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내게 기적같은 존재
“말릴 거야?”
“아니, 당신 하고 싶은대로 다 해. 힘 있는 자들에게까지 관대해질 필요는 없어.”
루비츠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라벨라를 품에 안고 부드러운 머리칼에 얼굴을 묻었다.
드디어 라벨라가 고집을 꺾고 곁에 있기로 했는데, 라벨라가 바라는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들어줄 생각이었다.
*
라벨라가 마음을 정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일사천리로 주변 상황이 정리됐다.
라벨라의 거처는 곧장 황제궁으로 옮겨졌고, 수많은 이들이 그녀의 곁에 달라붙어 보필하기 시작했다.
다벨은 하루에 세 번씩 라벨라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고, 차메르는 아이의 상태를 확인해 알려줬다.
배 속의 아이를 감당하려면 필요할 거라며 마법 훈련에도 박차가 가해졌다.
리텔니는 루비츠의 명에 따라 라벨라에게 필요한 걸 확인해 보고했고, 루비츠는 어미 새라도 된 것처럼 수시로 선물을 안겼다.
“엄청 강한 아이가 태어날 거야, 그렇지?”
키르아로 복귀한 수하들은 매일같이 황궁을 드나들며 태어날 2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들만큼이나 기뻐하는 이는 또 있었다.
“영애, 이렇게 기쁜 소식을 안겨주다니요.”
테오도라는 온갖 진미와 선물을 싸 들고 라벨라를 찾아왔다.
라벨라가 부담스러워할까 걱정이 됐는지 참았다가 한 번씩 오는 게 빤히 보였다.
그녀는 라벨라의 이야기를 듣고 어느 정도 마음을 비우고 있었던지라 뜻밖의 소식이 더 기쁘다 고백했다.
“이제 황후궁으로 옮기는 게 어떠합니까, 오래 비워두는 것도 좋은 건 아니지요.”
아직 식을 올린 것도 아닌데 테오도라는 한참이나 앞서가고 있었다.
“그것이.”
“황제궁에서 함께 지내시겠다고 합니다. 황후궁은 다른 용도로 쓰실 데가 있다고요.”
민망해하는 라벨라 대신 리텔니가 즐거워하며 답을 했다.
“하긴, 두 사람이 알아서 정하겠지요, 그런데 영애. 식은 대체 언제 올리는 건가요?”
“안정기에 접어들면요, 물론 또 다른 이유도 있고요.”
배를 토닥이며 씩 웃는 라벨라를 보며 리텔니는 본능적으로 몸을 떨었다.
예비 황후는 무언가 계획을 세울 때의 주군과 꼭 닮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
라벨라가 언급한 또 다른 이유는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그녀를 찾아왔다.
“어머, 예상치 못한 손님들이 찾아오셨네요?”
라벨라를 극심히 반대했던 귀족들이었다.
“폐, 폐하…….”
황제궁으로 라벨라를 찾아온 귀족들은 응접실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한 황제를 보면서 또 한 번 당황해야 했다.
정확히는 라벨라가 황제의 품에 안긴 채 그들을 맞이했기 때문이었다.
황제는 라벨라를 제 무릎 위에 앉혀 놓고 그녀의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깨닫자마자 방문자들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라벨라의 회임 소식은 암암리에 퍼져 있었다. 그녀가 황제의 아이까지 가진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이미 황제에게 패배해 그의 뜻대로 하라며 항복을 선언한 상태였다. 그러니 결혼식과 책봉식의 날만 잡으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문제는, 저 영애가 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황후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는 거였다.
“그대들이 이곳까지 무슨 일로?”
황제는 웃고 있었지만, 그의 눈은 서늘했다.
“그, 나중에 다시 찾아뵙…….”
“제게 하실 말씀이 있다 들었습니다.”
라벨라가 물러나려는 이들을 기어코 붙잡았다.
“그…….”
“제가 황후가 되는 걸 끝까지 반대하셔도 전 괜찮습니다.”
“!”
라벨라의 솔직한 발언에 한 공간에 있던 모두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오로지 황제만 빼고.
“어쩌죠? 원하는 대로 성을 떠나드리고 싶지만, 보시다시피 배 속에 귀중한 씨를 품고 있는지라. 당분간은 어렵겠네요.”
“그, 그런 말씀을…….”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좀 기다려주시겠어요?”
“아닙니다, 저희는 영애가 돌아온 걸 환영하고자 찾아온 겁니다.”
모두가 땀을 뻘뻘 흘리며 핑계를 댔다.
“그런가요? 그거참 다행이네요.”
라벨라가 픽 웃으며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
작고 날카로운 검 하나가 귀족들의 사이를 가르고 날아가 반대편 문에 꽂혔다.
“저는 출신이 천하고 배운 것이 없는 한미한 집안의 여식이라, 할 줄 아는 거라곤 이런 거밖에 없거든요.”
창백해진 이들의 이마에 하나같이 땀이 삐질삐질 샘솟았다.
“지금은, 그 고삐를 폐하께서 꽉 붙들고 계신지라 얌전히 있기는 한데, 고삐가 풀리면 저도 제가 어떻게 변할지 잘 모르겠네요?”
라벨라는 곧 웃음을 터트릴 것 같은 루비츠의 어깨를 꾹 내리누르며 경고했다.
그리고 귀족들을 향해 인자하게 웃어주었다.
“아, 황궁을 나가게 되면 의뢰도 얼마든지 받아드릴게요. 인연도 있으니 아주 저렴한 가격에.”
“무슨 그런 농담을요, 하하, 저희 귀족회의에서는 만장일치로 황후 책봉을 서두르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부디 영애, 저희의 뜻을 생각해 주시겠습니까?”
*
라벨라의 기에 완전히 눌린 이들은 어서 날을 잡으시라는 충언을 늘어놓고서야 떠나갔다.
루비츠는 한참이나 웃어대야 했다.
“어때? 황제의 총애를 등에 업고 날뛰는 여자 같아 보였어?”
황후가 된다 해도 귀족들의 입맛에 맞는 인형 같은 존재가 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완벽히 그래 보였다고 하면 화낼 거야?”
“아니, 칭찬이지.”
흥, 코웃음 치며 거만한 표정을 짓는 라벨라가 못내 사랑스럽다.
루비츠가 그대로 라벨라를 품에 안고 옆으로 몸을 기울였다. 두 사람의 몸이 커다란 소파 위로 풀썩 쓰러졌다.
“왜 그래, 또.”
“가만히 있어, 아기가 놀랄 것 같아.”
졸지에 습격을 당한 라벨라가 버둥거리다 얌전해졌다. 루비츠는 또 한 번 웃고 말았다.
아기는 라벨라를 잠잠하게 만드는 주문 같았다. 아기가 낯설다면서도 무척 신경 쓰는 게 보였다.
“라벨라, 황궁 뒤쪽으로 가면 사용하지 않는 신전이 하나 있어.”
“그런데?”
“그 신전 뒤로 풍경이 아름다운 언덕이 있거든. 지금 그곳에 적당한 오두막을 하나 짓고 있어.”
“……왜?”
심드렁하던 라벨라가 살짝 관심을 내보였다.
“아이가 태어나면 같이 가자. 황궁이랑 모든 게 다 귀찮아질 때. 벗어나고 싶어질 때.”
“황위 문제만 아니었다면 난 그냥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 낳고 그렇게 살았을 거야.”
언젠가 루비츠가 말했던 그의 소망이 떠올랐다.
“꿈이 이루어졌네?”
“맞아, 당신이 이뤄줬어. 내가 소망하던 모든 것들.”
“나한테 무척 고맙겠네.”
“말이라고. 라벨라, 넌 내게 기적 같은 존재야.”
루비츠가 라벨라의 볼에 자신의 콧날을 내리누르며 속삭였다.
“난 당신에게 어떤 존재일까.”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루비츠의 말에 라벨라는 곰곰이 생각했다.
“넌 내게…… 새로운 길일지도.”
그리고 그녀는 답을 내렸다.
“감동인데?”
사랑스러운 대답에 루비츠가 라벨라의 볼과 입술에 연달아 입을 맞출 때였다.
“폐하.”
“무슨 일이지?”
“나메렌 후작과 그의 딸이 도착했습니다.”
피아체?
라벨라가 어떻게 된 상황인지 눈으로 묻자 루비츠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럼, 내가 가만히 둘 거라고 생각했어?”
“…….”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안 그래?”
루비츠는 다정하게 웃고 있었지만, 라벨라는 그 뒤에 숨겨진 짜증과 분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해결해야 할 게 또 하나 남아 있었구나.
고위 귀족에서 졸지에 범죄자가 되어 황궁으로 연행된 후작을 떠올리니 한숨이 나왔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라벨라는 아직 소파에 느른하게 누워 있는 루비츠를 바라봤다.
“설마 진짜 죄인 다루듯이 포박해서 데려오고 그런 건 아니지?”
걱정되어 물으니 루비츠는 싱긋 웃기만 할 뿐이었다.
물론 생각이 없는 녀석은 아니니 어느 정도 후작의 입장을 고려해 데려오긴 했겠으나, 요즘의 그라면 또 모르는 일이었다.
그는 마치 주인을 지키는 사냥개처럼 굴었으니까.
“나는 조용히 소리소문없이 없애버릴까도 생각했는데.”
라벨라의 머리카락 끝을 손가락으로 돌돌 말았다 풀며 속삭이는 말은 농담처럼 장난스러웠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서늘한 냉기를 모를 수가 없었다.
“당신의 생각이 더 중요해서, 당신의 의견을 묻고 결정하려고.”
“내가 피아체를 죽이라고 하면 어쩌려고?”
“상관없어.”
그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나메렌 후작은 네가 황위에 오르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이야. 피아체를 그런 식으로 다루면, 네 평판도 나빠질 거 몰라서 그래?”
“라벨라, 아직도 모르겠어?”
루비츠가 진짜 이럴 거냐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라벨라를 쳐다봤다.
“뭘?”
심통이 난 것 같은 표정을 보며 라벨라 또한 눈썹을 꿈틀했다.
“내가 마음 쓰는 건, 저 아래, 이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 그리고 우리가 다니면서 직접 눈으로 봤던 이들뿐이야. 그들의 행복을 위해 이 자리를 선택한 거라고.”
“귀족들도 따지고 보면 이곳 사람들이야.”
“이미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더 많은 힘을 주려는 게 아니야. 물론 존중이야 해주겠지만.”
루비츠가 원하는 걸 알겠다. 그렇다고 루비츠가 원하는 대로 해줄 생각은 없었다.
“알겠으니 피아체의 처분은 내게 맡겨, 전적으로.”
“그렇게 해.”
쉽게 수긍한 루비츠는 라벨라에게 어떻게 할 건지 묻지 않았다.
피아체에게 잘 어울리는 형벌이 있긴 하지.
라벨라는 팔짱을 낀 채 자신의 연인이자 남편이 될 남자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
“오랜만에 뵙습니다, 후작님. 그리고 영애도.”
그간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지 두 사람의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나메렌 후작은 폭삭 늙어 버렸고 피어나는 꽃 같던 피아체는 시들시들했다.
“영애, 한 번만 자비를…….”
웃으며 맞이하는 라벨라를 본 후작은 당장 무릎을 꿇었다.
아무리 라벨라가 예비 황후라 하여도 그녀는 아직 네이트랄 가의 영애일 뿐이었다. 후작이 그녀에게 무릎을 꿇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저런 게 부성애인가. 라벨라는 무의식에 제 배를 쓰다듬었다.
비참할 만큼 자존심을 내던진 후작의 행동에도 피아체는 입술을 꼭 깨문 채 새침하게 버티고 있었다.
‘하여간 보통은 아니라니까.’
이 상황에도 그런 고집이 새삼 대단해 보일 정도였다.
그런 피아체에게 벌을 준다 한들, 그녀가 깨닫고 느끼는 바가 있기는 할까?
절대 아닐 거다. 끝까지 원망만 하다가 가겠지.
괘씸하긴 하지만 피아체가 저지른 일은 사실 라벨라 입장에서는 작은 모기 한 마리가 윙윙거린 것만도 못한 거였다.
피아체가 그녀의 납치 사건에 함께 동조했다며 칸피덴을 물고 늘어지게 둘 생각도 없었고.
그러니 직접적인 형벌 대신 그녀가 더 괴로워할 방향으로 벌을 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깨닫게 할 생각이었다. 그녀가 어떤 수를 쓰더라도 라벨라에게는 조금의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후작님?”
라벨라는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황제 폐하께서는 저를 황후 자리에 앉히실 모양이에요.”
라벨라는 이미 결정된 사실을 한 번 더 반복했다. 역시나 피아체의 얼굴이 꿈틀하는 게 보였다.
“아시다시피 제가 황실하고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보니, 앞으로가 걱정이 크네요.”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걸까. 후작이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했다.
“곁에서 저를 도와줄 사람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피아체 양이 그 역할을 맡아주면 어떨까요?”
“!”
뜻밖의 결정에 라벨라를 제외한 모두가 놀랐다.
곁을 지키던 리텔니만 대체 무슨 의도일까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라벨라를 쳐다볼 뿐이었다.
*
“옆에서 지켜봐야지. 내가 행복해하고 사랑받는 걸 보면서 얼마나 약이 오르겠어.”
라벨라는 적당한 때가 되면 내보낼 거라며 걱정하는 루비츠를 안심시켰다.
“어디, 갖고 싶었지만 결국 갖지 못한 남자가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걸 보면서 괴로워해 보라지.”
라벨라의 잔인하고 흥미로운 복수가 시작됐다.
피아체는 어쩔 수 없이 강제로 시녀 생활을 하고 있었다. 라벨라의 머리를 빗겨주고 몸을 씻겨주고, 굴욕적인 나날이었다.
못된 짓을 하려고 해도 눈에 불을 켜고 옆에서 지켜보는 이들이 있어 얌전히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아, 그건 필요 없어요.”
잠옷 위에 도톰한 외투를 입히려던 피아체의 손이 멈췄다.
“어차피 폐하께서 오시면 금방 벗기실 테니.”
“!”
노골적인 말에 피아체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
귀족 영애라면, 혹은 진짜 황후가 될 여자라면 이런 낯 뜨거운 말을 입 밖에 낼 리 없었다.
역시 본 데 없고 미천한 출신의 여자라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게 분명했다.
프롬쉘에서 왔다는 시녀들에게 힐끗 시선을 보냈지만, 그녀들은 못 들은 척 외면할 뿐이었다.
아직 식도 올리지 않았는데 감히 황제궁에 기거하는 것도 황당한데.
피아체가 부들부들 떨면서 라벨라가 잠자리에 들 준비를 도울 때였다.
“라벨라.”
“루비츠.”
알림도 없이 침실로 불쑥 들어온 황제에 모두가 허리를 숙였다.
몸을 일으킨 라벨라 또한 황제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더니 품에 가 안겼다.
시도 때도 없이 라벨라를 찾아오는 황제에 모두가 익숙해져 있었다. 피아체만 빼고.
저런 하찮은 사내였다니. 실망이라며 속으로 욕을 해댔지만, 질투로 배 속은 부글부글 끓었다.
혹시나 황제가 제게 눈길이라도 한 번 주지 않을까 그런 희망을 품기도 했었다.
그런데 황제의 눈에는 라벨라 하나만 보이는 것 같았다.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는 눈빛과 행동이 그랬다.
아름다운 황제는 주변의 시선 따위 상관없다는 듯 품에 안은 여인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루비츠, 기다려.”
익숙하다는 듯 여자가 가볍게 웃음을 흘리며 몸을 떨어트리려 하자 황제는 놓아주지 않았다.
그 모습을 입술에 피가 날 정도로 깨물며 쳐다보는데 누군가 피아체의 팔을 잡아끌었다.
프롬쉘에서 온 시녀들이었다.
눈치껏 피해줘야지 뭐 하고 있냐는 듯한 비난의 눈빛을 받으며 피아체는 강제로 끌려나가다시피 했다.
다음날이 되면 또 온통 붉은 자국을 달고 있는 라벨라의 목욕 시중을 들게 되겠지.
피아체는 이보다 더없이 비참해질 수 있을까 싶었다.
오만한 피아체에게는 가장 큰 형벌이었다.
“놀리는 재미가 꽤 쏠쏠해.”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라벨라가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라벨라의 목적을 알자마자 루비츠는 눈치껏 요란한 애정행각에 동참했다.
물론 라벨라를 돕는다는 핑계로 본인이 즐기는 게 더 커 보였지만.
“이만하면 됐으니 돌려보낼까 싶은데?”
“왜, 아직 부족한 것 같은데.”
그리 말하는 그 시커먼 속내를 모를까. 라벨라가 루비츠의 옆구리를 슬쩍 꼬집었다.
“아야.”
“간지러우니까 이제 그만해, 정말.”
계속 라벨라의 목과 볼에 입을 맞추던 루비츠가 씩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참, 리텔니에게 이야기 들었어?”
“뭘?”
“우리 결혼식 날짜가 잡혔어.”
라벨라를 번쩍 안아 올린 루비츠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화사한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