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강선생님-90화 (90/112)

90. 절대 듣고 싶지 않았던2016.12.22.

집들이는 새벽 1시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다들 분위기에 취해 오랜 시간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고, 늦은 시각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자 싸한 공기가 지혁의 몸을 감쌌다.

조금 전 있었던 낙원과 은유의 집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공기.

그 따뜻함과는 너무나도 대조되는 자신의 집에 낯선 느낌마저 든 지혁은 넥타이를 푸르며 침실로 발을 옮겼다.

방으로 들어가 불을 켜고 욕실로 향하려던 순간 옷에서 꺼내 책상 위에 올려둔 휴대폰이 일정한 간격으로 진동을 울렸다.

‘김비서님’

늦은 시각 걸려온 전화에 지혁은 술이 깸을 느끼며 휴대폰을 귓가로 옮겼다.

“네. 김비서님.”

“[이사님, 주무셨습니까?]”

“아직이요. 이 시간에 무슨 일이십니까?”

예감이 좋지 않아 지혁의 목소리가 딱딱하게 굳어진 채로 튀어나갔다.

그리고 뒤이어 들려온 김비서의 이야기에 그의 머리 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정진그룹 뒤에 권중식 의원이 있었습니다.]”

“……무슨……그게 무슨…….”

“[강무원 전무님 사망사건 조사 당시 담당 경찰이 바뀌었고, 그게 검찰총장으로 있던 현재 권중식 의원의 지시였다고 합니다.]”

권중식 의원이라면, 민지의 큰아버지다.

지난 번 은유와 식사했던 한식당에서도 봤었고, 얼마 전 바자회에서도 마주쳤었다.

그리고 그 날 정진건설의 김태형과 권중식 의원이 함께 있었다.

정확한 것 없이 불안하기만 했던 그 추측이 사실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금, 지혁은 휴대폰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확실하신 겁니까. 제대로 알아보신 거 맞습니까?”

“[예. 당시 정진그룹 사장과 권중식 의원, 그리고 다른 몇 사람이 자주 가던 바에서 일을 하던 여직원이 직접 들었답니다. 지금 당시 검찰청에 계시던 검사님 한 분 만나 뵙고 오는 길입니다. 틀림없습니다 이사장님. 강무원 전무님 죽음에 정진그룹과 권중식 의원이 개입한 것 같습니다.]”

조용히 쏟아지는 이야기를 맞고 있던 지혁이 천천히 침대 위에 주저 앉았다.

‘왜’라는 물음보다 더 먼저, 세 사람의 얼굴이 지혁의 머리 속을 가득 메웠다.

부모처럼 민지를 잘 챙기던 낙원과 형수님. 그런 두 사람을 유난히 잘 따르던 민지.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꼬인 걸까.

“[이사장님. 괜찮으십니까?]”

“……우선 알겠습니다. 내일 회사에서 뵙죠.”

“[예. 알겠습니다.]”

작은 소리와 함께 끊어진 전화를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올려 놓은 지혁이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그 어느 때보다 이성적이어야 할 순간이다. 실마리를 찾았으니 그 어느 때보다 기뻐해야 할 순간이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다.

더 파헤쳐서는 안 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밝혀내야 할 사실이고, 죄를 지은 자들은 벌을 받아야만 한다.

그런데 왜. 벌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대체 왜. 아파야 할 사람들 속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단 말인가.

믿기 힘든 운명의 장난에 지혁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얼굴을 묻은 두 손 위로, 넓기만 했던 지혁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창밖에는 하얀 눈이 빗방울로 바뀌어 있었다.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바깥세상과는 달리 이사장실 안은 히터로 인해 따뜻한 공기가 가득했다.

그 넓은 공간 안에 기다란 탁자를 사이에 두고 각자의 앞에 따뜻한 커피를 내려놓은 채 마주앉은 두 남자의 얼굴은 따뜻한 공기처럼 무거웠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심각해.”

지혁에게 그렇게 묻는 낙원의 목소리는 질문과는 달리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는 사람처럼 미세하게 떨렸다.

그 떨림을 알아차린 지혁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고, 그 모습에 낙원은 초조해졌지만 우선 기다렸다.

1시간 같은 1분 정도가 지나고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뜬 지혁이 그 속도에 맞춰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민지가 언제 온다고?”

“내일 모레. 다음주가 졸업식이니까.”

타이밍도 참 뭐 같다.

지혁은 목까지 차오르는 그 말을 애써 삼켜내며 고개를 끄덕이곤 여전히 심각한 얼굴로 낙원을 쳐다보았다.

“강낙원.”

“얘기해. 듣고 있어.”

낙원이 회사 앞으로 찾아왔던 날, 자신의 집으로 가 이야기를 나눈 후로 둘의 사이는 예전처럼 되돌아갔다.

물론 둘 사이에 5년이란 긴 공백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예전과 같은 모습이었다. 노력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원래 그래야 했던 것처럼.

제게로 향해 있는 굳건한 시선에 지혁은 아직도 떨리는 심장을 애써 가라앉히며 그 눈을 마주했다.

“무원이형 죽음에 대해서 네가 알고 있는 사실이 뭐야?”

“……원식이 형한테 들은 게 전부야. 그 날 네가 먼저 그 집에 도착해서 형이랑 같이 있었고, 피의자가 찾아와서 무원이형이 문을 열었고. 형이 칼에 찔릴 당시 네가 그 집에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형이 신고하지 못하게 했지. 형은 병원에서 수술 도중에 죽었고, 넌 기절하면서 기억을 잃었고.”

이야기를 하는 중간중간 낙원은 울컥했지만 제법 잘 참아내었다.

그 얼굴을 보며 지혁은 더더욱 마음이 무거워졌다.

“나랑 하나만 약속해.”

“뭐를.”

“죽음에 개입한 사람들에 대해서만 생각하겠다고. 얘기 다 듣고 나서 누굴 용서하고 말고는 네 몫이지만, 그래도 최대한 객관적으로 판단하겠다고 약속해.”

대체 무슨 진실이 있길래 지혁이 이렇게까지 하는 것인지 낙원은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런 무서운 마음을 숨기며 낙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지혁도 마음을 굳게 먹고선 그간의 일을 설명했다.

“5년 전에 무원이형 죽던 날 네가 알고 있는 것처럼 내가 기절했어. 구급차 안에서 기절했고, 깨어나서 제일 먼저 보인 사람이 원식이형이었어.”

무원이 죽던 그 날.

무원의 사망선고가 내려지기 1시간 전, 지혁은 병원 VIP실에서 눈을 떴다.

“강지혁. 나 보여?”

눈을 떴을 때 흐릿한 초점 사이로 들어찬 사람은 원식이었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자 원식이 가까이 다가와 상태를 체크하는 사이, 지혁이 없는 힘을 끌어 모아 입을 열었다.

“……무원이형.”

“무원이 아직 수술 중이야.”

“……나 거기 없었어.”

“……지혁아.”

“거기, 없었어, 나.”

몇 시간 전 전화통화에서처럼 알 수 없는 지혁의 말에 원식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그의 손을 꽉 잡았고, 지혁이 커다란 손을 뻗어 원식의 하얀 가운을 움켜쥐었다.

“없었어야 해. 나, 없었어.”

그 말을 끝으로 지혁은 다시 정신을 잃었고, 눈을 떴을 땐 무원이 죽은 지 하루가 지나 있었다.

“원식이형 말로는, 내가 거기 없었어야 한다고 했대. 내가 거기 있던 걸 알고 있는 사람은 미리 약속했던 주원이랑 너. 이렇게밖에 없어.”

그 이야기는 자신도 기억하고 있다.

정신 없이 무원의 장례를 치르고 난 후 낙원은 방에 틀어박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건 낙원뿐만이 아니라 온 집안 사람들이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며칠을 지냈을까, 날짜 감각도 사라져가던 때에 주원이 방문을 열고 들어와 제가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왔다.

“오빠.”

“…….”

“원식이 오빠한테 전화가 왔어. 급한 일인데, 오빠가 연락이 안 된다고.”

자신이 조금만 더 일찍 무원의 집에 갔더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거라는 자책감에 괴로워하던 낙원은 주원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한없이 죄스러운 마음에 정신 나간 사람처럼 아무런 연락도 받을 수 없던 그를 대신해서 주원에게 연락한 원식이 전해온 이야기는 알 수 없는 말이었다.

“지혁이오빠가 거기 같이 있었던 것 같아.”

“…….”

“그 날 같이 밥 먹기로 했었잖아. 큰오빠 죽을 때, 지혁이오빠 같이 있었대. 지혁이오빠는 병원으로 이동 중에 정신을 잃었고, 깨어났는데 그 때의 기억이 아무것도 없대.”

“……강지혁은 왜.”

“원식이오빠가 아직은 모르겠대.”

그래. 충격으로 잊고 있었다.

거기엔 강지혁도 같이 있었겠지. 여느 때처럼 같이 밥을 먹기로 했었으니까.

순간 밀려드는 배신감과 분노에 낙원의 눈에 핏기가 서렸다.

“같이 있었으면서, 강무원이 죽게 내버려 뒀어?”

“오빠. 지혁이오빠 거기 있던 거, 아무도 몰라야 돼.”

“그게 무슨 말이야. 똑바로 말해 강주원.”

“나도 자세하게는 모르겠어. 절대 아무도 몰라야 한대. 지혁이오빠도 충격이 클 거라고, 그래서 기억을 잃은 것 같다고. 자극하면 안되니까 절대 그 얘기 나오게 하지 말아달라고.”

그 땐 나만 형을 잃었다고 생각해서 네 감정은 헤아리지 못했다.

이미 형은 죽었는데, 넌 네가 괴롭다고 그 이야기를 꺼내지 말아달라는 부탁 아닌 부탁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해 들었을 때 널 믿고 널 사랑했던 만큼 엄청난 배신감이 내 마음 속에서 자라났다.

“……형을 잃은 건 나뿐만이 아닌데. 강지혁 너도, 형을 잃은 건 같은데.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어.”

“너 반성하라고 하는 얘기 아니야. 어쨌든, 원식이 형 말로는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게 절대 외부로 알려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대. 내 기억에는 없는 건데 원식이 형한테 전화했을 때도 무원이형이 신고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었다고 하고, 무원이 형이 죽던 그곳에 내가 없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꺼림직했대.”

이상하게도 찝찝한 기분이 들어 원식은 주원에게 단단히 일러두었다.

지혁이 그 자리에 있었던 사실은 절대 아무도 몰라야 한다고.

주원과 낙원은 이미 같이 식사를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다는 걸 알기에 제일 먼저 그들에게 연락을 해서 못을 박아두었던 것이다.

그리고 원식은 그 일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한 순간에 형을 잃고, 기억까지 잃은 지혁에게 그 어떤 것도 물어볼 수가 없었다.

낙원처럼 넋이 나간 사람마냥 병원 안에 틀어박혀 단 한마디도 하지 않던 지혁이 돌연 한국을 떠나겠다고 선언했고, 그렇게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로 지혁이 떠났다.

“영국으로 간 뒤에도 원식이 형이 몇 번이나 연락을 했는데 내가 일부러 안 받았어. 그럴 정신도 없었고.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났고 갑자기 악몽을 꾸기 시작했어.”

영국으로 건너간 지 6개월이 지나며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하던 지혁은 악몽을 꾸었다.

꿈 속은 안개로 자욱했고, 그 날의 일이 처음 재생되는 순간이었다.

꿈 속의 장면은 부분부분 잘려나간 곳이 많았지만 무원이 커다란 피 웅덩이 속에 쓰러져 있는 장면은 절대 지워지지 않았다.

처음엔 몇 주에 한번, 그러다 며칠에 한번.

그 악몽을 꾸는 날이 점점 잦아졌고, 매일 밤 식은땀을 흘리고 악을 쓰며 잠에서 깨어나야만 했다.

“그렇게 몇 달을 앓다가 원식이 형한테 연락했어. 그간의 상황을 이야기했고, 악몽 이야기도 했고. 그랬더니 원식이 형이 얘기해주더라. 무원이 형 죽던 날, 내가 원식이 형한테 했던 얘기들.”

처음 원식에게서 그 이야기를 듣고선 믿을 수가 없었다.

제 기억에는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 날부터 기억해내려고 무던히도 애썼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종일 그를 괴롭히던 그 장면들은 기억하려고 애쓰니 되려 기억이 나질 않고 머리만 깨질 듯이 아파졌다.

그러기를 수백 번, 수천 번이었지만 절대 포기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무원이 죽던 날 원식에게 했던 전화 속에서의 이야기와, 병원에서 잠시 정신을 차렸을 때 전했던 이야기는 이상한 말들뿐이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기억하려고 노력했고. 여전히 잘려 나간 부분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찾았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이젠 내가 했던 말들에 대해 알아봐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했지.”

잘린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기억은 찾고 있었다. 문제는 자신이 했던 말들이었다.

영국에서 비밀스럽게 심리학자도 만나 보고, 최면술사도 만나 많은 시도를 해봤지만 더 이상 기억나는 건 없었다.

어쨌든 무원의 죽음이 석연치 않았기에 더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해 영국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교도소에 갔었어. 정은호 알지? 무원이형 살인자로 수감생활 하고 있는 남자.”

어떻게 잊겠는가, 그 이름을.

아마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으리라 생각하며 낙원이 굳어진 얼굴을 끄덕였다.

그리고 곧이어 이어진 말에 숨을 멈추었다.

“그거 가짜야.”

“…….”

“지금부터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잘 들어 강낙원.”

“……강지혁. 잠시만. 잠시만. 너 지금, 너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아?”

마주 잡은 낙원의 두 손이 가느다랗게 떨렸다.

처음 자신이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에 지혁은 낙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지체할 수는 없었다.

“정은호는 당시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냥 그렇게 지내고 있었는데, 계속 취업에 실패하다가 게임에 빠져서 거의 피씨방에서 살다시피 했어.”

“…….”

“그런 정은호가 친구 소개로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을 하게 되고, 현장 사람들과 푸념을 하는 걸 누군가가 듣게 돼.”

몇 달 전.

한국에 도착해서 그 사건의 피의자인 정은호를 찾아간 지혁은 당시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먼저 정은호를 만나러 갔던 김비서는 그가 입을 열지 않는다는 말을 전해왔고, 지혁은 자신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

그저 처음부터 다시 알아보자는 생각으로, 그가 자신을 만나 주지 않더라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그 교도소를 찾았다.

그런데 그는 예상 외로 지혁을 반겼다.

“아니, 나보고 여기 4년만 있으면 빼내준다고 해놓고 안 온다니까? 내 연락도 안 받는다고!”

자신의 신분을 ‘변호사’라고 소개한 지혁에게 은호는 너무나도 쉽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한 공사장에서 어느 회사의 비서실장이라는 사람을 만났고, 그가 제안 하나를 했다고 한다.

살인죄를 대신해주면 현금으로 10억을 주고, 4년만 교도소에서 기다리면 금방 빼내주겠다고.

그리고 출소 후에는 대기업에 임원으로 채용시켜주고 그에 맞는 보상을 하겠다고.

그 흔한 명함 하나 없이 자신에게 찾아와 그런 무시무시한 제안을 했던 남자를 처음에는 당연히 의심했다.

그런데 믿지 못하는 자신을 공사장 뒤편에 주차되어 있는 차로 데려간 그가 트렁크를 열고 현금다발을 그의 눈앞에 내밀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 제안을 승낙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교도소에 있었다.

“변호사님은 나 같은 사람 변호하라고 있는 거잖아요. 내가 그 새끼한테 사기 당했다니까? 여기 있는 새끼들이 내 말을 안 믿는다고!”

“일단 알겠습니다. 조만간 따로 연락 드리죠.”

그 엄청난 사실을 처음 마주했을 때는 숨을 쉬기조차 버거웠다. 지금의 낙원처럼.

지혁이 제게로 쏟고 있는 말들을 아직 정리도 채 하지 못한 낙원은 자꾸만 흐려지는 눈앞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형을 죽인 게, 그 남자가 아니라고.”

“그래.”

“……그럼 누구야. 누가. 왜. 왜!”

“당시 형이 진행하던 프로젝트 알지.”

이 모든 일을 받아들이기 힘든 낙원을 똑바로 마주하며 지혁이 물었다.

그 물음에 낙원은 애써 정신을 차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카타르에 들어서는 복합쇼핑몰.”

“그래. 그거.”

“그게 갑자기 왜 나와.”

“당시 그 사업에 뛰어들었던 기업 중에 최종으로 올라간 곳이 우리나라 3개 기업이었어. 무원이 형이 있던 노강그룹, 이세윤 사장님이 있던 대안그룹, 그리고 김태형이 당시 전무로 있던 정진그룹.”

설마.

낙원의 입에서 짧은 숨이 터져 나왔다.

까만 눈동자가 커다랗게 흔들리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며 지혁이 얼굴을 끄덕였다.

“그래. 그거야 강낙원. 카타르 사업.”

절대 듣고 싶지 않았던 그 이야기에 낙원의 두 눈이 천천히 감겼다.

흐렸던 시야는 닫힌 눈꺼풀에 완전히 차단되었다.

그렇게 낙원의 시간이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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