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대용품이었다-136화 (136/204)

136화. 앗아간 계획

어둠이 내려앉은 밤,나는 소파

에 몸을 뉘었다.

하 도  머 리 를  많 이  써 서  그 런 지

수 도 로  온  후 부 터  잔 두 통 이  가 실

날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 눈을 감은 채 시간

을  보내고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주무십니까?”

'아뇨. 안 자요.”

“ 다 행 이 군 요 .  얼 굴 을  보 고  싶 었

는데.”

피 로 감 에  눈 꺼 풀 이  무 거 웠 지 만

애써 들어 올렸다.

하 지 만  늘 어 지 는  몸 까 지 는  어 찌

할  수 가  없 어 서  일 어 나 는  건  포 기

해야만 했다.

"많이 피곤하십니까?”

“네.                           그것도 아주 많이요.”

어 린 애 처 럼  떼 쓰 는  목 소 리 가  흘

러 나 왔 다 .  괜 히  어 리 광 을  피 우 고

싶어졌기 때문이었다.

"고민거리가 는 모양입니다.”

" 항상  그렇지만, 오늘은  더  힘드

네요.”

뺨 에  닿 은  손 에  자 연 스 레  기 댔

다.

나는 사내의 온기를 좋아했다.

보 통  사 람 보 다  뜨 거 운  살 갗 에  닿 아

있 으 면  새 삼 스 레  누 군 가  내  옆 에

있다는 게 실감 났다.

나 는  천 천 히  심 호 흡 을  한  후 , 입

을 열었다.

실 은  아 까 부 터  쭉  하 고  싶 은  말

이 있었다.

“듈,그자를 만났어요,

“네.                          미샤에게 들었습니다.”

플 렌  이 름 은  죽 어 도  외 우 지  않 으

면서 미샤는 잘도 부른다.

나 는  뻔 한  사 내 의  속 내 에  키 득 거

렸다.

정 말 로  웃 기 기 보 다 는  나 름 대 로

긴장을 풀기 위함이었다.

물 론  눈 치  빠 른  사 내 는  그  사 실

을  벌 써  알 아 차 렸 는 지  내  손 을  단

단히 잡아줄 뿐이었지만.

"실은 거짓말을 했이요.”

"어떤 거짓말이요?"

“전 예언가가 아니에요/’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 … … 하 지 만  비 슷 한  걸  경 험 했

죠,

띔박질을  한  것도  아닌데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나는 심호흡을 한 다음,블러쉬

를 똑바로 응시했다.

" 꿈 인 지 ,  아 니 면  실 제 로  있 었 던

일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확실

한  건  그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

었다는 거죠,”

44                          대

“제카 본 미래에선 당신이 황제

가 되었어요. 그래서 선택한 거예

요.”

“내가 아는 것들을 모두 이용하

고,당신이 했던 일들을 해내면 당

신을  예정보다  빨리  황위에  앉게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에

대한 공로로 나 역시,자리를 보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왜 이제 와서 그런 이야

기를  하십니까?  굳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저는 알지 못했을 텐데요.”

“듣고 싶어서요/

이럴 때는 무슨 표정을 짓는 게

어울릴까.

나는 고심하다가 이내 포기하고

어설픈 미소를 지었다.

내가 본 과거와 지금의 블러쉬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은 가장 닮

은 사람이기도 했다.

"이례 없는 역병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죽었고,그건 모나차르트의

군대도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당시 모나차르트는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피해가 적었어

요, 그리고 가장 빠르게 회복해 자

신보다 우위에 있었던 지역을 하나

둘 점령하고 결국 황제가 되었죠."

“나쁘지 않은 결말이군요."

'병이 인위적으로 의도된 것만

아니라면 말이죠.”

나도 모르게 헛숨을 흘러나왔다.

"과거의 제가 일부러 병을 퍼트

렸다고 말씀하고 싶으신 겁니까?”

"아뇨, 그건 아니에요, 병을 퍼트

린 건,듈 그자였는 걸요. 다만

“다만?”

“ 듈은  프로스트를  일부러  살려

보냈어요.”

.  ■ • « -

"모나차르트에서 이인자로 불릴

정도로  강한  프로스트를  상대하면

서 그는 상처조차 입지 않았죠. 그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자예요.  그

리고 귀족들까지 이용해 병을 퍼트

리는 솜씨를 보아하니 부릴 수 있

는 권력도 상당해 보였고요/

대     約

“ 황제가  된다면  그자가  되어야

해요.  못해도  황제와  비견되는  권

력을 가지거나요.”

귀족들은 야만인 황제를 인정하

지 않았다.

끊임없이 블러쉬의 정통성을 의

심하고 배척했다.

하지만  그건  뒤에서나  할  수  있

는 일이었다.

블러쉬는  강력한  황권을  행사했

다.

그 저  지 금 외  황 실 이  사 라 지 고 ,

남은  3대  가문들이  블러쉬의  명문

을  핑계  삼아  끊임없이  황위를  노

려 불안정하긴 했어도 강한 군대를

앞세워 권력을 잡은 블러쉬를 쉬이

내쫓진 못했다,

하지만  블러쉬의  권력  밑바닥에

는 역병이 있었다.

만약 역병이 일어나지 않았을 경

우 블러쉬가 황제가 되려면 그때보

다 몇 년,아니 몇십 년이 걸려도

어려웠을 터였다.

“저와 그자가 손을 잡았다 의심

하시는군요.”

“정확히는 과거의 당신이지만

요”

같은 사람이나, 둘은 엄연히 다

르다.

나는 그 사실을 강조하며 눈에

힘을 줬다.

•'결국 그게 필요하셨던 거군요.

심포니아를 만나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제가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에

대한 의견.”

“그자는 인간을 증오했으니,원

한이 목적이라면 모든 인간을 죽였

어야  해요.  하지만  그러지  않았죠,

다른 목적이 있을 거예요.”

u 혹 ,  염 두 에  둔  바 가  있 으 십 니

까?”

" 지금으로선  잘  모르겠어요.  그

래서  당신  의견이  필요한  거예요.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아는  당신은

섣불리 거래를 받아들일 사람은 아

니라서 요/

“심포니아를 만나지 않았다 생각

하면, 더욱이  거래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어째서 요?"

“ 전 염 병 으 로  많 은  이 들 을  잃 고

다 시 금  군 대 를  모 았 다 면 , 그 만 큼

독 기 가  서 려  있 을  겁 니 다 .  이것이

마지막이라도  좋으니  검을  들었을

겁니다."

블러쉬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허

리춤을 매만졌다.

티어드롭  저택  안에서는  무장이

불 가 능 해  원 래  검 이  있 던  자 리 는

텅 비어있었다.

“ 굳이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뻔

하더군요.  돌림병의  약이  만들어진

다 고  한 들 ,  순 서 가  야 만 인 들 에 게

돌아오려면  한참이었을  겁니다.  그

리 고  약 을  받 을  순 서 가  돌 아 와 도

모 나 차 르 트 는  또  한  번  치 욕 을  감

내해야 했겠죠.”

“ 병 으 로  죽 어 가 고 , 굶 주 림 에  죽

어가고, 쉴  새  없이  들이닥치는  지

옥  속에서  제가  생각할  수  있는  건

뻔 할  겁 니 다 .  어 차 피  죽 기 란  매 한

가지니,적어도 싸워보고 죽자.”

“ 그 런  각 오 로  군 대 를  다 시  모 았

을  테 고 ,  그 만 큼  빠 르 게  성 장 했 을

겁 니 다 .  얼 마  없 는  자 원 에  쩔 쩔 매

는  것  대 신 , 모 나 차 르 트  내 의  모 든

것들을 모아 아낌없이 썼겠죠/’

듣 기 만  해 도  처 절 한  가 정 이 었 지

만,블러쉬는 아무렇지 않게 이야

기를 옮을 뿐이었다.

그건  이  자리에서  바로  떠올린

생각이 아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품고 있던 생각

이었다.

모나차르트 대공에게 있어서 삶

은  항상  죽음을  등지고  있는  것이

기에-

만약,그런 제게 누군가의 손을

잡을  기회가  있었다면  단  한  번뿐

이었을 겁니다.”

w한 빈이라고 하면

“모나차르트에는 항상 무기가 부

족했습니다/

■  <1 ■" 圖繼■ 

“저는 모나차르트에 질 좋은 철

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설

령  알았다  해도  광산을  발굴할  엄

두조차  낼  수  없었습니다.  특히  병

이 돈 후라면 더 그랬을 테고요.”

블러쉬의 설명에 나도 모르게 탄

성을 내질렀다.

이래서 내가 그에게 의견을 물어

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항상  내가  듣고자  하는  이

야기의 이상을 전해줬다.

“한두 번 전투라면 모를까,아무

리  실력이  뛰어나다  해도  대륙  전

지역을 점령하기란 어렵습니다. 전

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성능 좋

은  무기도,  상황에  맞는  적절한  통

솔도 뭐하나 부족함이 없어야 하거

든요.”

" 당 신  말 대 로 예 요 .  당 시  모 나 차

르트  군대는  무기도, 방어구도  뭐

하나 부족함이 없었어요/

실 제 로  본  건  아 니 나 ,  모 나 차 르

트가 벌인 끊임없는 전쟁에 대해선

계속해서 들어왔다.

사 람 들 은  처 음 에 는  갑 작 스 러 운

야만인의  반란에  욕하기  바빴고,

그다음으로는 야만인이라 무식하다

비아냥거렸으며, 끝내는  야만인들

이  언제  수도로  쳐들어올지  걱정하

기 바빴으니까*.

굳 이  소 문 에  밝 지  않 아 도  전 쟁

이야기는 쉽게 귀에 들어왔다.

“ 당시  모나차르트  군대는  독특한

흑철을  썼다고  했어요.  그  철로  만

든 무기와 방어구가 얼마나 단단한

지  그  대단한  군대도  그들의  앞에

선 맥없이 쓰러졌다고 말이죠.”

14 그렇다면 이미 답은 나왔군요.

전 그자의 손을 잡았고,그걸 바탕

으로 황제가 되었을 확률이 크다는

쪽으로 말이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나 는  더  말 을  잇 지  못 하 고  이 마

를 짚었다.

블러쉬의 이야기대로라면 상황이

상당회 꼬여버렸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나는 블러쉬

를 선택한 순간부터 지금까지,계

속해서 둘의 계획을 앗아가고 있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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