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화. 절 수 없는 공포
“황실에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사태가 심각한 모양입니다.”
“ 그럼에도 큰 문제는 없겠지. 펠
라 시 온 의 뒤 에 는 오 르 젠 타 가 있 으
니 말이야.”
1 1 황실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 오
르젠타입니다.”
"뭐?”
“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은 둣합
니다.”
" 그 콧대 높은 작자들이 먼저 손
을 내밀었다라……
아버지가 턱 끝을 천천히 매만졌
다.
고심하는 이마에는 주름이 깊게
파여있었다.
" 늘 그랬던 것처럼 병이 돈 지역
을 폐쇄하고 나아지길 기다렸는데,
뜻대로 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바보같이 초기 진압에 실패했나
“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은 듯합
니다.”
“그 콧대 높은 작자들이 먼저 손
을 내밀었다라……
아버지가 턱 끝을 천천히 매만졌
다.
고심하는 이마에는 주름이 깊게
파여있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병이 돈 지역
을 폐쇄하고 나아지길 기다렸는더1,
뜻대로 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바보같이 초기 진압에 실패했나
보군.”
초 기 진 압 은 무 슨 . 말 이 초 기 진
압이지, 사실상 암묵적인 학살이었
다-
물자가 충분하지 않은 땅에선 사
람 보 다 약 이 더 귀 한 법 어 었 으 니
까.
펠 라 시 온 은 오 랫 동 안 돌 림 병 의
전 염 을 막 는 다 는 명 목 으 로 병 이 도
는 지 역 을 폐 쇄 한 후 , 그 안 에 서
감 염 자 들 을 땅 에 묻 거 나 불 태 워 버
리곤 했다.
그건 오랜 악습이었고 이번 사태
의 시초였다.
생매장당했음에도 기적 같이 살
아남은 감염자가 도망치면서 비밀
도, 병도 퍼져버렸으니까.
“ 늘 있었던 일이니 아무래도 방
심한 모양입니다.”
“어디까지 병이 퍼진 거지?"
" 펠 라 시 온 의 남 부 지 역 은 이 미
만연하게 퍼진 모양입니다."
“남부라면 오르젠타와 인접한 경
계 지역이니, 오르젠타의 입장이
퍽 곤 란 해 졌 겠 군 . 황 실 손 을 빌 린
것도 그 때문인가.”
“ 일단은 그렇게 보입니다만, 몇
몇 인 사 들 은 다 른 이 야 기 를 하 고
있습니다.”
말을 꺼내는 것도 조심스러운지,
펠리오가 방금 전보다 목소리를 낮
췄다.
“다른 이야기?”
" 감염자 몇이 오르젠타의 경계를
넘 어 그 쪽 에 서 도 전 염 병 이 발 생 하
고 있다는 것인데,이건 아직까지
뜬 소문이라 좀 더 확인이 필요할
듯합니다.”
“ 그렇다면 우리는 좀 더 관망하
는 게 좋겠군.”
' 그럼 감염 지역에 파견한 티티
아나 지부는 어떻게 할까요?”
14일단 그곳에 있게 해야지. 혹시
라도 감염이라도 되어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 곤란하지 않나."
아 버 지 는 팔 랑 을 낀 채 로 쯧 쯧
혀를 찼다.
성가신 벌레를 대하는 듯한 태도
에서는 일말의 적정도 보이지 않았
다.
처음부터 아버지는 제 사람들을
구할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과거에서 그랬둣 버려지
고,또 죽을 것이었다.
이기적인 귀족들은 쉽사리 깨닫
지 못할 테니까.
감염자들에게 있었던 일이 자신
에게도 일어날 수 있음을.
그리고,죽음 앞에서 신분은 평
등하다는 걸.
* * *
“결국 오르젠타가 경계를 폐쇄했
습니다, 그리고, 곧 수도도 그렇게
될 겁니다.”
펠리오가 침울한 얼굴로 보고했
다.
금방 잦아들 거라는 아버지의 판
단과 달리, 돌림병의 확산세는 나
날이 심해지고 있었다,
“이러다가 수도까지 넘어오는 건
아닐지 모르겠어요.”
“ 그런 일이 있다고 한들, 금방
처리되겠지."
14황실에서 이미 수도의 의사들을
파견했지만,썩 성과가 좋지 않잖
아요.”
다들 애써 쉬쉬하고 있으나, 이
제는 알만한 이들은 다 알았다.
유례없이 병이 빠르게 돌고 있었
다.
지금이야 펠라시온과 왕래가 잦
은 오 르 젠 타 와 의 문 제 지 만 , 타 지
역 까 지 언 제 피 해 가 끼 칠 지 모 를
일이었다.
병 은 빠 르 게 확 산 되 었 고 그 만 큼
감염자도 많았다.
아 무 리 경계를 강화한다고 한들,
그 많 은 수 를 한 번 에 정 리 하 기 란
어려웠다.
특 히 오 르 젠 타 처 럼 잃 을 것 이 많
은 입장이라면 더욱.
오 르 젠 타 는 기 름 진 대 지 를 바 탕
으로 풍족한 자원을 누려왔지만,
그 밑에는 가축처럼 혹사당하는 노
예들이 있었다.
닭 장 속 닭 처 럼 좁 은 공 간 에 서
다닥다닥 생활하는 노예 중 그 누
구 하나라도 감염되면 오르젠타는
병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무 엇 보 다 오 르 젠 타 에 서 노 예 란
하나의 자산이었고,노예를 잃는다
는 건 재 산 이 준 다 는 뜻 이 었 으 니
까.
한둘이면 모를까,농장의 노예를
전부 죽이면서 제 손으로 자신의
자산을 말아먹을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 욕심이 쌓이면서 결국 오르
젠타를 무너뜨리겠지만.
‘이제 좀 있으면 수도에서도 감
염자들이 나오겠지.’
나는 쌓인 초대장 중 하나를 집
어 들었다.
바깥으로 상황이 좋진 않았지만
수도는 여전히 평화로웠다.
매일 같이 파티가 열렸고 사람들
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행동했다.
위에서 정보를 쉬쉬하는 까닭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안이함이 더 컸
다.
사태가 이렇 게 되 었음에 도 누구
도 자신이 감염자가 될 거라 여기
지 않았다.
“상황이 좋지 않은 듯하니,미리
대처를 해두는 건 어떨까요?”
“대체라니?”
“전염의 기세가 영 심각지 않잖
아요.”
“그것도 잠시일 뿐 곧 잠잠해질
거 다 . 돌 림 병 이 돈 게 한 두 번 도
아니고.”
“ 그 래 도 대 비 해 두 심 이 좋 을 것
같아요. 보아하니, 그자만 하더라도
준비를 하던걸요.”
"그자?”
아버지의 미간이 좁아졌지민\ 나
는 모 른 척 파 티 초 대 장 을 내 려 놓
았다.
'모나차르트 대공 말이에요.”
" 병에 취약한 야만인이니 겁먹은
게지.”
아 버 지 가 혐 오 를 감 추 지 않 으 며
인상을 썼다.
“반대일 수도 있효."
“반대?”
“ 모 나 차 르 트 는 보 기 보 다 의 술 이
발 달 했 거 든 요 . 어 쩌 면 , 이 번 일 을
기회 삼으려는지도 몰라요.”
"기회?”
" 아 무 리 강 력 한 군 대 도 다 죽 고
나면 그만이잖아요."
“만약, 병이 걷잡을 수 없이 커
져 대륙을 뒤덮는다면-”
" 그 런 일 은 일 어 나 지 않 을 거
다.”
아버지가 서둘러 내 말을 막았
다.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아
버지의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어
려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이야기를 멈출 생각
이 없었다.
신뢰는 충분히 쌓였으니,이제는
그것을 이용할 때였다.
"그러니 만약이죠. 원래 만약의
상 황 은 최 악 을 가 정 하 는 거 잖 아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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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퍼졌을 때,유일하게 피해
가 없는 세력이 있을 수만 있다면
그들은 무시할 수 없는 힘을 발휘
하게 될 거예요.”
“그 야만인이 거기까지 할 수 있
을 거라 생각하니?”
"명청한 야만인들만 있다면 모를
까, 그들의 뒤에는 저희가 있을 거
잖아요. 혹시 모르니 대비해봐요.”
“• + ***•에를 들면?''
“모나차르트를 지원하세요. 그들
은 의술은 뛰어나나, 자금력이 부
족 하 니 도 움 을 받 을 수 밖 에 없 을
거예요. 물론 치료제를 가장 먼저
공급받는다는 조건을 붙여서요/
치료제는 이미 완성되었지만 돈
을 벌 기회를 놓칠 수야 없었다.
내 목표를 위해선 많은 돈이 필
요했고,그게 아니더라도 돈이 있
어서 나풀 건 없었으니까.
모나차르트는 아직도 굶주린 상
태였다.
"상황이 진정되면 치묘제가 있다
고 한들,소용없어질 거다.”
11오르젠타에게는 팔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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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圈 ■ V 圖 _
“ 보통은 병이 어느 정도로 퍼졌
는 지 알 려 주 지 않 아 요 . 외 부 세 력
을 견제해야 하니, 내부적으로 감
당 하 고 정 리 하 는 편 에 서 끝 내 죠 .
그럼에도 오르젠타는 황실에 도움
을 요청했고, 그들의 사정이 꽤 많
이 알려져 버렸죠.”
“그게 어쨌다는 거니?”
"이번에는 잘 넘어갔다 한들, 다
음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
잖아요.”
사태가 진정되어도 끝이 아니었
다.
이례 없는 참사 덕분에 사람들은
쉽게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을 테
니까.
한동안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약
을 사들일 터였고, 이를 부추기듯
괴소문들이 떠돌 것이었다.
“……두려움을 팔자는 거구나?”
“ 절 수 없는 공포만큼 두려운 게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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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때 요 ? 괜 찮 은 거 래 가 되 겠
죠?”
" 치료제의 효과가 입증된다면 그
렇겠지/
“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될
거예요. 실은 괜찮은 정보를 빼돌
렸거든요.”
나는 품에서 편지를 꺼냈다.
아버지는 내게 건네받은 편지의
내용을 확인하며 거친 숨을 뱉었
다.
“……이건 어디서 났니?”
41아시잖아요. 모나차르트 대공이
절 어찌 생각하는지.”
거
“제게 있어서 그 방에 들어가는
건 식은 수프를 마시는 것보다 쉬
워요. 물론 그자가 자리를 비운 사
이에 챙겨온 터라 얼른 제자리에
가져다 놓아야 하겠지만요.”
山 »
隱■
“ 어떤가요? 이게 아버지께 도움
이 될까요?”
"도움이 되다마다.”
아버지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번지는 걸 보며 나도 따라 웃었다.
만족스러운 건 나도 매한가지였
다-
아버지의 손에 들린,모나차르트
대공의 자필 편지는 결국 내 입맛
대로 작성된 것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