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쁜 상사가 파고들면 (45)화 (45/70)

45화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서로 돕는 거지.”

진형은 자신의 술잔을 위로 치켜들며 흔들었다.

거의 넘어오다시피 한 두 대리가 호박빛의 액체가 흘러넘칠세라 조심히 잔을 손에 쥐고서 껄렁거렸다.

“보지 않아도 네 최종안이 더 나을 텐데 건배나 하자.”

“신입한테 지면 너나 우리의 체면이 안 선다. 네 본실력으로 확실히 눌러라.”

“당연한 소리를.”

두 대리가 콧구멍이 보이게 고개를 뒤로 젖히며 술잔을 마음 편히 비워 댔다.

‘저게 얼마짜리인데.’

비싼 술이 빠르게 그들의 입 속으로 사라지자 진형은 속이 무진장 쓰라렸다. 하지만 언행만큼은 쿨한 상남자였다.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마음껏 시켜.”

“그래도 되냐?”

“이 판만 해도 꽤 나왔을 것 같은데.”

“날 뭘로 보고. 다음 주엔 승리의 의미로 쏠 거니까 사양 말고 마셔.”

진형은 요새 운동을 게을리하느라 근육이 슬슬 빠지고 있는 배를 팡팡 두들겼다. 배포 있게 구느라 얼굴에 경련이 올 것 같았다.

그리고 테이블 웨어가 몇 번 치워질 즈음, 음담패설이 오가는 술자리에서 진형의 핸드폰이 울렸다.

한우 장터 29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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