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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죽일 남주를 길들여버렸다-78화 (78/186)

78화

라티아는 카르시안과 함께 유리드의 대장간을 방문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유리드에게서 아주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네?! 후장식 총도 완성이 됐다고요?!”

그건 유리드가 모든 연구를 끝마쳤다는 소리였다.

“아, 아니…… 어, 어떻, 어떻게요?!”

라티아는 너무 놀라 말까지 다 더듬었다. 그녀가 이토록이나 놀라자, 유리드는 깜짝 이벤트가 성공한 사람처럼 아주 기쁘게 웃었다.

“놀라셨습니까?”

“놀라다마다요! 왜냐면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이제 막 시작한 단계였잖아요!”

라티아는 너무 흥분해서 주먹까지 꼭 쥐고 외쳤다. 그 모습은 마치 작은 다람쥐가 커다란 호두 더미를 발견한 것같이 귀여웠다.

“진정해, 라티아.”

카르시안도 그녀를 말리고 있긴 하지만 흥분하긴 매한가지여서 목소리가 평소보다 성말랐다. 두 사람이 뛸 듯이 기뻐하자, 유리드는 어깨가 가뿐해지고 가슴이 저절로 쫙 펴졌다. 그런 유리드가 라티아의 앞으로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다 아가씨 덕분입니다.”

“제, 덕분이라고요?”

“예. 아가씨께서 아낌없이 투자를 해 주시고 또 시엘 님을 소개시켜 주지 않으셨더라면, 이토록 빨리 완성시킬 수 없었을 겁니다.”

연구를 성공시켜 가장 기쁜 사람은 유리드일 텐데, 그는 아주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그 덕분에 라티아도 조금 진정할 수 있었다.

“시엘 선생님이 도움이 되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도움이 되다마다요. 제 연구의 부족했던 모든 부분을 메워 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조금 더 빨리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죠.”

라티아는 유리드의 대답을 들으며 한 달 전의 일을 상기했다.?

막 유리드에게 투자를 해 주겠노라 호언장담한 라티아는 공작성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우연히 셀트론을 만났다.

‘앗, 아가씨!’

셀트론은 황도에 본점을 내서 아주 바빴는데, 때때로 분점이 있는 라움디셀 공작령에 오기도 했다.

‘뭐예요! 오면 온다고 말을 하지!’

‘아하하, 사실 기별 없이 방문해서 깜짝 놀라게 해 드릴 생각이었는데 실패했네요.’

라티아가 서운하다는 듯 말하자 셀트론이 얼른 사과했다. 라티아는 조금 토라진 척을 하다가 셀트론이 곧장 공작성으로 오겠다고 약속하고 나서야 평소처럼 해사하게 웃었다.

‘그런데 어디에 들렀다가 돌아가는 길이십니까?’

‘아, 네. 대장간에 견학을 다녀왔어요.’

‘대장간이요?’

‘네. 독특한 연구를 하는 대장장이가 있어서요. 그에게 투자하고 오는 길이에요.’

‘독특한 연구라…… 아, 혹시 그 대장장이의 이름이 ‘유리드’입니까?’

셀트론의 물음에 라티아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셀트론이 유리드 아저씨를 어떻게 알아요?’

‘아아, 그게 말입니다.’

셀트론이 멋쩍다는 듯 말한 이야기는 이랬다.

셀트론이 오늘 라움디셀 공작령에 간다고 하자, 일이 바빠 황도에 갇혀 지내는 시엘이 한 가지 부탁을 했다고 한다. 그건 바로 ‘후장식 총기’를 연구하는 유리드를 만나봐 달라는 것. 시엘은 마법사이자 예리엘 만물 상단의 주인이었다. 그녀의 정보력은 클로드가 귀환했단 걸 누구보다 먼저 안 아리엔느 못지않았다.

셀트론의 이야기를 들은 라티아는 마침 잘됐다 싶어서 그 길로 다시 돌아가 곧장 유리드와 시엘을 연결해 줬다. 라티아의 이야기를 들은 시엘이 부랴부랴 유리드의 대장간을 방문한 것이다. 중개료는 받지 않았지만 눈도장은 쾅쾅 찍어 뒀다. 그리고 오늘, 그 중개가 드디어 빛을 발했다.

“시엘 님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만물 상단주라서 그런지 필요한 물건을 바로바로 구해다 주시기도 하고, 마법사라서 마법과 마도학에 조예가 아주 깊으시더군요.”

유리드가 시엘의 자랑을 한참 늘어놨다. 해서, 라티아의 자본과 시엘의 조력으로 불과 한 달 만에 유리드의 연구가 대성공을 거뒀다.

“이것이 바로 제가 말씀드렸던 후장식 총과 마법탄입니다.”

유리드가 라티아의 앞으로 총을 내밀었다.

“어? 생각보다 엄청 작네요?”

손이 유독 작은 라티아에겐 당연히 컸지만 총 치다고는 굉장히 작은 크기기는 했다. 라티아가 신기한 듯 바라만 보고 있자, 유리드가 빙긋 웃었다.

“잡아 보십시오.”

“네? 제가요?”

라티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라티아는 이제 고작 10살, 살상 무기인 총을 쥐기엔 터무니없이 어린 나이였다. 하지만 유리드는 괜찮으니 어서 잡아 보라며 종용했다.

“아, 하지만…….”

라티아가 당황해서 주춤거리자, 그녀의 옆에서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반짝거리는 시선만 보내던 카르시안이 말했다.

“내가 옆에 있을게. 괜찮으니까 잡아 봐.”

그러며 격려하듯 라티아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기도 했다. 카르시안의 응원에 힘입은 라티아가 천천히 총을 잡아 들었다. 그런데 이때였다.

“앗……!”

라티아의 손엔 조금 크고 묵직하던 총이 순식간에 그녀의 손에 착 감기도록 작은 크기로 변화한 것이다. 게다가 무게도 절반 가까이 줄어, 라티아가 한 손으로 들고 있어도 부담이 없었다.

“유리드! 총이……!”

라티아가 너무 놀라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자, 유리드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이건 아가씨의 총입니다.”

“제, ……총이요?”

“예. 전 사실 아가씨께 투자를 받을 때부터 첫 총기는 아가씨께 바치자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아가씨도 아시다시피 총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 또 시엘 님께서 도와주셨습니다.”

“시엘 선생님이요?”

“예. 총에 마법을 걸어 아가씨만 쏠 수 있고, 아가씨의 손 크기나 힘에 따라 모습이 바뀌도록이요. 물론 성능은 별반 차이 없습니다.”

“와아…….”

라티아는 너무 신기해서 평소보다 입을 크게 벌리며 감탄했다. 그러며 조심스럽게 트리거에 손가락을 건 채 총신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윤기 도는 은색의 차가운 몸통에 나무로 만든 갈색 손잡이가 달린 클래식한 외형이었다.

“여기 해머를 잡아 당기면 장전이 됩니다. 발포할 때마다 해머를 잡아당겨야 하는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아직 아가씨는 어리시니 안전장치 겸 넣었습니다. 성인이 되시면 제가 이 불편함을 없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는 말은 라티아의 것이 아닌 총기는 평범하게 연속 발포가 가능하단 소리다. 유리드는 본인의 목표에 맞춰 개발을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오로지 라티아만을 위한 새로운 총도 개발했던 것이다.

“이 총의 이름은 리볼버입니다.”

“리볼버요…….”

“예. 탄피가 들어가는 약실은 이렇게 옆으로 엽니다. 이런 방식을 ‘스윙 아웃’이라고 하는데 상부 꺾임 같은 중절식은 아무래도 아가씨가 사용하시긴 불편할 거 같아서…….”

주절주절 떠들어 대던 유리드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쉽게 말하면 최종 진화형이란 거죠.”

라티아는 곧바로 옆으로 열리는 약실을 살펴봤다. 텅 비어 있었지만, 핑그르르 돌아가는 소리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러시안 룰렛을 하는 총도 이거지?’

그런 걸 할 일은 없겠지만, 총의 특징을 알아 둬서 나쁘진 않을 것이다.?

이후 유리드는 라티아에게 마법 탄환에 대해서도 설명해 줬다.

“이건 탄환에 지정된 대상에게 거대한 물폭탄을 던지는 마법 탄환입니다. 지정된 대상은 다치지 않고 쫄딱 젖기만 하죠. 이것도 같은 방식이지만, 대신 불이 나오니 조심해서 쓰셔야 합니다.”

그 외에도 바람을 불게 하는 탄환, 시끄러운 소리를 내게 하는 탄환 등이 있다며 설명해 줬다. 다양한 탄환에 대해서 시엘과 함께 앞으로도 계속해서 연구해 나갈 생각이라며.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겁니다. 이 탄환은 ‘상황을 삭제하는’ 탄환입니다.”

“상황을…… 삭제해요?”

“예. 시엘 님의 아이디어인데, 새벽까지 일하다가 연구서류에 물을 쏟았지 뭡니까. 거기서 고안한 겁니다. 탄환이 박힌 곳의 문제를 삭제할 수가 있습니다.”

“이해가 잘 안 돼요.”

“음, 종이에 물을 쏟았으니 그 종이는 흠뻑 젖었을 거 아닙니까? 그런데 애초에 ‘물이 쏟아지지 않았으면’ 그 종이는 젖지 않았겠죠.”

“아! 물이 쏟아진 그 상황을 삭제해서,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린단 거군요!”

“예, 바로 그겁니다. 대신 만들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한 달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신중하게 써야 한다며, 유리드는 라티아에게 몇 번이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라티아는 그의 신신당부를 들은 지 30분이 채 지나지도 않아, 그 탄환을 소모해 버렸다.

“다들 괜찮아요?! 다친 곳은요?!”

바로 클로드가 휘말린 폭발 사건을 되돌리는 용도로 말이다.

세상이 일그러지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분출했던 화염이 사그라들다 못해 아예 세상에서 지워져 버렸다. 자연스럽게 화마에 의해 큰 상처를 입었던 클로드의 몸 또한 깨끗해지고 있었다.

“……하.”

클로드는 눈앞에서 마치 시간이 되돌아가는 것 같은 엄청난 광경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경악한 이는 클로드뿐만이 아니었다.

“아, 안 돼!”

바로 주머니 구석구석에 폭탄을 숨긴 채 자폭하려 했던 샤벨이었다. 그는 자신의 몸에 생긴 상처가 아물고, 모든 사고가 ‘없던 일’이 되어 버리자 절규했다. 그의 무릎 쪽에서 아까 클로드가 입에 물려 준 노잣돈이 달그락거렸다.?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린 클로드가 그을음 하나 생기지 않은 흰 장갑으로 검은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 금액으로는 한 사람밖에 배에 올라탈 수 없을 것 같군.”

샤벨의 완벽한 패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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