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강선생님-89화 (89/112)

89. 내 아내, 내 가족, 내 친구2016.12.21.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보일 정도로 이글거리는 태양이 뜨겁게 내리 쬐는 정오.

페더레이션 광장의 카페에서 커피를 사이에 두고 마주앉은 두 남자의 표정은 너무나도 크게 달랐다.

바깥처럼 뜨거운 김이 나는 아메리카노를 앞에 두고 머뭇거리던 중년의 남자가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지혁을 쳐다보다 시선을 내리깔고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아마 오후 4시 40분쯤이었을 겁니다.”

한 글자씩 힘겹게 내뱉는 그 남자의 목소리는 잘게 떨리고 있었다.

그 맞은 편에 앉은 지혁은 그를 재촉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여느 때와 똑같은 날이었습니다. 보안이 심한 곳이다 보니 대부분 그 집의 가정부 라던지, 수행비서가 나와 물건을 찾아가곤 했지요. 그 날도 차에서 그 옆집의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법 쌀쌀한 가을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다른 날과 전혀 다를 게 없는 날이었다.

차에 물건을 싣고, 운전을 하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구매자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집의 누군가가 나와 물건을 받아간다.

창수는 그 날도 차 안에서 물건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목적지를 체크하던 그는 손에서 펜을 떨어트렸고, 그 좁은 공간 안에서 펜을 찾으려고 몸을 숙였다가 편 순간 커다란 대문으로 너무나도 쉽게 들어서는 이상한 두 남자를 보았다.

검정색의 정장을 입은 채로, 머리에 깊게 눌러쓴 모자가 특이하다고 느껴졌다.

그런 이상한 차림으로 자동으로 열린 대문으로 당당히 걸어 들어가는 모습에 어색함을 느꼈다.

두 남자가 집안으로 들어간 사이, 옆집에서 대문이 열리고 한 남성이 차로 다가와 창문을 똑똑 두드렸다.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 창수는 트럭의 뒷문을 열어 물품을 확인한 후 서명을 받고 상자를 그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차에 올라 다음 목적지로 향하기 위해 시동을 걸고 차를 돌려 그 동네를 빠져나가려다 문득 백미러 너머로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그 커다란 집안으로 들어갔던 두 남자가 다시 대문을 통해 빠져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한 남자는 손수건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동네의 아래쪽으로 향했고, 다른 한 남자는 창수가 빠져나가는 그 길 쪽으로 발을 옮겼다.

창수의 차 옆으로 빠르게 걸으며 손에 끼고 있던 검정 색의 가죽장갑을 벗은 남자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의식적으로 저도 모르게 차의 속도를 줄이던 창수의 눈이 커다래졌다.

하얀 와이셔츠가 드러난 손목 안쪽으로 흐르고 있는 건 분명 피였다.

통화를 하던 남자의 얼굴이 옆쪽으로 틀어지며 창수와 눈이 마주쳤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미친 듯이 밟았어요. 그 날 남은 물품도 배달하지 못하고, 무작정 집으로 왔습니다. 내가 잘못 봤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분명 피였습니다.”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습니까.”

“그날 밤에 집으로 누군가가 찾아왔습니다.”

커피 잔을 내려놓는 지혁의 손이 가느다랗게 떨렸다.

“……그게 누굽니까.”

“그 땐 자기가 누구라고 얘기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티비에 잠깐 비춰진 얼굴 보고 바로 알았습니다. 정진그룹 비서실장이었어요.”

창수의 입에서 나온 ‘정진그룹’이라는 단어에 지혁의 심장이 쿵 내려앉으며 얼마 전 바자회에서 마주쳤던 김태형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비서실장이라는 사람이 현금다발을 건넸습니다. 무엇을 봤던지 아무것도 못 본 거라고. 당시 신장이 좋지 않던 아내 병원비를 대기도 빠듯했는데,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이식수술을 시켜주겠다고 했습니다.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죠. 돈도 없고, 빽도 없어서 수술은커녕 죽을 날을 받아놓은 사람처럼 그렇게 살고 있었는데……. 아이들 교복 사 입힐 돈도 없고…….”

결국은 돈이었다.

그쪽에선 문창수에게 절실한 게 어떤 건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그걸 이용했다.

천천히 눈을 감는 지혁에게로 울먹이는 음성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어떻게든 내 가족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정말로 죄송합니다…….”

“……이제 와서 털어놓는 이유가 뭡니까.”

숨기고자 했으면 더 숨겼을 수도 있었다.

감추고자 했으면 더 감췄을 수도 있었다.

“지난 번에 다녀가신 후로 많이 생각했습니다. 이사장님 말이 맞더군요. 그 쪽에서는 내가 쓸모 없어지면 언제든지 버릴 수 있다는 말. 그렇게 불안함에 떨면서 사느니……. 버려질 때 버려지더라도, 더 이상 내 가족들에게 부끄러운 가장으로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와의 접촉으로 문창수씨 신변이 위험해진 거, 알고 있습니까?”

“그 날 돈을 받은 순간부터, 아니.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순간부터 이미 내 신변은 위험해진 거나 다름 없었습니다. 원래 이렇게 되었어야 했던 건데…….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그의 마음을 모르진 않는다.

그에겐 먹여 살려야 할 가족들이 있었다.

아픈 아내가 있었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이 있었다.

만약 자신이 그와 같은 상황에 놓였더라면 단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돈을 거절했을까?

분명 그의 잘못이 있지만, 오로지 그를 탓할 수만은 없었다.

“……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제법 덤덤해진 목소리로 묻는 그 질문에 지혁이 천천히 눈을 뜨며 제 앞에 마주앉은 남자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제게 해주셨던 이야기들. 다시 한 번 진술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너무 늦지만 않았다면…….”

“저랑 같이 한국으로 갑시다. 문창수씨와 가족들 신변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지혁의 말에는 확신이 있었다.

느리게 고개를 끄덕인 창수는 끝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이제 전부 다 처음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원래부터 이랬어야 맞는 거였다.

5년이 넘는 그 기나긴 세월을 악몽 속에서 지새웠던 날들을 이제는 끊어내야만 한다.

“죗값은 달게 받겠습니다. 염치 없지만……. 제 가족들만, 무사하게 부탁 드립니다.”

“……지금이라도 털어놔주셔서 고맙습니다.”

형.

이제 정말로 시작됐어.

언제 끝이 날지 모르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그 끝에 웃고 있을 사람들은 우리일 거야.

내가 약속할게. 형 꼭, 웃으면서 가게 해줄게.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는 1월의 어느 토요일 오후.

커다란 집 안엔 맛있는 음식 냄새가 가득했고, 그 근원지인 주방에선 낙원과 은유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커다란 상 위에는 기본 샐러드와 매콤한 낙지볶음, 달콤한 닭다리구이 그리고 배추와 깻잎, 고기를 겹겹이 동그랗게 담아 가운데에 버섯을 꽂아 넣은 메인 요리인 밀푀유나베가 놓여졌다.

“거의 된 것 같은데.”

“그죠? 그릇만 놓으면 되겠어요.”

낙원이 기다란 팔을 뻗어 높은 찬장에서 예쁜 그릇들을 꺼내주자 은유가 건네 받은 그릇들을 들고 식탁으로 가 그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띵동.

“어! 오셨나 봐요!”

은유의 외침에 낙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현관으로 향했고, 은유가 그 뒤를 쫓았다.

인터폰을 확인한 그가 문을 열자 커다란 과일바구니와 꽃다발이 나타났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수씨!”

“세상에. 너무 예뻐요!”

정장 차림으로 잘 차려 입은 원식이 과일바구니는 낙원에게 건넸고, 예쁜 꽃다발을 은유에게 건네며 환하게 웃었다.

“좀 비키지?”

그리고 원식의 바로 뒤에서 볼멘 소리로 툴툴거리는 지혁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 옆에 웃으며 양손에 든 커다란 봉투를 흔들며 웃는 주원이 나타났다.

“언니!”

“아가씨!”

“왜 ‘도련님’인 나는 빼요, 형수님?”

현관 앞에서 정신 없이 각자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을 안으로 들인 부부는 건네 받은 선물들을 거실 한쪽에 잘 놓고선 세 사람을 반겼다.

“눈 와서 차 막혔지?”

“말도 마라. 차는 막히지, 주원이랑 지혁이는 티격태격 하지. 내가 이 나이까지 쟤들 저러는 걸 봐야겠냐?”

원식의 아우성에 지혁과 주원은 어깨를 으쓱하며 부부를 쳐다보았고, 낙원은 못 말린다는 듯 두 사람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며칠 전 낙원이 원식에게 다녀오고, 지혁과의 오해를 풀었다는 것을 전해들은 은유는 다같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집들이도 못했으니 이 기회에 집들이 겸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는 은유의 제안에 낙원은 바로 날짜를 잡았다.

날짜를 잡고 나서부터 집 청소를 하는 은유를 보며 낙원은 평소에도 깔끔하게 지내기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아내가 고생하는 걸 볼 수가 없어 두 팔을 걷고 그녀를 도왔다.

그리고 오늘은 어제 장을 봐온 것들을 꺼내놓고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며 음식을 준비했다.

은유가 내내 감탄하고 칭찬할 정도로 낙원은 요리에 소질이 있었다.

평소에도 은유가 힘들까 봐 종종 요리를 해주곤 했는데, 칼질을 할 때나 간을 맞출 때 보면 생각보다 굉장히 능숙함을 보여 돕기는커녕 방청객 모드로 물개박수를 친 게 여러 번이었다.

깔끔하게 잘 꾸며진 내부를 보며 원식은 신기한 듯 둘러보다 무언가 휑한 느낌에 낙원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야. 결혼사진은 왜 없어?”

원식의 질문에 지혁이 혀를 끌끌 차며 낙원을 쳐다보았다.

“신혼 집에 사진이 없는 게 말이 되냐?”

“다물어라 강지혁.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 다시 찍을 거야.”

조금 전 주원과 함께 주방으로 들어간 은유의 눈치를 보며 낙원이 작게 읊조렸다.

원식과 지혁이 무슨 말이냐는 듯 쳐다보자 낙원은 팔짱을 끼고 두 남자에게 제 계획을 전달했다.

“그렇지 않아도 얘기하려던 참인데. 예전에 찍었던 건 억지로 찍었던 거고. 은유랑 제대로 찍고 싶어서 알아보는 중이야.”

말을 하면서도 얼굴에 드러난 미소에 원식과 지혁이 입을 떡 벌렸다.

자신들이 알던 강낙원이 맞나?

이렇게까지 다정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지혁아. 얘 원래 이랬냐?”

“미친 거지.”

달라진 낙원의 모습에 두 남자가 적응하지 못하는 사이, 주방에서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식사하세요!”

그 목소리에 낙원이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둘을 쳐다보며 웃고는 주방으로 고갯짓을 했다.

“그만들 부러워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

분명 손님으로 온 건 자신들인데, 낙원은 은유의 목소리에 신이 나서 먼저 주방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그 뒷모습을 보며 두 남자는 기가 차다는 듯 서로를 보며 웃었다.

“진짜 미친 거지, 강낙원?”

“내가 요즘 쟤 보면 속이 뒤집어지잖아 형. 질투 나서.”

“너도 연애를 해 임마.”

“형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이 자식이.”

툴툴대던 두 사람까지 주방으로 들어오고 나서야 비로소 저녁식사가 시작되었다.

상 위에 가득 차려진 음식들을 보며 손님으로 초대받은 세 남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맛깔스러워 보이는 갖가지 색들과 없던 식욕도 살아나게 만드는 향기에 자리에 앉으면서도 음식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와. 뭘 이렇게 많이 준비하셨어요 제수씨?”

“아, 아니에요. 낙원씨가 거의 다 해줬어요.”

낙원의 옆자리에 앉으며 수줍게 말하는 은유를 보며 손님인 세 남녀는 다시 한번 경악했다.

강낙원이, 요리를 했어?

“진짜 강낙원이 미쳤네.”

지혁의 말에 원식은 물론이고 주원도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낙원의 이런 모습은 아버지인 준원으로부터 물려 받은 것이었다.

평소 어머니를 도와 음식을 하고, 가족들에게 늘 다정하신 모습을 보고 자랐으니 그러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런 자상함은 가족들에게만 한정되어 있었다.

특히 그가 여자와 함께 요리를 하는 장면은 머릿속으로 그려지지도 않는 진귀한 그림이었다.

“진짜 맛있겠다. 잘 먹겠습니다!”

“많이 드세요!”

추운 겨울, 냄비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밀푀유나베의 국물을 한 숟가락 뜬 원식이 호로록 들이마시고는 감탄을 내뱉었다.

“와. 제수씨 요리 잘하신다더니, 진짜 맛있네요.”

“하핫. 간은 낙원씨가 해준 거에요.”

“에이, 평소에도 얘기 많이 들었어요. 강낙원이 맨날 얼마나 자랑을 하는지. 오늘은 이거 먹었다, 어제는 저거 먹었다. 전 맨날 병원에서 병원밥 먹는데 보내주는 사진 볼 때마다 진짜 연애하고 싶다니까요.”

원식의 투정 아닌 투정에 은유가 놀란 듯 낙원을 쳐다보았다.

옆자리에 앉은 남편은 제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밥을 먹고 있었지만 은유는 금새 알아차렸다.

귀가 유난히 붉게 물들어 있다는 것을.

“와. 강낙원 너무하네. 바쁘게 일하는 사람한테 그런 걸 자랑해?”

“강지혁 너는. 멜버른 가서 사진 찍은 거 맨날 보낸 게 누군데.”

낙원과 화해를 한 이후로 지혁은 제 휴대폰 속에 잠자고 있던 사진들을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처럼 미친 듯이 전송하기 시작했다.

처음 사진을 받았을 땐 이게 무슨 짓이냐며 어이없어했지만, 문득 지혁도 많이 외로웠을 거라는 생각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주원은 그런 오빠들을 보며 어쩜 이렇게들 똑같냐며 고개를 저으며 낙지볶음 하나를 집어 입 속으로 넣었다.

“근데 진짜 맛있네. 요리 하느라 고생했어요, 언니.”

“고생은요. 많이 드세요.”

“우리 오빠 마음껏 부려먹어요. 이제 요리도 잘하겠다, 청소도 싹싹하게 하겠다. 우리 예쁘고 귀여운 새언니는 푹 쉬고, 다 오빠 시켜먹어요.”

따뜻한 분위기 속에 식사는 계속되었고, 다들 음식들을 싹싹 비우고 나자 자리에서 일어나는 은유를 낙원이 올려다보았다.

“어디가?”

“아. 과일 좀 내오려고요.”

“앉아 있어. 내가 할게.”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

과일 내오는 게 무슨 큰 일이라고, 서로 제가 하겠다고 입씨름하는 부부를 보며 세 남녀는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결국 은유를 자리에 앉힌 후 잽싸게 냉장고로 간 낙원이 과일을 종류별로 담아 내옴으로써 상황이 정리가 되었다.

춥고 시린 바깥세상과는 달리 너무나도 따뜻한 집 안에서 다섯 남녀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그 속에서 웃고 있는 제 사람들을 보는 낙원의 얼굴엔 그 어느 때보다 예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자신의 가족이자 친구인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아내. 누구보다 제 아내를 챙겨주고 예뻐해 주는 주원이. 큰 형인 무원처럼 모두를 감싸 안아주는 원식이, 그리고 다른 날보다 유난히 행복해 보이는 지혁이까지.

무원이 떠난 후로 허전하기만 했던 가슴 한구석이 꽉 차는 느낌에 낙원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갔다.

그리고 그런 낙원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식탁 아래로 작은 손의 온기가 그에게 전해졌다.

마주본 두 눈엔 늘 그렇듯 따뜻함과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내 아내, 내 가족, 내 친구.

자신은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 없다.

그래서 다짐했다. 이 행복을 절대 깨트리지 않겠다고. 꼭 지켜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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