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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상사가 파고들면 (23)화 (23/70)

23화

석호가 강 비서에게 마음을 접지 못하는 건 이해하나, 이런 식으로 사건을 묻으려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구슬려 봐도 자신이 했다고 우기는데 어떡해. 매수한 경로 찾으려면 시간이 걸릴 듯하니까 기다려 보라는 거야. 일단 정황이 너무 뚜렷해. 네게 한 짓을 구체적으로 불더라고.”

성미 급한 네 성격 알아줘야 한다며 석호가 고개를 젓자 도하의 한쪽 눈썹이 꼿꼿하게 치켜 올라갔다.

“어떻게 된 거야?”

“뭐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미적대더니.”

“마음 정리한 거 아니야. 내 두 눈으로 확인하자고 마음먹은 것뿐이지. 스토커가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지면 강유세 씨를 의심한 것에 대해 진심을 다해 사과할 거야. 그리고 진짜면……, 이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지.”

도하는 석호에게 마음의 짐을 안겨 준 것 같아 미안했다. 한편으로는 고마운 마음도 들어 솔직하게 마음을 표시했다.

“고맙다.”

“뭐라고?”

얼굴을 옆으로 돌린 석호가 오른쪽 귀로 두 손을 모았다.

그의 말을 듣고도 못 들은 척 능청스럽게 구는 석호의 행동에 도하는 미간을 팍 구겼지만 입매는 올라가 있었다.

“못 들었으면 됐어.”

* * *

“다시 말해 줘! 응?”

대표실 문에 귀를 갖다 댄 유세는 석호의 목소리가 들리자 인상을 구겼다.

‘뭘 다시 말해 달라는 거야.’

분명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석호의 굵직한 목소리만 들리자 유세는 성질이 뻗쳤다.

‘하여간 입만 나불대지.’

할 말이 뭐 그렇게 많은지.

‘내 도하 씨와 친구만 아니었어도 무시할 건데.’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에 웃어 주는 것도 지쳤다. 정말로 피곤한 타입이었다.

‘…….’

갑자기 조용해지자 유세는 발 빠르게 물러났다. 그러고 바닥에 조심히 두었던 화병을 들었다. 화장실에 가는 듯 방향을 틀자 때마침 문이 열렸다.

대표실에서 나온 석호가 고개를 그에게로 슬쩍 튼 유세에게 성큼 걸어왔다.

“제가 들게요.”

“별로 무겁지 않아요.”

“그래도요.”

석호가 화병을 들어 주었지만 유세는 전혀 고맙지 않았다.

‘내 대역에 접근한 모양인데 그런다 한들 내 정체는 알아낼 수 없을걸?’

석호가 화장실로 간 틈에 그를 비웃은 유세는 데스크에 앉았다. 그리고 몇 분 전에 도착한 메시지를 다시 정독하기 시작했다.

이도하 대표의 비서에게 확실히 말해 뒀어요. 이때까지 내가 대표님을 따라다녔다고요.
처음에는 의심하던데 증거도 없고 당신이 알려 준 대로 이도하 대표의 신상은 물론 그가 요 며칠 활동한 장소나 시간대를 말해 주니 믿는 눈치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이 일로 나 신고당하는 거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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