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에게 학대받으며 대마법사로 자라나 세상을 구원하는, 판타지 소설 속 남주인공과 그의 여동생을 구출해 도망쳤다. “엄마라고 불러 봐도 돼요? 딱, 딱 한 번만…….” 나를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들의 온기 속에서 생각했다. 앞으로 그 어떤 일이 닥치든, 이 아이들을 지키겠다고. * 그렇게 무사히 도망쳐 정착한 남부 토르스에서 여태까지 보아온 귀족들과 전혀 다른 남자를 만났다. 신분을 따지지 않고 사람을 존중하며 그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그리고, 평생 이루지 못할 꿈을 꾸는. “언젠가, 토르스는 그 누구도 생계와 목숨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강하고 부유해질 거다. 그 날이 오기 전까지는 쉴 수 없어.” 그동안 나와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왜일까. 이 남자가 바라보는 드높은 하늘에 함께 손을 뻗고 싶어졌다. “공작 각하.” 그것이 단 몇 년뿐일지라도. “도와드리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