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만 모르는 유혹-88화 (88/94)

88. 두 사람의 아이

루비츠의 말은 너무 태연했다.

“돌아오길 기다렸다고? 하! 돌아오게끔 만들었잖아, 네가!”

품 안에 갇힌 라벨라가 바동거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씩씩대느라 머리 위로 뿌연 김이 솟는 기분이었다.

루비츠의 어깨를 격하게 밀어내자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그녀의 몸을 단단히 안고 있던 팔이 스르르 풀렸다.

한 걸음 사이를 두고 멀어진 라벨라가 마저 화를 내려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너……!”

따지려던 라벨라의 말문이 막혔다.

그녀의 눈앞에는 행복해서 어쩔 줄 몰라 하며 해사하게 웃는 얼굴이 있었다.

......화를 내야 하는데.

“보고 싶었어.”

더없이 소중한 손길로 조심스레 두 볼을 감싸며 눈을 마주쳐오는 걸 보니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잠깐 떨어져 있는데도 견디기 힘들었어.”

“……하아.”

라벨라가 약해지리라는 걸 알았는지 그는 가여운 표정이었다.

라벨라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며 폭발했던 감정을 가라앉혔다.

우리 여우 같으신 황제 폐하를 상대하는 데 감정을 드러내는 건 손해였다.

“폐하.”

라벨라의 목소리가 차분해졌다.

“응.”

대답하는 루비츠는 여전히 해맑았다.

“되게 치사한 수를 쓰셨어요?”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이 속아 넘어갈 만큼 순진무구해 보였다.

“계속 모른 척 할 거야?”

“라벨라, 당신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루비츠가 억울하다는 듯 눈꼬리를 접었다.

“흠, 따라 와 봐.”

“뭔데?”

“가자, 조용한 데서 이야기해.”

“그냥 여기서 해.”

“여긴 보는 눈이 너무 많은데? 내 체면도 좀 생각해 주겠어?”

루비츠가 난처한 표정으로 라벨라의 등 뒤를 힐끗 가리켰다.

돌아보니 훤히 열린 문 뒤로 꽤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좋아.”

또다시 루비츠에게 휘말리는 기분이었지만, 라벨라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

루비츠가 그녀를 데려간 곳은 황실의 무덤이었다. 높은 지대에서 황궁과 그 바깥이 전부 내려다보이는 곳.

처음 와보는 곳이었지만 라벨라는 주변을 둘러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이제 마음껏 변명해 보시지요, 폐하?”

라벨라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계단에 먼저 앉으며 투덜거렸다.

웃음을 삼킨 루비츠가 그 옆에 나란히 앉으려 하자 라벨라가 눈에 힘을 줬다.

찰싹 붙어 앉으려던 루비츠가 양심껏 주먹 하나쯤의 사이를 벌렸지만, 라벨라가 한 번 더 눈썹을 꿈틀거렸다.

결국 사람이 한 명 정도 들어갈 만큼의 거리를 벌리고서야 앉으니 그제야 라벨라가 눈의 힘을 풀었다.

‘화가 단단히 났네.’

손이라도 잡고 싶은 욕심을 잠시 접어 둔 루비츠가 황궁 너머로 시선을 옮겼다.

“라벨라, 저기 모여 있는 사람들 보여?”

해가 지려 하는 데도 여전히 성 바깥은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다.

“저들이 왜 모였는지는 알고 있지? 그러니 여기로 다시 돌아온 걸 테고.”

“돌아온 게 아니야, 따지러 온 거지. 키르아 녀석들을 이용해서 여론을 건드렸잖아.”

“오해라니까? 난 캄파냐 상단이 했던 모든 일이 사실은 당신의 머릿속에서 나온 거다, 그 진실 하나만 밝히라고 했을 뿐이야.”

저렇게 뻔뻔한 얼굴이라니!

루비츠의 답을 들은 라벨라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게 그거……!”

“아니.”

루비츠가 발끈하는 라벨라의 말을 단호하게 잘랐다.

“그 작은 불씨가 지금처럼 커다란 불길로 번진 건 전적으로 저들의 의지야.”

루비츠의 가라앉은 눈동자가 천천히 라벨라에게 향했다. 그의 얼굴에 피어 있던 장난기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루카비도 여론을 위해 많은 걸 했어. 당신 눈으로 직접 봤으니까 더 잘 알겠지만.”

“…….”

보육원부터 시작해 가난한 이들을 위한 나름의 복지 시설까지. 라벨라는 제 눈으로 보았던 것들을 떠올렸다.

“그래도 저들의 마음을 건드리지는 못했지.”

성 밖에 효시된 루카비를 보면서도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이는 없었다.

아무리 반역을 일으켰다지만, 그간 루카비가 해 온 노고를 생각한다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캄파냐가 한 일과 루카비가 한 일이 대체 뭐가 다르기에 그럴까?”

루비츠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당신이 저들에게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고 내줬기 때문이야.”

라벨라가 시도한 것들은 무늬만 흉내 낸 루카비의 것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당신이 누구 보다 잘 알잖아, 키르아가 여론을 만들어낼 수는 있어도 그들을 행동하게 만들 수는 없어.”

여론을 움직이는 원리는 간단하다. 그들이 가장 원하는 마음을 긁어주면 효과는 극대화된다.

결국 라벨라가 했던 일은 제국민을 움직이게 할 만큼, 그들에게 도움이 됐다는 뜻이었다.

“이스카…… 너야말로 잘 알잖아. 처음부터 그들을 위해서 한 일이 아니야.”

라벨라가 훅 한숨 섞인 말을 뱉자 루비츠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그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라벨라의 마음이 따뜻하다는 증거인데, 그녀는 그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당신만 그렇게 여길 뿐이야. 인정해 라벨라. 당신은 나와 이곳, 임피리아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야.”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고, 경험하지 못한 것을 이미 아는 존재. 그래서 대안과 방향을 제시해 줄 사람.

“그러니 여기가 바로 당신의 자리야. 당신이 그걸 깨닫길 바라서 놓아 준 거야. 당신이 내 약점이 아니라는 것도, 당신이 얼마나 사랑받는지도 몸소 깨닫길 바라서.”

“…….”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 당신이 나와 차메르의 일에 휘말려 이 낯선 곳으로 온 것도 결국 이런 결론을 위해서였지 않을까 하는.”

“그건 너무 갖다 붙이는 말이지 않아?”

“그럴지도.”

루비츠가 푸스스 웃음을 흘렸다.

“그렇다 할지라도.”

그리고 이내 진중한 보랏빛 눈동자가 라벨라를 마주 봤다.

“라벨라, 도망치는 건 그만둬. 당신, 지금 겁내고 있는 거잖아.”

가슴 한구석이 뜨끔했다. 어쩌면 누군가와 깊은 관계가 되고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두려운 건지도 몰랐다.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여기까지 오면서 당신을 원하는 수많은 이들의 진심을 봤잖아.”

“…….”

“당신에게 고마워하는 그 마음들을 보면서 느낀 거 없어? 여기가 조금, 달라진 것 같지 않아?”

긴 손가락이 라벨라의 왼쪽 빗장뼈 아래를 부드럽게 짚었다. 며칠 내내 수없이 따끔거리던 곳이었다.

“난 알아. 당신은 다정한 사람이라, 결국 저들을 외면하지 못할 거라는 거.”

“.......”

“그리고, 당신을 이토록 사랑하는 나를 버리고 가지 못할 거라는 것도.”

왜 루비츠의 말을 부정할 수 없을까. 라벨라는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어름거리다 입을 다물어 버렸다.

“당신의 희생을 바라는 게 아니야, 당신의 자유를 뺏고 싶은 생각도 없어.”

그런 틈에도 루비츠의 다정한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내게도 황궁은 낯선 곳이거든.”

쓸쓸하게 들리는 말에 라벨라는 루비츠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살아가자. 여기 황궁에서, 그리고 임피리아 곳곳에서.”

우리의 방식대로?

그래, 우리의 방식대로. 나랑 임피리아의 많은 곳을 보고, 바꾸고, 그렇게 역할을 하고 나면 궁을 떠나 자유롭게, 우리 둘이서 그렇게 살아가자.

“그러니 라벨라, 내 곁에 있어 줘.”

“.......”

라벨라의 흔들리는 금안이 루비츠의 따스한 눈동자를 보다가, 다시 황궁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제 앞에 내밀어진 루비츠의 손으로 향했다.

*

“바깥 상황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커져서, 수습될 때까지 황궁에 있는 게 낫겠어. 당분간 황궁에서 있으면서 고민해 봐.”

루비츠는 곧바로 결론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황제궁으로 돌아왔을 때, 여전히 사람들은 흩어지지 않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

“……대장.”

라벨라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키르아 녀석들을 노려본 뒤 조용히 몸을 돌렸다.

루비츠가 고개를 끄덕이며 신호를 보내자 전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라벨라의 뒤를 따랐다.

그들의 종착지는 황자궁이었다. 황성을 떠나기 전 지내던 곳으로 다시 돌아오고 만 셈이었다.

“속인 건 미안해.”

방으로 흩어지기 전, 아르젠이 라벨라의 발목을 잡았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했어.”

“맞아, 대장이 화를 내더라도 난 후회 안 해.”

페시니가 가슴을 힘차게 내밀며 동의했다.

“너희…….”

어이없어진 라벨라가 문손잡이를 놓고 몸을 돌리자 모두가 흠칫했지만, 다들 물러서지 않고 꼿꼿하게 버텼다.

“우리만큼 대장을 잘 아는 사람은 없어.”

“…….”

“대장은 좋은 리더야. 키르아에만 있기에는, 그 능력이 너무 아까워. 우리는 대장이 역사에 다시는 없을 좋은 황후가 될 거라고 믿어.”

“…….”

“물론 대장이 어떤 선택을 하든, 우리는 대장을 따를 거야.”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말하는 아르젠이 낯설었다. 라벨라는 말없이 제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좋은 황후가 될 거라고?

“하.”

다들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닐까 싶었다.

몸에 걸치고 있던 무기들을 내려놓은 라벨라는 답답함에 창문을 열었다.

“확실히 당신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아.”

이스카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내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당신은 책임감도 강하고, 남의 불행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지. 센 척하면서 마음은 또 여려서 결국 다정함을 숨기지 못하거든. 그렇다고 함부로 정에 휩쓸리지도 않고 모든 상황을 냉정하게 통찰하지.”

“내가, 정말 당신을 사랑하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이 자리를 넘기려 한다고 생각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감정 하나로만 그랬다면, 난 당신을 뒤에 숨겨두고 절대 다른 이들 앞에 내보이지 않았을 거야. 질투 나니까.”

“당신이 아무것도 모르는 이 땅에 뚝 떨어진 걸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여기까지 온 것처럼, 이 앞에 놓인 길도 당신에게 다가온 새로운 운명이야.”

“그러니 이제는 인정해.”

루비츠가 했던 말들이 머릿속에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

“아, 머리 아파.”

[결국 돌아왔구나.]

“......환영인사라도 하려고 왔어?”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던 라벨라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든 원흉이 나타났다.

임피리아로 그녀를 데려온 장본인.

*

“봉인을 약하게 해 준 보람이 있네, 그대가 날 먼저 다 찾아오고 말이야.”

테라스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던 루비츠가 고개도 들지 않고 아는 체를 했다.

일을 하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황자궁으로 달려갈 것 같아 일거리를 집어 든 참이었다.

[라벨라를 만나고 왔다.]

“그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루비츠의 입가에 단번에 미소가 번졌다.

[그 아이가 끝까지 고집을 부리면 어찌할 거지? 네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모양인데.]

그제야 루비츠의 고개가 들렸다. 서류를 내려놓고 의자에 몸을 묻은 루비츠가 픽 웃음을 흘렸다.

“지금 날 걱정해주는 건가? 아니면 라벨라가 그러길 바라는 건가?”

[…….]

표정 없는 얼굴이라 해도 차메르의 심술을 모를 리 없었다.

몸을 일으킨 루비츠가 느른하게 움직여 테라스에 몸을 기댔다.

“차메르, 당신은 라벨라를 데려오면서 아무것도 느낀 게 없나?”

[글쎄.]

잠시 먼 허공을 응시하던 루비츠가 시선을 내렸다가 차메르를 직시했다.

“……임피리아의 숨겨진 역사를 알아. 그대가 비스메르트를 증오하는 거, 이해해.”

[…….]

차메르의 얼음 같던 표정에 균열이 일었다.

루비츠를 바라보는 얼굴에 분노와 원망, 고통이 복잡하게 일렁였다.

오래전, 케케묵었지만 어제의 일처럼 생생한 기억이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왔다.

제국이 등장하기 이전엔 소국들이 균형을 이루며 공존했다. 많지 않은 마법사들이 그 틈에 섞여 자유롭게 살아가던 시절이었다.

마법사가 배척당하지도 않고 숭배받지도 않는 평온한 삶이 깨진 건 전쟁이 시작되면서였다.

더 커다란 권력을 꿈꾸던 비스메르트는 무력으로 주변 국가들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검을 앞세운 그들은 마법사 일족에게도 손을 뻗쳤다.

“우리에게 협조하도록 해.”

비스메르트에게 충성할 것을 강요받았고, 거부하자 핍박이 시작됐다. 마법사들은 결집해 반기를 들었다.

강력한 무기가 될 마법사들을 밑에 두려던 비스메르트와 버티던 마법사 일족.

팽팽하던 싸움은 비스메르트가 마법사들을 통제할 수 있는 마도구를 손에 얻으며 끝이 났다. 승기는 비스메르트에게로 기울었다.

차메르가 사랑해 마지않던 일족은 모두 전멸했고, 유일하게 남은 그는 봉인되었다.

“어떤 말로도 그 증오를 해갈할 수 없겠지. 내가 죽는 날까지 날 원망하고, 내게 복수의 칼  끝을 겨눠도 좋아.”

[위선을 떠는 거라면 그만둬.]

“그럴지도 모르지. 어쨌든 나는 저주를 끊기 위해 그대를 이용하려 했으니까.”

[…….]

분노로 가득 찬 시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으며 루비츠는 말을 이었다.

“그대가 비스메르트에 내린 저주로 이제 비스메르트의 핏줄은 나 하나만 남았어.”

[그래서 원망이라도 하겠다고?]

일족을 잃은 내게? 차메르가 헛숨을 뱉어냈다.

“아니. 이 핏줄이 어떻게 되던 난 상관없어. 그 저주로 고통받은 건 비스메르트가 아니라, 정작 힘없는 이들이니까. 임피리아에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

[…….]

“그대의 복수는, 그들을 위해서 조금만 참아줘. 그들이 그대와 내 문제의 희생양이 될 필요는 없잖아.”

차메르의 입술이 꾹 다물렸다. 역대 황제들이 피에 미쳐가는 동안 안에서부터 썩어가던 제국을 그도 알았다.

“우리의 일에 휘말린 라벨라 또한.”

[…….]

“그녀는 소중한 존재야. 나와 임피리아에서 빼앗으려 하지 말아줘, 부탁할게.”

[…….]

“오백 년을 참았잖아. 몇 년만 더 기다려줄 수 없겠어? 오랫동안 망가졌던 것들을 한 번에 원래 모습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회복할 때까지.”

루비츠가 픽 씁쓸한 웃음을 흘렸다.

“내가 사라지면 비스메르트는 끝이 나니 그대의 복수도 이뤄지는 셈이지. 난 라벨라 외의 여인을 곁에 둘 생각이 없거든.”

루비츠가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

“그대도 짐작하겠지만, 그녀는 아이를 가질 수 없어.”

[.......]

차메르는 침묵했다. 강렬한 분노와 복수심, 그리고 그로 인해 파생된 희생들.

정녕 복수의 끝을 맺어 비스메르트와 똑같은 이가 될 것인가.

라벨라의 배속에 새로운 생명체를 느낀 순간부터 고뇌하던 차메르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이제 그에게 또 한 번의 도박을 해야 할 때가 온 모양이었다.

[……네가 없어져도 비스메르트는 이어진다.]

“?”

마음을 정한 차메르가 진실을 털어놓았다. 루비츠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는 듯 의아한 얼굴이었다.

[라벨라, 그 아이의 배 속에 아이가 있다.]

“……뭐?”

[그래, 너와 라벨라. 두 사람의 아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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