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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상사가 파고들면 (40)화 (40/70)

40화

거침없이 침을 튀기며 진형은 다시 세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받지를 않자 평온하기만 하던 진형의 속이 애타기 시작했다.

“아, 진짜!”

대표가 왜 세연과 같이 있는 건지.

둘만 있을 상황이 뭐가 있다고.

세연을 불러낸 이유.

제 발이 저린 진형의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의 사유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진형의 머릿속에서의 이도하는 세연에게 그가 딴 여자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까발리고 있었다.

“안 돼……!”

* * *

“시간, 은 있는데 무슨 일로요……?”

그녀의 당혹스러운 감정이 말마디에 묻어 있었다.

“알고 싶은 얼굴이잖아요. 내가 세연 씨 생각을 왜 했는지.”

그가 제 마음을 정확히 알아차려 세연은 당황했다. 

도하가 다리만큼 길쭉한 팔을 뻗었다.

미세하게 떨리는 볼에 그의 손가락이 닿을 듯 말 듯 한 간격을 두고서 멈췄다.

홍조가 깃든 뺨 언저리에 닿지 못한 팔을 거둔 그가 서로의 숨소리가 깔린 공기를 더욱 무겁게 했다.

“물어도 봤고.”

그가 하는 행동의 연속을 우두커니 바라보기만 했던 세연은 붉은 혀를 내보이고 있는 제 입술을 지그시 다물었다.

의문을 해소시켜 주겠다고 말하는 입술이 그녀의 입을 훔친 것도 아니건만 시선이며 심장의 소리마저 그에게 강탈당한 듯했다.

“궁금해서 물어본 거잖아요.”

맛을 느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게 단내를 풀풀 풍기는 미소는 이성의 관심을 이끌기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나와 차 한잔하면 알려 줄게요.”

붉은 색소가 진득이 묻어 있을 듯한 혀가 세연의 눈동자를 사로잡았다.

세연은 해로운 유혹에 못 이기는 아이가 되는 듯했다.

이리로 오라, 사람을 파멸로 이끄는 폭군에게 끌려가듯이 세연은 저도 모르게 그가 열어 준 차 안에 타고야 말았다.

“고마워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금방 알아차렸지만 차는 출발한 뒤였다.

그리고 시동이 걸린 차 안에서 그녀의 핸드폰은 연신 진동하고 있었다.

“또 구 대리입니까.”

받을지 말지, 난처한 고민을 무뚝뚝한 목소리가 끊었다.

“아, 네. 무음으로 돌릴게요.”

비밀 연애는 진형이 원했었다.

저 역시 동의한 상황에 세연은 서둘러 무음으로 전환하고는 톡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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