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묶어 놓아도 예뻐, 요정인 줄
“……고약한 것. 그런 해괴망측한 호칭은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긴 백금발의 남자가 못마땅한 시선으로 라벨라를 내려다봤다.
진주 가루를 뿌린 듯 새하얀 피부에 길고 풍성한 속눈썹이 금색 눈동자 위에 드리워져 있는 남자는 마치 그림책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아름다운 외모였다.
반투명한 형태를 갖춘 남자가 도도하게 걸어가 앉자 투박한 나무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내가 어쩌다가 이런 녀석에게…….”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이마를 짚은 남자가 끙 앓는 소리를 냈다.
“어머? 나는 아무 죄 없어. 당신이 먼저 날 선택한 거잖아. 이런 목줄까지 채워놓고 말이야.”
라벨라가 손에 든 초커를 빙글빙글 돌리며 의기양양한 얼굴을 했다.
“있잖아.”
남자의 금안이 사납게 라벨라를 노려보았다.
누가 보면 가족으로 오해할 만큼 꽤 닮은 모습이었다.
“차메르님.”
“네네, 위대하고 고매하신 대마법사 차메르님.”
차메르는 입을 비죽거리며 빈정거리는 라벨라를 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처음 만났을 때는 노친네라고 불렀던가.
말을 조심하라고 했더니 호칭은 영감으로 바뀌었고, 혼을 내니 그녀는 또 오빠라는 이상한 호칭으로 그를 불러댔다.
하여간에 할 수만 있다면 궁둥이를 뻥 차주고 싶은 망나니 같은 계집이었다.
퍽 닮은 얼굴로 살살 약 올리니 불쾌함도 더하고.
“그래서, 무슨 일로 부른 것이냐.”
빨리 대화를 끝내야겠다는 생각에 차메르가 본론을 물었다.
“있지, 나 말고도 이 세계로 넘어 온 사람이 또 있어?”
“그건 왜 묻지?”
차메르가 순간 어깨를 굳혔다.
“아니 묘한 말을 하는 녀석을 봤거든.”
“그런 이는 없다.”
즉각적이고 단호한 대답이었다.
“……그래? 아무리 당신이라고 해도 거짓말하면 재미 없어. 알지?”
의심스럽게 차메르를 보던 라벨라가 나른하게 웃으며 경고했다.
“……할 이야기가 끝났으면 난 가겠다.”
“네네, 가세요, 어르신.”
더 취조해 봐야 저 고집 센 마법사가 입을 열 것 같진 않았다.
라벨라가 손을 휘휘 내젓자 인상을 팍 쓴 차메르의 몸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다음부터는 부르면 바로 나와. 알았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라벨라가 턱에 손을 받친 채 중얼거렸다.
“……노력해 보마.”
뒤늦게 답을 남긴 차메르의 모습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다.
“까칠하긴.”
혀를 찬 라벨라가 데굴 몸을 굴려 침대 위에 드러누웠다.
“어쨌든 그 녀석을 다시 만나는 수밖에 없나…….”
라벨라가 귀찮다는 듯 중얼거렸다.
* * *
길드로 돌아와 사흘이 지났을 때였다.
“대장, 새로운 의뢰야.”
집무실로 들어서는 아르젠을 본 라벨라가 의자에 널브러져 있다가 뭉그적대며 일어났다.
집무실이라고 해도 사실은 길드의 중요한 서류를 모아놓는 공용 서재나 마찬가지였다.
라벨라와 아르젠, 그리고 길드 내의 주요 인물 외에는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긴 하지만.
“……요즘 무슨 고민 있어?”
라벨라의 얼굴을 힐끗 본 아르젠이 책상 위에 의뢰서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그녀는 요 며칠 무료한 사람처럼 매사에 심드렁한 모습이었다.
“아니. 좀 생각할 게 있어서. 의뢰 내용은 뭔데?”
라벨라 만큼이나 돈을 밝히고 비상한 머리를 가진 덕에 아르젠은 길드의 모든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간단한 의뢰들은 아르젠 선에서 분배되는 편인데, 라벨라에게까지 가져온다는 건 꽤 큰 건이라는 거였다.
“내용은 어렵지 않아. 물건 배달이거든. 그런데 의뢰인의 정보가 없어. 의뢰를 넣은 것도 정보 길드를 몇 군데나 거쳐서 넣었고.”
“조심성이 엄청나네.”
“응, 무엇보다 대장이 직접 나서줬으면 좋겠대.”
“……그래?”
“그 대신 이것도 장난 아니긴 해.”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아 돈 모양을 만들어 보인 아르젠이 싱글거렸다.
“계산은 확실해야지. 힘 좀 쓸 수 있는 애들로 두 녀석 정도만 붙여.”
“알겠어. 그리고 대장이 말했던 그 녀석 말인데…….”
“이스카? 하아, 아직도 건진 게 없어?”
라벨라가 의자에 몸을 파묻으며 한쪽 눈을 삐뚜름하게 떴다.
“어어. 이런 적은 처음이야.”
아르젠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라벨라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이스카.
또 보자는 말만 남기고 사라진 그는 라벨라가 영주에게 잔금을 받고 마을을 떠날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길드로 돌아온 뒤에도 계속해서 그의 흔적을 찾으려 애썼지만, 조금의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마치 이 세계에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것처럼.
“어쨌든 계속해서 파 볼게. 뭐라도 나오겠지.”
“그래.”
라벨라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몸을 낮춘 아르젠이 라벨라의 얼굴을 면밀히 살폈다.
“왜?”
라벨라가 귀찮다는 듯 눈동자만 굴려 대꾸했다.
“근데 그 녀석은 찾아서 뭐 하려고?”
“궁금해?”
라벨라가 픽 웃으며 아르젠과 눈을 마주쳤다.
“엄청 예쁘게 생긴 남자라며? 우리 대장, 연애라도 할 생각인가?”
“아, 그때 너 없었지?”
아르젠의 호기심이 발동한 모양이었다.
“연애는 무슨. 죽일까 어쩔까 고민 중인데.”
라벨라가 조소했다.
“그러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내.”
금세 서늘해진 표정으로 돌아온 라벨라가 냉기를 뿜으며 지시했다.
* * *
“시작하자.”
길드에서 꽤 떨어진 곳의 산 중턱.
목적지에 도달한 이들은 커다란 아름드리나무들 사이에 가려져 있던 오두막 주변을 샅샅이 훑었다.
덫이 없음을 확인한 라벨라는 수하 하나를 세워놓고 다른 녀석과 함께 오두막으로 다가갔다.
‘이상한데.’
일이 너무 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움직여보는 수밖에 없었다.
의뢰라는 건 늘 불확실성을 수반하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긴장한 채 들어선 오두막 내부는 휑하니 비어 있었다.
“뭐야, 이건?”
라벨라가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대, 대장. 이것 좀.”
“?”
짜증이 난 라벨라는 수하가 건넨 쪽지를 찢듯이 펼쳤다.
[물건은 내가 가져간다. 찾고 싶으면 서쪽의 오두막으로 와라. 단, 혼자 올 것. 이를 어기면 무슨 일이 생길지 나도 장담 못 함.]
고루한 협박도 아니고 장난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어떤 놈이야.”
라벨라는 쪽지를 손으로 우그러트렸다.
“너희는 산 서쪽 초입으로 가서 기다려.”
오두막을 벗어난 라벨라가 수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네?”
“걱정 말고 가서 기다려. 동트기 전에 합류할 테니.”
“……네.”
불안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수하들을 보내고 라벨라는 북서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파놓은 함정이라면 수하들 없이 혼자인 게 차라리 행동하기 편했다.
나무 사이로 빠르게 달리다 보니 아까의 것보다 더 큰 오두막이 보이기 시작했다.
산지기들이 물건을 넣어놓는 창고 용도로 사용하는 오두막이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나무 위로 올라간 라벨라가 동태를 살폈다.
오두막은 고요한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사람의 인기척이 전혀 없는 걸 본 라벨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이것도 장난인가?’
설마 날 똥개 훈련 시키는 건 아니겠지.
오두막 뒤편으로 내려온 라벨라가 조용히 창틀로 다가갔을 때였다.
“왔어? 안 들어오고 뭐 해?”
“!”
뚫려 있는 창틀에서 갑자기 불쑥 나타난 남자는, 이스카였다.
“반가워.”
느긋하게 창틀에 팔을 기대고 상체를 숙인 이스카가 싱긋 웃었다.
하지만 인기척에 본능적으로 반응한 라벨라는 이미 멀찌감치 떨어진 후였다.
‘분명히 아무것도 없었는데.’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지나가는 쥐의 숨소리마저도 읽어낼 수 있다 자부했었는데 전혀 녀석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상한 자존심은 둘째치고 라벨라는 일단 경계심을 바짝 세웠다.
“네가 왜 여기 있어?”
“나 보니까 반갑지? 계속 나 찾아다녔잖아.”
“설마, 이 의뢰. 네 짓이야?”
“맞아.”
처음부터 숨길 생각은 없었는지 이스카가 순순히 수긍했다.
“당신, 진짜로 키르아의 대장이었구나.”
이스카가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의심이 확신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럼 물건도 거짓말이겠네?”
허탈해진 라벨라가 어깨의 힘을 풀었다.
“음, 그건 나한테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
농담 따먹기를 계속하겠다는 듯 그는 여유로운 태도였다.
“하아, 이런 장난을 치는 이유가 뭐야?”
찾아다닐 때는 머리카락 하나 안 보이도록 꽁꽁 숨어 있던 그다. 그런데 왜 굳이 이런 귀찮은 짓까지 하며 절 만나려 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글쎄, 왜일까?”
“아무리 거짓 의뢰여도 돈은 받을 거야.”
“당연하지. 나도 키르아를 적으로 돌리는 건 무섭거든.”
돈을 준다면야.
한숨을 쉰 라벨라가 얼굴을 가리고 있던 천을 내렸다.
“그래서 날 불러낸 이유가 뭔데?”
“보고 싶어서?”
또 능구렁이처럼 구는 꼴을 보아하니 더 이상 정상적인 대화는 불가능해 보였다.
‘귀찮게 됐네.’
먹잇감이 스스로 나타나 준 건 고맙지만, 영 협조적이지 못한 태도였다.
그렇다면…… 이왕 이렇게 된 거 실력이나 제대로 확인해 볼까?
마음을 결정한 라벨라는 재빠르게 표창을 날렸다.
“이크.”
몸을 돌려 가까스로 피한 이스카가 오두막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어느 쪽?’
오두막 안의 움직임을 감지하려 라벨라는 모든 감각을 집중시켰다.
‘저쪽이구나.’
희미한 발소리를 들은 라벨라가 오두막 입구로 달렸다.
역시나 문이 벌컥 열렸다.
하지만 바깥으로 뛰어나올 줄 알았던 이스카는 안으로 다시 숨어 버린 모양이었다.
딱 봐도 유인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라벨라는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오두막 문 뒤에 몸을 숨겼다.
얼마 동안 숨죽이며 대치 상태를 유지했지만, 이스카의 기척은 금방 사라져 버렸다.
‘진짜 실력 하나는 인정해줘야겠네. 그나저나 이를 어쩐다?’
그냥 멀어지자니 오두막 안에 있는 이스카의 시야에 들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대치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었다.
기척을 숨기는데 탁월한 이스카니 이대로라면 밤을 지새울 가능성도 있었다.
‘길어지면 이쪽이 불리할 지도.’
고민하던 라벨라가 다시 지붕 위로 뛰어오른 순간.
“!”
기다렸다는 듯 지붕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이걸 노렸구나!’
제 발은 지붕에 닿기도 전이었으니 이스카의 소행이 분명했다.
떨어지는 짧은 찰나에도 라벨라는 바닥까지의 대략적인 높이를 확인했다.
이대로 바닥에 떨어져도 크게 다치지는 않겠지만, 혹시 모를 부상을 대비하려 라벨라는 목과 머리를 감쌌다.
그리고.
“잡았다.”
라벨라는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스카의 품에 폭삭 안겨 버렸다.
* * *
“…….”
이건, 정말이지…….
정말…… 굴욕적이다.
내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라벨라가 침통한 표정으로 눈을 감자 이스카가 영 불편하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그렇게 세상이 끝난 것 같은 표정을 하면, 내가 아주 큰 죄를 짓고 있는 기분이 드는데.”
이스카의 불평을 들은 라벨라의 눈이 희번덕거렸다.
애벌레처럼 천에 둘둘 말린 채 풀숲에 누워 있는 라벨라는 처음 겪어보는 굴욕을 곱씹고 있었다.
저를 품에 안은 이스카는 들고 있던 천으로 라벨라를 칭칭 동여맸다. 뿌리칠 틈도 없을 만큼 빠른 속도였다.
“그러다 피 나겠어, 입술 깨물지 마.”
이스카가 걱정스럽다는 듯 라벨라의 입술을 부드럽게 훑었다.
물론 손가락을 물어뜯으려 한 라벨라 때문에 금방 떼어내고 말았지만.
“너무 화내지 마. 솔직히 내가 널 이길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질 않거든.”
이스카는 성난 맹수 앞에 선 강아지처럼 눈꼬리를 내리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누구 약 올려?”
묶인 건 난데, 왜 네가 그런 표정이야?
어이가 없어진 라벨라가 허, 코웃음을 쳤다.
그래도 이스카의 솔직한 발언에 라벨라의 기분은 한층 나아졌다.
라벨라가 고민했던 것만큼 저 남자도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후, 어쨌든 지금은 대답을 확실히 할 수 있겠네.”
“…….”
얌전해진 라벨라를 보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는지 쪼그리고 앉은 이스카가 싱긋 웃으며 라벨라와 눈을 마주쳐 왔다.
“물건은 이제 나한테 있어.”
“…….”
설마…….
“……그 물건이, 나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
“맞아.”
라벨라가 입술을 깨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아아, 이런 하찮은 수작에 당하다니.
다시 기분이 나빠지려 했다.
“너무 불쾌해하지 마. 나도 꽤 고심해서 짠 판이거든.”
그래, 퍽이나 위로가 된다.
라벨라가 실소했다.
“그래서. 이런 일을 벌인 이유가 뭐야?”
“이름 물어보려고.”
“뭐라고?”
라벨라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아, 물론 그 외에도 더 물어볼 게 있어.”
아, 진짜 화났나 보다.
아차 싶은 이스카가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대답을 정정했다.
“……라벨라.”
이스카를 노려보던 라벨라가 하릴없이 입을 열었다.
어차피 지금 상태로는 도망가기도 어려우니 차라리 이 녀석의 장단에 맞춰주며 틈을 보는 게 나을 거였다.
“라벨라…… 예쁜 이름이네.”
“…….”
라벨라의 이름을 읊조리는 이스카의 입술 사이로 붉은 혀가 매혹적으로 스쳐 지나갔다.
“이름 알려줬으니까 이것 좀 풀어주면 안 돼?”
라벨라가 퍽 유혹적인 눈짓으로 제 몸을 가리켰다. 이럴 땐 미인계가 최고였다.
“……왜? 꽤 섹시하고 자극적이라 좋은데?”
이스카의 눈동자가 한층 더 짙어졌다.
농담이 아니라 하얀 천에 둘러싸인 모습은 꽃의 요정처럼 청초하고 아름다웠다.
“…….”
“……알았어, 몇 가지만 더 물어보고 금방 풀어줄게.”
하여간, 급하기는.
금방 살기 등등해진 눈빛에 투덜거린 이스카가 라벨라의 시선이 닿는 곳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래, 차라리 잘됐어. 나도 네게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거든.”
고개를 툭 떨군 라벨라가 중얼거렸다. 포기한 듯 덤덤한 목소리에 이스카가 빙긋 웃으며 제 머리를 쓸어 넘겼다.
어쩐지 너무 쉽다 했더니 이유가 있어서 얌전히 잡혀주었던 모양이다.
“그게 뭔데?”
“날 보고 그랬지. 임피리아에 온 걸 환영한다고. 그거 무슨 의미였어?”
“흐응, 딱히 별 뜻 없었는데?”
상큼하게 웃는 남자의 미소를 본 라벨라가 혀를 찼다.
무언가 숨기는 듯 의뭉스러운 태도였지만 묶여 있으니 강제로 입을 열게 할 수도 없었다.
“네가 묻고 싶은 건 뭔데.”
다음을 기약한 라벨라가 이스카에게 주도권을 넘겼다.
“음, 키르아를 만든 이유가 뭐야?”
생각보다 남자의 질문은 시시했다.
“……그야, 돈 벌려고?”
“…….”
싸한 침묵이 둘 사이를 스치고 지나갔다.
“……정말, 그게 다야?”
이스카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하나 더 있긴 해.”
“!”
이스카의 보랏빛 눈동자가 기대감과 호기심으로 뒤섞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