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유세의 두 눈이 악의로 번들거렸다.
유세가 세연을 골린 것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이상한 여자가 날 미행하고 있습니다. 나와 있는 모습을 보이면 강 비서를 표적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도하에게 거절당한 것을 본 정세연은 분명히 자신을 비웃고 있었다.
웃지 않으려 꾹 다문 입매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으니까!
그게 괘씸해 골탕을 먹이려고 했는데 반대로 도하의 코트를 입게 된 세연을 보자 머리 뚜껑이 열릴 것 같았다.
‘용서 못 해!’
무엇보다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자 몰래 기다렸다가 뜻하지 않게 듣게 된 세연의 목소리에 이가 갈렸다.
‘날 속였단 말이지!’
그랬다는 건 제가 한 짓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안 거지?’
저것이 알았는데 그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티를 안 내셨어.’
그렇다면 물증이 없다는 거겠지. 잘만 하면 제게 유리하게 돌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유세는 씩 입꼬리를 올렸다.
* * *
“세연아.”
제작부서의 문을 열고 나온 서오의 손에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이를 본 세연은 놀라 물었다.
“내 가방은 왜 들고 나와?”
“대표님께서 말씀하셨어.”
“뭐, 라고?”
“대표님께서 실수로 뜨거운 커피를 쏟으셨다며?”
그렇게 말해 뒀는지 서오가 안 데었냐며 물어 오자 세연은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다행히.”
“코트는 내일 돌려 달라고 하셨어.”
“그런데 내 가방은 왜?”
“너, 퇴근하라고. 나는 전달받은 대로 한 거야.”
“마음으론 그러고야 싶은데 일손이 부족하잖아.”
이리 달라고 서오의 손에서 제 짐을 받은 세연이 부서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서오가 다급하게 두 팔을 양옆으로 뻗었다.
“콜택시 불러 놓으셨어. 타고 가래.”
실행력이 뛰어난 도하는 그녀가 집에 갈 수밖에 없게 만반의 준비를 해 놓았다.
“내가 있으니까 걱정 말고 가. 네가 안 가면 날 혼내실 기색이었어.”
* * *
다음날 아침이었다. 세연의 핸드폰으로 모르는 번호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이도하입니다. 코트는 그대로 가져와 줬으면 하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