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제로콜라를 좋아하게 될 때까지-80화 (80/138)

79회

chapter3눈을 뜨고 나서 정신을 빨리 차리지 못한 것은 나의 탓이 아니다. 약간의 술기운과, 숙취로 인한 두통이 생각을 어지럽힌다. 하지만 가장 내 정신을 어지럽히는 것은 눈을 뜨자마자 정원이의 얼굴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전에 내가 정원이를 보며 좆이 서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던 적을 기억한다. 그 사실에 기대어 나는 정원이를 여자로 보지 않으며, 친구로서 대할 수 있다는 사실로 내 자신을 위안했다. 지금은? 아침이었다. 정원이가 없어도 생리적인 현상은 일어났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아침에 일어나는 건강한 생리현상뿐인가에 대해서는 재차 고민해볼 법한 문제였다.

내가 잠에서 깨고 나서 정원이를 빤히 바라보고만 있는 것도 그러한 판단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눈이 감겨있는 와중에도 속눈썹이 길어서 시선이 간다던가, 코가 귀여울 수도 있구나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던가, 립스틱도 안했는데도 빨간 입술에 자꾸 시선이 가서 눈을 돌리다가도 몰래 훔쳐보듯이 다시 바라본다던가, 입술에서 시선을 떼려다보면 백단같이 새하얀 목덜미에 시선을 뺏기고 만다던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마다 흐트러지는 뽀얀,

시발, 아니야. 안 봤어. 억울해. 절대로 안 봤어. 그런 변태 같은 자신에게 환멸이 들 때쯤에 입에서 한숨 반 탄식 반이 섞여 입 밖으로 내 자신을 탓하는 소리가 자연스레 튀어나왔다.

“돌겠군.”

입 밖으로 말을 꺼내자 그제야 주위 상황이 눈에 들어온다. 정원이에게서 눈을 뗄 수 있을 만큼은 정신이 돌아온 것이었다. 자꾸 빨간 입술이 눈에 아른거려서, 아니 시발. 정신 차리자. 허리를 세우자마자 상의를 탈의한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머리가 아프다. 어째서? 필사적으로 기억을 떠올린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게 집으로 업고 가던 거였는데, 곤란하다. 좀 더 어제의 기억을 떠올려보자.

‘아이고야, 집까지 못 가겠다!’

‘오앙엉앙엥.’

‘뭐?

‘으에, 겍! 욱.’

‘악! 시발! 야! 토하지 마! 야! 잠깐만 참아! 야!’

아, 그렇군. 정원이가 갑자기 토하려고 해서 아무데나 눈에 보이는 모텔에 들어온 모양이다. 주인도 하얗게 질려서 입을 틀어막고 있는 정원이의 상태를 보고 계산도 안하고 방을 내주었지만 결론적으로 아주 조금이지만 늦어버리고 말았다. 어, 아예 뒤집어쓴 건 아니고 화장실까지 와서 게워냈으니 주인한테 미안할 일은 없다. 뒤처리도 다 했고. 시발 갑자기 억울하네. 내 옷.

“으에어으엥. 에헤헤.”

원망을 담아 정원이를 노려봤다가 정원이가 가볍게 몸부림을 치며 어깨로 이불이 흘러내려 본전도 못 찾고 고개를 다시 돌렸다. 생각해보니 눈을 꽉 감고 누구도 듣지 못할 변명을 하면서 정원이의 옷을 벗기고 이불을 덮어줬던 기억이 났다. 그렇게 많이 묻지는 않아서 씻기진 않았다. 사실 많이 묻었어도 씻기는 건 무리였을 거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조심스럽게 다시 이불을 어깨까지 올려주고는 돌아서서 이마를 짚었다. 아, 뭐부터 확인해야하지? 혹시나 싶어서 바지와 팬티를 들춰봤는데 이상할 건 없었다. 기억에도 없고, 아니 기억에 없어서 더 불안하지만. 하아. 정원이가 일어나면 재차 확인해야겠다. 시발 아니겠지? 아닐 거야. 제발. 숙취요정이 머리에 있는 종을 시끄럽게 울린다. 돌겠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핸드폰을 오물을 잡듯이 엄지와 검지로 잡았다. 아, 확인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해야 한다. 확인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해야 한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아.”

한숨이 아니라 다섯 숨 정도는 되는 깊은 숨을 내뱉었다. 눈을 질끈 감았다가 각오를 다지고 눈을 뜬다. 핸드폰을 켜보려고 하자 배터리가 다 되어있었다. 갑자기 맥이 탁 풀린다.

“하하.”

헛웃음을 지었다가 불안감이 갑자기 목덜미를 스쳐 지나간다. 배터리가 없어? 왜? 모텔에 꼽혀 있는 충전기를 박고 핸드폰 전원을 킨다. 키자마자 불안감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숙취요정과 함께 손을 잡고 내 머릿속에서 폴카댄스를 춘다. 개 같은 거.

[부재 중 전화 18통]

“으아아으어으어으어어으어어어.”

베개를 들고 쪼그려 앉아, 얼굴을 파묻고 갈 곳 잃은 아우성을 낸다. 옆에서 사태파악도 못하고 푹 자고 있는 정원이 덕분에 큰 소리도 못 내고 작게 웅얼거리느라 아우성은 길어져만 간다. 대한민국 육군병장 만기전역 한강휘, 일어나게! 현실도피를 그만두고 부재중 전화내역을 확인해봤다. 다정하 두 건. 엄마 두 건. 누나가 열네 건. 아마 엄마가 두 통 해보고 나서, 누나 시켰나 보군.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쉰다.

“하아.”

그냥 다시 잘까? 세상 편하게 자고 있는 정원이가 원망스럽다. 나도 그냥 저렇게 퍼질러져서 다시 자고 싶다. 어제도 정원이 옆에서 잘 잤잖아. 오늘도 잘 수 있지 않을까? 가능이야 했다. 그런다고 사라질리 없는 현실의 문제가 남아있었지만. 아, 누나가 보낸 전화 마지막 한 건은 음성사서함에 저장된 메세지가 있구만. 음성을 최고로 낮춰서 켜봤다.

[강휘야. 너도 성인이니까 더 이상은 전화 안 할 건데. 혹시 안 끼고 하는 건 아니지? 결혼 전에 애 생기면 아빠랑 내가 네 팔다리 박살내서 사돈네에 머리만 보내기로 했어. 그런 줄 알아.]

사돈은 개 시발, 김칫국부터 시원하게 들이키기는. 누나의 어조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엄동설한보다 싸늘했다. 진심이라는 점이 더욱 두렵다. 가장 무서운 건 내가 정말로 했을지도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제발 정원아, 빨리 일어나서 아니라고 해주라, 제발. 그런 와중에도 잘 자고 있는 정원이를 깨우지 못하는 게 참으로 나다웠다.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아니 지금은 나쁜 의미만이 가득했다.

일단 자고 있는 정원이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움직여서 핸드폰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상의 탈의 상태에서 밖으로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숨을 내쉬고 일단은 정하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봤다. 현재 시각은 11시. 정하도 잠에서 깼을만한 시간이다. 잠시 수신음이 울리다가 정하가 전화를 받았다.

[어, 오빠. 좋은 아침.]

“하아, 좋은? 아니, 그래. 좋은 아침.”

[그래, 언니 울었어?]

“왜 우는데.”

[아니 사람마다 아플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천차만별이거든. 보통 처음엔 좀 아프니까. 어젯밤에 한 거 아니야?]

“아니야!”

소리를 질렀더니 머리가 아프다. 관자놀이를 쎄게 누르니 아주 조금 고통이 가라앉았다. 나는 조금 작아진 목소리로 재차 대답했다.

“아니야.”

[엥? 목소리가 왜 그래? 진짜로 했어?]

정하가 내 꺼져 가는 목소리를 듣자 정말로 놀란 듯이 되물었다. 나는 어느새 변명을 하는 투로 중얼거렸다.

“아니, 하아. 아니라고는 생각하는데. 술 쳐 마시고 기억이 좀 애매해서. 정원이는 아직 안 일어났는데.”

[야! 한강휘! 술 쳐 마시고 했냐! 진짜로 미친 거 아니야?]

정하가 바로 성을 낸다.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였다. 정원이에 대한 걱정과 나에 대한 한심함이 섞여 대노를 이끌어낸 듯한 고함이었다. 정하는 한참이나 미쳤냐고 나를 다그치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한숨을 내쉬고 물었다.

[진짜 했어?]

“아니 진짜 모르겠어.”

[끼고 했어?]

“그것도 모르겠어.”

[혹시라도 만에 하나 애 생기면 어쩌게.]

머리가 아프다. 최악의 사태를 가정하라. 그래. 해야겠지. 각오를 세우자.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다가 무겁게 입을 뗀다.

“책임 져야지.”

[응, 녹화완료.]

“으아아아아악! 미친년아! 진짜로 미친년아!”

발작과 함께 비명이 튀어나왔다. 입이 열리고 제 멋대로 횡설수설 진심이 섞인 아무 말 대잔치를 하기 시작한다.

“아니 씨발! 애가 생겼으면 책임져야지 그럼 지우라 그러고 개무시 까냐? 그건 인간도 아니잖아! 완전 쓰레기새끼 이하잖아, 씨발!”

[아니, 누가 뭐래? 오호호!]

정하가 정말 즐거운 듯이 한참을 쪼갰다. 놀림거리를 제대로 잡은 것 같은 목소리였다. 돌아버리겠다. 아니, 물론 그럴 생각이긴 했지만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 정원이랑 아니, 아, 애가 생겼으면 어쩔 수 없는 건 맞는데, 아니, 아! 그럴 생각이 아니라고!

패닉상태에 빠져 나도 내가 뭔 소리를 했는지 모를 소리를 내뱉다가 전화기가 꺼졌다. 충전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전화가 끊기자 나도 마치 전원이 꺼진 듯이 변기에 주저앉았다. 아, 씹창, 돌겠네. 전화기를 다시 충전하려고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왔다.

화장실에서 나오자 정원이가 일어나있었다. 화장실이라고는 해도 그렇게 발작을 해댔으니 일어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정원이는 멍한 얼굴로 침대에 앉아 이불을 꼭 안고 불안한 듯이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나를 발견하고 한 손을 이리저리 저으며 반겼다.

“좋은 아침?”

“어, 어어. 좋은 아침.”

정원이는 손을 흔들다가 흐를 뻔한 이불을 다시 꼭 쥐어서 올리고는 자기 몸에 돌돌 말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는 고개를 돌려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 됐어. 어.”

“그래?”

정원이를 바라보자 정원이가 고개를 도리도리 젓더니 곧 손바닥으로 자기 뺨을 툭툭 치고 있었다. 그리고는 조금 정신이 돌아온 눈빛으로 의문을 표했다.

“설명 좀.”

“그래.”

나는 정원이에게 내가 알고 있는 부분까지 설명을 했다. 어제 술 마시다 너도 나도 꼴았다. 우리 집에서 재우려고 업어서 데려오다가 네가 갑자기 토하려고 해서 모텔에 들어왔다. 일단은 화장실에 토했는데 그러다가 내 옷이랑 네 옷에 좀 묻었다. 그래서 너도 위에는 벗고 있는 거고 나도 위에는 벗고 있는 거다. 브래지어는 못 벗겼다. 라고 하자마자 정원이가 빽 소리를 질렀지만 모른 척하며 계속 말을 이었다.

미안하지만 나도 차마 너 씻기진 못했다. 이후 기억은 나도 없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나는 일단 바지를 벗고 있진 않았다. 혹시 모르니까 어디 아픈 곳은 없느냐까지 말을 하자 정원이가 고개를 푹 숙이고 달아오른 얼굴로 이를 꽉 물고는 욕설을 내뱉었다.

“미쳤냐?”

“아니, 제발. 나도 진지해.”

그러자 정원이는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서 주섬주섬거렸다. 무슨 짓을 했는지는 보지도 않았으며,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다시 이불 밖으로 머리가 쏙 나왔다. 그리고는 사무적으로 냉담하게 그리고 딱딱하게 말했다.

“일단 아픈 데 없고 팬티랑 팬티스타킹 안 벗겨져있어. 찢어진 데도 없고. 이물감도 없어. 나도 해본 적도 없고 기억도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은 안 한 거 같아.”

“하아.”

그제야 다리 힘이 풀려서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동안 정적이 돌았다. 정원이도 홀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으며, 나 역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미적지근한 공기가 흐른다.

나는 천천히 일어서서 배치된 소파에 앉았다. 생각을 차례차례 수납한다. 순서 짓는다. 논리 구조에 맞게 재배열한다. 정원이도 나와 같으리라. 한참의 시간이 지났다. 먼저 정리가 끝난 것은, 아니 먼저 입을 연 것은 나였다.

“오해하지 말고 들어.”

“응.”

“일단 나 절대로 이 상황에 대해서 도망가려고 하거나 가볍게 여기거나 하지 않았어.”

“응.”

“그리고 나 지금 우리의 관계가 좋아.”

정원이가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흔들리지 않는 침착한 눈이었다. 침착한 것이 이상한 그런 눈이었다. 그 눈을 바라보면서 정하와 나누던 말이 내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다. 말해야 할 것 같아.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입이 떨어졌다.

“그래도 만약에 내가 너랑 했고, 혹시라도 애가 생겼으면……, 책임질 생각이었어.”

정원이를 바라본다. 정원이도 나를 바라본다. 서로가 서로의 의중을 오해하지 않기 위해 서로를 탐색한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말을, 의미를, 표정을,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해석한다. 정원이가 입을 열었다.

“너 나 좋아해?”

그 말을 듣고 고민한다. 정원이가 한 의미는 넓은 의미의 좋아함이 아니었다. 이성과 이성이 서로를 탐닉하고자 하는 그런 관계. 너를 갈구하고 계속 끌어안아도 갈증이 나는 그런 관계. 나 자신에게 묻는다. 정원이를 어떻게 대하고 싶은가. 모르겠다. 이 자리에서 정할 정도로 가벼운 질문이 아니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있었다. 확실한 감정은 있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친구로써는.”

“그런데도 책임지려고 했어?”

“어.”

고개를 끄덕인다. 정원이는 그런 나를 빤히 바라봤다. 표정조차 방해된다는 듯이 얼굴을 굳히고 나를 바라보는데 집중한다. 그러다 갑자기 분위기가 깨져나간다. 정원이가 고개를 돌리더니 가볍게 실소했다.

“풉. 야. 됐다 됐어.”

“뭐가?”

내가 의아해하자 정원이가 이불을 두른 채로 침대에서 일어난다. 그리고는 빽하고 소리를 질렀다. 화가 난 기색은 아니었다.

“고개 돌려! 씻으러 갈 거야.”

“어? 어.”

내가 고개를 돌리자 스르륵하고 천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 어제 차림 그대로라면 상의 없이 브래지어만 차고 있는 채로 치마는 채 벗지 않은 상태일 것이다. 실수로라도 바라보지 않도록 고개를 돌린 채로 눈을 감았다.

그러자 천천히 인기척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공기가, 온도가, 그리고 작지만 귀를 기울이면 들리는 발소리가 천천히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사락, 사락, 사락, 사락.

마침내 내 바로 뒤까지 다가온 정원이가 귓가에 조용히 속삭인다.

“고마워.”

“뭐?”

“나도 지금 우리 관계가 좋아.”

“……그래?”

“응.”

그리고는 딱 한 순간. 나비가 날개 짓을 하기 위해 날개를 펼치는 겨우 그 정도의 정적이 맴돌고 나자, 다시 조심스러운 그리고 그 외에 감정이 조금 섞인,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부터는 우리 둘 다 조금만 더 조심하자?”

“어? 어.”

그리고는 인기척이 다시 멀어진다. 천천히 멀어지다가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그 순간 나도 자세가 무너지고 말았다. 긴장을 이렇게나 했나? 소파에 어중간하게 누운 채로 그런 생각을 한다. 정작 뭘 한 것도 아닌데 치사하게 현자타임만 찾아온 기분이었다. 물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현실감이 다시 찾아온다. 긴장이 옥죄고 있던 한숨이 흘러나온다.

“흐어어어.”

방금 뭐야? 굳이 다가와서 할 필요 있었어? 마른세수를 하며 자신을 진정시킨다. 방금 전에 귓가에 느껴지던 온기, 소리, 감정 그 무엇 하나 한없이 가벼우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았다. 마른세수로도 정신이 들지 않아 당장 해야 할 것에 집중한다. 이윽고 전화기를 들어 호텔 로비에 연락을 했다.

“예. 혹시 옷 좀 두어 벌 사다 주실 수 있나요? 예. 프리사이즈로. 하나는 여성용, 하나는 남성용으로요. 돈은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예? 아. 어제 좀. 네, 네. 아, 예. 감사합니다. 예? 언제 가져다 드리냐고요? 아, 일단 바로 가져다주시고 혹시나 모르니 벨 한 번만 눌러주세요. 예? 아니요? 뭐요? 아니, 괜찮습니다! 지금 당장! 예, 예!”

전화기를 내려놓고 벌게진 얼굴을 다시 마른세수를 하며 진정시켰다. 아니 시발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나중에 가져다 드리냐고? 아니, 시발!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았다. 생각도, 감정도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아, 모르겠다. 진짜로.

그러고 보니 정원이도 샤워가 길었다. 평소보다도 더욱 길었다. 그 순간, 네 표정을 보지 못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너도 그 때 얼굴이 나처럼 빨개져있었을까. 내가 뒤돌았으면 모든 것이 보였을 그 상황에서 너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모든 것이 의문이었으나 평소와는 다르게 쉽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아, 정원이가 샤워를 하고 나오면 무슨 얼굴을 하고 말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누구라도 좋으니 정답을 알려줬으면 한다. 갈 곳 잃은 한숨만이 방을 가득 채워가고 있었다.

[작품후기]아무 일도... 없었다!

어, 예. 그렇습니다. 참고로 3부는 전번에도 말했지만 달달한 초콜릿이 모토입니다. 달달하게, 그리고 무게감은 있게, 하지만 너무 무겁진 않게, 딱 입에 넣으면 녹을 정도로, 그 정도의 가벼움으로.

오늘도 부족한 부분이 많은 글 좋게 봐주시고 선작 추천 코멘트 남겨주시는 소중한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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