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2. 프란시아의 이름으로
에단 아폴리우스 카이로스.
처음 그가 세상에 나왔을 때 신탁은 그를 세상을 지배할 황제가 될 거라 했다.
카이로스는 열광했으며, 주변국들은 시큰둥했다.
그러나 그가 처음 세상에 나온, 열다섯 살의 첫 전쟁을 끝냈을 때 사람들은 생각했다.
신탁이 이루어지겠노라고.
“가히 폭발적이란 표현이 맞겠군요.”
정확히 같은 생각이 지금 데릭과 버리의 머릿속에 들었다.
열다섯 살의 소년이 처음 출정한 4개월 동안, 그는 아홉 번의 전투에서 모두 승리하였으며 네 개의 주성을 정복하였다. 하나의 성을 가져와도 대단하다고 칭송할 판인데, 그는 놀랍다 못해 무서울 정도였다.
황제를 상징하는 백마 위에 앉은 작은 소년은 백마가 피로 물들어 적마가 될 지경이 되어서야 멈춰 섰다. 자신보다 훨씬 큰 성인들의 시체 더미들 속에서 유유자적하게 검을 거두는 그를 보며 얼마나 많은 장수들이 공포에 떨었는가.
첫 전투. 첫 출정만으로 그는 모두에게 확실히 인식시켰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이 신탁의 주인공께서는 가는 걸음걸음, 승리와 환호만큼의 피와 죽음이 가득할 것임을.
“제이드 네아레스를 잃은 토르티아 군사 따위, 애초에 상대될 리가 없지요.”
제아무리 토르티아의 군대라 하더라도, 마치 가을바람 앞의 낙엽처럼 그들은 카이로스의 칼 끝 아래 죽어 나갔다.
에단이 내린 첫 공격 지점은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에토르가 아니었다. 에단이 노린 것은 토르티아가 에토르 지역으로 유입되는 토르티아의 길목, 루민.
본디 테바로스의 계획대로 에단이 에토르를 향해 진격하였다면 후방에서 테바로스를 지원했을 바로 그 지원군 통로다.
“에단 황제가 기다린 건, 우리의 선공이 아니었군요. 테바로스 군영에 대한 정보 파악도 아니었고요.”
“처음부터 토르티아의 지원군이 모두 당도할 때까지 기다린 거야. 그래야 단번에 소탕할 수 있으니.”
다시 말해 그들의 전략을 죄다 꿰뚫어 보았다는 것.
“토르티아의 영지를 통해 이 에토르에 입성한 순간부터 예상했던 거지. 테바로스는 토르티아를 이용할 것이며, 그 토르티아는 후방을 노릴 것이고, 에토르의 길목으로부터 유입될 거란 사실까지.”
데릭은 자조적인 웃음을 뱉었다.
몰브가 황궁을 점령하였고, 로엘이 납치되었으며, 심지어 그녀로부터 친필 편지까지 받았음에도 사람이 저리 침착할 수 있는 것인가. 그 상황 속에서 어찌 저리 이성적 판단을 하는가.
“토르티아가 전멸하겠군요. 그것도 카이로스는 거의 피해를 입지도 않은 채로요.”
타고난 능력. 타고난 머리. 남다른 판단력과 결단력.
그를 뒷받침해 주는 훌륭한 보좌진에 그를 지켜 주는 최고의 장수.
거기에 백성들의 전적인 지지와 신탁의 축복까지.
이건 너무 불공평하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군요.”
발버둥 치고 또 발버둥 쳐서 이곳까지 온 그를 비웃듯, 그는 너무도 쉽게 너무도 많은 것을 누린다. 그래서 데릭은 저 황금의 황제가 너무도 싫다.
“이대로 가다간 저희가 포위당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그러기엔 너무 병력이 적어.”
데릭은 싸늘히 말했다.
일부러 테바로스의 병사는 에토르 안에서 방어를 구축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토르티아를 다 써먹은 후에야 최상의 상태로 카이로스를 상대할 수 있도록. 그를 위해 에리카의 제안을 받은 거였다.
뒤늦게, 그의 공적에 숟가락을 얹으려는 토르티아를 그래서 받아 준 거다.
이리 버리는 패로 쓰려고.
“아무리 카이로스의 황군이라 하더라도, 저들 역시 사람이야. 저 괴물 같은 에단 황제와 루카스는 몰라도, 황군들은 지치게 되어 있어. 아무리 길 잃은 양이 돼 버린 토르티아 군대라도 그 정도는 해. 우리는 그때를 노리면 된다.”
높은 성루에서마저 비릿한 피 냄새가 느껴질 만큼 토르티아 군사들의 피는 점점 더 푸른 대지를 적셔 갔다. 안 되는 싸움인지 알면서도 무모하게 그들은 최전방을 맡았고, 그렇게 희생당했다.
버리는 쌓여 가는 시체들을 보며 조금 불편한 마음이 들었으나, 정작 그 모든 것을 계획한 데릭은 조금의 죄책감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잠시 한숨을 들이켰다. 자기 사람이라면 끔찍하면서도, 남이면 참 매정해지시는 분.
그에게 피를 나눈 형제마저도 남으로 분류되었기에, 데릭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다.
“테바로스 전군. 카이로스의 공격에 대비하겠습니다.”
그 모든 것을 알면서, 따른 것은 버리 본인.
버리는 기꺼이 그의 안 사람이 되었고, 이리 그에게 충성하고 있다.
이분께서 바라보시는 그 높고 높은 곳을 함께 가기 위해.
“테바로스 전군에게 명한다. 지난 4개월의 결실이 드디어 눈앞에 있다. 그 누구도 두려워 말 것이며, 당당히 카이로스의 깃발을 꺾으라.”
그렇게 새로운 테바로스를 만들기 위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데릭 황제 폐하.”
테바로스 역시 준비를 맞추었다.
드디어, 카이로스와 테바로스가 부딪힌다.
***
“리, 리암?!”
보는 눈이 많았으나 수아는 리암을 보는 순간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리암 역시 그런 수아를 바로 보았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안을 것 같은 그런 눈으로.
“어떻게 네가……!”
“아카시스님을 뵙습니다.”
수아를 정신 차리게 할, 당연스런 예법이 뒤늦게 나오자 수아도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이 그녀와 로엘의 사람들뿐이었다. 로엘은 얼굴을 붉힌 채로 너무도 당황해하는 수아를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그녀가 눈치챈 사실을 수아 역시 알고 있으면서도, 이리 엄청난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구는 수아의 모습이 조금 안쓰러웠다. 더욱 창백해진 채로 그녀를 보는 베티와 쥰은 더욱 안쓰러웠고.
“제가 불렀어요.”
그래서 로엘이 먼저 입을 열었다. 수아의 사람들, 그 누구도 먼저 말을 할 수 없을 테니.
“지금 제 기준에서, 제일 믿을 수 있는 황군은 리암 경뿐이거든요.”
로엘은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가 리암의 앞에 손등을 내밀자, 바로 리암은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등에 키스했다. 완벽한 기사의 예법에 로엘 역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절대로 정보가 새어 나가선 안 되는 이번 일에, 내 말을 황군에게 전할 자. 그 명을 수행하여 황군을 움직일 자.”
로엘은 긴 드레스 자락을 끌며 프란시아의 검을 쥔 채로 천천히 리암의 주위를 돌았다.
“어떠한 회유에도 넘어가지 않을 자.”
그녀의 목소리는 묵직하게 방 안을 울렸다. 평소의 그녀와는 다른 분위기.
좀 더 성숙하고, 좀 더 진지한. 그러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무서운 그런 느낌.
이는 인자한 이방의 공주님이 아닌, 카이로스의 프란시아다.
“설사 발각되더라도 목숨을 내놓을지언정 절대 실토하지 않을 자.”
처음 보는 그 모습에 리암은 침을 꼴깍 삼켰다.
“여기 리암 경 말고 또 있을까요.”
“프래카 리암, 아카시스님의 명을 받듭니다.”
그러니 저절로, 깊이 고개가 숙여졌다.
애초에 프란시아의 문장이 찍힌 밀서를 받았을 때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한낱 귀족 가문의 숱한 사병 중 하나로 살아온 그에게 어찌 이리 큰일을 맡기시나, 너무도 과분하여 한동안 차마 펴 보지도 못하였다.
게다가 그 전서를 전해 준 이가 누구던가.
다른 이들도 아닌 켈트가의 수장, 드보아 켈트였다.
그토록 그를 고통스럽게 했던. 그에게 전부였던 그의 여자를 빼앗아 가 버린 바로 그분.
“드보아 공께서 직접 저에게 명하셨습니다. 아카시스님께서는 프란시아로 임명되셨으며, 그 프란시아님께서 이 사태에 대해 명을 내리실 것이니 빠른 시일 내에 프란시아님을 찾아뵈라 하셨습니다.”
아버지가 리암을 만났다는 소리에 수아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녀의 그 모든 마음을 알 수 있는 리암은 잠시 그녀를 보며, 괜찮다는 고갯짓을 했다. 그렇게 수아를 안심시켰다.
수아는 그 눈길에 그제야 조금씩 진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의 마음을 알 것 같아 울컥했다.
다른 이의 손을 타지 않게 하라는 로엘의 명도 있었겠지만, 아버지는 스스로 리암을 찾아간 거다. 총명하신 아버지 역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리암이란 걸 알고 계셨을 테니.
금지옥엽 키워 온 딸을 참 많이도 아프게 하셔서, 그렇게 딸의 인생이 어그러져서 참 많이도 후회하고 아파하시는 분이다. 그래서 수아가 몰브의 손에 넘어갔다고 했을 때, 어쩌면 로엘의 명이 없었더라도 직접 사병을 이끌고 딸을 구하러 오셨을지도 모른다.
그런 아버지임을 알기에, 수아는 어떤 마음으로 아버지가 리암을 찾아갔을지도 안다.
딸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자.
그런 자를 그의 손으로 내쳤음에도, 수아의 아버지는 그 최선을 선택한 거다.
기꺼이 자신의 자존심을 버려 가며.
“황군 전원. 아카시스님의 밀서를 받고 전투태세로 대기 중에 있습니다. 어떠한 명이든 내려 주소서. 반드시 수행하겠나이다.”
“나를 믿어 줘서, 고맙습니다.”
마음 같아선 절절한 수아와 리암에게 재회의 시간을 주고 싶었으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로엘은 이만 리암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대로 몰브군이 배치된 곳이 표시된 황궁 지도를 펼쳤다.
“계획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도성의 사대문을 지키고 서 있는 몰브로부터 다시 도성의 길목을 회복하는 일. 둘째, 멋대로 황궁을 점령하고 있는 몰브의 모든 사병을 처단하고, 황군이 다시 황궁을 들어오는 일. 셋째, 감금되어 있는 여기 후궁으로부터 황궁 깊숙이 밀고 들어가, 몰브를 생포하는 일. 이 모든 일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황궁을 짚으며, 로엘은 단호히 말했다.
그녀의 작전을 들으며 리암은 제법 많이 놀랐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그 역시 동경하던 제이드 네아레스의 영애. 로엘은 모르겠지만, 그녀를 토르티아에서 처음 모셔 올 때도, 사냥터의 그 암살 사건 때에도, 그리고 니블굴을 처음 발견했던 때의 황제 폐하와의 암행에서도 전부 리암, 그가 그녀를 호위했다.
“첫 번째는 켈트가 맡을 것이고, 두 번째는 칼슨가가 맡을 것이며, 마지막은 저, 그리고 이곳의 키로스가 담당할 겁니다. 그러니 리암. 당신이 할 일은 황군에게 이 작전을 제대로 인지시키는 것. 그리고 칼슨 대장군의 지휘 아래 전열을 가듬고, 독스의 도움으로 황궁 근처 숙소에서 무장 대기할 것.”
다른 분들과 다르단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저 마음씨 좋고 아름다우신 공주님이라고만 생각했을 뿐, 이분이 이런 눈을 할 수 있는 분인지는 몰랐다.
그래서 리암은 더더욱 지금의 로엘이 너무도 크게 다가왔다.
“이미 켈트와 칼슨과는 말을 끝냈습니다. 칼슨가는 여기 시에라가 연락을 취할 것이고, 켈트가는 수아 님께서 직접 연락을 취하실 겁니다. 그러니 리암 경은 황군의 결집에만 최대한 신경 써 주세요.”
수아는 리암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리암은 이 일에 수아 역시 개입되어 있단 사실도 놀라웠다. 평생을 공작가의 영애로 귀하게만 자라 온 수아인 걸, 리암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
심지어 황궁에 들어와 몇 년을 죽어 살면서 더더욱 기운을 잃어 갔던 그녀인데, 지금의 수아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를 이리 만나서도 꾹 눈물을 참는 모습하며, 이렇게 중요한 일에 기꺼이 나서 로엘의 도움이 되었다.
곧게, 그를 직시하는 시선. 수아는 언제 이런 눈을 할 수 있게 되었을까.
리암에게도 참 낯선, 이런 수아를 가능하게 한 것이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로엘을 바라보는 수아의 눈이 아까부터 계속 답하고 있었으니까.
“모든 준비는 신속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켈트의 병사가 제일 먼저 남문을 점령하여 북을 울리는 순간, 황군은 칼슨과 함께 성 안으로 진입하고, 우리는 황군으로 몰브의 군사가 몰리는 틈을 타 이곳에서 벗어날 겁니다. 그렇게 케인 몰브가 있는 본궁까지 밀고 들어왔을 때, 황군은 반드시 황궁을 수복한 상태여야 할 겁니다. 그래야 만에 하나라도 케인 몰브가 도망치더라도 놓치지 않을 테니까요.”
그녀가 이미 지도상으로 이동 경로를 짜 놓은 덕분에 리암은 물론 다른 이들 역시 인지하기에 훨씬 수월했다. 프래카인 만큼 황궁 구석구석을 파악한 리암이 보기에도 로엘이 표시해 둔 경로는 가장 최적의 경로였다.
“이 모든 결전은 바로 켈트가의 사병이 모두 모인 후, 돌아오는 새벽.”
“새벽이요?”
“네. 새벽이요.”
새벽이라니. 달빛조차도 피해야 하는 기습 작전에 해가 떠오르는 새벽을 노리다니. 그건 심히 상식에 반하는 일이라 리암은 물론 수아와 시에라들도 고개를 갸웃했다. 예상되었던 그 반응들에 오히려 로엘의 미소가 진해졌다.
이들이 이러한다면, 몰브 역시 그러할 것이므로.
“이번 일은 상징성이 큽니다. 감히 황궁을 넘본 자들에 대한 단죄. 내 성에 내가 들어가겠다는데 어째서 쥐새끼들처럼 빛을 피해야 합니까? 우리는 동이 떠오르는 새벽. 몰브가 방심한 그때를 노려 밝은 태양빛 아래에서 황궁을 탈환할 겁니다.”
보다 진지하고, 보다 힘 있는 발성. 더 또렷해진 붉은 눈동자와 자신에 찬 태도.
그 모든 것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확신을 가지게 하였다.
“자, 그럼. 카이로스의 황궁을 돌려받아 볼까요.”
이분은 승리의 여신, 프란시아라고.
***
루민 지역에서 토르티아 군대를 상대한 첫 전투는 대승으로 끝이 났다.
당연한 결과다. 폭발하기 직전인 루카스는 간만에 제대로 된 저승의 사냥개가 되었고, 프래카 역시 꾹꾹 눌러 담았던 짜증을 전부 터트렸다.
일반 카이로스 군대도 아닌, 황제께서 직접 데려온 정예 중의 정예.
제대로 된 지휘관 하나 없이 숫자로만 맞서려고 했던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 압도적인 전력 차이는 너무 쉽게, 그리고 허무하게 첫 전투를 끝냈다.
“수고했어.”
피에 절은 그가 몸을 씻고 나오자, 이반이 그를 맞이했다.
파벤터를 정리하고 바로 달려온 거다.
“우리의 피해는 거의 경미하다며.”
“루카스가 날뛰었으니까.”
“폐하께서는 더 날뛰셨을 거고.”
애먼 데 화를 푸시느라.
이반은 아직도 피 냄새가 진동하는 루민 지역을 바라보며, 말했다. 피바람이 부는 오후가 지나가고, 어느새 대지에 짙은 어둠이 깔렸다. 구름에 가리는 달빛 사이로 에단과 이반은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두 사람 모두, 단 한 사람만을 생각하고 있겠지.
“……걱정 안 되냐고 물어보는 건, 월권인가요. 형제님.”
“아주 멍청한 질문이지.”
너무도 당연한 답이었으므로.
“명하면 달려갈게.”
“안 돼.”
“형제로서, 형수를 구하러 가는 거야.”
“그런 건 말하지 않아도 알아.”
설사 그 깊숙한 속마음이 다를지라도.
“그렇다면 왜 안 된다는 거야?”
“나는 네가 필요하니까.”
에단의 즉답에 이반의 말문이 막혔다.
“나는 이 전쟁에 네가 필요해. 설사 로엘이 그렇게 있단 소식을 들은 이때에도.”
아무튼 사람 말 못 하게 하는 능력은 타고났다. 이반을 보지도 않은 채로 무심히 던지는 그의 진심에 이반은 자신이 큰 오해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그는 자신과 다른, 황제구나 싶다.
“나는 이곳을 잘 몰라. 상대하려는 저 오만한 이 역시, 조금도 알지 못하지. 그러나 넌, 이곳도. 그리고 저자도 나보다 훨씬 잘 알고 있어. 그래서 나는 네가 필요해. 나의 승리를 위해. 카이로스의 승리를 위해. 그리고 나를 따르며 목숨을 내놓은, 이 카이로스 군사들을 위해.”
얼마나 자신이 감상에 젖어 있었던가.
이반은 올곧이 병사들을 바라보는 에단을 바라보며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그저 에단이 왔다고, 그가 함께한다고 그는 수장으로서의 일에 안일했던 거다.
전쟁이 어떠한 것인지,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자신의 감정을 앞세웠다.
로엘이 위험한다는 그 한마디에.
“……너는 황제를 먼저 택했구나.”
남자가 아니라.
이반의 숨겨진 의미를 뻔히 알았지만, 에단은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반 역시 더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그의 마음이 제일 쓰리다는 걸, 이반 역시 너무도 잘 알고 있었으므로.
“황제의 명이시라면 받들겠습니다.”
남자로서, 질투인 줄 알았건만 카이로스를 생각하는 절절한 어심이었다니. 감히, 어찌 받들지 않을까.
이반은 기꺼이 그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폐하를 승리로 이끌겠습니다.”
이 전투에 동원된 카이로스의 군사만 3만.
그는 그 3만 명의 목숨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니 그의 선택은 항상 최선이어야 하며, 그 어떠한 경우도 잘못된 선택을 하여서는 안 된다.
‘……너는 황제를 먼저 택했구나.’
설사 그의 것을 희생할지라도.
이반이 그만 물러간 후에도 그는 계속 자리를 지켰다. 구름이 지나 환히 드리우는 달빛 아래, 그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깨어 있었다면, 그녀 역시 달빛에 이끌려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으리라.
그러다 그의 기척을 느끼면 뒤돌아 환히 웃어 주었겠지.
‘폐하. 달이 너무 예뻐요.’
세상 모든 것을 예쁘게만 보는 그녀에게 네가 더 예쁘다고 속삭였으리라. 그렇게 품에 안아 온기를 나누었겠지.
“젠장할.”
화가 날 정도로 보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품에 안아, 그 향기와 그 온기를 느끼고 싶었다.
짤랑.
갑옷을 벗고 가벼운 옷차림이 되자, 그의 목에 걸린 목걸이가 그의 작은 움직임에도 흔들렸다.
그녀가 이곳에 떠나기 전, 그에게 처음으로 준 ‘선물’.
월계수 나무가지를 황금으로 덮은 부적 같은 목걸이였다.
‘Laurel(로엘)이네.’
‘어? 알고 있었어요? 내 이름이 월계수인 거.’
‘당연하지. 나를 뭘로 보는 거야.’
‘오오. 진짜 모르는 게 없으시네. 나의 황제께선.’
그녀는 싱긋 웃으면서 까치발을 들어 목걸이를 직접 목에 걸어 주었다.
그녀를 상징하는 월계수와 그를 상징하는 황금이라 그는 제법 그녀의 선물이 마음에 들었다. 본디 악세사리라는 것은 공식 행사가 아닌 한 절대 하지 않는 그였지만, 이 역시 ‘그녀’는 예외니 그는 순순히 받았다.
‘이거 진짜 구하기 힘들었다고요. 페니한테 부탁해서 겨우겨우 구했어요.’
‘그래.’
‘게다가 이거 도금이 아니라 순금으로 덮느라 무지 비쌌다고요.’
‘그래, 알았어.’
긴 목걸이를 들어 달빛에 비추어 보자 환히 빛났다. 반짝반짝. 예쁘게 반짝이는 모습이 그녀의 눈동자를 떠올리게 했다.
‘토르티아에서는 딸에게 꽃을 따서 이름을 지어 줘요. 그래서 어렸을 때는 제 이름이 싫었어요. 나만 꽃이 아니라 나무라서.’
‘월계수도 꽃이 피잖아.’
‘그래도 나무는 나무잖아요. 안 예뻤단 말야.’
그는 그녀의 이름을 듣는 순간, 제이드의 딸로서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 생각했다. 다른 것도 아닌, 월계수라니.
너무도 뻔한 의미다.
‘그런데 이리, 당신에게 무얼 줄까 고민하다가 새삼 내 이름이 너무 좋더라. 이렇게 당신에게 월계수를 줄 수 있게 되어서.’
월계수의 의미는 '승리’.
승리의 여신께서 내려 주시는 화관이 바로 월계수다. 그 승리를 타고난 아이라니.
축복이 가득한 이름이다.
그리고 그 축복을 그녀는 그에게 건넸다.
‘나의 황제시여. 저의 모든 마음을 담아, 폐하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월계수 목걸이에 작은 키스를 남기며 그의 승리를 속삭이던 그녀가 눈에 아른거렸다.
그 역시 그녀의 마음이 담긴, 그 작은 목걸이에 입을 맞추었다.
“곧 갈게. 조금만 기다려.”
프란시아가 함께하고 있다.
무엇이 두려울까.
그도, 그녀도 반드시 승리하리라.
***
둥둥둥.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새벽. 막 하늘이 붉은빛을 띠기 시작하는, 그 여명의 시간에 카이로스 백성을 깨우는 커다란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 멀리, 카이로스의 가장 깊숙한, 그녀의 세룸니르에도 그 북소리가 들려왔다.
켈트가 성공한 거다.
“마마.”
“그래.”
불이 꺼진 방 안에서 무장을 마친 시에라와 키로스가 그녀 앞에 대열을 맞추고 서 있었다.
로엘 역시, 너무도 오랜만에 드레스를 벗어 버리고 제대로 검을 휘두를 수 있는 복장이 되어 있었다. 높은 머리를 질끈 높게 묶어 올리고 움직이기 편한 바지를 입은 채, 그녀는 프란시아의 검을 들어 올렸다.
“이미 시에라에게 계획을 들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키로스들은 일제히 그녀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번 반란 자체가 몰브의 몰락을 가져올 엄청난 실수였지만, 그의 가장 큰 실수는 이 키로스를 무시한 거다.
키로스 따위, 그녀에게서 뺏지 않아도 된다는 그 안일함.
그 안일함이 결국 몰브의 목을 칠 거다.
“키로스는 그 어떠한 군대와 비교하여도 절대 뒤지지 않는 최정예군. 나는 키로스가 함께하지 않았다면, 이번 작전을 시작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녀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하나같이 어여쁘고, 하나같이 강한 이들. 시에라뿐이 아닌, 모든 키로스가 얼마나 열심히 수행하는지 그녀는 잘 알고 있다. 여자로서 누군가를 지킨다는 그들의 자부심. 그녀는 충분히 높게 산다.
단지, 같은 군부의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 마음이 아플 뿐.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했어야 할 이들에게 이번은 기회가 될 거다.
“그대들을 알아보지 못한, 그 모든 이들에게 깨우쳐 줄 시간입니다. 키로스가 어떤 존재이고, 무슨 일까지 할 수 있는지를. 그러니 나의 자랑스러운 검들이여. 오늘 새벽. 감히 황궁을 모욕한 반역당을 토벌하고 황궁을 구하는 주인공은 바로 그대들입니다.”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왔다. 키로스는 그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울컥하였다. 어찌나 그녀들의 마음을 이리 알아주시는가. 이제껏 그 누가 그녀들을 이리 봐주고 인정해 주었던가.
시에라로부터 밀서를 받으며 그녀들을 다짐했다.
반드시, 목숨을 걸고서라도 이 분을 따르리라고.
그렇게 지키리라고.
“카이로스 황실 키로스 전원. 프란시아 로엘 님께 충성을 맹세합니다. 나의 주군. 부디 명을 내리소서.”
한마음, 한목소리로 합쳐진 키로스들을 향해 로엘은 검을 곧게 뻗었다.
저 멀리 떠오르는 태양과 멀리서부터 황군이 들어오는 소란스러움을 배경으로, 그녀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프란시아의 이름으로 명한다. 키로스, 가서 몰브를 잡아.”
그녀의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키로스들은 빠르게 자신들이 맡은 위치로 나가기 시작했다. 황군의 진입 소식을 들어 우왕좌왕하던 몰브의 사병들은 갑작스러운 키로스의 공격에 예상대로 속속들이 쓰러져 나갔다.
“수아 님. 그래도 여기가 가장 안전하실 겁니다.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로엘 님. 부디 무사하셔야 합니다.”
수아는 로엘의 손을 꼭 잡아 주며 말했다. 어쩔 수 없이 심장이 쿵쿵 빠르게 뛰고 손에서는 식은땀이 났지만, 그래도 웃는 얼굴로 로엘을 보내 주고 싶었다.
자신 때문에 그녀도 잡힌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으므로, 이번만큼은 짐이 되지 않겠다고. 그러니 걱정 마시라고.
일일이 설명해 주지 않아도 전해져 오는 수아의 마음에 로엘 역시 여느 때처럼 미소지어 보였다.
“수아 님. 좀 이따 봐요.”
수아의 믿음 가득한 응원과 함께, 로엘 역시 밖으로 나섰다. 이미 키로스들이 제법 길을 터 놔, 그녀는 일주일 동안 갇혀 있던 그녀의 궁으로부터 쉽게 나설 수 있었다.
“군사가 몰려옵니다.”
“그러게. 막 두근거린다. 그지?”
“마마는 뒤로 물러서 계세요. 다치시면……!”
시에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키로스를 제치고 앞으로 나서더니 시원스럽게 검을 휘둘렀다. 가볍고 아름다운 검 사위 한 번에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처음 프란시아의 검에 피가 묻는 순간이다.
‘죽이려 들기에 죽였다는 말 외에 할 말이 있나.’
여전히 생명을 거둬들이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녀가 모든 생명에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기엔 그녀는 이미 많은 피를 손에 묻혔고, 그때마다 슬퍼하기보단 무뎌져 갔으므로.
지금 이 순간, 다시금 그녀의 검에 많은 생명을 거두어들이며 그녀는 생각했다.
자신을 해하려는 이들에게 미안하지는 않지만, 부디 다음 생은 남이 명령에 따라 사는 그런 인생은 살지 않기를. 그렇게 그의 가족들이 부디 덜 슬프기를.
그녀의 앞을 막아서는 몰브의 용병들 수십을 쓰러트렸을 때쯤, 멀리서 키로스 한 명이 달려왔다.
“마마. 케인 몰브의 위치를 확인하였습니다. 지금 황군의 진입 소식을 듣고 중앙 동문으로 빠져나간다고 합니다!”
포기가 빠르기도 하여라. 그녀는 절로 실소가 나왔다.
물론 그녀의 반격을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그렇다고 이리 제대로 싸워 보지도 않고 바로 도망치다니. 이리 제대로 수습하지도 못할 거면서 도대체 몰브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큰 불장난을 한 건지 모르겠다.
“절대 황궁 밖으로 도망치게 둬서는 안 돼. 황군에게도 이 소식을 알리고, 반드시 잡아. 잡아서 내 앞에 꿇려.”
“프란시아님의 명을 받듭니다.”
서슬 퍼런 그녀의 명령이 떨어졌다. 키로스들은 바로 동문을 향해 달려갔고, 로엘 역시 검에 흥건히 묻은 피를 털어 내며 걸음을 옮겼다.
도망치다니. 누구 마음대로.
“로엘 마마를 뵙습니다.”
생각보다도 몰브의 포기가 빨랐던 덕분일까. 아니면 이를 갈고 있었던 황군의 실력이 폭발한 덕분일까.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황군은 계획보다도 빨리 로엘과 접선할 수 있었다.
황군들은 이미 한차례 칼부림을 하느라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그녀와 키로스들을 둘러보며 잠시 마른침을 넘겼다.
이 작전을 전해 듣고 실행하시는 것을 지켜보면서, 예삿분이 아님을 머리로 인정하였지만 이렇게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또 달랐다.
하얀 피부에 흐르는 붉은 피는 그녀의 붉은 눈동자와 붉은 머리와 소름 끼치도록 어울렸다.
표정 없는 얼굴로 그들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모습에, 그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조아렸다.
“지금 몰브가 동문으로 도망치고 있습니다. 일단 키로스가 쫓고 있으며 동문을 담당한 황군에게도 알리세요. 칼슨 장군은 어디에 계십니까.”
“마침 황궁 진입 이후 바로 동문 쪽을 지휘하러 말을 트셨습니다. 지금쯤이면 이미 몰브의 사병들을 제압하셨을 겁니다.”
로엘은 칼슨 장군의 빠른 판단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나, 괜히 명문가가 아니다.
로엘은 황군이 타고 있던 말 하나를 얻어 바로 시승하였다.
“나는 먼저 달려갈 테니, 황군과 키로스. 여기 나머지 정리하고 수아 님께 가 주세요.”
“프란시아님의 명을 받듭니다.”
로엘은 한목소리로 겹친 그들의 대답을 듣자마자 바로 달려 나갔다.
이미 황군이 기세를 잡은지라, 충성보다는 돈에 팔려 온 몰브의 사병들은 대다수 투항하거나 도망가기 바빴다. 이런 이들을 데리고 무얼 하려고 했던지 갈수록 로엘은 몰브가 한심스러웠다.
만일 이대로 테바로스 군사가 당도했다면, 테바로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 오합지졸들을 사살했을 거다.
“이럴 거면서……!”
로엘은 그 어리석음에 치가 떨렸다. 그들이 뭣도 모르고 벌린 일들이 얼마나 많이 그의 발목을 잡았는가.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허무하게 사그라들었는가.
“케인 몰브.”
뒤에서는 키로스에게, 앞으로는 칼슨과 황군에게 붙잡힌 케인 몰브는 사색이 된 채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꼴을 보아하니, 이 새벽. 갑작스러운 기습으로 자다가 허겁지겁 도망쳐 나온 듯했다.
“로엘, 네 이년!!!”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케인은 예상대로 악에 받쳐 소리를 질렀다.
이미 오갈 데 없는 포박된 상태. 그녀는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섰다.
“너무 방심하셨나 보네. 재미없게.”
그에게로 다가가는 그녀를 키로스가 잠시 말리려고 했으나 이내 길을 텄다.
지금 케인의 상태가 위험한 건 사실이었으나, 케인 따위가 그녀의 몸에 손끝 하나 대지 못할 것 역시 사실이었으므로.
“정말 내가 순순히 방 안에만 있을 거라 생각했나? 그렇다면 너무 실망인데.”
“닥쳐! 어차피 테바로스의 군대가 몰려올 거다. 에단 황제는 그 군사에게 처참히 패배할 테고!!”
케인의 마지막 발악은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칼슨가에 켈트가까지.
케인도 이미 알고 있다. 지금 자신을 내려다보는 저 여인이 승리하였음을.
그러함에도 그는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자신의 패배를. 몰브의 몰락을.
그러니 얼마나 그 모습이 추한가.
“네가 이긴 것 같지? 하. 웃기지 마. 테바로스가, 그리고 토르티아가 몰려올 거다!”
“그래? 그럼 그 전에, 너부터 죽여야겠네.”
그녀는 망설임 없이, 바로 케인을 베었다. 그러자 그는 아 소리 한 번을 내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정확히 목의 급소를 베어 분수처럼 새어 나오는 피를 케인은 열심히 손으로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허. 허헉!!”
숨조차 쉬기 힘들어 비명조차 제대로 내지르지 못한 채로.
“컥!”
그렇게 케인 몰브는 흙바닥을 기어 다니다 숨을 거두었다.
“죽었습니다.”
그 끝을 황군은 친히 확인까지 시켜 주었다. 눈도 못 감은 채로, 참 볼품없이 죽어 간 케인을 바라보며 로엘은 씁쓸함이 밀려왔다. 가당치 않은 욕심의 끝이 처참하기도 하였다.
아마 케인은 상황이 이 지경이 되어서도 자신이 이리 죽을 것을 몰랐을 거다. 적어도 생포하여 에단이 올 때까지 그녀가 기다릴 거라 그리 생각했겠지. 그리고 그건 칼슨과 켈트의 생각도 동일하였다. 그런데 그 모두의 예상을 깨고 그녀는 바로 케인을 처단하였다.
그렇게, 케인 몰브는 로엘의 손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프란시스의 이름으로 명합니다.”
잔잔한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때마침, 태양이 그녀의 등 뒤로 떠오르고 있었다.
어두웠던 하늘이 밝아지며, 여명의 색깔이 하늘을 물들어 갔다.
그 태양 빛을 받으며 빛나는, 붉은 머리의 공주님.
“반란군 케인 몰브를 도성 앞에 세워 만인에게 본을 세우고, 남은 몰브의 잔당을 모두 추포하세요.”
“예, 마마.”
이제야 왜 그녀의 별명이 ‘여명의 공주님’인지 알겠다.
말 그대로, 그녀는 여명의 색을 닮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녀는 다시금 프란시아를 상징하는 검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바로 모든 이들은 무릎을 꿇고 그 검 아래에 고개를 조아렸다.
“오늘 밤. 황군은 프란시아의 이름으로 폐하를 지원하러 출정합니다.”
카이로스에 승리를 가져다주는 승리의 여신, 프란시아.
태양이 떠오르는 여명의 하늘 아래. 그녀는 카이로스 황군의 첫 출정을 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