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이런 요망한 수법은 부디 내게만
‘하아, 미치겠네.’
곤란했다. 이건 정말로 곤란했다. 작정하고 색기를 풀풀 풍기는 라벨라를 외면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니까.
라벨라의 금안에 홀리는 것 같아 이스카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밤하늘에 고요히 떠 있는 달빛과도 같은 눈동자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마치 타오르는 태양 같았다.
‘이런.’
눈을 감으니 달콤한 살내음이 오히려 더 강렬해졌다.
그간 유혹해 오던 수많은 여자의 손길에도 흔들린 적 없는 곧은 삶이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넘기리라.
생애 최악의 위기이자 최고의 유혹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 이스카가 결심한 듯 눈을 떴다.
“!”
‘어느 틈에.’
입술이 닿을 듯 바로 앞까지 다가온 라벨라의 뽀얀 볼을 본 보랏빛 눈동자가 더없이 커졌다.
고개를 비스듬히 비튼 그녀는 금방이라도 입을 맞출 것처럼 가까이에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탐나지? 갖고 싶어 미치겠지?”
속삭이는 목소리가 달짝지근한 꿀처럼 흘러내렸다.
갖고 싶지, 미치도록.
스스로의 매력을 잘 알고 하는 말에 부정하는 답은 나오지 않았다.
“함께 가면 오랜 시간 붙어 있어야 할 텐데. 우리 이런, 저런 재미있는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특정 단어에 유독 힘을 주는 라벨라 때문에 머릿속에는 저절로 난잡한 상상이 그려졌다. 등허리를 은근하게 문지르는 손길이 상상의 나래에 불을 지폈다.
“그래도 안 넘어가.”
이스카의 목에서 끊어질 것처럼 억눌린 소리가 새어 나왔다.
“정말?”
“또 도망갈 거잖아, 당신.”
“흐응.”
라벨라가 속눈썹이 촘촘하게 박힌 눈꺼풀을 예쁘게 감았다 떴다.
“그리고 난, 그쪽보다는 다른 게 욕심나거든.”
“그게 뭔데?”
여차하면 들어주겠다는 듯 다정한 물음이었다.
“당신 마음.”
“…….”
순간이지만 라벨라에게 망설임이 깃드는 걸 본 이스카가 재빨리 몸에 힘을 주어 벗어나려 할 때였다.
“!”
무언가 촉촉한 게 입술을 스쳤다.
기민한 감각을 가졌기 때문에 겨우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아주 찰나의 스침.
벗어나려던 탄탄한 몸이 어쩌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라벨라, 당신…….”
이스카의 원망스러운 시선이 라벨라에게 쏟아졌다.
이스카가 라벨라의 팔을 붙잡는 순간, 갑자기 라벨라가 뒤로 물러서며 이스카에게 자유를 선사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몸을 바로 한 라벨라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어머, 실례했어.”
“!”
그녀의 시선을 따라간 이스카의 미간이 좁아졌다.
“크흠, 방해하려던 건 아닌데요.”
2층 계단 앞에 서 있던 다벨이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졸지에 눈치없는 방해꾼이 되어버린 그였다.
“별말씀을. 그럼 이스카, 같이 가줄 거라 믿어.”
다벨에게 생긋 웃어 보인 라벨라가 이스카의 어깨를 톡톡 두들기곤 제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제야 이스카가 문틀을 짚은 팔에 얼굴을 묻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왜, 뭐.”
보지 않아도 다벨의 한심한 시선이 제게 향해 있는 게 느껴졌다.
“아무것도요.”
고개를 들자 혀를 끌끌 찬 다벨이 고개를 휘휘 내젓는 게 보였다. 서늘하게 노려보니 다벨이 궁시렁대며 제 방문을 열었다.
혼자 남게 된 이스카는 다시금 제 팔에 이마를 묻었다.
‘하, 사악한 여자 같으니라고.’
손에 잡힐 것처럼 여지를 주다가 어김없이 연기처럼 빠져나가 버린다.
뭐, 쉽게 얻으리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투덜거리던 이스카는 이내 입술 끝을 매혹적으로 당겼다.
일단 치솟은 열기를 해갈하는 게 우선이었다.
* * *
카앙.
“으헉!”
날이 부딪치자마자 검을 놓친 사내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다음.”
미동도 없이 자세를 유지한 이스카가 냉정하게 읊조리고는 검 끝을 까딱거렸다.
“뭐 해?”
“으어어!”
이스카가 서늘한 눈으로 재촉하자 병사는 겁에 질린 표정을 하면서도 힘찬 기합 소리와 함께 이스카에게 달려들었다.
깡!
그리고 예상대로 쓰러져 있던 동료 옆에 나란히 뻗어 버렸다. 보랏빛 눈동자가 여기저기 쓰러져 앓고 있는 병사들을 차갑게 훑었다.
이제 보니 키르아 녀석들보다도 영 떨어지는 것 같아 불만스러웠다.
“오랜만에 오셔서는 왜 심술이십니까?”
지켜보던 리텔니가 심통이 난 얼굴로 끼어들었다.
“리텔니. 그동안 훈련하긴 한 거야?”
“그렇게 불만이시면 다시 돌아오시든가요.”
“내가 없으면 훈련도 못 하는 머저리들을 모아놓진 않았는데.”
“……크흠, 쿠즈네 이야기나 계속하시지요. 쿠즈네에 가시겠다고요?”
할 말이 없어진 리텔니가 말을 돌렸다.
“그녀가 직접 지목했어. 데려가야겠대.”
“신뢰받으시는 겁니까, 의심받으시는 겁니까?”
“……후자인 듯한데.”
“저런, 이스카님의 미남계도 이제 한물간 모양입니다.”
“…….”
한심해서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는 듯 한쪽 눈썹만 추켜세운 이스카가 리텔니를 내려다봤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당분간은 그분 곁에 계셔야 할 테니.”
“그러니까 그 좋은 머리로 방법 좀 찾아내. 카셰이에게 내 얼굴을 보일 순 없잖아?”
“뭐…… 그랬다가는 카셰이님이 분노하겠죠.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조차 전하지 않았으니……. 어쨌든 방법을 찾아 보겠습니다. 다벨도 같이 간다니 조금은 안심입니다.”
“어째서?”
“왜겠습니까. 매번 제 심장을 철렁하게 만드는 일을 벌이시니 그렇지 않습니까.”
“쓸데없는 걱정하지 마. 내가 언제 실패하는 거 본 적 있어?”
“명심하십시오. 주군의 목숨은 주군만의 것이 아닙니다. 주군께 저희 모두의 목숨과 임피리아의 명운이 걸려 있다는 것을.”
“……알아.”
씁쓸하게 웃음을 흘린 이스카가 검 끝을 쓰러져 있던 병사 중 하나에게 뻗었다.
“적당히 쉬었으면 그만 일어나.”
“네에에?”
“벌써 몇 시간째인데, 잠시 쉬었다가 하면 안 되겠습니까?”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흐음, 좋아.”
“……네?”
설마하니 이스카가 허락할 줄은 몰랐던 병사들이 얼떨떨한 얼굴을 했다.
“너희들 중 한 명이라도 나에게 유효한 공격을 성공시키면 쉬게 해 주지.”
“!”
“왜? 자신 없어? 열심히 훈련했다며?”
“그, 그렇지만…….”
“대신 제한 시간 같은 건 두지 않겠어.”
한마디로 계속해서 훈련을 시키겠다는 의미였다.
“아아…….”
병사들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스카가 씩 웃는 미소가 마치 악마와 같았다.
‘저 악독한 황자 같으니라고.’
‘오늘은 망했군.’
이스카의 입에서 ‘그만’이라는 말이 나오기 전까지 이 훈련은 끝이 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든 공격을 성공시키고 말 테다. 이를 악문 병사들이 독기를 품고 이스카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 리텔니. 그리고 말이야.”
제게 몰려오는 얼굴들을 여유롭게 훑으며 이스카가 말을 이었다.
“쿠즈네의 무기가 왜 시중에 나도는지 알아봐.”
“네.”
리텔니의 짧은 대답을 끝으로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뀐 이스카가 검을 고쳐 쥐었다.
* * *
“흐응?”
방문을 열고 나온 라벨라의 한쪽 눈썹이 치솟았다.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어 서 있던 이스카가 몸을 바로 한 뒤 라벨라의 앞을 막아섰다.
“배웅이야? 아니면…….”
각도조차 계산한 것처럼 예쁘게 고개를 기울이며 눈동자만 위로 올리는 라벨라에 이스카가 헛숨을 터트렸다.
“어느 쪽이면 좋겠는데?”
“나야 당연히…… 같이 가는 쪽?”
“하아.”
허리춤에 손을 올린 이스카가 고개를 떨구며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거짓말인 거 뻔히 아는데도 기분은 좋네.”
“거짓말 아닌데?”
“뭐, 그래. 그렇다 치고.”
덤덤하게 시선을 내리깐 이스카가 라벨라와 눈을 마주쳤다.
“라벨라.”
“응?”
“약속 지켜.”
“무슨 약속?”
동그랗게 뜬 눈으로 묻는 얼굴은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처럼 순수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이스카는 제발 그녀가 이런 식으로 다른 남자를 설득할 일이 없기를 빌었다. 이런 요망한 수법은 부디 내게만 써주기를.
이스카가 라벨라의 한쪽 어깨를 부드럽게 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라벨라의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 가져간 이스카가 느리게 입술을 열었다.
“이런저런 재미있는 걸 하기로 했잖아, 우리.”
라벨라가 했던 말을 고대로 돌려준 이스카가 상체를 천천히 일으켰다.
“…….”
라벨라의 투명한 눈동자가 그의 움직임을 따라갔다. 두툼한 목울대가 울컥 움직이는 것이 보이고 그다음엔 베일듯 날카로운 턱선이 보였다. 누가 봐도 잘난 얼굴이 어느새 시야에 가득 들어찼다.
꼬여내느라 한 말이긴 했지만, 진짜가 된다 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먹음직스러운 걸 보는 눈빛인데?”
이스카의 붉은 입술이 느른하게 벌어졌다 닫혔다.
“한번쯤 맛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긴 하네.”
순순히 나오는 대답에 이스카가 픽 웃음을 흘렸다.
“기대하지, 라벨라.”
“뭘?”
“당신이라면 내가 당하는 쪽이어도 상관없을 것 같아.”
“그건 곤란해.”
라벨라가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정색했다.
“지금도 쓰러뜨리는 게 일상인데, 침대에서까지 내가 그래야겠어?”
이스카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물론 그녀의 ‘쓰러뜨린’다는 표현이 무력으로 제압하는 거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러니까 네가 분발해야지, 이스카. 난 당하는 쪽이고 싶거든.”
“…….”
“적어도 침대에서는.”
이스카가 졌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하여간, 이길 수가 없는 여자였다.
“그럼 집 잘 지키고 있어.”
배웅 나온 아르젠에게 농담을 건넨 라벨라가 말고삐를 움켜쥐었다.
빠르게 치고 나가는 그녀의 등 뒤로 찰랑이는 금빛 실타래를 보던 이스카가 픽 웃었다.
“……왜.”
제 옆으로 다가온 다벨을 본 이스카가 언제 웃었냐는 듯 표정을 서늘하게 굳혔다.
“……안 가신다더니?”
다벨이 앞서가는 라벨라와 칸피덴에겐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비꼬았다.
“미인에게 약하신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게 바보 같은 표정이라니…….”
“말은 제대로 해야지. 미인에게 약한 게 아니라 저 여자한테만 약한 거야.”
“…….”
태연히 인정하는 이스카에 다벨이 윽, 진저리를 쳤다.
“그리고 다벨. 경고하는데 그 입은 앞으로 조심히 놀리는 게 좋을 거야.”
“와, 방금 그 말투 정말 용병 같았습니다?”
“키르아 소속, 맞잖아? 그리고 지금 그 용병은 욕구불만으로 심기가 상당히 불편하다고 하던데. 마음 같아서는 누구 하나 잡아다 마음껏 두들겨 패고 싶다 하더군.”
“아, 네.”
협박과도 같은 경고에 샐쭉해진 다벨이 꿍얼거리다 입을 꾹 다물었다.
* * *
“대장, 이쯤에서 멈추는 게 어때? 곧 비가 쏟아지겠어.”
“좋아.”
칸피덴의 제안에 하늘을 확인한 라벨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에서 내렸다.
이동 시간을 단축하려 산을 넘기로 한 터라 길이 험준했다. 비 때문에 말이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곤란했다.
“주변 좀 살펴보고 올게.”
적당히 밤을 지새울 대비가 끝나자 라벨라가 몸을 일으켰다. 비도 올 테니 연못이나 찾아 몸을 담글 생각이었다.
“왜 따라와?”
걸음을 옮기던 라벨라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물었다.
“글쎄, 호위? 아니면, 이런 저런 일을 기대하는 걸지도.”
“……마음대로 해.”
축객령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농담을 멈춘 이스카는 라벨라의 곁에 나란히 서 보폭을 맞췄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숲 깊은 곳에 있는 작은 연못이었다. 아직 구름에 덮이지 않은 희미한 햇빛이 수면 위에 잔잔히 부서졌다.
라벨라가 망설임 없이 신고 있던 부츠를 벗었다.
“뭐 하려고?”
“뭐겠어?”
라벨라가 허벅지와 허리에 차고 있던 각종 무기를 툭툭 바닥에 내려놓으며 대꾸했다.
“많이도 달고 다니네.”
“힘들게 수집한 거니까 훔쳐 갈 생각은 접어.”
“내가 왜 그걸…… !”
반박하기 위해 라벨라 쪽으로 고개를 돌린 이스카가 헛숨을 들이켰다. 이스카의 눈동자가 갈 곳을 잃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라벨라는 가느다란 손가락을 느긋하게 움직이며 입고 있던 옷을 하나씩 벗고 있었다.
“제발 예고 좀…….”
이스카의 말이 끝나기도 전, 얇은 속옷 하나만을 남긴 라벨라가 잔잔한 수면 위로 몸을 던졌다.
“푸하.”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가 떠오른 라벨라가 참았던 숨을 터트렸다.
“왜? 두근거렸어?”
라벨라의 투명한 금안이 금세 짓궂어졌다.
“당신한텐 조심성이라는 게 없어?”
“이미 내 몸 다 봤잖아.”
라벨라의 웃음소리가 바람결을 타고 곱게 퍼졌다.
“하아.”
저 뻔뻔함을 어찌할까. 입술을 잘근 깨문 이스카가 커다란 손으로 제 얼굴을 덮었다.
“시원하다. 너도 들어올래?”
“……사양하겠어.”
유혹의 뜻은 조금도 담겨 있지 않은데, 이스카의 머릿속에서는 라벨라의 말이 그 어떤 말보다 위험한 유혹처럼 들렸다.
“그래, 그럼. 호위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해.”
덤덤하게 지시를 내린 라벨라는 유유히 수면 위를 둥둥 떠다녔다.
그 모습을 허탈하게 보던 이스카가 근처의 바위에 털썩 앉으며 자리를 잡았다. 마치 농락당하는 기분이었다.
“정말 안 들어올 거야? 좋은데.”
이스카가 있는 곳까지 헤엄쳐 온 라벨라가 여전히 물 안에 머무른 채 뭍에 팔을 기댔다.
이스카의 눈동자가 지척에 다가온 그녀에게 내려앉았다.
흠뻑 젖은 머리칼이 무겁게 늘어지고, 수면 위로 솟아오른 둥근 어깨에서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잿빛 먹구름이 끼며 해는 사라졌는데 라벨라의 투명한 금안도, 젖은 백금발도, 하얀 어깨도 전부가 반짝거렸다. 마치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이스카는 당장이라도 손을 뻗어 움켜쥐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아, 비다.”
중얼거린 라벨라가 싱긋 웃으며 눈을 감았다. 말간 얼굴 위로 적당히 굵은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나뭇잎을 두드리는 소리가 아름다운 선율처럼 숲을 가득 채웠다.
“흐응.”
라벨라는 며칠 만에 갖는 여유를 즐겼고, 이스카는 그런 라벨라를 마음껏 감상했다.
“라벨라.”
잠시간의 고요함을 누리던 때, 이스카가 낮은 목소리를 흘렸다.
“그래, 알아.”
“나올 생각하지마.”
“네, 그럴게요.”
거의 나신이나 마찬가지인 라벨라의 상태를 힐긋 본 이스카가 짐짓 경고하자 라벨라가 키득거렸다.
몸을 서서히 일으킨 이스카가 한쪽을 노려보며 근육을 긴장시켰다.
‘왔군.’
보랏빛 눈동자에 이채가 서리는 순간, 이스카의 몸이 빠르게 움직였다.
“으아악!”
“……너 뭐야.”
이스카가 제 밑에 깔린 채 비명을 지르는 사내를 보며 으르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