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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상사가 파고들면 (65)화 (65/70)

65화

자신을 무시하는 도하에게 분기탱천한 박 씨는 눈에 보이는 것 없이 소리를 질렀다.

“내가 가만히 둘 줄 알아! 배달 앱에 댓글 달아서 장사 접게 할 거야!! 내가 그냥 하는 말인 줄 아나 본데!”

“아주머니.”

박 씨를 응시하는 시선과 차가운 목소리엔 어른을 향한 공경이 담겨 있지 않았다.

“악의적인 평가를 몇 번이고 올리셔도 됩니다.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지 증거가 될 테니까요.”

“……!”

말도 안 되는 억지에 고개를 수그리면 횡포를 부리는 자들은 기고만장해진다.

“지금 하신 행위는 영업 방해죄와 명예 훼손에 해당됩니다. 법으로 해결 안 되는 것은 없습니다.”

광고주의 무리한 수정 권고가 비일비재한 이 바닥에서 진상을 많이 겪었던 도하는 어른답지 못한 박 씨의 행동을 날카롭게 짚어 주었다.

“없었던 일로 넘어갈 생각은 안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제이온과 관련된 분쟁을 도맡는 대형 로펌에 맡기면 깔끔하게 해결될 것이었다.

“그리고 절도죄까지.”

이이. 분한 소리만 내뱉던 박 씨가 추가된 죄명에 흠칫하며 명한을 쳐다보았다.

“박 씨. 내가 당신이 무서워서 가만히 있는 줄 압니까.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했는데 나도 더는 못 참겠습니다. 끝까지 갑시다.”

명한이 강하게 나오자 박 씨의 눈 밑이 경련했다.

“미, 미안해요. 정 씨. 다시는 정 씨 가게에 찾지 않을 테니 제발 고소만은 하지 말아 줘요…….”

뻗대 봤자 자신이 큰코다친다는 걸 안 박 씨는 도하와 명한이 내뿜는 기세에 짓눌려 고개를 숙였다.

* * *

“그게 정말이야?”

“그렇다니까요. 제 두 귀로 똑똑히 들었어요!”

제작 1팀의 여직원이 터트린 이야기는 삽시간에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옮겨져 경악을 자아냈다.

“본모습이 그리 악독하니 세연 씨가 헤어지자고 했겠지.”

“완전 인간 말종이었네. 그런 사람하고 같이 일하고 있다니, 끔찍하다. 정말.”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아서…….”

친한 인원끼리 모여 수군대는 소리가 부자연스럽게 끊겼다.

진형이 들어온 것을 눈치챈 제작부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무도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완벽하게 무시를 당한 진형의 얼굴이 노기로 붉어졌다. 주먹을 쥔 진형은 불투명한 부스 자재로 언뜻언뜻 비치는 세연과 혜선의 실루엣을 노려보았다.

‘정세연 지금은 네가 이겼어. 하지만 이대로 안 물러나. 대표와 잘되는 꼴을 내가 볼 것 같아? 내 것이 될 수 없으면 넌 혼자여야 해.’

* * *

“감사합니다. 팀장님.”

회의실을 빠져나가며 세연은 혜선에게 진심을 담은 고갯짓을 했다. 그러자 마주한 혜선이 고개를 저었다.

“실상 난 한 게 없어요. 대표님이 아니었으면 구 대리의 만행을 몰랐을 테고 불성실한 업무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래서 세연 씨에게 감사 인사를 받기가 양심에 걸리네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팀장님이 나서 주시지 않았다면 제 손에서 사태를 해결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리 생각해 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고생했어요.”

단 두 마디였지만 함축된 의미는 묵직했다.

“……세연 씨. 대표님의 마음 알고 있죠?”

“네…….”

“그렇게 안 보일 테지만 이도하 대표님은 상처가 많은 분이에요.”

도하를 생각하는 혜선의 마음은 잔잔하지만, 세연에게 전해질 만큼 깊었다.

“세연 씨라면 대표님의 마음속 상처를 잘 보듬어 줄 수 있을 거라고 난 생각해요. 그러니 좀 과하다 싶은 행동을 해도 세연 씨가 봐줘요.”

“네. 그럼요.”

만감이 교차한 세연이 방긋 웃자 혜선이 온화한 웃음을 머금으며 그녀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렸다.

“들어가죠.”

부서로 들어가자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무슨 말이 오갔는지 뻔한 시선에 세연은 얽매이지 않았다.

자리를 비운 사이에 쌓인 메시지를 확인하던 세연의 눈동자가 느리게 깜빡였다.

딸. 아빠 집에 간다.
케이크 사 두었으니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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