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대용품이었다-137화 (137/204)

137화. 납치극

" 듈, 그자에  대해  좀  더  알아봐

야겠어요.”

지금이야  듈이  날  경쟁상대로도

여기지  않고  있지만,앞으로도  그

럴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만 약  듈 이  날  걸 림 돌 로  여 기 는

날이 온다면 나는 속수무책으로 처

참하게 당할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황실을 더 캐보도록

하죠.”

“왜 하필 황실이죠?”

“황실과 마찬가지로 후보였던 오

르젠타의 피해가 가장 크니까요.”

블러쉬의 말대로였다,

병의 시작은 펠라시온이나,그곳

은 잃을 게 없었다.

오히려 풍요로운 오르젠타 쪽의

손해가 더 컸다.

이렇게 되면,자연스레 듈의 뒷

배로  의심되는  두  세력  중  황실을

고르는 게 합리적이었다.

그럼에도  찜찜한  기분을  지우지

못했다.

지금이야  오르젠타의  피해가  가

장 컸지만 시일이 흐를수록 수도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따지고 보면,전염병은 두

세력 모두에 이득 될 일이 없었다.

‘도대체 왜, 병을 퍼트린 거지?

그렇다고 다른 세력이 있다고 보기

내가 조금 더 먼 미래까지 기억

하고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나는 블러쉬가 황제

가 된 이후,2년 정도를 살았지만

그증 절반은 감옥에 감금되어 지냈

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미래에는 한

계가 있었다.

"혹,걸리시는 게 있습니까?”

“있긴 한데,지금으로선-”

광!    광!

말을 잇지 못하고 몸을 돌렸다.

누군가 방문을 급하게 두드렸기

때문이었다.

블러쉬는 빠르게 나와 시선을 맞

교환하고 베란다를 통해 밖으로 빠

져나갔다.

나는 블러쉬가 나간 창문을 서둘

러 닫은 후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잠시  졸다가  갑작스러

운 소란에 깨어난 사람인 척했다.

“이 밤에 무슨 일이지?”

“후즈 남작의 증세를 의사가 확

인한 결과,그가 돌림병을 앓고 있

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돌림병?”

"펠라시온에서 시작된 그 병 말

입니다. 그런데,그 병이■“…/’

집사는 말을 흐렸고 나는 가만히

그를 바라봤다.

집사는  천으로  입과  코를  막고

있었다.

“말 흐리지 말고 제대로 설명해.

대체 무슨 일이야."

“그날. 파티장에 참석한 귀족들

몇몇에게도 후즈 남작과 비슷한 증

상이 나타나고 있답니다."

“그래서 내게도 증상이 나타나는

지 확인하러 온 거구나?'

집사는 대답 대신,조심스러운

시선으로 내 상태를 확인하고는 짧

은 한숨을 쉬었다.

적어도 옷 밖으로 드러난 내 살

갗에는 반점 같은 건 없었다.

하지만 안심은 잠깐이었다.

불안감  섞인  눈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떨리고 있었다.

'병의 정확한 증상에 대해 아는

게 있니?”

"듣기로는 온몸에 반점이 생기고

갑자기 열이 오른다고 합니다, 그

리고, 같은 공간이 같이 있었던 것

만으로도 전염된다고 하여

집사는 말끝을 흐렸지만 나는 그

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금세 알아차렸다.

어차피 굳이 파티장을 방문했던

것도 같은 이유였으니까.

“혹시 모르니, 당분간 나는 방에

서 나오지 않도록 할게+”

"그,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이런 일로 괜히 저택 사람들에

게 피해 입히고 싶지 않아.”

내 말에 집사의 눈빛이 흔들렸

다.

아무래도 감동받은 눈치였다,

내가 일부러 이런 상황을 연출했

으리라곤 꿈에도 모르고.,

接 幸 *

“괜찮으신 겁니까?”

“덕분에 쉴 수 있으니 나쁘지 않

아.”

무엇보다 어차피 얼마 걸리지 않

을 테니까.

나는 달력을 집어 들었다.

내가 방에 감금된 지 벌써 일주

일이 다 되고 있었다.

그동안 수도에서는 돌림병이 빠

르게  번져나갔고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하나 같이 문을 걸어 잠갔다.

덕분에 매일 같이 온갖 사람들로

북적거렸던  무역의  땅이라는  찬사

가  무색하게  거리는  텅  비었고,  갑

작스레  멈춰버린  생산활동에  생필

품 의  가 격 은  올 랐 으 며 , 환 자 들 을

향한  비난과  혐오가  쏟아지다  못해

종종 살인 사건까지 초래했다.

자신은  병에  걸리지  않으리란  안

이함이 불러온 참극이었다.

병이 점점 번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음에도  수도  사람들은  누구도

대비하지  않았고, 그저  남의  일처

럼 치부했었으니까.

방심한  만큼  돌림병의  확산세는

빨랐고,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더욱

감 당 할  수  없 는  수 준 이  되 어 가 고

있었다.

“타지역은 어때?”

“오르젠타나 펠라시온은 이미 병

이  완 연 하 게  퍼 졌 고 ,  뒤 늦 게  동 부

의  말리그테도  움직임을  보였으나

이미 늦은 듯 보입니다."

"남은 건 모나차르트뿐이겠네.”

"저희야 타지역과의 교류가 많지

않기도  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이

미 대비를 끝내두었으니까요.”

“앞으로 타지역과 모나차르트의

차이가 크게 벌어질 거야.”

대부분 사람은 많은 식량을 비축

해두지 않는다.

식량을 비축해봤자,신선도가 떨

어져 맛이 없거나, 혹은 대부분 썩

어 버리는 일이 많기 때문이었다.

얼음을 이용한 냉동고를 공급했

을  때도  사람들은  식량을  오래  비

축 하 기  위 함 이  아 닌 , 그 저  좀  더

신선하게 음식을 먹기 위함일 정도

였다.

하 지 만  이 번  일 로  그  생각이  크

게 달라지게 될 것이었다.

문을  걸어  잠그고  숨어버리는  데

에도 한계가 있으니까.

시간이  흐를수록  식량은  점점  줄

어들지만  새롭게  구할  수  없을  터

이니,사람들은 자연스레 굶주림에

시달릴 것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식량을 오래 비축

할  수  있는  냉동고의  가치는  올라

가게 될 것이었다.

" 슬 슬  얼 음 의  공 급 을  줄 여 야 겠

어.”

“병 때문에 공급이 어려워진다고

하면 될까요?”

“응. 그렇게 해. 어차피 지금으로

선  제 대 로  쉽 게  공 급 되 지  않 아 도

티가  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시간

이 흐르면 점차 아쉬워하는 목소리

가 커지겠지.”

현재  보급된  냉동고는  영구적이

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얼음을  교체해줘야만

했다.

냉 동 고 를  가 진  이 들 은  잠 깐 이 나

마  자신의  선견지명에  감탄하며  냉

동고  속  식량을  야금야금  아껴먹을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에는  아쉬운

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병은  그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

씬  오랫동안  대륙에  머물렀으니  말

이다‘

“ 그렇게  되면  당분간  얼음은  암

시 장 으 로  돌 려 .  한 동 안 은  식 량 을

모으는  것도, 그리고  그걸  보관하

는  것도  생존에  가장  중요한  일이

될 테니 부르는 게 값이 될 거야.”

물론  그  전에  우리는  살짝  발을

빼야겠지만.

나는  느긋하게  덧붙이며  자리에

서 일어났다.

슬슬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

었다.

“ 미 샤 와  먼 저  출 발 해 .  나 도  곧

따라갈 테니까.”

“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프로스트가  곧장  대답하며  검을

쥐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회복이  빠른

편이었다.

나는 창문으로 훌쩍 넘어가는 그

를 보다가 문밖에서 들리는 소란에

고개를 돌렸다.

우당탕  이어지는  발소리만  들어

도 열댓은 족히 움직이는 모양이었

다.

나는 오늘도 멋지게 연기하고 있

을 사내를 떠올리며 문을 살짝 열

었다.

문을 열었을 때,바로 마주친 눈

동자는 내가 익히 아는 붉은 색이

었다.

“무스 일—’’

"이만 가죠.”

말을 이을 새도 없이 그대로 몸

이 당겨졌다.

나는 거친 척 굴지만 정작 제대

로 힘이 들어가 있지 않은 손길에

애써 웃음을 참았다.

어느새 내 몸은 사내의 두 팔에

안겨 있었고 뺨에는 뜨뜻한 온기가

닿아있었다.

“대공 전하,이러시면 안 됩니

다!”

“공작 각하께서 가만두지 않으실

“얼마든지 가만두지 말라고 해.

그녀는  티어드롭  공작  영애가  아

닌, 모나차르트 대공비이니까.”

블러쉬의 외침에 그를 제지하기

위해 뒤따라온 병사들이 움찔거렸

다-

세간에는 내가 결혼했다는 소식

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티어드롭

사람들은 다들 암암리에 알고 있었

다.

내가 모나차르트 대공과 서류상

으로는 혼인 관계라는 걸.

결혼으로 성이 바뀌면,바뀐 성

에 대한 권리가 우선시된다는 법률

상  블 러 쉬 의  행 위 를  막 을  명 문 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rt

"아니면 지금 당장 티어드롭 공

작 보고 이곳으로 오라고 하든.”

"못하겠지? 그래,그럴 거야. 혹

시나  병에  걸릴까  두려워  아무런

증상  없는  제  딸을  가두고  본인은

꽁꽁  모습을  숨긴  작자가  뭘  어쩌

겠어.”

“대공 전하!”

“즉결처분권을 주장하기 전에 내

앞에서 당장 꺼져. 아무리 천대받

는 모나차르트 대공이라 한들,네

깟  놈들  목  몇  번  비튼다고  해서

누구도 내게 뭐라 할 수 없으니.”

블러쉬가  검  손잡이를  쥔  채  홍

흉하게 눈을 빛냈고,일순간 사방

이 고요해졌다.

블러쉬는 천천히 자신을 둘러싼

자들을 노려보듯 응시하고는 나를

더욱 끌어안았다.

“ 공작에게  전하도록.  내  아내는

내가 데려간다고.”

블러쉬는 나를 안은 채 성큼성큼

나아갔지만 누구도 그의 앞을 막지

못했다.

처음 티어드롭 저택에 왔을 때처

럼  모나차르트의  옷을  입고,  감을

찬 그는 더는 이를 감추지 않았다.

이제  그는  누구든  물고, 갈기갈

기 찢어버릴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걸 아는 이상,누구도 감히 모

나차르트 대공을 말릴 수 없었다.

“어떠 십 니 까? 이 제 만족하십 니

까?”

“만족하다마다요. 아주 멋있었어

물론 누군가에는 짐승 같은 사내

라  할지라도  내겐  세상  멋진  남편

일 뿐이지만.

나 는  블 러 쉬 의  품 을  방 패  삼 아

참았던 웃음을 작게나마 터트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