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제로콜라를 좋아하게 될 때까지-23화 (23/138)

23회

chapter1정원이네 부모님들이 돌아가시자 온 몸을 짓누르던 긴장감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것을 바로 알아챈 건 아니었다. 나와 정원이는 부모님이 던지고 간 폭탄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고, 정하는 말리지도 않고 이 상황을 혼자서 즐기고 있었다. 내가 정신을 차릴 때 쯤 되자 정원이도 진정을 했다. 사실 정원이가 진정을 해서 내가 정신을 차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봐야 정원이네 부모님들이 남기고 간 폭탄은 하나 더 있었다. 결혼이라는 이름의 폭탄이 너무 눈앞에서 크게 터져서 정신을 못 차렸을 뿐이었지 오히려 더 위급한 건 동반취업이라는 이름의 폭탄이었다. 정원이도 그 사실을 인지한 것인지 1분 전까지만 해도 나를 계속 때리며 소리를 빽빽 질러댔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안색을 싹 굳히고는 내게 물었다.

“야 근데 어쩌자고 동반 취업 같은 개소리를 꺼냈냐?”

“……모르겠는데. 그 땐 나도 머리에 피가 쏠려서 그만.”

“너도 참 보기보다 감정적이란 말이지.”

“보기엔 어떻게 보이길래?”

“노코멘트.”

정원이는 내 눈을 피하며 고개를 돌렸다. 평소에 대체 내가 어떻게 보이길래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여러 방면으로 한참을 파고들면서 캐내고 싶었지만 일단은 묻어두기로 했다. 코앞에 닥친 문제부터 해결해야했다. 다른 것을 신경 쓰기엔 닥친 문제가 너무도 컸다. 나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 정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나 회사에 두 자리 남진 않겠지?”

“남아도 내가 어떻게 둘을 뽑겠어. 내가 그럴 자리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건 그렇지.”

정하가 나를 한심하게 바라봤다. 나도 큰 기대를 하고 물어본 것은 아니었다. 그냥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물어봤던 것이었다. 정원이는 그런 나를 바라보다가 툭 던지듯이 말했다.

“확실한 방법은 없는 거지?”

“그렇지?”

“그럼 그냥 나 본가로 돌아갈까?”

“뭔 소리야 그게?”

생각지도 못한 헛소리를 꺼내서 나는 놀란 눈으로 정원이를 바라봤다. 지금까지 이런 촌극을 한 것도 모두 정원이가 본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했기에 한 행동들이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저런 말을 하는 것에 대해 순간적으로 어이가 없어졌다. 정원이는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너, 지금 하고 있는 거 뭐야.”

“뭔 소리야?”

“지금 준비하고 있는 거 뭐냐고.”

“아, 공무원 준비하고 있었지.”

“……그게 그렇게 쉽게 포기해도 되는 거야?”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공무원 시험을 2년 동안 준비하고 있었다. 행정고시라는 것이 재수 정도로 합격하면 충분히 빠르게 합격하는 것이었으니 조급함이 들진 않았다. 하지만 정원이와 입사를 하기로 한다면 내 젊은 날의 시간을 2년이나 소모한 게 되는 것이었다. 정원이는 나에게 그 시간들을 정말로 포기해도 되냐고 물어보고 있었다. 정원이는 음울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니가 내 남자친구 행세를 해주는 건 그래, 그럴 수 있어. 그건 오히려 나한테 고마운 거지. 그런데 나랑 같이 직장을 잡는다면? 그럼 너 지금까지 준비했던 거 다 백지로 돌아가는 거잖아. 그건 척이라는 말로 끝날 게 아니잖아.”

말문이 막혔다. 아까 감정적으로 내뱉은 말은 이렇게나 무거운 말이었다. 이성이 제자리를 찾으며 묻는다. 네 2년은 무엇을 위해 사용한 시간이었냐고. 나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당연히 정원이의 말에도 답할 수 없었다.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아무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 정원이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는 니가 소모한 2년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여기에 있어야 할지를 모르겠다. 니가 이렇게 까지 나오니까 내가 떼를 너무 심하게 쓰고 있었나 생각이 드네. 결국 방법이 이것뿐이라면 차라리 돌아가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하고.”

정원이는 그리고는 창문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원이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일 수도 있었다. 아니면 본가로 돌아가고 난 후에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이미 본가에 돌아간 이후의 행보에 생각이 닿고 있을 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때 정하가 박수를 쳤다.

“그래. 이런 일을 지금 이 순간에 다 정할 순 없지. 강휘 오빠도 오늘은 돌아가. 돌아가서 좀 더 고민해봐. 그러고 답을 찾으면 와서 얘기해.”

“뭐?”

“한 달이 구인구직만 하기에도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강휘 오빠 사정도 생각해봐야지. 쉽게 선택할 문제는 아니잖아? 생각 끝나고 그래도 하겠다면 그 때부터 열심히 자리 구해보자고. 이럼 됐지, 언니?”

“……그래, 그렇게 하자, 그럼.”

정원이는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정하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억지로 내보냈다. 정원이는 끝까지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나는 그저 정하에게 떠밀려서 나와서는 멍청하게 서 있다가 기계처럼 지하철을 탔다.

흔들리는 지하철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단순한 정의감에서? 정원이를 보내지 않으려고? 취업도 못하는 미생으로 평가 받는 게 싫어서? 그냥 감정에 휩쓸려서? 아니면 영문도 모를 자신감에 차서? 그냥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니면 분위기에 맞춰서? 정원이네 부모님들을 안심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는 어떨까?

지하철과 함께 내 생각도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집으로 도착할 지하철과는 다르게 내 생각에 목적지는 없었다. 그저 흔들리며 정처 없이 떠내려가고 있을 뿐이었다.

***

“다녀왔습니다.”

“어, 수고했다.”

오늘은 웬 일인지 아버지가 계셨다.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돌아오신 것 같았다. 아버지는 가끔 일찍 들어올 때 항상 그랬듯이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나는 냉장고를 열어 우유를 꺼내서 마셨다. 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내게 지나가듯이 물었다.

“요새 공부는 잘 돼 가냐?”

“네. 뭐 그렇죠.”

나 역시 평소처럼 대답했다. 대답을 한 후에야 인식이 뒤따라왔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느냐. 척수반사처럼 나간 대답이 나에게 다시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네, 뭐 그렇죠. 나는 굳은 채로 마시던 우유 컵을 내려놓았다. 오늘 일이 역재생 되어 머릿속을 휘저었다.

네, 뭐 그렇죠,

사정도 생각해봐야지,

니가 소모한 2년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지금까지 준비했던 거 희생,

쉽게 포기해도 되는 거야,

본가로 돌아갈까,

한 달 줄 텡게 함 해 바라,

제게 기회를 주기 싫으시다면 정원이에게라도 한 번 더 기회를 주십시오,

의심이 가신다면 제가 정원이와 같은 직장을 들어가겠습니다,

‘정원이를 제가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한다고, 지키지 못하신다고 의심이 가시면 제가 정원이와 같은 직장을 들어가겠습니다. 정원이가 괜찮아질 때 까지 계속 옆에서 지지대가 되겠습니다.’

그 말을 내뱉을 때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 장면만이 고장 난 시계태엽처럼 반복된다. 끼긱끼기긱하는 이상한 소리가 귓가에 이명처럼 들려온다. 이 소리는 뭐지? 내 자의식의 발로인가, 그도 아니면 내가 이미지하고 있는 괴로움인가. 나는 그 소리에 귀 기울인다. 나는 그 소리로부터 멀어지려고 애쓴다. 귀를 막는다.

“강휘야?”

어느새 아버지가 눈앞에 있었다. 아버지는 내 어깨를 잡고 있었다. 아버지는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우유를 담고 있던 컵이 쓰러져 있었다. 탁자에 우유가 흐르고 있었다.

“괜찮아?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

“아니, 어. 괜찮아요.”

“피곤하면 쉬지 그러냐?”

“아니, 음…….”

나는 아버지께 말을 꺼내려고 했다. 요즘 공부가 잘 안 된다고 거짓말을 해도 됐다.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로 했다고 말을 꺼내도 됐다. 그냥 몸이 안 좋은 것 같다고 둘러대도 됐다. 내가 무슨 말을 꺼내더라도 아버지는 들어줄 것이다. 각기의 반응은 어찌 되었건 들어주고 최대한 조언을 해주려고 할 것이다.

아버지와의 관계는 썩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내가 아직 어떻게 할 지 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목구멍 이상을 나오지 못하고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결국 두루마리 휴지를 말아서 우유를 닦아내고는 휴지를 휴지통에 버렸다. 그리고는 컵을 대충 씻어놓으며 말했다.

“예, 조금 피곤한 것 같아요. 방에서 좀 쉴게요.”

“그래라.”

방으로 들어오는 동안 아버지가 나를 바라보는 것이 등으로 느껴졌다. 그것도 포함해서 한숨이 흘러 나왔다. 오늘 벌써 몇 번을 등을 돌렸는가. 이게 모두 각오가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내 태도를 확실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방에 들어와서 의자에 앉았다. 침대에 눕고 싶지 않았다. 오늘 모든 것을 정하려고 하였다.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해야 했다. 나 자신을 납득시키지 않고 남을 설득하는 방법따위 나는 몰랐다. 생각해보면 많이 쓸려오기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 자신의 주인이다. 나의 자아는 내가 정하는 것이다. 중학교때, 고등학교때, 군생활을 하며, 군대에서 전역하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항상 중이병에 걸린 듯이 자아에 대해 고뇌하며 내린 결론이 아닌가. 그렇기에 내가 이렇게 바보같이 머저리 같이 대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를 하는지 까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지금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할 순 있을 것이었다. 더 정리를 하기 쉽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보자. 그러려면 역시 가장 처음 생각해야 할 것은 그 장면부터였다.

‘정원이를 제가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한다고, 지키지 못하신다고 의심이 가시면 제가 정원이와 같은 직장을 들어가겠습니다. 정원이가 괜찮아질 때 까지 계속 옆에서 지지대가 되겠습니다.’

나는 페르소나를 얼굴에 덮고 거짓된 역할로 그 상황에 알맞는 대답을 했다. 그 때 내 기분은 생각은 감정은 어떠했는가. 같잖은 정의감으로 했던 말은 아니었다. 정원이를 보내지 않으려고 한 말은 맞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취업도 못하는 미생으로 취급받는 것은 이미 익숙했다. 물론 익숙하다고 해서 화가 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오히려 대답을 하는 데 있어 영향을 미친 건 굉장히 적은 정도였다. 감정에야 당연히 휩쓸렸지만 그 감정에만 의존하여 입을 열고 뱉어댄 것은 아니었다. 물론 이성적으로 계산한 결과도 아니었지만. 자신감 따위는 없었고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겨우 분위기에 맞추려고 이렇게까지 말할 리가 없지 않는가. 정원이네 부모님을 안심시키는 것은 부차적인 이유였다.

시험에 지쳐 그런 말을 했나 생각해봤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지치기에 2년은 충분하지만 지쳐 쓰러지기에는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다. 평균적으로 데이터를 들어 생각해도 그랬다. 생각한 이유 중에 가장 가까운 것은 정원이를 보내지 않고 싶었다는 점, 그리고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던 정원이네 아버님께 자존심이 조금 상했다는 점, 무엇보다 내가 그러고 싶었다는 점이었다. 그래, 나는 그 순간 그러고 싶었다. 진심으로 정원이를 보내고 싶지 않았으며, 진심으로 무시 받고 싶지 않았고, 진심으로 내가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내가 그 순간 느낀 감정은 역설적이게도 진실 된 것이었으나 뱉고 난 뒤에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에서 나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정원이를 보내지 않기 위해, 내가 무시 받지 않기 위해,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 풀어낸 실타래는 이미 너무도 꼬여있었다. 그래서 풀려고 했던 것이 오히려 더욱 엉망이 되어 버렸다.

나는 그 한 마디를 책임지기 위해 내가 지금까지 준비하던 고시를 모두 내려놓아야 했다. 심지어 고시를 내려놓는다고 무조건 해결 될 일도 아니었다. 취업이 쉬웠다면 전국에 있는 고시생들은 재수를 하고 나서 무조건 취업을 하러 갔을 것이며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이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확실한 방법은 없는 거지?’

‘그렇지?’

‘그럼 그냥 나 본가로 돌아갈까?’

문득 정원이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정원이는 나에게 책임을 지지 말라고 한 것이었다. 자신이 고향에 내려가면 모든 것이 해결 될 것이 아니냐고 하였다. 내게 너무 큰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이리라.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정원이가 그것을 진심으로 바라고 말한 것이 아니니까. 그냥 자신이 내게 부담을 준다는 사실이 부담됐으니까 그런 소리를 한 것이다.

그것은 코끼리를 만지는 장님과도 같은 행위였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지 않는 이유가 단지 부탁할 사람에게 너무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니, 그건 사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행위였다. 나는 그 사실이 굉장히 아니꼬웠다. 그래, 정확히 말하자면 난 작금의 사태가 굉장히 아니꼬웠다.

일종의 어린아이와도 같은 아집이 내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 안 되는 것에 이유가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안 되는 건 단순히 안 되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이었다. 나는 이 생각이 과연 현실에 눈을 돌리기 위한 회피성 답변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자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답변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꼭 모든 일이 거창한 목적을 가지고 거창한 이유를 들이밀며 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목적을 고민하기보다 문제에 대해 고민하기로 하였다. 좀 더 협소하게 좀 더 눈앞에 있는 것에만 신경을 쓰기로 한 것 이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취업을 해야 했다. 취업에만 집중하더라도 해결될지 안 될지도 몰랐다. 그래, 목적과 과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문제 그 자체와 결과였다. 결과? 결과를 생각하니 또 하나의 폭탄이 내 안에서 터져나갔다.

'니 강휘라 켄나? 잘 들었다. 솔직히 잘 믿진 몬 하겠지마는 정원이 얼굴보라 카니까 어쩔 수 없네? 근데 니 했던 말은 지켜야 되겠제? 정원이 아빠가 한 달 준다 켔으니께 한 달이데이. 한 달 안에 정원이랑 니랑 같은 회사로 들어가믄 서울에 내비두고, 니네 결혼 하는 것도 인정해줄게. 힘내래이~.'

결혼. 결혼. 지금까지 내 머리 속을 덮고 있던 안개가 갑자기 흩어지고 눈앞에 결혼이라는 두 글자가 벽이 되어 가시화된다. 나는 그 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침대에 누워 배게를 세게 두들겼다. 그리고 배게에 얼굴을 박고 소리쳤다.

“으아아아아아!!!”

생각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결혼? 결혼? 부끄러움이 파도가 되어 몰려온다. 그래, 내가 불러일으킨 파장은 마냥 내 직업만을 정하는 문제만은 아니었다. 아니, 단순히 남자친구 역할이나 하다가 적당히 떨어져나갈 생각이었는데! 손도 한 번 못 잡아본 애랑 혼담이라니! 그게 하필이면 내 친구 정원이라니!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 나는 한참이나 얼굴을 파묻고 소리를 질렀다. 마치 중학교 때 어린 마음에 애들 앞에서 고백했다가 까여버린 기억이 오버랩되어 나를 덮쳐왔다. 그 아련한 선풍기바람소리, 그리고 고개를 돌린 여자아이. 돌아올 수 없는 나의 추억.

“으아아아아아아!!!!”

나는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결론은 아무것도 내리지 못한 채.[작품후기]강휘의 멘탈은 세 번 터진다. 예. 사실 좀 더 칙칙한 화가 될 뻔 했는데 결론적으론 강휘 중2병 걸렸을 때나 회고하는 게 되어버렸군요.

그리고 강휘는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미생이 익숙한 젊은이들 답네요. 오늘은 연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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