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강선생님-111화 (111/112)

외전 6. 꿈에서 깨더라도2017.01.01.

지혁과 민지는 영화를 보는 내내 서로에 대한 생각에 빠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 지도 몰랐다.

갑자기 음악이 흘러나오고 관객들이 일어나자 그제서야 아, 영화가 끝났구나 깨닫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민지와 손을 꼭 잡은 채로 영화관을 빠져 나오던 지혁은 꺼두었던 휴대폰 전원을 켜자마자 액정에 비춰진 부재중 연락을 발견하곤 옆에 있던 민지에게 잠시 양해를 구했다.

“잠시만 민지야.”

“아, 네.”

부재중이 찍힌 번호로 통화 버튼을 누르자 신호음이 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사장님!]”

“네 김비서님. 무슨 일이십니까?”

“[저희 진행하던 도서장학프로그램 문서가 직원 실수로 다 날아갔답니다. 이거 오늘 안에 정리해서 회의해야 하는 건인데요.]”

“아……. 후.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필 제가 휴가를 와서…….]”

“그게 왜 김비서님 잘못입니까. 괜찮으니까 휴대폰은 꺼두시고 잘 쉬시다가 오세요.”

“[네 이사장님.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지혁의 표정이 어두워 민지가 조심스레 그의 손을 잡았다.

“괜찮아요?”

“아, 어. 미안해.”

“회사에 무슨 일 생겼어요?”

“……미안해서 어떡하지. 잠깐 회사에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아……. 저는 괜찮으니까 얼른 가보세요 이사장님.”

웃으며 말하는 민지를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쳐다보던 지혁은 먼저 잡아온 손을 내려다보고는 힘을 주어 제게로 살짝 끌어당겼다.

“잠깐이면 되는데. 같이 가자.”

“네? 회사를요?”

“주말이라 직원들도 없고. 너 혼자 보내기도 미안하고. 금방 처리하고, 다시 데이트 하자.”

열흘 동안 김비서가 휴가를 갔기 때문에 다른 때보다 더 바쁜 지혁은 오늘 이 데이트를 위해 야근을 해가며 수많은 업무들을 처리했다.

그런데 이렇게 허무하게 돌려보내기는 싫어 고집을 부렸다.

싫다고 할만 한데도 민지는 군말 없이 알았다며 그를 따라 차에 올랐다.

회사로 향하면서도 지혁의 굳어진 얼굴은 풀어질 줄을 몰랐다.

“이사장님. 괜찮으세요? 많이 중요한 건이었어요?”

“그건 괜찮은데, 너한테 미안해서.”

“에이, 저 진짜로 괜찮아요. 이 기회에 이사장님 사무실도 구경하고, 그러죠 뭐!”

제가 미안해하는 게 싫어 일부러 더 밝게 이야기하는 민지를 힐끔 쳐다본 지혁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회사에 도착해 임직원용 엘리베이터를 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고급스러운 카펫이 깔린 넓은 공간에 옆으로 있는 비서실을 지나 목재재질로 되어있는 커다란 문을 열어준 지혁이 사무실 안으로 고갯짓을 했다.

“들어와.”

“정말 들어가도 돼요?”

“너는 돼.”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 민지는 탄성을 내뱉었다.

넓은 사무실 안은 대부분 통 유리로 밖이 시원하게 내다보였고, 그 앞에 고급스러운 재질로 된 커다란 책상이 있었다.

책상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가죽소파와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밖이 보이지 않는 한쪽 벽면은 수많은 책들이 가득 꽂혀 있었다.

민지가 넓은 사무실을 구경하는 동안 지혁은 책상 앞으로 가 앉아 컴퓨터 전원을 켰다.

몇 년 전 형수님과 민지의 납치 사건 이후로 내부보안을 강화하며 회사에 관련된 업무는 물론이고 개인적인 업무까지 자신의 컴퓨터에만 백업을 시켜뒀다.

김비서 이외에는 절대 이 사무실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해두었기에 그의 비서가 휴가를 가 있는 지금 이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었다.

문서 파일을 찾아 직원에게 보내는 동안 민지는 사무실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지혁의 사무실에 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학교의 이사장실은 자주 갔던 곳이기에 익숙했지만, 이곳은 보안도 철저하고 그의 허락이 있지 않는 한 발도 들일수가 없었기에 더 감회가 새로웠다.

한창 동안 책장 앞에 서서 서성거리던 민지의 등 뒤로 지혁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봐?”

갑작스런 인기척에 깜짝 놀란 민지가 움찔하며 뒤를 돌아보자 제법 가까운 거리에 와 있는 지혁과 눈이 마주쳐 급히 눈을 내리깔았다.

“채, 책이요. 책이 되게 많네요?”

“이 자리에 있으려면 많이 배워야지.”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것 같다가도 이렇게 겸손한 모습을 볼 때면 그것도 그것대로 멋있게 느껴졌다.

콩닥거리는 심장소리가 그에게 들릴까 조마조마해서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민지와 달리, 지혁은 제 바로 앞에서 시선을 내리고 있는 여자친구가 미치도록 사랑스럽게 느껴져 자꾸 입가가 느슨해졌다.

넓긴 하지만 꽉 막히고 조용한 사무실 안에 둘만 있다는 게 나쁜 상상을 하기에 딱 좋았다.

“머, 멋있으시네요. 바쁜 시간 쪼개서 책도 많이 읽으시고…….”

여전히 저와는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발끝으로 시선을 내리고 있는 민지가 예뻐 지혁의 몸이 달았다.

그 앞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자 작은 아이가 숨을 헙 하고 들이마시는 게 한눈에 보여 심장이 간지러웠다.

“그, 어……. 저, 저희 너무 가, 가까운 것 같은데요…….”

“가깝지. 스킨십 하기 딱 좋은 거리지.”

놀란 그녀가 무어라 대답할 새도 없이, 지혁의 한 손이 얇은 허리를 감싸고 다른 한 손이 작은 얼굴을 부드럽게 감쌌다.

그리고 말캉한 입술이 그녀에게 닿았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던 지혁은 어느새 그 달콤한 숨을 전부 다 삼켜버릴 듯 그 안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지혁의 티셔츠자락을 두 손으로 꽉 쥐고 있던 민지는 제 속을 부드럽게 휘젓는 따뜻한 촉감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의 틈도 주지 않는 그 때문에 숨이 막혀 그와 맞닿아 있는 입술 사이로 가느다란 숨소리가 흘러 나왔다.

“하아…….”

그 소리에 지혁이 천천히 입술을 떼고선 잔뜩 풀어진 눈동자를 마주보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대놓고 유혹하는 거야, 권민지?”

“……제, 제, 제가 언제요…….”

“지금이 딱.”

오롯이 제게로만 향해 있는 지혁의 시선에 민지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다 결국 넓은 그의 가슴팍에 제 이마를 대는 걸로 상황을 회피했다.

그러나 그 행동이 더 지혁을 자극하는 것임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 나 진짜…….”

“왜, 왜요?”

제게서 떨어져 저를 올려다보는 민지를 그대로 제 가슴에 끌어 안은 지혁이 고개를 젓고는 작은 머리에 여러 번 입을 맞추었다.

“너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겠어.”

“……일 마무리 안 하세요?”

“할 거야. 잠시만 기다려. 다 됐어.”

파일전송을 완료한 지혁은 재빠르게 컴퓨터를 끄고선 민지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

건물 지하주차장에 주차시켜 놓은 차에 오르자 벌써 오후 6시를 넘기고 있었다.

시동을 걸며 지혁이 옆자리에 앉은 민지를 쳐다보았다.

“저녁 뭐 먹을래?”

지혁의 질문에 민지는 그 잠깐 동안 엄청난 고민에 휩싸였다.

그의 사무실을 보고 오니 기분이 이상했다.

자신은 모르는 그의 다른 공간도 알고 싶고, 소유하고 싶고.

짧은 시간 동안 어지러웠던 머리 속을 다 정리하지도 못한 그녀가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두 손을 맞잡으며 지혁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 이사장님 집 구경시켜주시면 안돼요?”

“……뭐?”

“파스타 잘 하신다면서요. 파스타 해주세요.”

“……권민지. 너 잘 생각하고 말해.”

“잘 생각했는데요?”

오늘따라 도발적인 민지의 말에 지혁은 애가 탔다.

지금까지 민지와 알며 지내왔던 그 긴 시간들 동안 그녀의 집에 간 적도, 자신의 집에 간 적도 없었다.

사귀고 난 후에는 더 철저하게 지키려고 노력했다.

집 앞에 데려다 줄 때마다 들어가서 차 한잔만 하고 싶다는 말이 늘 입 안에서 맴돌았지만, 자신보다 나이도 훨씬 어린 그녀를 상대로 너무 제 욕심만 채우려고 하는 것 같아 포기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집으로 가자고 한다.

“그게 나한테 무슨 말로 들리는 건지는 알고?”

“……알…것 같기도 해요.”

“알 것 같기도 한 건 뭐야. 아는 거야, 모르는 거야. 너 집에 데려가서 제시간에 보낼 자신 없다 나는.”

“내일 일요일이에요.”

“……그래서.”

“굳이 오늘 집에 안 들어가도 된다는 말이에요.”

그 어마 무시한 폭탄발언에 지혁의 심장이 저 나락으로 떨어졌다.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빠지며 그가 민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내가 진짜 너 집에 안 보내면 어쩌려고 그래.”

“저희가 남이에요?”

“뭐?”

“이사장님 제 남자친구잖아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오래 같이 있겠다는데, 그게 잘못은 아니잖아요.”

“……오늘 내 생일은 아닌 것 같은데.”

“안 가실 거면, 말고요 뭐.”

“누가 안 간대? 가. 갈 거야. 너 도중에 딴소리 하지 마. 나 네비 끌 거야.”

지혁의 회사에서 집까지는 차를 타고 10분이면 도착하는 굉장히 가까운 거리였다.

차에서 내려 그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오르면서도 제가 무슨 정신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믿기지가 않았다.

그러나 절대 아무렇게나 뱉은 말이 아니었다.

그에 대한 믿음이라면 지난 4년 동안 쌓을 만큼 충분히 쌓았고, 저를 사랑해준다는 건 그 누구보다 제가 제일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현관 앞에 서서 비밀번호를 누르던 지혁이 잠시 뒤를 돌아 민지를 쳐다보았다.

“너 진짜 후회 안 해?”

“이사장님은 후회 할 것 같으세요?”

“난 절대 아니지.”

“저도 안 해요. 저 배고픈데 이렇게 세워두실 거에요?”

피하지 않고 마주해오는 시선에 지혁은 작게 한숨을 내쉰 뒤 그녀를 아프지 않게 잡아당겨 도어락 앞에 세웠다.

“잘 봐. 별 먼저 누르고, 0714 누르면 돼.”

“……이거, 제 생일 아니에요? 제 생일이 이사장님네 집 비밀번호에요?”

“그래. 이제 내가 집에 있건 없건 네 마음대로 들락날락 해도 돼. 아예 살아주면 더 좋고.”

민지를 집 안으로 들인 지혁은 주방으로 가 냉장고에서 시원한 오렌지 주스를 꺼내 예쁜 컵에 담아 그녀에게 건넸다.

“마시고 앉아 있어. 파스타 금방 해줄게.”

“저 집 구경은요?”

“배고프다며. 밥 먹고.”

“요리하시는 거 구경해도 돼요?”

“응.”

손을 씻고 수납장에서 냄비와 프라이팬을 꺼낸 지혁은 가스레인지 위에 나란히 올려놓은 뒤 찬장에서 파스타 면을 꺼냈다.

주방을 왔다 갔다 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민지는 괜스레 심장이 두근거렸다.

늘 상상으로만 해왔던 장면.

담임선생님인 낙원과 아내인 은유를 보며 부러워했던 장면.

제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저 한없이 불행한 인생일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주고 있다.

그 믿기 힘든 감격적인 일에 민지의 커다란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되었다.

“배 많이 고파?”

끓는 물에 파스타 면을 넣으며 물었던 지혁은 들려오지 않는 대답에 뒤를 돌아 그녀를 보고는 그 자리에서 굳었다.

입술을 꾹 깨문 채로 소리도 내지 않고 눈물을 떨구고 있는 모습에 놀란 그가 급히 그 앞으로 다가갔다.

“민지야. 왜 그래. 어디 아파?”

걱정스레 물어오는 목소리에 말 대신 고개를 젓는 걸로 대답을 대신한 민지가 멈추지 않는 눈물을 떨궈내며 지혁에게 두 팔을 벌렸다.

그 작은 품을 제 안에 끼워 맞추듯 조금의 틈도 없이 끌어안은 지혁이 들썩이는 등을 부드럽게 토닥거리며 그녀를 달랬다.

“괜찮아. 괜찮아 민지야.”

잠깐 동안 지혁의 품 안에서 울던 민지는 제법 진정이 되었는지 코를 훌쩍이며 그의 품에서 떨어졌다.

“……이사장님 옷 더러워졌어요.”

“상관 없어. 넌 괜찮아?”

“네. 죄송해요…….”

“뭐가 죄송해. 괜찮아.”

민지가 화장실로 들어가 얼굴을 씻는 사이 크림 파스타를 뚝딱 만들어낸 지혁이 예쁜 접시에 보기 좋게 담아 식탁 위에 마주보게 내려놓았다.

고소한 냄새에 하얀 얼굴에 눈가는 붉어진 채로 자리에 앉은 민지가 포크를 들었다.

“맛있겠다! 잘 먹겠습니다.”

“많이 먹어.”

“네!”

지혁의 요리 솜씨는 그가 지금까지 자랑했던 것처럼 훌륭했다.

탱글탱글한 면발과 잘 익은 베이컨과 브로콜리, 버섯이 골고루 들어간 고소한 크림 소스는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금새 한 접시를 뚝딱 비운 민지는 부른 배를 만지며 지혁을 쳐다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진짜 맛있어요! 왜 이렇게 요리 잘 하세요?”

“자취 경력이 몇 년인데. 이 정도는 해야지.”

“엄청 맛있어요. 제가 먹어본 파스타 중에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붉어진 눈으로 환하게 웃는 민지를 보며 지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웃고는 접시를 들어 싱크대 안에 내려놓았다.

“설거지 제가 할게요!”

“내가 할 테니까 가만히 있어.”

고무장갑을 끼고 수세미에 세제를 묻혀 설거지하는 지혁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민지가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가 단단한 허리를 뒤에서 꼭 끌어안고선 드넓은 등에 제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그 갑작스러운 백허그에 지혁은 하마터면 접시를 깨트릴 뻔 했다.

“……저 왜 울었는지 안 물어보세요?”

“네가 준비되면 얘기해줄 거잖아.”

“……이사장님은 어떻게 그렇게 저를 잘 아세요?”

“4년을 봤는데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그 4년을 봤는데, 저는 아직도 이사장님을 잘 모르는 것 같은데.

그래서 죄송해요.

저만 너무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아서.

“이사장님께서 해주시는 거에 비해서, 저는 한없이 부족한 것 같아요.”

등 뒤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과 목소리에 접시를 닦는 지혁의 손길도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

“너 하나도 안 부족해.”

“저는요, 제가 이렇게 행복하게 살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제가 생각한 제 이십 대는 항상 어둡기만 했는데……. 미래라곤 보이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그 생각이 좀 바뀌었어?”

“바뀐 정도가 아니죠. 담임선생님이랑 은유선생님 만나면서 행복해졌고, 이사장님이랑 연애하면서 요즘은 진짜 이게 다 꿈같아서 무서울 정도에요.”

마지막 접시를 닦은 그가 건조대 위에 잘 올려둔 뒤 고무장갑을 벗고 뒤를 돌아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저를 올려다보는 눈이 여전히 예쁘게 빛나고 있었다.

“꿈 같아?”

“네. 그래서 깨면 어떡하지, 하고 너무 걱정돼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저한테 요리를 해주는 것도 신기하고, 설거지를 해주는 것도 신기하고. 그래서 아까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 올랐어요.”

“그래서 울었구나.”

“네. 이거 진짜 꿈은 아니겠죠?”

갑자기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에 심장이 저릿하게 아파왔다.

네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많이 사랑해주겠다고 다짐했는데, 그래도 아직 부족한 모양이다.

“절대 아니지. 그리고 걱정하지 마. 꿈에서 깨도 옆엔 내가 계속 있을 거야.”

항상 제게 모든 걸 주려고 하는 사람.

무슨 일이던지 저를 제일 먼저 생각해주는 사람.

어떤 상황에서건 저를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

그 고마움에 다시 울컥한 민지가 눈물을 삼키며 두 팔을 뻗어 지혁의 목 뒤로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제 쪽으로 끌어당겨 늘 사랑을 속삭여주는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더 이상 무섭지 않을 것 같다.

그의 말처럼 꿈에서 깨더라도 옆엔 그가 있을 게 분명하니까.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