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회
chapter3눈이 너무 이르게 떠졌다.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든 것도 아니었는데 자연스럽게, 게다가 다시 잠을 잘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마치 휴가 날 아침처럼, 잔뜩 벼르던 해외여행을 가는 새벽처럼 기상한다. 자연스럽게 허리를 세우고 핸드폰을 들었다. 여섯시. 이른 시간이었다.
준비하던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 인사과장님은 제발 조기출근 좀 하지 말라며 언질을 주셨다. 그래서 이번 주는 평일에도 여섯시 반에 일어나는 것을 생각해보면 과하게 일찍 일어난 셈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자 옅게 남은 잠을 깨우는 시린 공기가 인사를 했다.
일찍 일어난 것치곤 해가 꽤 올라와 있었다. 늦여름이 가을과 마주하고 있는 시기였지만 아직 태양은 일찍 출근을 하고 늦게 퇴근을 하는 때였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아직 출근 중인 햇빛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이른 시간임을 짐작하게 했다. 아직 고층 건물에 겨우 걸린 태양을 바라보고 있자니 하품이 나왔다. 눈물이 찔끔 나와 눈을 비비자, 아침에 일어나서 눈도 비비지 않았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만큼 깔끔한 기상이었다.
내가 눈이 일찍 떠졌다고 하여 지금 당장 정원이를 만나러 갔다간 정원이나 정하나 아직 꿈나라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터였다. 부엌에서 뭘 먹기도 조금 애매했다. 아직 가족들도 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다시 잘 생각은 들지 않으니 참 난감할 따름이었다.
오늘은 정원이와 약속을 따로 잡은 날이었다. 항상 나의 주말은 반쯤은 정원이의 것이었고, 정원이의 주말 역시 그러했으나 우리는 월요일 날 짧은 술자리를 보내며 퍽이나 아쉬워했다. 굳이 주말 약속을 추가로 잡은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굉장히 오늘을 기다렸으니까. 마치 수학여행 날 일찍 눈을 떠버린 어린아이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 부끄러웠다.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기도 싫어서 샤워를 했다. 찬 물로 샤워하기엔 새벽이 조금 시리다. 나이 때문은 절대 아니고. 그런 말을 하는 나쁜 정원이는 새벽에 찬물로 샤워를 시켜야한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충분히 느긋하게 하고 나왔는데 아직도 여섯시 반밖에 되지 않았다. 이제야 평일 기상시간이 된 셈이었다. 여유가 있어도 너무 있었다.
결국 배가 너무 고파서 산책도 할 겸 집을 나섰다. 아침거리를 찾으려고 해도 마땅한 것이 없었다. 결국 편의점 근처에서 샌드위치 하나와 커피 한 잔을 사서 길가를 걸으며 대충 끼니를 때웠다. 그리고는 정신을 차리니 차안에 있었다. 별 수 없군. 이미 태양도 출근을 마친 상태였고 이 정도면 가는 시간을 고려해보면 합당한 시간이리라고 생각했다. 아마 정원이도 정하도 이해해줄 것이다. 출발하자.
***
“그래서 이렇게 흐아암, 일찍 왔다고오?”
“아니, 너도 이해할 수 있지 않냐. 그러니까 아침에 너무 일찍 눈이 떠졌다니까.”
정원이가 피곤에 찌든 눈으로 나를 한심하게 바라봤다. 사실 들어오기 전에 여덟시가 찍혀있는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며 민폐가 아닐까 생각하고 차에 있을까 하다가 종을 눌러본 건데 괜한 짓을 한 모양이었다.
“음, 그냥 차에 좀 가있을까?”
“하아암. 이제 와서 뭘. 됐다. 너도 이리 와서 한숨 더 자아.”
“뭐?”
정원이가 내 손을 끌고 자기 침대로 나를 데려간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아침에 굉장히 약한 편이었다. 아마 정하가 아니었으면 지각을 해도 몇 번이나 했을 거였다. 아마 지금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를 것이다. 나는 당황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정원이를 설득시키려고 했다.
“야, 너 지금 니가 무슨 짓 하는 지 모르나본데.”
“정하 깬다?”
“윽.”
정하가 이 시간에 깼다간 경을 칠 것이다. 나는 목소리를 낮춰 정원이의 귓가에 속삭이듯이 말했다.
“야, 너 지금.”
“흐아암, 시끄럽고.”
정원이가 내 목을 감싸서 무게를 실어 나를 무너트린다. 나와 함께 나란히 침대에 눕자 이제야 맘에 든다는 듯이 기분 좋게 웃으며 내가 방금 했던 것처럼 귓가에 속삭였다.
“자자?”
그리고는 바로 눈을 감고 잠에 든다. 남겨진 나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끙끙거릴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목에 감긴 팔부터 풀자. 그러려고 팔을 조심히 건드렸더니 오히려 더 세게 조이며 정원이가 불편한 기색을 낸다.
“으음.”
가깝다. 너무 가깝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잠옷도 꽤 얇아. 이 년이 진짜로 돌았나. 아, 괜히 정원이의 목이 새하얗게 보여서 눈을 질끈 감았다. 그게 패착이었다.
눈을 감았더니 화한 프레지아 향기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무슨 향수를 쓰냐고 물어봤을 때 별 말을 안 해서 알려주기 싫은 건 줄 알았더니 정원이에게서 나는 향기였나 보다. 향수를 쓰지도 않는데 무슨 향수를 쓰냐고 하니까 답을 할 수가 없었던 거였겠지. 눈을 뜨면 새하얀 목덜미가 아른거리고 눈을 감으면 새하얀 프레지아 향기가 난다. 어느 쪽도 새하얗다.
빠져나가려고 몸을 뒤척이는 건 포기했다. 방금 전에도 조금 움직였더니 오히려 더 몸을 붙이려하기에 겨우 막아낸 참이었다. 괜한 몸부림은 포기하도록 하자.
아……. 일 더하기 일은 이. 이 더하기 이는 사. 사 더하기 사는 팔. 팔 더하기 팔은 십육. 십육 더하기 십육은 삼십이. 삼십이 더하기 삼십이는 육십사. 육십사 더하기 육십사는 백이십팔. 백이십팔 더하기 백이십팔은 이백오십육. 이백오십육 더하기,
숫자를 아무리 세도 진정이 되지가 않았다. 분명히 안심되는 그런 향기이긴 했다. 정작 나는 그런 향기를 맡으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지만. 아니 이렇게 계속 냄새를 얘기하는 게 내가 특정 향기에 페티쉬가 있다든가 그런 건 아니고. 아니, 시발 나는 누구한테 말하고 있는 거야.
이래저래 생각조차 고양이가 가지고 논 실타래 마냥 엉켜서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차라리 자자. 생각을 그만두자. 제발 부탁이니 잠이라도 잘 수 있게 해주십시오. 제발. 프레지아 향이 계속 코를 찌르고 있었다.
***
“인간은 적응할 수 있는 동물이야.”
“그래서.”
“솔직히 니가 그랬어. 난 안 그랬어.”
“그래서.”
“전적으로 니 탓이야.”
“씨발.”
용케 잤다. 내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어느 순간 잡생각이 사라지더니 평온한 느낌이 들고 어느새 편안히 잘 수 있었다. 정원이에게서 나는 향기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너의 체온에, 향기에 기대어 눈을 붙이고 있자니 그제야 내가 오늘 들떠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이렇게 단순한 사람이었나.
찰칵 소리에 소스라치며 놀라며 일어났더니 정하가 우리가 자고 있는 꼴을 찍고 있었다. 내가 화들짝 놀래며 몸을 비틀자 정원이도 뒤늦게 일어나서 사태를 파악했다. 그리고는 나를 무릎 꿇렸다. 나는 억울함을 항변하는 중이었다.
정원이도 어렴풋이 기억이 남은 건지 차마 나를 때리거나 탓하진 않았다. 단지 제 나름대로 원망스런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고, 나는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정원이에게 퍽이나 약했다. 결국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내 잘못이다. 됐냐?”
“나쁜 놈.”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태도가 마음에 정말로 안 드는데, 정하 폰 뺏으면 용서해줄게.”
“그게 됐으면 내가 너한테 미안하다고 하겠냐?”
그러자 정원이가 갑작스럽게 몸을 비틀며 발작을 했다. 조금 우스웠다.
“으으어아으아으어아으어으아응! 여동생한테 실시간으로 흑역사를 기록당하고 있는 내 기분 좀 공감해줄래?”
“그것 참, 공감이 퍽이나 되는군요. 저도 그 대상이라.”
“씨발!”
결국 정원이가 화를 못 참고 무릎을 꿇고 있던 나를 걷어찼다가 뒤로 넘어졌다. 뒤에 침대가 있어서 다행이지. 나는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게 누가 병신같이 굴랬나. 정하는 그 모습을 보며 입을 가리고 웃고 있었다. 누군가의 즐거운 아침을 위해 이 한 몸 희생했다고 생각하자. 그게 그나마 최선이었다.
정원이는 넘어진 참에 일어나지 않고 엎드려서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기괴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저게 정원이의 정신위생을 위해 필요하다면 그냥 내버려두도록 하자. 얼씨구. 발도 버둥거리네.
“끄아아아아아아아앙! 강휘 넌 암 것도 몰라! 정하 저게 자꾸 엄마, 아빠한테 내 소식 보낸다고 저런 사진 보낸단 말이야!”
“뭣이여?”
내가 정하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정하가 입에 대고 있던 손을 내리고 뻔뻔한 얼굴로 고개만 까딱인다.
“뭐, 어쩌라고.”
“하, 나, 씨발.”
정하는 요새 우리가 싸울 때마다 마음을 졸였고, 그 결과 우리에게서 심리적으로 절대적인 우위에 서있었다. 개길 수 없는 학생부 선생님에게 혼나는 느낌이었다. 정원이에게 눈짓했다. 어떻게 좀 해봐. 마침 정원이도 나에게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어떻게 좀 해봐. 하아, 쓸모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야, 제발. 그 사진은 너무 쪽팔려.”
“그럼 아빠한텐 안 보낼게.”
“누구한테 보내겠다고? 또라이냐?”
“어허. 또라이?”
“아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신 다정하님 제발.”
정하는 의자를 끌고 와서 앉았다. 그리고는 다리를 꼬고 한쪽 팔을 무릎에 걸쳐 턱을 괴고는 사악하게 미소 지었다.
“엄마한테도 일단은 안 보낼게.”
“일단? 에휴. 시발 됐다. 그래.”
옆에서 따갑게 시선이 꽂힌다. 정원이가 나를 애타게 바라보고 있었다. 제발이란 말을 시각화 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나라고 방법이 있을 리가 없었다. 나중에 사진이나 보내달라고 해야지. 어떤 모습인지 나도 좀 궁금하니까.
“겁쟁이.”
“너는?”
“에휴.” “에휴.”
나와 정원이는 서로를 마주 보다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정하, 그 이름도 고고한 여왕이여라. 정원이가 씻으러 들어간 동안 핸드폰을 확인해봤더니 11시였다. 온 후로 3시간은 더 잤군. 덕분에 피로가 좀 풀리는 느낌이 든다. 냉장고를 열어 확인해봤지만 별 게 없었다. 왜 맨날 별 게 없는지 알 수가 없다.
“니넨 장도 안 보냐?”
“보통 주말에 보니까 오빠가 오는 주말엔 웬만하면 없지?”
“아, 그러냐.”
결국 나가서 장을 봐야 한다는 소리였지만 이제 와서 장을 보고 다시 요리를 만들기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근처에 중국집 없냐?”
“어, 있긴 한데.”
“안 땡겨?”
“별로? 상관없어.”
“야 정원아, 짜장면 시킨다!”
“어!”
정원이가 들릴 정도로 큰 소리를 내자 화장실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대답을 듣고 자장면 세 개에 탕수육 작은 걸 하나 시켰다. 곧 정원이가 씻고 나와서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면서 물었다. 시선을 조금 돌렸다.
“탕수육 시켰지?”
“물론이지.”
“아 엄마 최고.”
“엄마라고 하지 믈르그.”
정원이는 낄낄거리며 화장대에 앉아서 드라이기를 가지고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위잉하는 시끄러운 바람소리가 한참 길게 이어진다. 단발이라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도 한참 전이지, 생각보다 머리를 말리는 데 오래 걸리곤 했다. 정원이 본인도 귀찮아하지만 대충 할 때마다 정하의 사나운 눈초리를 받으면 자연스럽게 고쳐지기 마련이다. 정원이가 머리를 말리며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
“야, 오늘 밥 먹고 뭐할 거야?”
“레이드 뛰고 술 마시겠지.”
“아, 그거 좋다. 정하야 너도 술 마실래?”
“난 패스. 둘이 술 마실 때 끼기 싫어.”
“왜?”
정하가 질린 목소리로 손을 흔들기에 어이가 없어져서 물어봤더니 정하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둘이 술 마시면 얼마나 둘만의 세계로 빠지는지 모르지?”
“뭐?”
“언니는 오빠한테 앵기지, 오빠는 그거 다 받아주면서 언니 술 마실라 그러면 철벽마크하지, 그러면서 둘이서 눈은 무진장 맞추고 있어요. 꿀 떨어지겠어. 아주 그냥.”
“야! 다정하!”
“하아, 정하야, 니가 무슨 오해가 있나본데.”
“됐고, 둘이 가서 마셔. 피시방도 난 별로 가기 싫으니까.”
“아오, 저 기지배 진짜.”
정원이가 이를 갈며 정하를 노려봤지만 정하는 본 체도 하지 않았다. 나 역시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져서 이마를 짚었지만 결국 정하에겐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딱히 정하가 삐진 것은 아니었다. 정말 있는 그대로 사실만을 말하는 듯한 태도라 뭐라고 하기가 애매한 것이었다.
결국 자장면을 먹으면서 정원이와 정하가 가볍게 말다툼을 하는 것을 구경하다 집을 나섰다. 바깥으로 나오자 정원이는 입술을 쭉 내밀고는 투덜거렸다.
“저 기지배 하여간에 요새 자꾸 이상한 말만 하고.”
“자주 저러냐?”
“너 있을 땐 안 그러디?”
“그랬지.”
“그럼 너 없을 땐 안 그럴 거 같냐?”
“하아. 그래. 고생이 많다.”
“진짜 고생이 많아. 아까도 말했지만 저 기지배 너랑 나랑 찍은 사진을 자꾸 엄마, 아빠한테 보내는데. 아 맞다. 강휘야.”
정원이가 뭔가가 떠올랐다는 듯이 가볍게 손뼉을 치고 내 눈을 피하며 말한다. 태도가 굉장히 의심스럽다.
“아빠가 너 한 번 보재.”
“……무슨 말이냐?”
정원이가 끝까지 내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변명을 하는 태도로 중얼거린다. 눈쌀이 찌푸려진다.
“아니, 거, 뭐시냐. 너랑 나랑 술 떡 돼서 온 날에 그 뭐시냐, 나, 오다가 잤을 때 있잖아.”
어렴풋이 기억이 날랑 말랑했다. 아, 머피의 법칙. 정원이에게 온갖 불행이 겹친 그 날을 말하는 것 같다.
“아, 그 날?”
“그 날.”
그 날이라. 그 날이라고 명칭 할 날들이 너무도 많았으나 정원이고 나고 찰떡같이 알아챘다. 아마 다른 날을 그 날이라고 불렀다고 해도 그 역시 알아채리라. 생각해보니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원이는 말하는 동안 점점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 날 니가 나 침대에 내려놓는 거 정하가 찍어서 아빠한테 보냈거든.”
“근데.”
“그게 좀, 어, 니가 고개 숙이는 게 절묘하게 찍혀서.”
“아나, 씨발! 다정하!”
그 장면이 잘못 찍혔다면 나올 사진이야 뻔했다. 내가 정원이 침대에 눕혀놓고 애 자는 사이에 입술박치기라도 한 것 같이 쳐나왔을 것 아니야! 내가 흥분해서 뒤로 돌자 정원이가 내 손목을 잡으며 급하게 말했다.
“어차피 이미 늦었고! 다음번에 아빠 만나면 나도 같이 해명해 줄 테니까!”
“아니 씨발. 니가 해명하면 뭐 달라지냐?”
머릿속에 장면이 그려진다. 씬 넘버 칠십이. 다정원의 아버지가 한강휘를 노려보고 있다. 한강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다정원이 그런 아버지와 한강휘 사이에 서서 그 날 있었던 이야기를 전달하나 모든 것이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결국 다정원의 아버지는 참지 못하고 한강휘의 멱살을 잡는다. 이노옴,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 이런 시발. 내가 정원이를 질질 끌면서도 돌아가려 하자 정원이가 빽 소리를 질렀다.
“집에 돌아가면 정하한테 뭐라 그럴라고!”
“뭐?”
그 말을 듣자마자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서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뭐라 그러지? 어, 음, 뭐라 그러지? 정원이가 그런 나를 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떽떽거렸다.
“야. 니가 생각해도 할 말 없지?”
“아니, 하아.”
“그냥 레이드 뛰고 술이나 한 잔 하자.”
“아니, 아니, 하아.”
한숨밖에 내쉬지 못하는 나를 연민에 찬 눈으로 바라보며 정원이가 내 등을 툭툭 쳐줬다. 공감이 서린 위로였으며 한숨을 절로 부르는 위로였다. 나도 정원이도 아마 정하는 평생 이기지 못할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작품후기]오래 기다리셨습니다! 3부 시작입니다! 공지는 공지사항에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글 외에 다른 게 있는 게 좀 그래용.
알파센타우리님 후원 감사드립니다! ;) ㄱㅇㄹㅎㅎㅇㅌ!
부족한 점이 많은 글 좋게 봐주시고 선작 추천 코멘트 남겨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 신넘버 수정했습니다. 딱히 별 다른 의미는 업섯서요... 재송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