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강선생님-97화 (97/112)

97. 예쁜 세상2016.12.25.

‘노강건설 강무원 전무 살인사건의 전말’

‘충격적인 대기업 총수의 살인사건 주도. 조폭들도 관여해’

‘대선후보 권중식 의원의 실체’

‘정진그룹 김태민 회장의 납치 사건, 경찰들도 모르쇠’

‘정경유착을 넘어선 재벌 권력의 정치 지배’

‘대한민국 이대로 괜찮은가’

월요일 아침부터 대한민국은 노강그룹과 정진그룹, 그리고 유력한 대권후보였던 권중식 의원을 둘러싼 사건으로 시끌시끌했다.

어제 늦은 시각 정진그룹 김태민 회장의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노강재단 강지혁 이사의 충격적인 기자회견이 시작되었고, 모든 사건이 세상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 사건 안에는 대권후보였던 권중식의원이 있었으며, 그 동안 그가 국민들을 상대로 해왔던 ‘서민놀이’의 전말에 다들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거기에 낙원의 아빠인 준원이 직접 나서 그 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정진그룹과 정치계의 밀접한 연관성과 그들이 저질러왔던 무수히 많은 비리들을 낱낱이 공개했다.

정진그룹으로부터 수많은 뒷돈을 받은 대한민국 국회의원들과 검찰, 경찰까지 줄줄이 밝혀지며 텔레비전과 인터넷엔 너나 할 것 없이 이번 사건이 검색 순위에 오르며 뜨거운 화제가 되었다.

병원의 VIP병실에서 이 모든 일들을 매체로 통해 마주하게 된 은유는 사람의 극악무도함에 치를 떨었고, 낙원은 그런 은유를 감싸 안고 놀란 마음을 달래주었다.

“대체 어떻게……. 어떻게 사람이…….”

“사람이라고 할 수 없지. 반성의 기미도 안 보이고.”

실제로 어제 기자회견 후 김태민 회장은 노강그룹의 반격에 ‘모르쇠’로 일관했고, 국민들의 분노를 사며 급히 검찰에 소환되었다.

그런 그를 소환한 검찰조차 믿을 수 없다는 국민들의 말에 곤란해진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이 지금의 슬픈 현실이었다.

“도련님은요?”

“사건 때문에 많이 바빠. 아버지랑 같이 오늘부터 조사 다시 한다고 했으니까 아마 당분간은 얼굴 보기 힘들 거야. 못 와서 미안하다고 전해달래.”

“……도련님 많이 힘드시겠어요.”

그 동안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은유는 괜히 그간 그에게 툴툴거린 것이 미안해졌다.

그런 은유를 보며 낙원은 작은 몸을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다 끝나고 나면, 맛있는 거 먹자.”

“네! 우리 도련님 맛있는 거 해드려요! 얼굴 수척해진 것 좀 봐요. 속상하게.”

여전히 텔레비전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 은유를 보던 낙원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그녀의 어깨에 제 얼굴을 묻었다.

“나는. 나도 수척해졌는데.”

금새 약한 소리를 하는 남편을 보며 은유는 작게 웃고선 부드럽게 흩어진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러니까요. 우리 남편도 얼굴이 반쪽이 돼서, 제가 너무 속상해요. 어디 좀 봐봐요. 얼마나 고생했나.”

다정하게 위로해오는 목소리에 낙원이 웃으며 고개를 들자 은유가 못 말린다는 듯 그를 보며 웃었다.

서로를 쳐다보는 시선이 조금은 농밀하게 바뀐 순간, 똑똑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진짜.”

아쉽다는 듯한 목소리로 몸을 일으킨 낙원이 병실 문을 열자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이 나타났다.

“강주원?”

“엉엉. 새언니!”

낙원의 몸을 옆으로 밀고 비집고 들어간 주원의 뒤로 아빠와 엄마, 할머니는 물론이고 작은 아빠와 작은 엄마, 고모들까지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가!”

옆 병실에 누워 있던 노진희 여사는 은유가 깨어났다는 말을 듣자마자 이곳으로 건너왔다.

강씨 집안 사람들이 모두 모인 곳 가운데에 있던 은유는 어색한 얼굴로 허리를 펴고 앉았고, 수연이 다가와 그녀를 침대에 기대게 만들어주었다.

“편하게 있어 은유야. 몸은 좀 어떻니?”

“저 괜찮아요 어머님. 걱정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네가 뭐가 죄송해. 우리가 미안하지. 우리 때문에 네가 이렇게 힘든 일을 겪어서, 너무 미안하다 아가. 내가 사돈댁 뵙기도 너무 죄송해서 정말…….”

눈물을 훔치며 진심으로 사과를 전해오는 수연을 보며 은유는 뭉클함을 느꼈다.

고개를 휙휙 저은 그녀가 수연의 손을 꼭 마주잡았다.

“절대 그런 생각 마세요, 어머님. 저도 가족이잖아요. 저 뿐만이 아니라 낙원씨도, 도련님도 다치셨고……. 무엇보다 할머님이랑 아버님, 어머님께서 제일 힘드시잖아요. 그렇게 힘드신데 같이 못 있어드려서 제가 죄송해요.”

낙원에게서 모든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은유가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미안하다’였다.

사랑하는 큰아들의 죽음이 자신들이 알던 사실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음을 알았을 때, 그들이 느꼈을 충격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 힘든 시간을 함께 해주지 못했을뿐더러, 납치까지 되어 그들에게 걱정을 끼쳤다는 사실에 죄스러운 마음이 더 컸다.

“아니다. 내가 현명치 못했다, 아가. 그래서 널 이렇게 아프게 했구나. 정말 미안하다.”

“아니에요 아버님. 그러지 마세요. 전 정말로 괜찮아요.”

“이제 다 밝혀질 거다. 우리 무원이를 그렇게 아프게 가게 한 사람들도, 너를 이렇게 아프게 만든 사람들도. 전부 다 벌 받을 거야.”

“네. 꼭 그럴 거에요 아버님. 그러니까 아버님도 자책하지 마시고, 기운 내세요.”

오늘따라 유난히 든든하게 느껴지는 며느리의 모습이 꼭 무원을 마주보고 있는 것 같았다.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늘 먼저 다가와 다독여주고, 용기를 주었던 큰아들.

이젠 그 자리에 며느리가 있구나 하는 생각에 준원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이제부턴 이런 가족들을 제 손으로 지킬 것이다. 앞으로는 그 어느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낙원의 가족들이 다녀간 후, 바로 이어 은유의 가족들이 착잡한 얼굴로 눈물을 쏟아내며 찾아왔다.

어제 밤 늦게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온 그녀의 부모님은 심장을 쓸어 내리며 그녀를 품에 안고 한참을 우셨다.

그 모습에 낙원은 죄인처럼 그녀의 부모님들을 똑바로 마주보지 못했고, 실제로도 죄책감을 느꼈다.

그 긴 시간 동안 힘들어했을 아내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던 자신이 얼마나 미웠는지 모른다.

사랑하는 딸을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을 겪게 했으니, 자신이 그녀의 부모였어도 당연히 미웠으리라.

“……죄송합니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부모님들은 그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아닐세. 강서방 자네도 형을 그렇게 잃었잖아. 얼마나 힘들었어. 그걸 알고 얼마나 괴로웠어.”

자신을 안아주며 다독거려주시는 그 너른 품과 다정한 목소리에 낙원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우리 은유 직접 데리러 가줬다면서. 그 위험한 곳에, 자네가 직접 갔다면서. 고맙네. 고마워.”

그렇게 은유의 병실에선 한참 동안 울음소리가 그치질 않았다.

지혁은 기자회견을 연 당시부터 정신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낙원에게 은유와 민지가 납치되어 있다는 곳을 전해 듣고 난 후, 태형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기자회견을 준비해달라고.

자신 쪽에서 먼저 아버지를 기자회견에 내세우겠지만 혹시라도 거짓을 이야기할 수가 있기 때문에, 확실한 증거와 증인들을 확보 후에 기자회견을 열어달라고 부탁해왔다.

그렇지 않아도 은유와 민지를 찾았을 때를 대비해서 큰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눈 후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었는데, 마침 걸려온 전화로 더 속도를 냈다.

피가 마르는 것 같은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그날 밤에 열린 정진그룹 김태민 회장의 기자회견은 아니나 다를까 거짓말로 가득했다.

자신이 사주한 게 아닌, 조폭들로부터 협박을 당했다는 거짓말부터 시작해서 오로지 제 밥그릇을 챙길 궁리만 하는 뻔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지혁은 태형이 이야기했던 대로 준비했던 기자회견을 열었고, 그 엄청난 사실에 대한민국이 흔들렸다.

한 기업의 이득을 위해 죄 없는 국민이 처참하게 살해당했고, 검찰과 경찰에 뇌물을 주고 사건을 빠르게 종결시켰다.

꼭두각시 피의자를 내세웠고, 목격자에게 거짓 증언을 지시했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었지만, 그 사건엔 대권후보자인 권중식도 함께였다.

그리하여 사건은 경제면뿐만이 아니라 정치면으로 번졌고, 그 속에서 그 동안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부정부패를 일삼았던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소환되었다.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여론과 국민들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거셌기 때문에 쉽게 넘길 수 없는 문제였다.

휠체어에 앉아 검찰에 출두한 김태민 회장과, 검찰 조사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는 말만 남긴 채로 조사에 들어간 권중식 의원.

그들은 전부 다 자신들이 한 게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했지만 절대 우길 수 없는 결정적인 증거와 증인들이 나타났다.

“당시 저에게 찾아와 돈을 건네면서 거짓 증언을 부탁했던 사람이 정진그룹 비서실장이었습니다.”

창수는 지혁에게 해주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자세하게 증언했고, 당시 무원을 살해하고 은유와 민지를 납치했던 납치범이 그들을 배신했다.

그리고 태민의 아들인 태형이 그와 회장실 안에서 나누었던 음성 파일을 증거물로 제출함으로써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거기다 그 동안 권중식 가족에게 학대를 받아온 민지가 증인으로 나서며 중식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자기 조카를 그렇게 학대하고, 납치까지 해? 진짜 개자식이네 저거!”

“그러니까! 이번에도 경찰에 직접 지시했다며! 그 납치수사에서 빠지라고!”

“웬일이야. 저런 게 대권후보라고 나왔으니.”

“그것도 모르고 속아서 찍어줄 뻔 했잖아!”

요즘 매체를 통해 비춰지는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은 마치 거짓말 대잔치와 줄줄이 소시지를 보는 것 마냥 가관이었다.

텔레비전을 브라운관을 통해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는 말만 반복적으로 하는 큰아버지의 모습에 민지는 몸을 떨며 리모컨을 들어 전원 버튼을 눌러버렸다.

납치를 당하고 난 후 이틀이 지났지만 민지는 아직도 커다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을 학대했던 큰아버지가 5년 전 담임선생님의 형인 강무원 전무님의 죽음에 관여했고, 이번 납치 사건에도 공조했다는 사실에 그 동안 치료되고 있던 마음이 칼날로 헤져진 것마냥 너덜거렸다.

병원에 온 뒤로 밥도 먹지 않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엉엉 울기만 이틀 째.

만나달라는 낙원과 은유를 볼 자신이 없어 만나기 싫다는 말을 원식에게 전했고, 그 후로 자신의 병실엔 치료를 위해 들르는 원식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식사를 거르고 이불 속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그러는 사이 문이 열리며 병실 안으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또 원식이겠거니 하며 이불을 뒤집어쓴 채로 눈물을 훔친 민지는 그 속에서 나오지 않고서 물기 어린 목소리로 제 심정을 전했다.

“저 치료 나중에 받을래요. 죄송해요 선생님. 저 혼자 있고 싶어요.”

“이런 식으로 밥도 안 먹고, 치료도 걸렀어?”

예상치 못한 목소리에 눈물마저 쏙 들어간 지금, 민지는 천천히 이불을 내렸고 옆으로 보인 기다란 몸체에 고개를 들자 자신을 내려다보는 지혁과 눈이 마주쳤다.

“……이사장님…….”

“너 이러라고 병원에 데려다 놓은 줄 알아?”

“…….”

“밥은 왜 걸러? 내가 신경 써달라고 부탁까지 해 놨는데.”

그 날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경호원에게 들은 바로는 이사장님인 지혁이 담임선생님의 형인 분과 마치 친형제처럼 각별했다고 한다.

담임선생님인 낙원과 은유의 얼굴을 보기도 미안한데, 지혁이 불쑥 모습을 드러내니 죄스러운 마음에 눈물이 터져 나왔다.

저를 보자마자 크게 울음을 터뜨린 민지를 보며 당황한 지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티슈를 급히 뽑아 민지의 뺨 위에 살포시 얹어 톡톡 두드려주었다.

“야, 야. 누가 보면 내가 너 울린 줄 알겠어.”

“죄송,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작은 몸을 떨면서, 어깨를 들썩이며 죄송하다고 내뱉는 말들이 너무나도 아파서 지혁은 잠시 손을 멈췄다.

쓰린 마음에 한참 동안 민지를 내려다보던 그가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걸쳐 앉아 작은 몸을 당겨 제 가슴에 묻었다.

“너 이러고 있을 것 같아서.”

“흑. 흐흑.”

“나 진짜 바쁜데. 요즘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데. 권민지 너 이러고 있을까 봐, 걱정 돼서 왔어.”

처음엔 원망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사랑하는 형을 죽인 남자의 조카가, 사랑하는 사촌과 사촌형수님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고 있다는 사실이 미웠다.

그렇지만 금새 깨달았다. 그건 이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이 아이도 피해자였고, 자신처럼 상처를 받은 아이다.

낙원과 은유는 서로가 있지만, 자신의 옆에는 가족들이 있지만, 이 아이의 옆에는 아무도 없다.

그래서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내가, 어? 서류를 보다가도. 검찰청 들락날락 하다가도. 네가 밥도 못 먹고, 엄청 울어서 퉁퉁 부었을까 봐 얼마나 신경 쓰였는지 알아?”

“……흑…….”

“네가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너도 피해자야 민지야. 이렇게 널 아프게 한 어른들이라서, 내가 너무 미안하다. 이렇게 어린 너한테 힘든 일들 겪게 해서, 내가 미안해.”

너는 늘 행복하고, 좋은 것만 보며 자라길 바랬는데.

그걸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깨트린 것 같아서 미안하다.

이번 일만 끝나면 더 이상 아프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세상에 예쁜 게 얼마나 많고, 행복한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려주겠다고 약속할게.

네가 하고 싶은 건 뭐가 됐던지 내가 하게해주겠다고 약속할게.

그러니까 우리 조금만 아프자.

조금만 힘들어하고, 조금만 괴로워하고. 툭툭 털고 일어나자.

지혁이 다녀간 후로 민지는 기운을 내기로 했다.

여전히 낙원과 은유의 얼굴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지혁이 귀띔을 하고 갔는지 바로 다음날 두 사람이 민지의 병실을 찾아왔다.

“얼굴 좀 봐. 밥도 안 먹었다며? 나 속상하게 이럴래?”

“……죄송해요 선생님.”

발목을 크게 다쳐 한동안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은유의 모습을 마주할 수가 없는 민지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작은 목소리로 사과를 전했다.

바퀴를 살짝 굴려 민지 앞으로 가까이 다가간 은유가 두 팔을 뻗어 떨리는 두 손을 꼭 잡아주었다.

“늘 얘기하지만, 네 잘못이 아니야 민지야.”

“……그래도, 그래도 저 때문에…….”

“그게 왜 너 때문이야. 잘못은 네 큰아버지가 하신 거야. 어른들이 나빴어. 민지 너도 피해자고.”

여전히 다정하기만 한 은유의 모습에 민지가 기어이 울음을 터뜨렸고, 가만히 지켜보던 낙원이 다가와 작은 어깨를 감싸고 토닥거려주었다.

“너 울었다 길래 강지혁한테 엄청 잔소리했는데. 이번엔 내가 잔소리 듣게 생겼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괜찮아 민지야. 아무도 너한테 뭐라고 안 해. 네가 잘못한 거 아니니까, 다들 아니까. 그러니까 자책하지 마.”

충분히 미워할 만도 한데.

충분히 싫어할 만도 한데.

자신의 선생님들은 늘 그랬듯이 괜찮다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해주며 자신을 끌어 안아주었다.

네게 예쁜 세상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되려 사과를 해온다.

그러나 그 어른들은 정작 모르고 있었다.

예쁜 세상은 이미 봤다.

담임선생님과 은유, 그리고 지혁이 있는 이 곳이 그녀에게 있어선 그 어느 곳보다 예쁜 세상이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