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만 모르는 유혹-3화 (3/94)

3. 첫눈에 반했어, 반했다니까?

“제 발로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는데.”

창문으로 넘어오는 남자와 눈을 마주친 라벨라가 재미있다는 듯 중얼거렸다.

“날 찾는다고 들었거든.”

“하아?”

라벨라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래도 키르아의 정보망에 구멍이 생긴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스카가 휘파람을 불며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내가 아주 적절한 때에 잘 찾아온 것 같네.”

“예의가 너무 없는 거 아냐? 숙녀의 방에 노크도 없이 들어오다니.”

“노크했으면 들여보내줬을 건가?”

“글쎄, 찾아 온 용건이 뭐냐에 따라?”

“어떤 용건이어야지 당신 맘에 들까?”

창틀에 걸터 앉은 이스카가 눈꼬리를 예쁘게 휘며 물어왔다.

“뭐든 말해 보든가. 운 좋으면 하나쯤 걸릴지도 모르지?”

“그럼, 당신이 키르아의 대장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건?”

“그건 별로. 딱히 숨기는 건 아니니까.”

라벨라의 고개가 심드렁하게 미끄러졌다.

“흐응. 그렇단 말이지?”

이스카가 곤란하다는 듯 손가락으로 제 턱을 문질렀다.

“그럼 이건 어때?”

이스카가 씩 웃으며 입술을 열었다.

“당신한테 첫눈에 반했어.”

“……그것도 별로.”

동그랗게 뜬 눈으로 이스카를 보던 라벨라가 곧 건조하게 대꾸했다.

“어째서?”

남자는 서운한 기색이었다.

젖은 머리의 물기를 털어내던 라벨라가 코웃음 쳤다.

“그쪽처럼 야들야들한 남자는 내 취향이 아니거든.”

비웃음은 덤이었다.

“이런, 방금 그 말 상당히 모욕적이었어. 모든 여자가 안기고 싶어 탐내는 몸인데 말이야.”

진지하게 일자로 뻗은 눈썹을 보니 남자는 진짜 충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보였다.

하긴. 곱상하게 생긴 것이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수려한 외모이긴 했다.

시꺼먼 천으로 둘둘 만 행색과는 다르게 어딘가 귀티가 좔좔 흐르는 것도 그렇고.

야들야들하다는 것도 물론 거짓말이었다. 무술로 단련된 탄탄한 몸이라는 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어머, 미안해라. 어쨌든 그 모든 중에 나는 없네.”

물기를 대충 다 털어 낸 라벨라가 감흥 없이 중얼거리며 손톱 끝을 튕겼다.

“아!”

침울해져 있던 이스카가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갑자기 주먹으로 제 손바닥을 퉁 내려쳤다.

멈칫한 라벨라가 다시 이스카에게 시선을 주었다.

“혹시 취향이 그런 쪽인가?”

“…….”

이번엔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나.

라벨라는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일단 기다렸다.

“그날, 당신 옆에 있던 털보 녀석 말이야. 덩치가 곰 같이 크고 수염이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북실북실 나 있던.”

페시니를 말하고 싶은 듯 이스카의 손가락이 귀 밑에서부터 턱을 훑었다.

“그런 남자가 취향이야?”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를 듣던 라벨라의 콧잔등이 저절로 찡그려졌다.

페시니에게는 미안하지만 수염은 취향이 아니긴 했다.

물론 그 사실을 이 불청객에게 알려 줄 필요도 없고.

“이제 재미없으려고 해. 그만 본론으로 넘어가는 게 어때?”

“……좋아, 그럼 바로 묻지.”

남자가 어깨를 늘어트리며 한숨 섞인 말을 내뱉었다.

“날 왜 찾았어?”

“내 밑으로 데려오려고.”

“…….”

예상치 못한 말에 남자의 입술이 다물어졌다.

“그러니까 지금, 길드에 들어오라 이 말인가?”

“맞아, 정확해.”

이스카는 고개를 주억거리는 라벨라를 보다가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이 아가씨가, 제가 누군 줄 알고 영입을 시도하는 건지.

“실력도 그만하면 마음에 들고, 느낌상 당신도 이쪽 일 하는 사람 같은데. 아니야?”

“…….”

이거 참. 맞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 지.

이스카가 고민하는 사이 라벨라는 평온하게 제 할 말을 이어갔다.

“소문 들어서 알겠지만 길드원들에게 지급되는 보상이나 대우는 제국 내에서도 최고 수준이야. 실력만 있다면 큰돈을 벌 수 있어. 소속되어서 안전을 보장받는 것도 꽤 괜찮고.”

팔짱을 낀 채 잔잔히 말하는 그녀는 정말 진지하게 권유하는 듯 보였다.

“보아하니 혼자 다니는 모양인데, 내 생각엔 내 제안이 그쪽에게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그 모습이 퍽 귀엽게 느껴져 하마터면 넘어갈 뻔 했지만, 안 될 말이었다.

길드에 들어간다고 했다간 시끄럽게 난리 칠 리텔니가 눈에 선했다. 벌써부터 두통이 오는 것 같아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 이스카가 곧 고개를 내저었다.

“제안은 고맙지만, 그런 것들은 나한테 별로 필요하지 않아. 나는 이미 돈도 차고 넘치게 많은데다 혼자서도 내 몸 하나쯤은 충분히 건사할 만큼의 실력은 되거든.”

“……그래?”

거절할 거라곤 생각 못 했는지 그녀는 떨떠름해보였다.

“그럼, 길드에 들어오고 싶어서 접근한 게 아니란 말이네.”

중얼거리던 그녀의 눈빛에 순간 한기가 도는 것 같았다.

쉬익.

“이크.”

단검이 휘둘러지며 나는 바람소리에 창틀에서 미끄러지듯 내려간 이스카가 옆으로 몸을 굴렸다.

“와, 성격 급하시네. 다짜고짜 이러기야?”

헛숨을 뱉어내며 항의할 때였다.

“이번엔 내가 묻지. 여기 찾아 온 진짜 이유가 뭐야?”

라벨라가 단검 끝을 혀로 할짝이며 물었다.

“첫눈에 반했다니까?”

“헛소리 집어 치워. 진짜 목적이 뭐야?”

라벨라가 다시 날렵하게 검을 휘둘렀지만 이스카는 미리 움직임을 예측한 사람처럼 가뿐하게 피했다.

‘역시. 보통 움직임이 아니야.’

페시니는 봐 주면서 상대했던 건가.

라벨라의 날카로운 금안이 이스카의 움직임을 쫓으며 공격을 퍼부었지만, 침입자는 요리조리 잘도 빠져 나갔다.

날렵한 움직임만큼은 라벨라에게 필적할 수준이었다.

‘재미있네.’

라벨라는 남자에게 흥미를 느꼈다.

좁은 방 안을 망가트리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공격하는 자신처럼, 침입자도 방 안의 다른 물건들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피하긴 마찬가지였다.

이 남자와 제대로 붙는다면 이길 수 있을까?

만약 이 녀석이 무기를 들었다면?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라벨라는 강한 상대를 만날 때면 본능적으로 끓어오르는 승부욕을 느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떨림이었다.

‘모처럼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났어.’

암살자 집안에서 태어나 평생을 킬러로 키워졌고, 살아왔다.

젖먹이였던 그녀에게 주어진 장난감은 딸랑이가 아니라 작은 나이프였고 처음 암살 임무를 수행한 건 열 네 살 때였다.

피를 나눈 가족조차도 임무 앞에서는 때로 목숨을 놓고 싸우는 적이 되기도 하는 그런 환경에서 살았다.

이기지 않으면 죽는다.

간단명료한 원칙 아래에 라벨라는 나날이 강해졌다.

강한 것이 최고라는 신념으로 살아 온 그녀에게 넘어서야 할 벽이 나타난다는 건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는 뜻이었다.

‘후, 다시 씻게 생겼네.’

라벨라는 어느새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다.

땀까지 흘리게 만들다니 강적은 강적이었다.

‘슬슬 끝내 볼까.’

라벨라는 단검을 든 오른손을 힘껏 휘둘렀다. 남자가 제 오른손에 신경을 쏟는 걸 본 라벨라는 왼손으로 그의 목덜미를 노렸다.

‘잡았……!’

라벨라에게 기습적으로 멱살을 잡힌 이스카는 그 와중에도 단검이 들린 라벨라의 오른쪽 손목을 잡아챘다.

이스카의 멱살을 끌어당기는 힘에 이스카가 라벨라의 팔을 미는 힘까지 더 해지자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은 라벨라의 몸이 기우뚱하며 뒤로 넘어갔다.

“!”

발이 엉켜버린 두 사람이 비틀거리다 침대 위로 풀썩 쓰러졌다.

“…….”

사내의 얼굴이 코앞에 있었다.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짙은 보랏빛 눈동자와 투명한 금색 눈동자가 맞부딪치며 어지럽게 얽혀들었다.

그대로 바닥으로 넘어질 뻔했던 것을 사내가 침대 쪽으로 유도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침입자를 밀어내려던 라벨라는 여전히 제 팔이 그에게 잡혀 있음을 깨달았다.

“……비켜.”

“그쪽이 먼저 이것부터 놓으면.”

이스카가 눈짓으로 단검을 가리켰다.

작게 한숨을 쉰 라벨라가 손의 힘을 풀었다.

이스카는 라벨라의 손에 있던 단검을 빼내 뒤로 휙 던져 버렸다.

그리고는 커다란 손으로 라벨라의 허벅지 근처를 더듬기 시작했다.

“……뭐 하는 짓이야?”

라벨라가 이를 으드득 갈았다.

“위험한 게 방금 저거 하나는 아니잖아?”

“…….”

눈치 빠르기도 하지.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풀어 당장 비상용 단검을 꺼내려 했던 라벨라가 재미있다는 듯 몸의 힘을 뺐다.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능력 하나만은 탐이 나는 녀석이었다.

길드로 데려오려던 것도 꽤 진심이었을 만큼.

“왜 얌전해졌어? 당장이라도 죽일 것처럼 굴더니.”

갑자기 살기를 지워낸 라벨라에 이스카는 의아해졌다.

그야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죽일 수 있으니까.

라벨라는 속마음을 굳이 꺼내놓지는 않았다.

“그래서, 진짜 네 정체가 뭔데? 여기 온 이유는 뭐고?”

“말했잖아, 첫눈에 반해서라고.”

그리 말하면서도 손을 무람하게 움직인 그는 라벨라의 반대쪽 허벅지에 마저 숨겨져 있던 검을 찾아 빼내고 있었다.

“후, 재미 없다니까?”

“진짠데 왜 안 믿지?”

“믿어.”

“믿어?”

“그래, 내 얼굴과 이 몸매를 봐. 나한테 첫눈에 반한 남자가 너뿐이겠어?”

“하긴.”

“알았으면 이제 그만 비켜.”

라벨라가 이스카의 몸을 가볍게 밀어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쭈?’

“안 죽일 테니까 비키라고. 몇 가지 물어보기만 할 거니까.”

“아니, 믿지 않아.”

“하?”

“……곧 맞을 짓을 할 생각이거든.”

남자의 고집에 포기한 라벨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맘대로 해.”

쪽.

말이 끝나기 무섭게 라벨라의 볼에 부드러운 뭔가가 닿았다 떨어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

말캉한 그것이 녀석의 입술이었다는 걸 깨닫는데 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난 분명히 허락 받고 한 거다?”

씩 웃는 그의 손이 조금 느슨해졌다.

‘죽일 테다.’

눈에 힘을 준 라벨라가 이스카를 공격함과 동시에 이스카는 창문 쪽으로 달아났다.

“하마터면 죽을 뻔 했네.”

두 발로 창틀을 밟고 앉은 이스카가 라벨라를 보며 싱긋 웃었다.

“임피리아에 온 걸 환영해, 아가씨.”

“……뭐?”

단검을 던지려던 라벨라가 멈칫거리는 사이.

“이스카야, 내 이름. 또 봐!”

여유롭게 제 이름을 밝힌 남자가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서둘러 뒤를 쫓은 라벨라가 창밖을 내다보았지만, 이미 이스카는 사라진 후였다.

“……뭐야, 쟤는?”

황당해진 라벨라가 헛숨을 터트렸다.

“겁도 없이 어딜.”

미간을 좁힌 라벨라가 이스카의 입술이 닿았던 볼을 벅벅 문질렀다. 그에게 빈 틈을 보였다는 사실이 라벨라의 자존심을 긁어 놓았다.

이스카가 사라진 자리를 한참이나 노려보다가 몸을 돌린 라벨라의 표정이 일순 기묘해졌다.

이스카가 그녀에게서 빼앗아 무성의하게 던진 단검이 벽에 단단히 꽂혀 있었다.

“노린 건가…….”

아니면 우연일까.

어느 쪽이든 실력 하나는 끝내주게 강한 녀석이라는 건 확실했다.

각도를 계산해 보던 라벨라가 단검을 힘주어 뽑았다.

“비싸게 준 건데 하마터면 망가질 뻔했네.”

다시 만나면 이 값은 톡톡히 받아내야지.

단검이 상한 곳은 없는지 요리조리 신중하게 살펴보던 라벨라가 천으로 검을 닦아 제자리에 두었다.

창가를 힐끗 본 라벨라는 침대에 풀썩 쓰러지듯 누웠다.

“……임피리아에 온 걸 환영한다고?”

묘하게 찝찝한 말이었다.

다시 몸을 일으켜 다리를 꼰 라벨라는 제 턱을 가만히 문지르다가 눈을 가늘게 떴다.

“흐응…….”

그 영감탱이는 뭘 좀 알려나?

*   *   *

“꽤 위험했어.”

뒤쫓는 기척이 없다는 걸 확인한 이스카가 지붕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호기심에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갔다가 야밤에 힘만 잔뜩 빼고 말았다.

“생각보다 더 뛰어난데?”

작은 체구라고 얕본 스스로가 한심해질 정도였다. 단검을 휘두르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온 신경을 모아 그녀의 움직임에 집중해야만 했다.

지금까지 이 정도로 자신을 밀어붙이는 자를 만나 본 적은 없었다.

아슬아슬하게 코앞을 스치던 뾰족한 칼날과 그렇게 움직이면서도 숨 하나 흐트러지지 않던 인형의 표정을 떠올리니 심장 어딘가가 찌릿해졌다.

“하하하.”

쫀득했던 볼에 닿았던 입술을 슥슥 문지르며 생각에 잠겼던 이스카가 쿡 웃음을 터트리며 드러누웠다.

강한 것도 마음에 들지만 귀여운 건 더 마음에 든다.

“그 양반, 대체 어떤 사람을 데리고 온 거야?”

그냥 도와줄 이를 보내겠다고만 해서 궁금했는데, 여인인 데다가 심지어 저렇게 강한 사람일 줄은 몰랐다.

“만나면 고맙다고 인사라도 해야겠네.”

대자로 누워 있던 이스카가 갑자기 몸을 벌떡 세웠다.

“……아, 그러고 보니.”

이스카는 짜증 난 얼굴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름을 또 못 물어봤군.”

아쉬움에 한숨이 터져 나왔다.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난 이스카는 일단 걸음을 서둘렀다. 또 리텔니의 잔소리 폭탄을 겪고 싶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이를 어쩐다?’

그녀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고, 확인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그냥 찾아갔다가는 말 한마디나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오늘만 해도 다짜고짜 공격해 오던 그녀가 아니던가.

그냥 만나서는 평범한 대화를 나누긴 힘들 터.

‘어쩔 수 없지.’

자고로 여인을 유혹하려면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는 법이었다.

사뭇 가벼운 발걸음으로 지붕 위를 총총 걸어가는 이스카의 입가에 짓궂은 미소가 피어났다.

*   *   *

“좀 나와 봐요.”

창문을 닫은 라벨라는 제 목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 초커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고요함 속에 천장 위를 지나가는 쥐가 찍찍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

미간을 찡그린 라벨라가 목의 초커를 잡아 빼냈다.

정교하게 세공된 투명한 금색 보석이 가느다란 천 한가운데 박혀 있었다.

“무시한다 이거지? 안 되겠다. 이거 버려버리든가 해야지.”

보석이 떨어지겠다 싶을 정도로 마구 흔들어 대던 라벨라가 초커를 집어 던지는 시늉을 했다.

“아, 아니다. 그냥 부수는 게 낫겠어.”

가만있어 보자, 단검으로 할까.

콧노래까지 섞어가며 흥얼거리던 라벨라가 눈을 번뜩이며 뭉툭한 손잡이로 보석을 내리찍었다.

꽤 힘을 줬는데도 보석에는 역시나 흠집 하나 없었다.

“부서질 때까지 해보지 뭐.”

한 번 더 내리치려는 찰나, 목걸이에서 하얀빛이 새어 나오며 몽글몽글 사람의 형태를 만들기 시작했다.

“드디어 나오시네.”

라벨라는 눈앞에 나타난 금발의 미남자를 보며 씩 웃었다.

“오랜만이야,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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