅋㅋㅋ]

“하아.”

한숨이 나왔다. 서진이랑은 대화를 나눌수록 피곤해지는 느낌이 든다. 사이가 나쁜 건 아니었지만 나와는 태생적으로 잘 맞지 않는 친구였다. 내가 한숨을 내쉬자 정원이가 걱정된다는 듯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왜? 왜 한숨 쉬고 그래?”

“뭐? 아, 아니야. 얘가 좀 피곤한 녀석이라서.”

“어떻길래?”

서진이를 설명하려고 입을 열었는데 한 마디로 쉽게 정리가 되지 않았다. 시끄러운 녀석이든 짜증나는 녀석이든 말로 꺼낼 수야 있었지만 겨우 그 정도로 정리가 되는 친구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뭐라고 말하기가 애매했다. 결국 난감한 어조로 말했다.

“음, 그냥 당일에 만나봐. 그럼 너도 알게 될 거야.”

“뭐야 그 표정. 나까지 찜찜하게.”

“아니, 뭐라 설명이 힘들다. 그냥 백문이 불여일견이 딱 맞는 친구라서.”

“어우, 갑자기 후회되네.”

“이제야?”

나는 그 말을 듣고서 피식 웃고는 차를 출발했다. 이후 정원이가 서진이에 대해 뭐라도 말해달라고 해서 방금 생각났던 귀찮다, 시끄럽다, 짜증난다와 같은 말은 해주었지만 정원이도 쉽게 이해가 되는 표정은 아니었다. 나 역시 이번 주 주말은 하나도 기다려지지가 않았다.

***

우리 집 근처 카페에서 보기로 했기 때문에 역시 내가 가장 먼저 나온 상태였다. 오늘은 굳이 정원이를 데리러갈 필요도 없다는 점은 굉장히 편했다. 기다리고 있자니 정원이가 먼저 왔다. 약속시간이 되기 20분 전이었다.

“하이.”

“어, 왔냐.”

“응. 친구는 아직 안 왔나봐?”

“어. 아직.”

정원이가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에 와서 앉았다. 그리고는 피곤한지 머리를 기대고는 하품을 했다.

“흐아암. 야, 나 요새 너랑 본다고 자꾸 일찍 일어나는데 피곤해 죽겠다야.”

“이번 건 니가 자초한 일이잖냐.”

“그래도. 요새 야근 계속해서 피곤하단 말이야.”

“하아.”

딸랑

한숨을 내쉬는 와중에 카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멀리서 봐도 벌써부터 시끄럽다. 얼굴부터 시끄럽다. 서진이였다. 서진이는 이쪽을 바라보자바자 손을 흔들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입도 아직 안 열었는데 벌써 시끄럽다. 피곤하다.

“이야, 오랜만이다, 강휘야! 옆에 있는 분이 여친? 정원씨? 와, 강휘 상상 여친이 아니었네. 하긴 통화까지 했지만서도.”

“일단 앉고 나서 얘기해라.”

“아, 안녕하세요.”

서진이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었다. 요란스럽다는 말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녀석이었다. 정원이는 그런 서진이를 바라보며 어색하게 고개를 숙였다. 서진이가 자리에 앉자마자 정원이를 보더니 쉬지도 않고 입을 열었다.

“와, 인형처럼 예쁘신 분이네. 야 강휘야, 설마 너 범죄 저지르는 거 아니냐? 여고생 아니야?”

“누가 들으면 큰일 날 소릴. 얘 나랑 한 살 차이나. 그리고 잠시만 좀 닥쳐봐라. 서로 소개 좀 시키게.”

“아, 그래? 전 이서진이라고 합니다. 강휘랑은 고등학교 때 둘도 없는 절친이었습니다!”

“절친? 둘도 없는?”

내가 소개하기도 전에 서진이는 정원이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정원이는 소개를 들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정원이를 손으로 가리키며 소개를 했다.

“이쪽은 다정원. 내 여자 친구.”

“아, 이름이 다정원씨구나. 그런데 통화할 때는 되게 소리 지르고 그러시더니 지금은 조용하시네요! 으하하, 하긴 보자마자 소리 지르는 건 좀 이상하긴 하죠. 그런데 강휘 여자 친구 분 맞으시죠? 강휘 여자 친구 역할 하시는 분 아니고?”

“아니에욧!”

서진이가 의외로 예리한 곳을 찔러 나나 정원이나 조금 움찔했다. 정원이는 그것을 큰 소리를 내서 무마했고, 나는 침묵으로 대응했다. 다행히 서진이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서진이는 저가 할 말을 하느라고 바빴다.

“아, 소리 지르시니 확실하네. 통화하셨던 분 맞네요. 아, 그럼 그 때도 강휘랑 같이 계셨었구나? 데이트 중이셨나? 내가 방해했었구나. 그러니까 화를 내셨지. 어쩔 수 없네.”

“아니, 으. 맞아요.”

정원이가 난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간절한 SOS 요청이었다. 만난 지 오 분도 채 되지 않아서 정원이가 서진이에게 항복 선언을 한 셈이었다. 생각해보니 정원이도 나와는 다른 의미로 서진이와는 극 상성이었다. 내가 서진이를 귀찮아서 싫어한다면, 정원이는 서진이와 같이 떠들썩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걸어오는 녀석을 무서워했다. 속칭 인싸들과 대화를 하는 것을 굉장히 어려워했으며, 두려워했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서진이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서, 확인했으니 됐냐? 용무 끝이야?”

“야. 강휘야. 섭하게 왜 그러냐. 우리가 남이냐? 만나자마자 용무니 뭐니 그런 소리 하게. 그냥 니 얼굴 보러 온 김에 겸사겸사 온 거야. 이야, 그나저나 강휘 인생에 진짜로 여친도 생기고, 내가 준비한 게 좀 붕 뜨긴 했지만 어쩔 수 없지. 축하한다! 오늘은 축하주라도 마셔야지. 아 혹시 정원씨 술 못 마시거나 그러세요? 그럼 쩔 수 없고.”

“마실 수 있어요! 그, 많이는 못 마시지만.”

“각자 페이스 조절 하면 되죠! 으하하.”

“대낮부터 술 마시자고? 아서라, 일단 밥이나 먹자.”

“밥? 그래, 배고프네. 밥 먹자, 밥.”

대화를 나누다가 묘하게 걸리는 말을 다시 떠올린다. 준비한 게 좀 붕 떴다. 생각해보니 지난 주 서진이가 내게 전화한 이유를 듣지 못했었다는 것을 떠올랐다. 물론 서진이가 내 안부를 전하려고 전화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지만, 이상하게 방금 전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서진아. 준비한 게 붕 떴다는 게 무슨 소리냐?”

“어? 야. 나도 눈치가 있지. 그걸 지금 어떻게 말하냐, 니 여자 친구 분 앞에서.”

“뭔데?”

내가 떨떠름한 기색으로 묻자 서진이가 정원이의 눈치를 살살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정원이를 바라보며 미묘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리고는 미안한 듯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평소 서진이답지 않은 태도였다.

“정원씨한텐 일단 미리 미안하다고 해둘게요. 나 강휘 여자 친구 없는 줄 알고 아는 누나 소개시켜주려고 했거든. 아, 그러고 보니 큰일 났네. 그 누나한테 진짜 좋은 매물이라고 몇 번이나 장담했는데. 강휘만한 녀석을 어디서 구하지. 아, 신경 쓰지 마세요. 진짜 강휘 보낼 생각은 없어졌으니까. 강휘 여친 당연히 없는 줄 알았죠. 하아. 큰일이네.”

서진이가 난처한 듯 한숨을 내뱉었다. 나 역시 나도 모르게 정원이의 눈치를 살짝 봤다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뭐, 어쩔 수 없지. 사정이 이런 사정이라.”

“그렇지? 그래. 어쩔 수 없지. 에휴.”

“강휘야.”

갑자기 정원이가 내 팔을 톡톡 치더니 손을 흔들었다. 귓속말을 하게 고개를 숙여보라는 제스쳐였다. 고개를 숙이자 정원이가 서진이에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강휘야. 저 여자 한번 만나봐.”

“뭐, 임마?”

내가 당황해하며 정원이를 바라보자 정원이가 다시 손짓을 했다. 나는 떨떠름한 얼굴로 다시 귀를 정원이에게 향했다. 정원이가 말을 이었다.

“어떻게 보면 기회지. 솔직히 우리 이렇게 사귀는 척 하는데 니가 여자를 언제 만나보겠냐. 그냥 한 번 나가서 만나봐. 좋으면 사귀는 거고 아니면 말면 되지.”

“아니, 야. 어떻게 그러냐.”

“아무튼 간에!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찾아오겠어.”

나는 귀를 떼고 정원이를 바라봤다. 그리고 정원이와 눈을 마주쳤다. 정원이는 태연한 기색이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이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넌 정말 괜찮아?”

“됐으니까.”

내가 답을 못하고 얼굴을 찡그리고 있자 정원이는 서진이를 바라보고 말했다.

“강휘 빌려드릴게요!”

“에휴, 예?”

서진이가 한숨을 내쉬다가 정원이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랬다. 생각하지도 못한 말을 들었다는 얼굴이었다. 나 역시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원이가 나와 서진이를 한 번씩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니, 서진씨도 좀 난처한 것 같고. 그리고 어차피 강휘가 거절하면 되는 거니까. 그치 강휘야?”

“아니, 하아. 그래. 니가 원한다면.”

내가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서진이가 정원이와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다가 물었다. 서진이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답지 않게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괜찮냐?”

“모르겠는데.”

“괜찮아요. 일단 나갔다가 강휘 쪽에서 별로라고 했다고 하면 되는 거죠?”

“아니, 뭐. 그럼 저야 감사하죠. 어차피 그 누나랑 강휘랑 다시 만날 일도 없을 거고.”

“그럼 됐네. 강휘야, 친한 친구잖아. 그럼 도와줘야지.”

나는 정원이를 가만히 노려봤다. 정원이는 그런 나를 보고 씨익 웃었다.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이었다. 나는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긁고 나서 서진이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진이도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카페를 나서며 서진이가 정원이 몰래 내게 다가와서 조용하게 말을 걸었다.

“니 여친 혹시 엔티알 취향이냐?”

“지랄마라, 진짜. 뒤진다.”

“아니 근데 왜 저러신데? 보통 남친 딴 여자 못 만나게 하는 게 정상 아니냐?”

나 역시 얼굴을 찡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짜증이 깊은 곳 어디서부터 스물스물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하아, 나도 모르겠다. 왜 저러는지.”

“으하하, 역시 여친 생긴다고 다 좋은 게 아니구만. 아무튼 고맙다! 덕분에 난 살았다!”

서진이가 내 등을 때리며 웃었다. 나는 그런 서진이의 팔을 치우며 정원이를 바라봤다. 정원이는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정원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대체 정원이는 무엇을 원하고 이런 짓을 하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 한숨으로 흘러나왔다.

[작품후기]서진이는 금태양이 아니었습니다! 좀 시끄러운 돌풍이긴 하죠. 85화 후기와 관련해서 오해가 좀 있는 것 같아서 말씀드리면 제로콜라는 작가가 큰 사고를 당하지 않고서는 완결을 꼭 낼 생각입니다.

다만 ts식 완결이라는 소리를 했던 것은 외전으로 강휘ts를 내기엔 아직 가닥이 잡힌 게 없다는 그런 소리였습니다. 아마... 강휘가 정원이보단 인간 관계가 더 깊고 많았으니 더 많은 사람들과 감정이 교류되리라고는 생각합니다. 물론 강휘가 바뀐 몸을 보자마자 목을 매달지 않는다면요.

여우사과님 후원 감사드립니다! :) 닉네임이 이쁘시네요.

십이사자님 거듭된 후원, 많은 관심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증말루 감사드려용! ;)

삭제된 편수를 합치면 이 전에 달성되서 언급을 안 했었지만 어느새 코멘트도 천 개를 넘어섰네요... 항상 코멘트 하나하나 읽어 보면서 힘을 얻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부족한 부분이 많은 글 좋게 봐주시고 선작 추천 코멘트 남겨주시는 독자 여러분,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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