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대용품이었다-139화 (139/204)

139화+ 숨이 막혔다

求* *

"납치 당했다고?”

“네. 모나차르트 대공의 소행입

니다.”

"티어드롭 공작은?"

“분노하고 있으나,일단 두 사람

은 서류상으로는 혼인한 사이니까

요. 별 도리가 없는 듯합니다.”

“ 정신도  없겠지.  고귀한  티어드

롭 공작께서 돌림병 증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듈은 키득거리며 다리를 꼬았다.

그의 발밑에는 충직한 개처럼 무

릎 꿇은 픽스가 있었다.

“증상이 그리 심한 건 아니라 목

숨에는 지장이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오ᅵ부 활동은 하지 못

하겠지,  그  아이는  정신병으로  의

심  받고  있으니,  그  자리를  대행할

수 도  없 을  테 고 .  결 국  남 은  건  하

나겠네,

“ 네 .  이 미  심 포 니 아 를  데 려 오 기

위해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

다,”

‘ ‘ 과 연  모 나 차 르 트  대 공 이  내 줄

까?”

“ 내놓지  않으면, 그렇게  만들  겁

니 다 .  티 어 드 롭  공 작 은  항 상  그 래

왔으니까요,”

“ 하기야, 그렇지.  고귀한  피가  어

디 가겠어?”

듈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번졌

다.

픽스는 더욱 몸을 낮추며 둘을

올려다봤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듈은 딱히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았다.

'그나저나 아쉽네. 계속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왜 그런 눈이야?”

“……심포니아를 너무 신경 쓰시

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 네가  내  앞에서  그런  소리도  하

고, 꽤 많이 컸구나. 픽스."

듈이  느릿하게  얼굴을  매만지자,

픽스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잠깐이나 둘은 티이드롭 공작,

오베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 아니야.  됐어.  나도  실은  궁금하

거 든 .  그  이 린  것 에 서  왜  그 렇 게

달콤한  냄새가  나는  건지.  그리고,

도대체 그 어린 것이 어디서 왔는

지."

“계속 알아보고 있으나,워낙 오

래 전 일이라 남아 있는 게 없습니

다.”

41괜찮아. 너만 알아보지 못한 게

아니잖아. 모두가 그렇지."

듈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가로

걸어갔다,

오늘  밤은  달이  보이지  않아  유

난히도 어두웠다.

티어드롭의  귀한  후계자가  죽던

그날처럼.

“분명 죽였다고 했지?”

“네, 제 손으로 시신을 수습했습

니다.”

“숨통이 끊어진 것까지 확인했

나?”

“몇 번이나 확인했고 설령 살았

다 하더라도 땅에 깊게 묻어두었습

니다. 사리에트,그 아이가 살아 돌

아온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픽스의 시선이 제 손에 닿았다.

가죽 장갑으로 감춰둔 그의 손등

에는 작은 반달 모양 흉터가 남아

있었다,

사람 무서워할 줄 모르고 병아리

처럼 제 뒤를 졸졸 따르던 어린 조

카가 마지막으로 남긴 것이.

픽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무수히 많은 죽음을 경험해봤지

만,서서히 힘이 빠져나가던 아이

의  작 은  몸 은  이 상 하 리 만 큼  쉽 게

잊히지 않았다.

“그 아이를 묻은 곳을 아직 기억

하지?”

“네,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럼 한 번 파봐.”

“……네?"

“ 그  안 에  시 신 이  잘  묻 혀  있 는

지, 혹시라도  이상한  점은  없는지

확인해보라고. 혹시 모르잖아. 사람

들이  말하는  기적이라도  일어났을

지?"

픽 스 는  여 전 히  달  없 는  하 늘 을

응 시 하 고  있 는  둘 을  보 며  조 용 히

고개를 내렸다.

듈은 기적을 운운했지만, 이 자

리에 있는 모두가 가장 잘 알고 있

었다.

기적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기적이 정말로 존재했다면 누구

도 이 자리에 있지 않았을 테니까.

本 本 *

"픽스 티어드롭이 드디어 움직였

군요.”

“첩자는 늘 바쁘죠.”

나는 장난스럽게 대꾸하며 쿠키

를 하나 집어먹었다.

물론 쿠키를 씹는 와중에도 블러

쉬의 대답을 기대하며 그에게서 눈

을 떼지 못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이상한 움직임이 있습니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그래서 어떤 거예요?”

"숲입니다.”

“숲이요?”

블러쉬는 대답 대신,전서구가

전해온 쪽지를 내게 건넸다.

나는 별생각 없이 쪽지를 받았다

가 이내 미간을 찡그렸다.

“시프 숲이네요.”

“어딘지 아십니까?"

“알다마다요. 제가 발견된 곳인

데.”

이제 아버지에 대한 감정조차 남

아 있지 않은데,어린 날을 떠올리

면 왜 이리 가슴이 무거워지는지.

나는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티어드롭 공작을 만났다는 숲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M,맞아요. 그리고……,”

나는 쪽지 끝을 매만졌다.

쪽지에는 숲에 대해서만 적혀 있

는 게 아니었다.

삼촌의 행적도 적혀 있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도로

떴다.

심장이 유달리 떨리고 있었다.

"……샤리에트의 흔적이 마지막

으로 발견된 곳이기도 해요,

쪽지 내용은 비교적 간단했다.

삼촌이 땅을 파고 그곳에서 뭔가

를 확인했다는 것.

그 리 고 , 삼 촌 이  떠 난  후 에  다 시

땅 을  파 보 니  그  안 에  유 골 이  있 었

다는 것.

“ 그 러 니 , 그  숲 에 서  아 이 의  것 으

로  보 이 는  유 골 이  발 견 되 었 다 는  건

:결국 ”

나는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이 미  예 상 하 고  있 던  바 였 지 만 ,

생각했던 것보다 더 충격이었다.

샤리에트가  실종될  당시, 그녀는

누 구 믜  도 움  없 이 는  살 아 갈  수  없

는 어린아이였다.

지 금 까 지  발 견 되 지  않 았 다 면  죽

었다고 보는 쪽이 맞았다.

하 지 만  그 럼 에 도  나 는  이 상 하 게

샤 리 에 트 가  어 디 선 가  살아  있을  것

같은 기분을 지우지 못했다.

모두가 사랑했던,그리고 모두를

사랑했던 샤리에트 블랑 티어드롭.

나는 아버지의 호주머니 속 들어

있는 그녀의 초상화를 여전히 기억

했다.

“……유골을 챙겨와 달라고 전해

주세요.”

“유골을요?”

“괜찮다면,제가 장례를 치러주

고 싶어요.”

£4                          «

“잘못한 건 부모지, 자식이 아니

잖 아 요 .  부 모 의  죄 가  자 식 의  죄 가

되어선 안 돼요.”

내  눈 을  시 큰 거 리 게  하 는  이  감

정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 지 만  확 실 한  건  나 는  어 린  소

녀를 가여워 하고 있었다.

* * *

“오래된 유골이라 제대로 된 확

인은 어렵지만,나이대는 일고여덟

살쯤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실종된 해에 죽

은 거네.”

“아무래도 그럴 겁니다.”

“혹시 아시는 분이십니까?”

프로스트가 조심스럽게 내 눈치

를 살폈다.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고심

하다가 결국 고개만 끄덕거렸다.

나와 저 작은 유골함 속에 든 아

이는 뭐라 설명해도 이상한 관계였

다.

"...... 혹시, 어떻게 죽었는지도

알 수 있을까?11

“너무 오래되어서 그것까지는 파

악하기  어려울  둣하나, 추론은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

“ 유 골 의  얼 굴 에  손 수 건 이  덮 혀

있 었 거 든 요 .  아 마  이  경 우 에 는  보

통  피 해 자 에  대 한  감 정 이  있 을  확

률이 큽니다.”

'어째서?”

" 얼굴을  마주할  수  없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예를 들면,

죄책감이라든지……

" 그 , 그리고  일단  백골화된  것

외에는 시신의 훼손도 거의 없고,

뼈가  부러지는  등  큰  손상도  입지

않   은  것 으 로  보 아  아 무 래 도  목 을

졸 려  사 망 했 다 거 나 … …  죄 송 합 니

다."

흐려지는 내 표정을 확인한 프로

스트가  시무룩해져서  뒤로  물러났

다,

하지만  나는  평소처럼  그를  위로

해주기보다는  그냥  유골함에  손을

가져다 댈 뿐아었다.

나무를 깎아 만든 유골함은 성인

머리  크기  정도밖에  되지  않아  기

분이 더 이상해졌다.

죽 은  샤 리 에 트 가  얼 마 나  어 린 아

이인지,새삼스레 깨닫게 되었으니

말이다.

"미안하지만, 잠시 자리를 비켜

줄래?”

“네?,,

“아주 잠깐이면 돼.'

프로스트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

다가 곧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그가 나간 후에도 유골함에

서                                          손을 떼지 않았다.

정 식 으 로  대 우 받 으 며  장 례 를  치

르 려 면  아 버 지 에 게  그 녀 의  죽 음 을

알 려 야   했 지 만 ,   지 금 으 로 선   그 럴

수                                                없었다.

더 는  혼 자  남 아  있 지  않 게 끔  해

주 는  것 만 이  내 가  할  수  있 는  최 선

일                                           뿐이었다.

나 는  천 천 히  심 호 흡 을  한  후 , 짧

은                                               묵례를 했다.

프 로 스 트 는  내 가  보 기 에  좋 은  모

습 은  아 니 라 면 서  열 지  말 라 고  했 지

만 ,   그 래 도   내   눈 으 로   직 접   보 고

싶었다.

그 래 야 만  가 슴 을  막 고  있 는  답 답

함 이   조 금 이 나 마   풀 릴   것 만   같 았

다.

나 는  떨 리 는  손 으 로  조 심 스 럽 게

함을 열었다.

달칵.

사 람 의  유 골 을  직 접  마 주 한  건

이 번 이  처 음 이 었 지 만  징 그 럽 다 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 히 려  목 이  메 이 고  겨 우  참 았 던

눈 물 이  뺨 을  타 고  흘 러 내 렸 다 .  그

리고

“ j 안 해 - - … *

O}-,   *                  33

미안해              미

나 는  손 만  덜 덜  떨 다 가  이 내  주

저                                             앉았다.

그 리 고  뭔 가 에  홀 린  것 처 럼  내

입이 열렸다.

분 명  내  입 을  통 해  나 오 는  소 리

였 음 에 도  스 스 로  무 슨  말 을  하 는 지

몰랐다.

그 저  같 은  말 을  반 복 할  뿐 이 었

다.

그 리 고 ,  그  순 간  차 오 른  숨 이  턱

하고 내 숨통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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