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강선생님-62화 (62/112)

62. 내 남자2016.11.23.

은유의 입술 위로 내려앉은 낙원의 입술은 조심스러웠다.

천천히, 느긋하게 입을 맞추던 그는 은유가 가진 특유의 향기에 취해 얇은 허리를 끌어당기고 목 뒤를 감싸 안으며 여린 입 속을 두드렸다.

부끄러운 듯 문을 닫고 있던 은유가 천천히 그를 반기자 조금 전과는 달리 그의 입술이 은유의 공간을 침범했다.

서로의 입술을 부드럽게 옭아매며 걸음을 옮긴 두 사람은 어느새 침실까지 들어와 있었다.

무릎 뒤로 닿는 푹신한 매트리스의 느낌에 은유의 두 손이 낙원의 가운을 꼭 쥐었다.

은유를 조심스럽게 침대 위에 앉힌 그가 허리를 굽혀 입을 맞춰오다 잠시 멀어졌다.

“케이크 먹을까.”

그가 지금 얼마나 많은 인내를 하는지는 꾹 다물고 있는 입술에서부터 알 수가 있었다.

평소라면 그러자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신혼여행이고, 그와 함께 하는 첫날밤이다.

대답 없이 저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은유가 이상했는지 낙원이 살며시 웃으며 하얀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렇게 쳐다보면.”

“…….”

“진짜 위험한데.”

“……저랑…….”

작게 떨리는 목소리가 낙원의 귓가를 파고 들었다.

“……저랑……. 산 넘어요.”

부드럽게 얼굴을 쓰다듬던 손길이 멈췄다.

낙원의 두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고, 그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 말도……. 되게 위험한데.”

“우리가 앞으로 넘을…….”

“…….”

“……수많은 산들 중에 하나일 거에요…….”

제 가운을 쥐고 있는 은유의 작은 두 손은 잘게 떨려왔지만 저와 마주하고 있는 눈동자엔 흔들림이라곤 없었다.

“힘들어도 중간에 하산할 자신 없어.”

“……우리 같이 넘어요.”

줄곧 낙원의 가운을 쥐고 있던 은유의 두 손이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안아오는 손길에서 그녀의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낙원의 얼굴이 다시 그녀에게 가까워졌다.

“……힘들면 얘기해. 잠깐 쉬는 건 허락할게.”

짓궂은 진심에 은유가 붉어진 얼굴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은유의 뒤통수를 감싸고 느리게 침대 위로 눕힌 그의 얼굴엔 긴장감이 가득 서렸다.

아내의 이마부터 시작해서 눈과 코에 옅은 키스를 선사한 그의 입술이 어느새 분홍 빛의 색을 띠는 그녀의 입술 위로 찾아 들었다.

그 동안 한없이 절제해왔던 것과는 다른 마음가짐이 오히려 더 그를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촉촉한 입술에 제 온기를 전하고, 숨결을 불어넣으며 어루만지던 낙원은 목 뒤를 부드럽게 쓸며 천천히 입술을 내렸다.

선이 고운 가느다란 목선을 따라 살짝 벌어진 가운 사이로 보이는 쇄골에 안착한 그의 입술에 은유의 입에서 작은 숨이 터져 나왔다.

어두운 방 안으로 찾아 든 달빛이 두 사람을 감싸 안았다.

“……낙원씨…….”

저를 찾는 아내의 입술에 다시 진하게 입을 맞추며 낙원의 손이 은유의 허리에 묶인 리본을 풀어냈다.

마치 귀한 선물상자를 푸르듯 매듭을 풀어낸 그는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늘 제 호기심을 자극했던 사랑스러운 아내의 몸. 그 아름다움을 감히 상상할 수도 없어 늘 괴로워했는데 오늘에서야 그 실체를 마주하게 되었다.

가운 아래로 드러난 몸을 감싼 슬립마냥 은유의 얼굴이 불그스름하게 물들어 있었다.

오로지 제게로 쏟아지는 남편의 시선에 부끄러움이 밀려들어 은유의 얼굴이 옆으로 틀어졌다.

“피하지마.”

낙원의 커다란 손이 금새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탐스러운 입술을 어루만졌다.

“……저 부끄러워요…….”

떨리는 목소리에서 전해져 오는 마음에 낙원이 살며시 웃으며 그녀의 몸에 걸쳐진 가운을 벗겨냈다.

“눈부시게 예뻐. 쳐다보기가 아까울 정도로.”

그의 진심이 가득 묻어 나오는 목소리가 부끄러운 은유의 마음을 세심하게 어루만져주었다.

신이 있다면 심혈을 기울여 빚어낸 것이 틀림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아내의 실루엣을 보며 그가 입고 있던 자신의 가운을 벗었다.

처음 마주하는 남편의 환상적인 몸에 은유는 시선을 빼앗겼다.

늘 저를 꽉 안아주던 넓은 어깨와 강하게 드러나있는 쇄골. 정성 들여 빚은 것만 같은 탄탄한 가슴에 배 위로 선명하게 드러난 복근. 탄탄한 근육이 잡힌 팔과 손등에서부터 팔 전체적으로 드러나 있는 힘줄과 핏줄이 그녀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노골적인 아내의 시선에 낙원이 작게 웃으며 그녀에게로 몸을 숙였다.

“부끄러운 건 나도 마찬가진데.”

“아, 죄, 죄송해요.”

급하게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리는 모습이 미치도록 사랑스러워 낙원의 입가가 길게 늘어졌다.

커다란 한 손으로 작은 두 손을 잡아 내리자 당황한 듯한 얼굴이 눈에 가득 찼다.

“가리지마. 빠짐없이 봐야겠으니까.”

“그, 그래도- 흡.”

은유의 가느다란 목소리는 낙원에게 잠겼다.

조심스러운 그의 입맞춤의 농도가 점점 짙어지며 은유의 몸에 걸쳐 있던 천들도 하나 둘씩 사라져갔다.

낙원의 입술이 그녀의 입에서 목으로, 쇄골로, 그리고 어깨로 점점 더 내려가며 그녀의 작은 입술에선 뜨거운 숨결이 터져 나왔다.

“…하…….”

수도 없이 기다렸던 날.

은유와 키스를 할 때마다 넘고 싶었던 선. 맛보고 싶었던 열매. 오늘 그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달빛만이 어스름하게 비추는 침실 안에는 두 사람의 들뜬 숨소리로 가득 찼고 공기마저 뜨거워졌다.

남편의 손길이, 남편의 입술이 주는 부드러운 쾌감과 강인한 짜릿함에 은유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 낙원씨.”

잔뜩 달아오른 몸에도 낙원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토록 기대했던 날이기에 더더욱 소중하게 아껴주고 싶었다.

아내의 아름다운 몸에 수도 없이 입을 맞추고 긴장을 풀어주는 그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탄탄한 남편의 몸 아래에 갇힌 은유가 본능적으로 그의 어깨를 잡자 제법 거친 숨과는 달리 한없이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녀를 감쌌다.

“힘들면 얘기해.”

“괜찮아요. 낙원씨니까 괜찮아요……. 아!”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게, 그리고 빠르게 그가 은유를 안았다. 터져 나온 숨에 동그란 이마 위로 수없이 입을 맞추자 떨리는 눈꺼풀을 들어 저를 쳐다보는 아내의 눈이 보였다.

“사랑해.”

“……아…….”

“사랑해 은유야.”

부드럽게 아내를 안는 그의 손길은 눈물이 날 정도로 다정했다. 그 품 안에서 은유는 잘은 숨을 토해내며 남편이 주는 아찔하고 황홀한 감각에 젖어 점점 아픔을 잊어갔다.

항상 바래왔던 아내와의 첫날 밤. 제 품에 안겨 예쁘게 피어나는 아내의 모습에 낙원의 심장이 빠르게 요동쳤다.

새하얀 어깨 위에, 오로지 저만을 애타게 찾는 손길에 정성스레 입을 맞추고 감싸 안으며 낙원은 절대 잊지 못할 짜릿한 감각들을 그녀에게 선사했다.

흐트러진 머리칼, 떨어지는 땀방울, 짙은 숨결, 떨리는 목소리, 뜨거운 체온. 은유는 낙원의 모든 것을 제 안에 채웠다.

오로지 두 사람만이 존재하는 시간. 두 사람만이 나누는 공간. 두 사람만이 가진 서로에 대한 열망으로 그렇게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 있었다.

목 뒤로 느껴지는 따뜻한 숨결에 눈을 뜬 은유는 이불 아래로 느껴지는 맨 살의 감촉에 어젯밤 일이 떠올랐다.

밤새 낙원을 애타게 찾던 제 목소리와 그런 저를 한없이 어루만져 안아주던 남편.

드디어 산 하나를 같이 넘은 지금, 은유는 밀려오는 쑥스러움에 눈을 질끈 감았다가 제 목에 닿은 입술에 화들짝 놀랐다.

“나, 낙원씨?”

“메리 크리스마스.”

잠에서 막 깬 그의 목소리는 미성이었지만 허스키했다.

그 목소리로 밤새 제 이름을 부르며 사랑한다고 속삭여주던 게 생각나 은유는 붉어진 제 얼굴을 베개에 묻었다.

“왜 그래.”

“미, 미, 민망해서요…….”

부끄러운 저와는 다르게 뒤에서 들려오는 낮은 웃음소리에 은유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자 여느 때보다 더 다정한 시선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 남편을 볼 수가 있었다.

“뭐가 민망해.”

“그, 그냥 다…….”

제 눈을 똑바로 마주치지도 못하는 아내가 귀여워 낙원은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부드러운 촉감을 주는 허리를 더 바짝 끌어 안았다.

“아.”

“어, 미안. 아프지.”

아내의 입에서 나온 신음소리에 놀란 그가 급히 상체를 일으키자 폭신한 이불이 스르륵 흘러내리며 근육질의 몸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 은유는 더 얼굴이 붉어지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해 낙원의 손에 의해 치워졌다.

“그만 숨어.”

“오, 오늘만 좀 봐주세요…….”

“안돼. 이렇게 예쁜 걸 왜 자꾸 숨겨.”

그렇게 말하는 낙원의 얼굴에는 내내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남편이 원래 이렇게 잘 웃는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그는 눈을 떠서부터 계속 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조금 전 아파했던 그녀를 떠올리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맨 허리에 손을 얹었다.

“아프게 해서 미안해.”

“아, 아니에요.”

“씻을까? 아니면 밥부터 먹을까?”

낙원의 물음에 은유는 어제 그가 준비해뒀던 케이크가 떠올랐다.

“……케이크……. 상했겠죠?”

“그랬을 것 같은데. 룸 서비스 시켜줄게.”

“괘, 괜찮은데…….”

“배고프잖아. 잠시만 기다려.”

은유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춘 그가 가운을 대충 걸쳐 입고 거실로 나갔다.

슬그머니 침대 아래로 시선을 내린 은유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는 제 가운과 속옷들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치울까 하다가 움직이기가 귀찮아서 그냥 베개 위에 다시 머리를 기대고 눕자 낙원이 메뉴 판을 가지고 돌아왔다.

“뭐 먹고 싶어?”

“저 아무거나 다 좋아요.”

“아침이니까 가볍게 먹을까?”

“네!”

인터폰으로 주문을 마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벨이 울렸다. 낙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 무언가 말소리가 들렸고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그가 침실로 돌아와 은유를 이불로 감싼 채로 들어올렸다.

“나, 낙원씨! 뭐해요?”

“밥 먹어야지.”

“제, 제가 걸어갈 수 있어요!”

“내려올 생각 하지마.”

낙원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거실로 나간 은유는 저를 소파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주고 그 옆에 앉는 남편을 빤히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봐.”

“그냥……. 뭔가 좀 신기해서요.”

“뭐가?”

“……낙원씨도 이제 제 남자가 된 거잖아요.”

은유의 입에서 나온 말에 음식을 테이블 위에 차려놓던 하던 그의 손이 멈췄다. 그리고 은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뭐?”

“낙원씨 제 남자 된 거 아니에요?”

미치겠다 진짜.

“심은유.”

“네?”

“왜 이렇게 사랑스러워.”

“…….”

“그리고. 난 원래 네 거였어.”

환하게 웃으며 답하는 낙원의 모습에 은유가 부끄러운 듯 이불 속으로 얼굴을 묻었다.

아, 진짜 사랑스러워서 어떡하지.

“그러니까 맘대로 부려먹어. 앞으로도 계속 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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