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라벨라의 첫 패배
“아이라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된다며 부정하려던 루비츠가 말을 멈췄다.
“아.”
짐작 가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궁을 나가기 전 다벨이 진료했을 때만 해도 라벨라의 몸에 다른 변화는 없었다.
혹 궁을 나가고 변화가 있었던 걸까.
“라벨라에게 들은 건가?”
[아니, 라벨라는 아직 모르고 있다.]
“그럼 그대는 어떻게 알았지?”
[아이가 마력을 가진 탓에 바로 알았다.]
루비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게 언제였지?”
[쿠즈네에서 만났을 때 이미.]
“뭐?”
그렇게 빨리? 그렇다는 건 임신까지 한 라벨라를 성 밖으로 내보냈다는 뜻이었다.
‘이런.’
어쩐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더라니.
덤덤하게 대답하는 차메르를 보는 루비츠는 샘솟는 화를 억눌렀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고 다그치고 싶지만, 지금은 그게 먼저가 아니었다.
라벨라와 퍽 닮은 얼굴을 보니 마음이 약해져 크게 화를 낼 수도 없었다. 하필 과거 이야기를 꺼낸 다음이기도 하고.
“아이에게 문제라도 생겼으면 오늘 우리 사이에 오간 이야기는 없던 게 될 거야.”
[아이는 아무 문제없어.]
“그거참, 알려줘서 아주 고맙군.”
비꼬듯이 말을 짓씹은 루비츠가 곧장 침실을 빠져나가며 리텔니를 찾았다.
“폐하?”
“다벨을 불러, 황자궁으로 오라고 해.”
“네? 이 밤에요?”
“그래, 서둘러.”
리텔니는 어리둥절했지만 다급해 보이는 주군을 보며 덩달아 마음이 급해졌다.
*
차메르가 사라진 자리를 노려보는 라벨라는 찝찝함을 곱씹고 있었다.
[네 몸 상태가 어떤지 확인하려고 왔을 뿐이다.]
“내 몸? 왜?”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구나.]
“뭐를?”
[앞으로 어찌할 생각이지?]
“그게 왜 궁금해?”
까칠하게 대답해 주니 빤히 보던 차메르는 쯧 혀를 차고는 사라져버렸다.
“뭐지? 뭐가 있는 건가?”
훈련은 잘 진행되고 있고 마력을 운용하는 실력은 쑥쑥 늘고 있었다.
“아, 괜히 찝찝하게.”
손끝으로 불기둥을 만들어보고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할 때였다. 누군가 문을 툭툭 두들겼다.
“이번엔 또 뭐야?”
“대장, 나야.”
살짝 짜증이 난 라벨라가 고개를 돌리는데 바깥에서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
칸피덴의 목소리였다. 라벨라는 단번에 문을 열었다.
“대장.”
칸피덴이 희미한 미소를 띠운 채 서 있었다.
“너……!”
라벨라는 불쑥 샘솟는 반가움에 스스로 조금 놀라고 말았다.
“대장이 떠나고 나서 바로 깨어났어.”
“몸은? 미안, 성에 오자마자 보러 갔어야 했는데.”
“괜찮아.”
걱정을 숨기지 않고 몸을 훑는 라벨라가 미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런 라벨라의 행동에 칸피덴의 가슴이 들쑥날쑥하게 뛰어댔다.
“들어와.”
멀쩡한 모습에 안심이 된 라벨라가 몸을 비켜주었다.
마주 앉은 두 사람 사이에 칸피덴이 쓰러진 직후와 라벨라가 떠난 이후, 서로가 모르는 상황들에 대한 설명이 오갔다.
“네 부친은 어떻게 됐지?”
“…….”
라벨라가 그걸 물을 줄 몰랐던 칸피덴의 눈이 조금 커졌다 제자리를 찾았다.
“저지른 죗값을 치르고 있어. 작위는 빼앗겼고 부정으로 쌓은 재산은 환수됐어.”
“이제 속이 후련해? 그러려고 내 뒤통수 때리고 갔으니 후련해야겠지.”
라벨라의 핀잔에 칸피덴이 푸스스 웃었다. 한결 편안해진 표정을 보며 라벨라 또한 안도했다.
“응. 내 손으로 이루고 싶었던 거니까. 셰바르의 성은 지워지고 앞으로 존재하지 않게 될 거야.”
“그럼 넌 어떻게 되는데?”
“글쎄, 어차피 키르아의 칸피덴으로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살지 않을까?”
“그건 곤란한데.”
문이 벌컥 열리며 갑자기 끼어드는 목소리에 라벨라와 칸피덴 두 사람의 고개가 입구로 돌아갔다.
“……찾아오는 손님이 끊이질 않네?”
불청객을 본 라벨라가 대번에 인상을 썼다.
“이토록 갑작스레 찾아오시다니요?”
비꼬는 라벨라를 아랑곳하지 않은 루비츠가 다벨에게 고갯짓했다.
“라벨라 님. 죄송하지만 몸 상태를 확인해 봐도 될까요?”
“뭐? 다들 왜 그래?”
차메르도 그러더니, 다들 유독 제 몸 상태에 관심이 많은 게 이상했다.
“급히 확인할 것이 있어 그렇습니다.”
“…….”
“라벨라 님, 중요한 일입니다.”
“라벨라.”
루비츠와 다벨이 동시에 그녀를 설득하듯 바라보았다.
“하, 맘대로 해.”
라벨라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다가온 다벨은 이리저리 살피고 몇 가지 질문을 던지더니 루비츠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
사실을 확인받은 루비츠의 표정은 기쁨과 걱정, 다양한 감정들로 정신없이 바뀌었다.
“역시, 칸피덴, 네가 키르아의 칸피덴으로 사는 건 곤란해.”
한참이나 바보처럼 굴던 루비츠가 입가를 가리고 크흠 헛기침을 하더니 엉뚱한 소리를 뱉었다.
“칸피덴 네게 셰바르와 상관없는 별도의 귀족 작위를 내릴 거야. 황제 시해 사건을 막으려 했던 공로, 라벨라 납치 사건을 해결한 공로 등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네?”
칸피덴의 미간이 좁아졌다. 아무리 라벨라를 지켰으면 좋겠다 했어도 과한 처사였다.
“앞으로 넌 우리 아이까지 지켜야 하니까.”
“!”
루비츠의 말을 곰곰이 되짚던 칸피덴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
“그래, 맞아.”
기쁨을 숨기지 못하고 크게 고개를 끄덕인 루비츠가 라벨라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의아해하는 라벨라의 두 손을 다정하게 감싸 쥔 루비츠가 천사 같은 얼굴로 웃었다.
“라벨라, 우리 아이가 있어. 여기에.”
“……뭐?”
“정말이야, 다벨이 지금 그걸 확인한 거고.”
“!”
라벨라의 눈동자가 더없이 커졌다. 그간 누구도 본 적 없는 라벨라의 놀란 얼굴이었다.
“그럴 리가 없어. 말도 안 돼. 이제 하다 하다 안 될 것 같으니까 그런 헛소리로 붙잡으려고?”
헛웃음을 흘리며 부정하는 라벨라에 루비츠는 칸피덴과 다벨을 눈짓으로 물렸다.
두 사람이 멀어지고 침실 근처를 둘러싼 인기척이 없어진 걸 확인하고서야 루비츠는 진실을 고백했다.
“라벨라, 당신이 쿠즈네에서 쓰러졌을 때부터 난 당신 몸 상태에 대해 알고 있었어.”
“그럼 알겠네, 임신이 말도 안 된다는 거.”
“음, 사실…… 다벨이 계속 해독을 시도해왔어.”
“뭐?”
지나 온 기억 속에 독 내성 훈련을 하면서도 다벨이 일러 주는 대로 철저히 따랐던 것이 생각났다.
몸 상태가 가뿐해지기에 아무 의심 없이 다벨이 설명해주는 걸 믿으며 그가 건네는 약들을 조합해 먹어왔다.
“오해는 마. 아이를 갖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야.”
“…….”
“그 상태로 있다가는 몸이 견디지 못할 거라고, 가뜩이나 마력과 충돌하고 있는 상태라기에…….”
라벨라는 제 손을 감싸 쥔 루비츠의 손이 바르르 떨리는 걸 느꼈다.
“그렇지만 크게 효과는 없었어. 정상으로 돌리기에 이미 당신 몸은 독에 너무 절어 있던 터라…….”
“그런데 왜 갑자기?”
“차메르의 마력과 강하게 충돌하면서 당신 몸의 상태가 크게 변한 것 같아. 아마 마력 훈련을 했던 것의 효과일 수도 있고.”
정확한 건 차메르가 설명해줘야겠지만.
“그럼 시점은.”
“아마 즉위식 전후?”
정확히 언제라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었다.
라벨라의 몸이 회복되고 난 뒤에 라벨라가 손을 내밀면 거부하지 않았다.
원하면 언제든 서로 온기를 나누었으니 아마 그즈음 언젠가로 짐작할 뿐이었다.
‘아이.’
한쪽 손을 빼낸 라벨라가 무의식에 배를 만졌다.
기분이 이상했다.
“나…… 나 잠시 혼자 생각할 시간 좀.”
“라벨라. 날 이기적이라 욕해도 좋고, 비난해도 좋아.”
“…….”
“그런데 난 기뻐. 기뻐서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
루비츠가 멍해진 라벨라의 무릎 위에 얼굴을 묻으며 중얼거렸다.
아직 얼굴도 모르고 성별도 알 수 없지만, 루비츠는 확신했다.
자신이 그 작은 생명을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라벨라, 내가 당신과 내 아이를 마음껏 사랑할 수 있게 해 줘.”
“…….”
“제발.”
라벨라는 간절히 부탁하는 보랏빛 눈동자를 외면할 수 없었다.
*
도망갈까 불안하다며 혼자 두려 하지 않는 루비츠를 겨우 돌려보낸 라벨라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방안을 서성이다 테라스로 발을 디뎠다.
‘아이라고?’
자꾸만 납작한 배로 손이 갔다.
비정상적인 몸이었으니 신체 반응이 달라졌다 해도 당연히 자각할 수가 없었다.
[복잡해 보이는구나.]
“나 참. 혼자 있고 싶다니까 다들 너무 안 도와주네.”
라벨라는 옆에 스르르 나타난 차메르를 보며 투덜거렸다.
“루비츠에게 봉인을 더 강하게 하라고 할까봐. 하여튼 영감님, 음흉한 건 알아줘야 해. 그래서 몸 상태 운운했어?”
[엉뚱한 생각은 하지 말아라. 네가 아이에게 해를 가하면 나는 아이를 지킬 수밖에 없다.]
“……왜?”
[그 아이, 마력을 가졌다. 네 몸이 마력과 동화된 탓이다. 마법사로 태어날 아이니 내가 가르치고 돌볼 의무가 있다.]
“하?”
어쩐지. 요즘 마력을 끌어오는 양이 유독 많아졌다 했다. 단순히 훈련의 성과인 줄로만 알았는데.
[정확히 말하면 아이가 스스로 마력을 만들어내는 거다.]
“내 생각을 읽기라도 했어?”
[짐작하는 거다.]
차메르가 라벨라를 빤히 보다 입을 열었다.
[넌, 늘 내게 놀라움만 가져다주는구나.]
차메르가 생각할수록 황당하다는 듯 비소를 흘렸다.
마력이 이어진 이들의 유대감은 핏줄에 집착하는 인간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진했다.
일족을 전부 잃고 얼마나 고통스러웠던가. 몇 백 년 만에 새로운 일족이 나타나리라곤 꿈에도 그려 본 적 없었다.
게다가 그 일족이 비스메르트의 핏줄이리라고는.
[널 데려올 때만 해도, 이런 일들이 벌어지리라는 생각은 못 했다.]
“…….”
[황제의 말대로, 네가 여기에 온 이유가 있었는지도 모르겠어.]
“진짜 내 배 속에 아이가 있어?”
[그래, 지금도 심장이 뛰고 있다.]
라벨라가 도통 믿지 못하는 듯 하자 잠시 생각하던 차메르가 손끝을 라벨라의 배로 향했다.
본능적으로 라벨라가 배를 보호하려 감싸는 순간, 공기 중에 쿵쿵, 커다란 박동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난 그 아이를 지켜야만 한다고 말했을 텐데. 네 아이의 심장 소리다.]
“……아.”
쿵쿵, 낮고 무거운 박동 소리가 라벨라의 심장을 두드렸다.
*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아이의 심장 소리가 주는 여운은 꽤 컸다.
차메르가 떠난 후에도 홀로 테라스를 서성이던 라벨라는 테라스 밑으로 뛰어내리려다 멈칫거렸다.
‘괜찮은 건가?’
저절로 배에 신경이 쓰였다.
아이라니, 이건 그녀의 인생에 일어나리라 생각지 못한 대형 사건이었다.
‘내가 엄마가 된다고?’
하긴, 생각해 보면 임피리아로 온 것부터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루비츠를 만나 사랑이란 감정을 어설프게나마 배우고, 잠깐이지만 청혼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것도 보지 못하게 되는 게 두렵다는 그런 유치한 감정 하나에 휘둘려서.
임피리아에서의 시간을 돌아보면 그런 신기하고 낯선 일들이 정말로 그녀에게 일어났다.
그럼, 그렇다면…….
이번엔 다른 삶을 살아봐도 되지 않을까.
죽음과 삶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며 살았던 때와는 다르게.
루비츠가 말한 것처럼 다른 목표를 보고 그렇게 살아가도 되지 않을까.
“라벨라, 너는 너이면 돼. 내가 루비츠이면서 이스카이기도 하듯이.”
루비츠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던 라벨라는 테라스에서 곧장 뛰어내리려던 생각을 접고 침실로 몸을 돌렸다.
황자궁을 벗어나 황궁을 가로지르는 동안 그녀를 막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정처 없이 걷던 라벨라는 정원 옆으로 난 길 중간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만 나와.”
“역시 들켰네.”
그녀의 뒤를 쫓던 그림자가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뭐하시는 거죠, 폐하? 진짜 도망갈까 봐 감시라도 하시는 겁니까?”
“그렇게 말하면 서운한데.”
루비츠가 부드러운 은발을 슥슥 문지르며 다가왔다.
“누가 보면 황제가 아니라 저어기 길바닥 어딘가의 암살자인 줄 알겠어.”
황궁의 주인인 황제가 그림자처럼 어둠 속에 숨어 그녀를 따라오다니. 그 우스운 행태에 어이가 없었다.
“아무렴 어때.”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루비츠가 라벨라의 어깨를 부드럽게 쥐었다.
“그냥 당신 곁에 있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어.”
라벨라가 밀어내지 않으니 소중해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처럼 조심스레 안아온다.
“그렇게 좋아?”
“응.”
온몸을 감싸오는 따스한 품과 익숙한 향기에 묘한 안정감이 찾아왔다. 언제고 요란하게 귓가를 울리는 루비츠의 심장 소리도.
모두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있지.”
잠시 침묵하던 라벨라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내가 나여도 된다고 했지?”
“그래.”
“키르아, 내가 계속 운영해도 돼?”
“원래 당신 거야.”
“그럼, 내가 지금까지처럼 사람을 죽이더라도 뭐라 하지 않을 거야?”
“불필요한 살상은 하지 않는 거 알아.”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훌륭한 황후는 못 될 거야.”
“되지 않아도 상관없어.”
물론, 말과 다르게 그녀가 책임을 다하리라는 건 알지만.
“……아이를 잘 키울 자신도 없어.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너도 알잖아.”
라벨라의 모친은 그녀를 두려워하다 멀어졌고, 그녀의 부친은 자식을 그저 무기로 보는 이였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루비츠가 다정하게 속삭였다.
그의 부친은 모든 걸 방치했고, 따스한 애정을 주던 어머니는 그의 손으로 형제를 끌어 내리고 황위를 갖도록 등을 떠밀었다.
루비츠가 라벨라를 정면으로 마주 봤다.
“라벨라, 난 우리가 갖지 못했던, 모르던 것들을 이 아이에게 주고 싶어.”
“…….”
“당신이랑 함께면 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단단한 눈빛을 보며 라벨라는 옅은 한숨을 뱉었다.
이 황제의 집착을 어찌 벗어날 수 있을까. 애당초 제게 벗어날 마음이 있기는 했을까.
어차피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자신이 없어 외면했을 뿐.
“……그래, 내가 졌어.”
라벨라는 처음으로 자신이 패배했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그녀에게 주어진 새로운 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눈앞에서 예쁘게 웃는 연인을 보며, 그의 손을 잡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그렇지만 한 가지, 해결해야 할 게 남아 있어.”
마음의 정리를 끝낸 라벨라는 그렇게 말해줄 줄 알았다는 듯 기뻐하는 루비츠에게 냉정한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게 뭐지?”
“귀족들 문제가 남아 있잖아?”
“라벨라, 굳이 그들의 인정과 축복을 받을 필요는 없잖아?”
“누가 축복받고 싶대?”
“그럼?”
“난 당한 건 갚아주는 주의라서.”
라벨라의 입술이 예쁘게 비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