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제로콜라를 좋아하게 될 때까지-32화 (32/138)

32회

chapter1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정하와 통화를 하고, 정원이와 통화를 하는 상상을 하는 것은 그런 꿈을 꾸는 것은 내가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고. 미련은 점점 덩치를 키워 나를 짓눌렀다. 그 압박감은 내 날짜 감각 역시 마비시켜가고 있었다.

확실한 건 첫날 성규에게 전화가 온 이후 다음 날엔 정하에게서 전화가 왔다는 것이었다. 나는 일부러 그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를 받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방금 상상했던 것처럼 정원이와 생각보다 무난하게 화해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건 나와 정원이간의 문제였다. 나는 이 문제에 타인이 끼어들길 원하지 않았다.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고 위안 받고 싶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흡연이라고 생각한다. 비흡연자이기에 오히려 흡연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그런 생각을 하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보기에 흡연자들은 흡연을 하는 동안엔 몽롱하게 숨을 내쉬며 안정감을 얻고 있었다. 나 역시 니코틴에게라도 기대고 싶은 심정이었다.

며칠이 지났는 진 모르겠으나 마침내 다정원에게서도 전화가 왔다. 오늘, 아니면 어제. 혹은 내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전화를 보는 순간 전기라도 통한 듯이 움직일 수 없었다. 정원이이 나에게 먼저 전화할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고민하고 주저했다. 그러다 전화기를 들고 한참을 만지작거렸다. 일단 이 전화를 받자. 전화를 받고 생각하자.

“……어.”

한참을 기다리다가 말문을 열었지만 전화는 이미 끊겨있었다. 정원이가 내가 전화를 받은 것을 알까? 통화기록을 보자 미착신 기록으로 남겨져 있었다. 정원이의 입장에선 내가 전화를 끝끝내 받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겠구나. 그날 울면서 돌아간 정원이의 뒷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내가 다시 통화를 걸어야한다. 걸어야한다. 하지만 나는 전화를 걸 수 없었다. 그날 울면서 돌아간 정원이의 뒷모습이 내게 무슨 말을 할지 너무 두려웠다. 차라리 이대로 관계를 끊는다면 더 이상 상처받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전화를 기다렸다. 내가 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전화를 기다리기만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전화는 오지 않았다. 마지막 기회를 놓친 거구나. 그제서야 깨달았다. 정원이가 마지막으로 힘들게 내민 손을 나는 잡지 못한 것이었다. 행운의 여신은 준비를 마친 이에게만 손을 내민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지금 당장 정원이를 만나더라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나는 그 손을 잡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그 날 이후로 몇 번이나 정원이에게선 전화가 왔다. 내 머릿속에서는 그랬다. 어느 날은 정하에게서 전화가 왔으며, 어느 날은 정원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그 풍경에서 몇 번이고 그들을 만나며 사과를 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치겠는 건 어느 날은 내 사과를 받아주고, 어느 날은 내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나는 점점 지쳐갔다.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그러고도 며칠이 지난 후였다. 아, 나는 꺼진 전화기를 붙들고 통화를 받았다는 생각을 한 것이었구나. 그제서야 인식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꺼진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장면을 누나에게 들키지 않은 것이었다. 만일 누나가 그 풍경을 봤다면 나를 당장 정신병원으로 끌고 갔을 것이었다. 나 역시 그랬을 테니까.

정원이네 부모님과 했던 약속이 일주일 쯤 남았을 때 머릿속에서 울리던 진동소리도 멈췄다. 나는 드디어 정원이가 포기했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내가 포기했다고 생각했다. 떫고 쓰라린 맛이 혀를 맴돌았다. 그러나 나는 그 맛을 느끼며 마음 한 편으로 안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녕 내가 포기한다고 한들 정원이는 나를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전화기가 꺼진 후 또 며칠이 지나서였다.

띵동

거실에 나가서 인터폰을 바라보니 현관에 정원이가 서있었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정원이는 엷게 화장을 하고 머리에 귀여운 머리띠를 끼고 아이보리색 원피스를 입고 서있었다.

현관 카메라는 주시하지 않고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린 정원이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인터폰을 받아 놓고 한참을 기다렸다. 그 동안 정원이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정적이 맴돌았다. 그러다 정원이가 입을 열려고 하자 나도 모르게 통화를 끊어버리고 말았다.

정원이가 저런 옷을 입고 여자애들이 할 법한 머리띠를 끼고 왔다는 것을 나는 납득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다가 그 이후에 울리는 소리에서 도망쳤다. 공포영화를 처음 본 어린아이처럼 도망쳤다. 나는 내 방에 들어가 천천히 주저앉았다. 정원이가 저런 옷을 왜 입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게 모두 내가 한 일이라고 생각하니 정원이를 만날 자신이 없었다.

정원이가 현관에서 얼마나 서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아버지나 어머니에게서 별 말이 없었던 것을 생각해보아 현관에서 내가 무시한 이후에 돌아갔으려니 생각했다. 정원이는 그 날 이후로 매일 우리 집 현관 벨을 울리고 내가 무시하고 있노라면 조용히 돌아갔다. 아니 조용히 돌아갔으리라 생각했다. 어느 날 누나가 말해주기 전까진 그렇게 생각했다.

“걔 너 찾아왔던데.”

“뭐?”

“저번에 사진에서 봤던 애. 현관에 서있더라.”

“그게 무슨…….”

내가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하자 누나는 잠시 나를 노려보다가 내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아! 왜 때려!”

“내가 분명히 니가 먼저 찾아가라고 했지!”

나는 누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할 말이 없었기도 했지만, 입을 열어봐야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나는 그런 나를 노려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나 오늘도 한숨은 마르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나가보지 그러니.”

“……아직 준비가 안 됐어.”

“저렇게 준비하고 나온 애를 니가 준비가 안 됐다고 그냥 보내?”

누나는 나를 한심한 눈으로 바라봤다. 누나가 저런 눈으로 바라본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지? 그래, 고등학교 때 자아탐색을 한답시고 돈도 없이 말 한마디 없이 집을 나갔다가 돌아왔을 때가 마지막이었었다. 누나는 나지막하게 하지만 내 마음에 대못을 박았다.

“겁쟁이. 못난이. 찌질이.”

나는 누나의 눈을 피했다. 누나의 말대로였다. 나는 겁쟁이에 못난이에 찌질이였다. 그 말이 모두 맞았다. 하지만 나는 그 와중에도 더욱 못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누나의 눈을 피해 방구석을 향해 말을 뱉어냈다.

“누나가 좀 데려다줘.”

“뭐?”

“역까지라도 좀 데려다줘. 늦은 시간이잖아.”

“니가 해.”

누나는 단호했다. 원래 내가 해야 할 행동이라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었다. 누나는 역시 정론으로 나를 몰아넣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시답잖은 핑계를 방패로 내세워 그 속에 웅크렸다.

“누나는 경찰이잖아. 이 시간에 여자애 혼자 돌아가게 할 거야?”

누나는 나를 째려봤다. 그리고는 내 어깨를 세게 내려치고 나갔다.

“아프잖아.”

나는 어깨가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누나가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내쉬고 간 한숨이 내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사실 그것보다 정원이가 아이보리색 드레스를 입고 현관에 서있던 그 모습이 머리에 아른거려서, 그 모습이 기억나서 머리를 필사적으로 흔들고 있었다.

***

오늘 아침도 의미 없이 컴퓨터를 켜서 취업 공고를 확인해보니 어느덧 7월 1일이었다. 정원이네 부모님과 약속한 시간이었다. 그렇구나, 난 또 하나의 약속을 어기고 책임을 벗어던진 거로구나. 나는 취업공고를 꺼버렸다. 책임감이 어깨에서 날개를 달고 어디론가 여행을 떠났지만 내 어깨는 전혀 가볍지 않았다.

“그런가, 오늘이구나.”

나는 중얼거렸다. 정원이가 내려가는 날이 오늘이구나. 나는 방을 나서서 샤워를 했다. 몸을 씻어내며 마음도 같이 정리한다.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것은 오늘로 마지막이다. 정원이가 없는 여름이 시작 되는구나.

다시 마음을 다잡고 행정고시를 준비하자. 왠지 모든 게 잘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씻고 나와서 입고 있던 잠옷을 세탁기에 던져놓고 평소에 입던 옷으로 갈아입었다.

밖으로 나갈까 하다가 지금 밖으로 나가면 정원이네 집으로 가버릴까봐 그만뒀다. 네가 가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볼 자신이 없었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해놓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무책임한 나를 네 부모님들께 보이기가 부끄러웠다.

그러니까 내일부터 다시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자. 모든 것을 잊고 새롭게 시작하자. 오늘만 쉬고. 오늘만은 마지막으로 쉬고 내일부터 다시 시작하자. 나는 기껏 열심히 씻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방금 샤워를 하면서 마음을 다잡아놓고 다시 눕는 꼬라지하고는. 나는 그렇게 무의식의 파도에 몸을 뉘였다.

***

정원이랑 처음 싸웠던 게 언제더라. 그것도 참 오래된 일이었다. 고등학교 때였나. 아직 서로 얼굴도 모르던 때구나. 같이 던파를 하다가 별 것도 아닌 논쟁이 벌어진 거였는데. 뭐가 맞다 아니다 뭐가 맞다하다가 말싸움이 나서 결국 서로 감정싸움이 됐었지. 그 때는 어려서 친구삭제나 눌러놓고 한참을 씩씩거리고 있었던가? 뭐 때문에 화해했었지? 그래, 게임을 같이 하는 애가 걔뿐이었구나. 그래서 너무 심심해서 게임 접을까 하다가 그냥 이게 뭐 별 거냐 싶어서 먼저 귓말을 걸고 사과를 했었지.

웃긴 건 그 녀석도 차단도 안 걸고 내가 귓말을 보내자마자  냉큼 사과를 받아줬다. 받아줬다기보다 지가 틀린 걸 어디서 찾아왔는지 미안하다며 낄낄거렸지. 하여간에 성질 더러운 새끼 같으니라고. 지가 안 틀렸으면 절대 사과 따위 하지 않았겠다. 아, 그 땐 몰랐는데 그 새끼 그거 지가 틀린 줄 알면서도 사과 기다린 거였잖아? 아주 나쁜 새끼네 이거.

옛날 기억이 나서 조금 웃으며 잠기운을 즐긴다. 망막에 맺히지 않은 기억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래, 먼저 사과해도 되는 거였구나. 너나 나나 그랬었구나. 나는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는다. 이유야 뭐든 상관없는 거였어. 싸운 이유가 뭐가 그리 중요할까. 하지만 나는 이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후회를 마음속에 쌓아둔다.

꿈에서 깨야겠지. 앞으로는 그러지 말자 뒤늦은 다짐을 하며 눈을 뜬다. 그러자 망막에 상이 맺힌다. 내가 자고 있는 동안 누나가 옆에 있었던 걸까. 아직 잠에서 덜 깨 뿌연 시야를 눈을 비벼 상을 맞춘다. 그러자 그곳엔 정원이가 앉아서 머리를 까딱거리며 졸고 있었다.

뭐지?

나는 몸을 천천히 일으켜서 눈을 비비고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 눈을 찡그리며 선명해진 정원이를 바라본다. 정원이가 맞았다. 아무리 다시 바라봐도 정원이가 맞았다. 정원이는 며칠 전에 인터폰에서 봤던 차림을 하고 있었다. 화장 역시 그때처럼 엷게 되어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시간이 멈춘 듯 했다. 그러다 갑자기 이성이 찾아오자 당황이 몰려들었다. 얘가 왜 여기 있지?

“뭐시여, 시발.”

“으응?”

당황해서 말이 헛 나왔다. 그랬더니 정원이가 그 소리에 졸음이 달아났는지 눈을 서서히 뜬다. 그리고는 눈을 비비고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 모습을 숨을 죽이고 고양이 앞에 선 쥐처럼 긴장하고 있다가 멍청한 목소리로 물었다.

“자, 잘 잤냐.”

“어, 으으응?”

정원이는 아직도 몽롱한지 손으로 입을 가리고 하품을 쩍하더니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무슨 대단한 운동을 하기 전에 준비하는 것 같았다. 차라리 저렇게 몸을 풀고 한 대 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노라니 정원이는 그렇게 한참이나 움직이다가 의자 옆에 섰다.

“앉아도 되지?”

“어, 어.”

정원이는 의자를 거꾸로 앉아서 의자에 턱을 괴었다. 그리고 입술을 주욱 내밀고 말했다.

“핸드폰은 왜 꺼놨어?”

“몰랐어.”

“전화 수신음 갔었는데.”

“……그 땐 자고 있었지.”

“거짓말.”

정원이는 빈정 상한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너 구라치는 거 다~ 보인다, 진짜.”

그러더니 의자를 휙휙 돌리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보나마나 받을지 말지 고민 뒤져라 하다가 끊겼겠지 뭐.”

“고민할 거면 끝까지 전화기라도 켜두지 좀.”

“하여간에 고집만 더럽게 세 가지곤.”

나는 이 순간에도 이게 내가 자다가 꾸고 있는 꿈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정원이는 한참을 그렇게 어린아이처럼 의자를 돌리다가 어느 순간 멈춰서 머리를 짚고 있었다.

“아, 어지럽다. 뭔 평형감각도 이렇게 모자란다냐.”

“그러냐?”

“그렇고말고. 모자란 거 투성이지. 오히려 뭐 하나 모자라지 않은 게 없을 정도다.”

의외로 평범하게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아마도 꿈이 맞는 것 같았다. 그럼 그렇지. 아마 정원이가 정말로 찾아왔다면 나한테 화부터 냈을 것이다. 마지막에 끝이라고 먼저 말한 것도 정원이였고, 그만큼 화가 났으니 그런 말을 했겠지. 나는 정원이가 가고 나서도 꿈조차 이런 꿈을 꾼다는 사실이 웃겨서 실실 웃으며 말했다.

“진짜 나도 집착이 심하구만.”

“그걸 이제 알았냐?”

“그래.”

꿈이니까 솔직해 질 수 있다. 그래 생각 속에서야 몇 번이고 사과를 하고 후회를 하지 않았는가, 내 방에 정원이가 들어온 꿈이야 처음이었지만 그간 정원이를 만난 적은 한두번이 아니었다. 오히려 몇 번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미안해.”

정원이는 겨우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치켜 올렸다. 그리고는 잠시 천장을 바라봤다. 입을 열었을 때는 어느 정도 물기가 서려있는 목소리였다.

“그걸 왜 니가 말해.”

“내가 잘못 했으니까.”

“아니야.”

정원이는 의자에서 일어서서 천천히 나한테 다가왔다. 그리고는 침대에 걸터앉았다가 나를 바라본다. 그러더니 뭐가 불만인지 다시 침대에 제대로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렇게 지근거리가 되자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니가 잘못한 게 아니야.”

“뭐?”

정원이가 지근거리에 다가오자 묘한 향기가 났다. 향수일까? 꽤나 생생한 프레지아 향이었다. 여성용 향수라도 사용한 걸까. 너에게 참 잘 어울리는 향기다. 아니 사실 그 얼굴이라면 무슨 향수를 써도 그럭저럭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꿈속에서도 향이 날 수 있구나하고 생각하다가 불현듯이 뭔가가 떠올랐다. 꿈속에서 냄새가 나? 나는 내 뺨을 때렸다

“뭐, 뭐해! 이 미친놈아!”

정원이가 놀래서 내 팔을 잡았다. 온기가 느껴졌다.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네가 잡은 팔에서 느껴지는 온기도, 너에게서 나는 프레지아 향도, 네가 가까이 와서 느껴지는 너의 숨결도 모두 꿈이라기엔 너무 생경했다. 나는 간질이 걸린 환자마냥 몸을 부들대며 정원이를 가리켰다.

“너, 너, 진짜 다정원이야?”

그러자 정원이는 내 팔을 놓고 내 이마를 손으로 대며 말했다.

“이상하다, 이 새끼 열은 없는데, 왜 이리 미친놈처럼 굴지?”

나는 그 온기를 느끼며 깨달았다. 꿈이 아니라 진짜로 일어난 현실이라는 걸. 그리고 그것을 자각한 순간 순식간에 온몸에 있는 열이 얼굴에 몰리는 기분이 들었다.

“아닌가? 열이 있나?”

정원이의 묘하게 태평한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고 있었다.

[작품후기]이제야 조금 라노벨스러운 뭔가가 됐네요. 강휘가 안 가면 다정원이 오게 하라. 둘 중 하나는 어떤 면에선 더 어른스럽겠죠 뭐.

추가로 으으응?은 아니? 와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잠이 덜 깬 정원이의 사투리입니다. 분위기 안 깨려고 쪽팔리다는 마음을 숨기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슬슬 생각해놨던 'episode1' 의 대단원이 되갑니다. 앞으로 두 화? 세 화? 정도면 끝나겠네요.

십이사자님 후원 감사드립니다. :) 그리고 선작 추천 코멘트 남겨주시는 독자분들 역시 항상 감사드립니다.

+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시간' 개념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첫문단을 좀 수정했습니다. 시간 개념은 다소 애매하게 흐르게 한 것이 맞으나 제 서술이 부족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추가 서술을 했습니다. 지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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