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화
서로의 몸을 탐하는 데 많은 대화는 필요 없었다. 사비나는 에르잔에게 계속 칭얼거렸으나 그것은 보채는 행동의 일환일 뿐 의미를 지닌 말은 아니었다.
날은 아직 오후일 터인데 먹구름 탓인지 집안이 어두웠다. 그러나 어두운 것이 특별히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품 안에서 사비나가 움직일 때마다 살갗이 스치는 소리가 두 사람의 몸이 어떻게 얽혀가는지를 알려 주고 있었다.
흐느끼는 듯한 신음 소리도, 간헐적인 헐떡임도 집중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소리일 터인데, 에르잔의 귀에는 하늘이 우는 소리보다도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사비나 아가씨. 몸에 힘을 빼셔야 합니다.”
전희가 충분하지 못했던 건지, 그저 떨어지면 죽기라도 할까 겁먹은 짐승처럼 필사적으로 매달려오는 탓인지, 사비나의 몸이 평소보다 긴장한 것이 느껴졌다. 에르잔은 뜨끈뜨끈하게 열이 오른 허벅지 사이를 손바닥으로 감싸 주무르며 최대한 침착한 음성으로 속삭였다. 악물고 신음을 참던 어금니에 힘을 빼고, 사비나의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해 다정하게 속삭일 셈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목소리가 떨려 왔다.
“사비나 아가씨. 너무 긴장하시면…….”
“으응…… 에르잔…….”
사비나가 좋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모를 콧소리를 내며 에르잔의 목을 깨물었다. 따끔한 치아의 감촉과 촉촉한 혀가 피부를 간질이는 느낌이 꼭 아이에게 쓴 약을 먹인 뒤 달콤한 과자로 달래 주는 것 같았다. 긴장을 풀라고 했더니 도리어 이쪽의 인내심만 잡아당기는 꼴이라고 할까. 알면서도 피하지 못하는 함정에 빠진 기분이 들어, 에르잔은 사비나의 귀에 사과의 말 대신 혀를 들이밀며 그녀의 허리를 안은 손에 힘을 주었다.
“아, 응…… 빨리…….”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무리하게 넣으면 상처가 나니까요.”
“충분……하니까…….”
준비가 덜 되었다는 에르잔의 말도, 충분하다는 사비나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손가락 하나도 받아들이기 힘겨울 만큼 꽉 조여든 입구와는 달리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액체는 허벅지를 다 적실 정도였으니까.
“에르잔을, 느끼고 싶어…….”
피부가 스칠 때에는 열기가 피어오르고, 점막이 스칠 때에는 온몸이 축축하게 젖어 갔다. 삽입은 하지도 않았는데 두 사람의 성기는 벌써 미끈거리는 체액으로 가득 젖어 있었다. 문득 그녀의 그곳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으나, 에르잔은 애써 고개를 뻣뻣이 세우고는 사비나의 엉덩이를 제 쪽으로 바짝 끌어당겨 하체가 맞비벼지도록 했다.
뜨겁게 젖어 버린 성기가 맞비벼지는 소리가 음탕하게 울려 퍼졌다. 먹구름 탓에 주위가 어두운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그 탓에 청각과 촉각이 더욱 예민해지는 것이 문제라고 해야 할지, 에르잔은 낮은 신음을 흘리며 아직 비좁은 입구 사이로 제 것을 들이밀었다.
“죄송합니다, 사비나 아가씨. 조금만…… 견디십시오.”
평소보다 빠듯한 압박감이 느껴졌으나 안은 놀라울 만큼 뜨거웠다. 감각이 예민해진 탓일까. 그곳에 눈이 달려 있는 것도 아닌데 쫄깃한 속살이 미끈거리는 군침을 내뿜으며 굵은 기둥을 조금씩 집어삼키는 것이 부끄러울 만큼 생생하게 느껴졌다.
흐으. 입술을 깨문 탓에 바람 새는 소리처럼 뭉그러진 신음이 어깨 너머로 흘러내렸다.
몸의 긴장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거대한 성기를 받아들였으니 허리가 뻐근할 법도 한데, 사비나는 그 얼얼한 고통이 기껍다는 듯 에르잔의 허리에 제 다리를 감았다.
에르잔이 안아든 탓에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는 사실은 사비나를 불안하게 했지만, 한편으로는 안도하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온 힘을 다해 에르잔에게 매달리는 일에만 집중하면 되니까.
침대에 누워 몸을 맞출 때는 혹 커다란 체구로 사비나를 압박할까 걱정하여 상체를 살짝 일으킨 채로 움직였는데, 그녀를 안아들고 천천히 성기를 삽입하는 지금은 혹여 사비나가 떨어지기라도 할까 걱정된다는 듯 가슴을 착 밀착하고 있었다.
그 덕분일까. 탄탄한 가슴 너머로 울리는 심장 소리가 천둥보다도 크게 느껴졌다. 맞닿은 피부가 비벼질 때마다 마찰열과 함께 서로의 체액이 섞이는 냄새가 야릇하고 달콤했다. 어쩌면 불쾌하게 느껴져야 할 그것이 에르잔과 함께 할 때는 늘 싱그럽고 향긋하기만 했다. 그리고 아찔했다.
“아, 좋아…….”
빈틈없이 맞물린 성기에서 흘러내린 액체가 가느다란 실처럼 늘어졌다가, 툭 끊기면서 허벅지에 철썩 달라붙었다. 뿜어내는 액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안에서 계속 출렁이는 것처럼 뱃속이 쿵쿵 울렸다. 평소라면 아프고 갑갑해야 할 그 감각이 도리어 짜릿했다. 에르잔이 그녀의 안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에르잔. 여기, 있어요…….”
“예, 아가씨.”
“내 옆에, 계속…….”
“아가씨와 함께 있겠습니다.”
꽉꽉 조여드는 안쪽을 억지로 짓치지 않도록 잔뜩 억누른 탓에 숨소리가 거칠었으나 대답만은 여전히 우직했다. 사비나가 원하면 밀어내지 않는데, 그녀가 요구하면 거절하지 않는데, 그녀의 안에 파고드는 순간의 에르잔은 이상할 정도로 인내심이 강했다.
뺨에서 턱을 따라 흘러내린 땀이 가슴 위로 톡, 떨어졌다. 그것이 신호라도 된 듯 에르잔이 사비나의 엉덩이를 살짝 들어 올렸다가, 손에 힘을 빼며 아래에서 거세게 치고 올라왔다.
검을 쥐고 적을 베어야 하는 기사의 손은 칼날도 갑주도 사슬도 아닌 여리디여린 여자의 살갗을 움켜쥐었을 때 본능만 남은 수컷의 것으로 변해 버린다.
평소라면 아까워서 차마 스치지도 못했을 흰 피부 위로 우악스러운 손자국을 남길 때마다 에르잔의 심장이 배덕감으로 뜨겁게 달궈졌다.
허리에 휘감긴 다리가 힘을 잃고 휘청거려도 사비나가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커다란 손이, 단단한 팔이, 그녀의 몸을 한 번에 다 가릴 정도로 넓은 가슴이 마치 접붙이기라도 한 것처럼 딱 붙어 있었으니까.
“아, 너무 깊, 아응……!”
“아가씨, 조금만 참으십시오…….”
“에르잔. 전부, 에르…….”
밀어내는 건지 더 해 달라는 건지, 고개를 가로젓는 행동과는 달리 에르잔의 어깨에 손톱자국을 내던 사비나의 손이 아래로 미끄러지며 그의 등을 시원하게 긁어 댔다. 본래는 매끈해야 할 남자의 넓은 등이 흉터로 울퉁불퉁하다는 사실이 도리어 사비나를 흥분하게 했다.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에르잔을 받아들이며, 아니, 빨아들이며 사비나는 에르잔의 목과 어깨를 힘껏 깨물었다. 손톱자국에 이어 잇자국까지.
이 남자의 단단한 몸에 남기는 것은 상처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흔적이기도 했다.
‘에르잔이 여기에, 내 곁에 있어…….’
만져 보고, 문질러 보고, 깨물어 보고 맛보고 몇 번이나 시험해서라도 곁에 있음을 확인하고 싶은 것.
사비나가 욕망하는 에르잔이 그곳에 있었다.
“에르잔, 좋아…….”
기분이 좋다는 뜻일까?
아니면 그와 하는 행위가 좋다는 뜻일까.
그것도 아니면.
“저도 좋아합니다.”
사비나도, 사비나와 함께 하는 행위도.
그리고 그녀에게 만족감을 줄 때 가장 뿌듯함을 느끼는 짐승 같은 자신도.
이 순간만큼은 자신을 혐오하지 않고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다.
소중한 그녀에게 도움이 되고 있으니까.
넓은 등에 가득한 흉터 위로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에르잔은 사비나를 한 번도 바닥에 내려놓지 않고, 제 품에 가둬 둔 채로 사정했다.
***
하늘이 어두울 뿐 시작할 때는 아직 낮이었는데, 어느새 밤이 되었다. 사비나가 기진맥진해서 잠든 사이에 씻기고 청소까지 다 해 놓은 것인지 침대가 포근했다.
사비나는 어둠 속에서 눈을 깜박이다가 도로 감았다. 어깨를 안고 있는 단단한 팔의 감촉에 안도한 까닭이다. 에르잔이 그녀의 곁에서 자고 있다. 그 사실이 복잡한 모든 생각을 날려버렸다.
길을 잃어 우왕좌왕하며 방황할 때, 지도를 찾아보거나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기보다, 그저 순간의 안락함에 빠져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는 도피행각은 참으로 달콤했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사비나는 원래 인내심이 그다지 않지 않았다. 부적절하다거나, 부도덕하다거나, 그런 몰상식을 부끄러워하기에 사비나는 너무나도 많은 절망을 겪어 왔다.
억지로 사람을 죽이거나, 자신을 죽음의 화신으로 만들기 위해 어머니와 마을 사람들이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에 비하면,
눈앞에 들이닥친 절망을 피해 에르잔의 품으로 파고들어 그가 지켜 주길 바라는 어린아이 같은 이기심은 차라리 귀여운 수준이 아닌가.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사비나는 내심 씁쓸해했다.
‘나는 이렇게 형편없는 사람인데…… 에르잔은 어떻게 이렇게 헌신적인 거지?’
기사는, 타인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은, 누군가의 시체를 딛고 올라서지 않아도 자신의 자리를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은, 이렇게 강하고 아름다운 것일까.
‘에르잔은 왜…… 왜 나한테 이렇게 잘해 주지? 나랑은 관계도 없는데.’
언젠가 카밀라가 사비나에게 그렇게 물었다.
이 마을 사람도 아니면서, 아무런 관계도 없으면서, 누군가에겐 의심을 받고 폭언도 듣는데 어떻게 계속해서 저주를 흡수하고 다닐 수 있느냐고. 사비나는 정말로 강하고 희생적인 사람이라며, 얼굴이 뜨거워질 만큼 칭찬을 하던 것이 기억난다.
그러나 사비나는 강하지 않았다. 이타적이지도 희생적이지도 않았다. 그저 죄책감을 덜고 싶어서 그랬을 뿐이다. 자신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관계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사비나의 어머니는 이 마을 사람이었고, 이 마을 사람들이 죽어간 것은 그녀라는 저주의 화신을 만들기 위해 아버지가 일을 꾸민 탓이니까.
‘아버지…… 아니, 아니지…….’
아버지가 아닌 양아버지라고 불러야 할까. 사실 양아버지라는 호칭조차도 적절하지 않다고는 생각하지만 달리 부를 말이 마땅하지 않았다.
마을을 이렇게 만든 알렉세이. 사비나를 이렇게 만든 콘바야젠 백작. 그 남자는 반드시 이 마을에 방문할 것이다. 목걸이를 통해 대화했을 때, 깨달았다.
그 남자는 절대로 사비나를 놓아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바르셀다가 말한 것처럼 그 사람이 오기 전에 이곳을 떠나야 할까? 아니면 에르잔과 함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까.’
어느 쪽도 희망이 없어 보였다.
차라리 새로운 저주의 화신이 콘바야젠 백작가에 나타나, 콘바야젠 백작이 사비나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될 만큼.
‘새로운 저주의 화신…… 그래. 결국 누군가는 주술사로 있어야 하니까…….’
거기까지 생각하고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나 이전에는, 없었는데?’
제국의 귀족 가문이 갖춰야 할 조건에는 세 가지가 있다.
영지, 작위, 주술사.
그러나 콘바야젠 가문에는 주술사가 없었다. 그래서 귀족들 사이에서 무시를 당했다.
알렉세이는 분명 그렇게 말하며, 사비나를 죽음의 화신으로 만들었다.
그때는 자신을 짓누르는 저주가 두렵고, 제힘 때문에 죽어 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절망하느라 미처 떠올리지 못했다.
‘콘바야젠 가문에는, 왜 주술사가 없었을까?’
주술사는 귀족 가문을 수호하지만, 그 가문의 일원은 아니다. 가주와 주술사는 일종의 계약 관계였다.
콘바야젠 가문의 재력이 어느 정도인지 사비나는 짐작하지 못하지만, 제국에서 가장 큰 영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다면 경제적인 이유로 주술사를 고용하지 못했을 리는 없다.
귀족 사이에서 무시를 당해 가문의 입지가 휘청이니 주술사가 필요하다면,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마을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보다, 고액의 계약금을 지불하더라도 실력 있는 주술사를 고용하는 편이 훨씬 간편하지 않은가?
그런데 왜 콘바야젠 가문은 주술사를 고용하지 않았을까?
아니, 그 전에.
주술사가 없는데, 콘바야젠 가문은 어떻게 <귀족>이 될 수 있었을까?
“어라……?”
불현듯 떠오른 의문에 등줄기를 따라 소름이 돋았다. 마치 얼음을 갈아 만든 칼날로 척추를 따라 베어 내는 것처럼 섬뜩한 감각이 퍼져, 사비나는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왜 이제까지 그 생각을 하지 못했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귀족 가문이 갖춰야 할 3개 조건. 제국의 다른 귀족 가문은 비록 영토의 규모나 실질적인 권력, 주술사의 실력 차이는 있을지언정 저 세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었다.
콘바야젠 백작 가문만이 예외였다.
주술사가 없는 가문은 애초에 귀족이 되지 못하는데, 어떻게 예외가 되었을까?
‘왜? 왜 콘바야젠 가문만이 예외일까? 내가 죽음의 화신이 되기 전에는, 대단한 권력을 가지지도 못했는데…….’
수백 년 간 귀족들 사이에서 무시당하던 콘바야젠 가문이 최고의 귀족 가문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5년.
사비나는 가문의 역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알렉세이의 입버릇으로 미루어보아 그 전까지 콘바야젠 가문이 무시당했다는 것은 사실인 듯했다.
그렇다면 엄청난 공훈을 세우거나, 또는 명망이 있어 예외적으로 귀족으로 인정받은 것도 아닐 터인데.
‘분명 이유가 있어.’
주술사가 없는 콘바야젠 가문이 귀족이 될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귀족들 사이에서 무시당하면서도, 주술사를 고용하지 않았던 이유.
‘주술사가 없어도 상관없는, 무언가가…… 콘바야젠 가문에 있었던 거야.’
분명 콘바야젠 가문에는 <예외>로 취급받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알렉세이가 사비나를 데려와 죽음의 화신으로 만든 것은, 그 <예외>가 사라지거나, 힘을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콘바야젠 가문에 처음으로 <주술사>가 필요해졌다.
‘아니, 그냥 주술사가 아니야.’
발버둥 치는 사비나를 내려다보며 알렉세이가 말하지 않았던가. 미래를 읽어 내지 못해도, 방해되는 자를 모두 죽인다면 얼마든지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거라면서.
콘바야젠 가문의 주술사에게 필요했던 능력은 그저 미래를 예견하고 부정한 것을 막아 내며 저주를 회피하는 정도가 아니다.
제국의 그 어떤 주술사도 막아 낼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진 자가 필요했다.
실제로 사비나는 그 어떤 주술사보다도 강력한 죽음의 화신이었기에, 다른 귀족 가문의 주술사는 가주와 그 후계자, 주변인이 차례차례 저주로 죽어 가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막지 못했다. 막을 힘이 없었다.
사비나를 죽음의 화신으로 만든 결과, 콘바야젠 가문은 지금의 막강한 권력을, 황제의 대리인이자 공작 작위까지 받는 미래를 손에 거머쥐었다.
‘왜 이제 와서?’
한 번 떠오른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이어져 나간다. 사비나의 머릿속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던 물음표들이 조금씩 간격을 좁혀 선의 형태를 이루더니, 나선형으로 꼬여 빙빙 감기기 시작했다.
마치 털실을 감아 공을 만들듯, 의문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체.
그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가장 근본적인 의문 안에는, 어떤 진실이 담겨 있을까.
사비나의 사고는 거기서 멈추었다.
망설이는 자에게는 기회가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창문 사이로 스며든 눈부신 태양 빛이 그녀의 의문을 지워 버렸다.
늪 속의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