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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죽음이 당신에게 미치는 영향 (50)화 (50/183)

내 죽음이 당신에게 미치는 영향

50화

“집공 팀 합류를 축하하고 싶은 것도 있지만, 그보다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전하고 싶은 말이요?”

“네, 마침 소 대리님도 양하나 헌터를 찾으시고요.”

집중 공격 팀 합류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번에 다 끝난 거로 알고 있는데, 소 대리가 왜 또 날 찾는 걸까.

나는 우신을 힐끗 올려다봤다.

“……설마.”

내 우려의 목소리에 우신이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네. 앞으로는 전담 가이드로서 잘 부탁드립니다, 양하나 헌터.”

그의 말에 안 그래도 조용하던 강당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방금까지 뒤에서 우신을 쉽게 얘기하던 에스퍼들도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우리 두 사람을 바라봤다.

* * *

“전담 가이드라니, 어떻게 된 겁니까?”

나는 문을 열기 무섭게 그렇게 소리쳤다.

때마침 자리에서 일어나던 소명은 놀란 듯 고개를 돌렸다.

달려온 터라 턱까지 숨이 찬 내 모습에 그녀는 인상을 확 찌푸렸다.

“양하나 헌터, 노크를 하고 들어와야 한다는 기본적인 예의부터 알려 줘야 하나요?”

소명의 일침에 겨우 숨을 고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그녀는 사과를 듣고서야 자리에 도로 앉으며 말을 이었다.

“강우신 가이드의 호출로 온 거라면 이미 전부 들었겠죠?”

그녀의 덤덤한 말에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서둘러 답했다.

“듣고 왔습니다만 다시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우신 가이드가 제 전담 가이드라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그 물음에 소명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담 가이드라니, 그게 무슨 말이죠?”

“네?”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거냐는 얼굴을 보자 그제야 우신의 환한 미소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그런 얼굴로 거짓말을 해?’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져 손을 휘저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착각한 모양…….”

“그럼요. 전담 가이드가 아니라 ‘임시’ 전담 가이드입니다.”

“네?”

말장난 같은 말에 저절로 미간이 좁아졌다.

“양하나 에스퍼의 가이딩 적합도에 문제가 있다는 게 인정되면서 방안을 찾을 때까지 강우신 가이드가 임시 전담을 맡게 됐습니다.”

소명은 일이 번거로워졌다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우선은 평가서 보고가 이루어지는 다음 달까지 유지될 겁니다. 연장 신청을 하고 싶으면 실적 관리에 힘쓰셔야겠네요.”

뭐라 대답을 해야 하는데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와 강우신이 엮이지 못하게 할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의 처사였다.

내가 두 눈을 끔뻑이고만 있자, 그녀는 건조하게 말을 맺었다.

“그럼 앞으로 한 달간의 활약상 기대하겠습니다. 나가 봐요.”

그녀의 일방적인 설명에도 제대로 된 반박 한 번 하지 못한 채 쫓겨나듯 방을 나가야 했다.

얼빠진 사람처럼 문을 열고 나오는데 복도 벽에 우신이 팔짱을 낀 채 기대 서 있었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방긋 웃었다.

“이야기 잘 끝났어요?”

“……임시 전담 가이드에 대한 이야기요? 네, 아주 잘 들었습니다.”

임시라는 단어를 힘주어 말하자 우신은 벽에서 등을 떼고 내 걸음에 발맞춰 걸었다.

“한 달만 잘 채우면 전담 가이드가 될지도 모르는데, 좋아해야 할 일 아닙니까? 저, 제법 괜찮은 가이드입니다.”

S급 가이드가 자신이 제법 괜찮은 가이드라고 말하니 재미없는 농담을 듣는 기분이었다.

복잡한 얼굴을 하고서 걷다가 멈춰 서자 날 따라 걷던 우신도 걸음을 멈췄다.

나는 우신을 올려다봤다.

“내 전담을 해서 뭐 하려고요.”

“네?”

날카로운 물음에 우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와 페어를 이루는 건 아무리 봐도 강우신 가이드님 실적에 하등 도움도 안 되는 일일 텐데.”

“제법 객관화가 잘 되어 있지만, 양하나 헌터는 내게 무엇도 주지 않아도 됩니다.”

“……놀리는 겁니까?”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우신이 어깨를 으쓱이며 전혀요, 라고 답했다.

우신은 좀처럼 불편한 기색을 지우지 못하는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입을 열었다.

“양하나 헌터.”

“……왜요.”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멋대로 말해 놓고 이제 와 궁금한 게 있다니, 코웃음이 나왔다.

“뭔데요.”

“내 가이딩이 별로였습니까?”

“……갑자기 그건 왜 묻는 건데요.”

별로이긴커녕 너무 좋아서 문제였다.

의중을 알 수 없는 질문에 그에게서 쉽사리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데, 우신은 정말 이상하다며 의문 어린 얼굴을 했다.

“그게 아니라면 왜 그렇게 저를 싫어하는 겁니까?”

“네?”

“각인도 싫다고 하고, 임시 전담도 싫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양하나 헌터 입에서 좋다는 말이 나올까 싶어서요.”

“…….”

우신은 정말 궁금하다는 듯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의 물음에 쉽게 대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대답이 잘 나오지 않았다.

사실 우신은 최고의 가이드였다.

그건 단순히 그가 S급 가이드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냉소적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지만 가이딩만큼은 빠르고 정확했다.

에스퍼에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단 말인가.

더불어 나는 그와의 매칭률도…… 좋았다. 그런 더할 나위 없는 상대를 거절하는 이유.

가이딩 직후부터 그를 피해 다니는 이유가 뭘까.

“…….”

나는 우신과 눈을 마주했다.

그 이유를 모른 척하려 했지만 사실 이미 명백했다.

그와 함께 있다 보면 자꾸만 욕심이 날 거 같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빨리 우신이 재각성했더라면, 그래서 내가 성시현이었을 때 이 같은 매칭률이 나왔더라면.

그랬다면 내 삶이 조금은 다를 수 있지 않았을까.

죽는 순간에조차 하지 않았던 후회가 자꾸만 밀려 들어왔다.

‘이제 와 그런 후회를 해서 어쩌자는 거야.’

“……양하나 헌터?”

내 낯빛이 변하자 우신이 바로 동요했다. 나는 고개를 획 돌리고는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이유야 뭐가 됐든, 내키지 않는다는 게 가장 중요한 거 아닌가요?”

“…….”

“강우신 가이드가 저한테는 지나치게 좋은 가이드라 싫습니다. 집공 팀에 들어가서도 눈에 띄고 싶지 않으니 아까같이 아는 척 말아 주세요.”

내 마음을 숨기듯 괜히 더 날 선 말로 쪼아 댔지만, 우신은 상처받기는커녕 동요 없이 답했다.

“양하나 헌터 뜻이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알겠다고요?”

우신이 눈매를 반달처럼 예쁘게 접으며 답했다.

“네. 양하나 헌터 뜻이 그렇다면 최대한 불편하게 하는 일 없도록 협조하겠습니다.”

“…….”

생각보다 빠른 수긍에 황당해하고 있자, 우신이 말을 맺었다.

“그래도 당분간 엄연한 임시 가이드니 인사는 제대로 해 두죠.”

우신이 손을 내밀었다. 이 정도는 해 주어야 뒤탈이 없을 듯해 손을 마주 잡으려는데, 우신이 작게 탄성을 뱉었다.

“아, 이제 어엿한 팀 후배니 호칭을 수정해야겠네요.”

“호칭이요?”

우신은 내가 뻗은 손을 잡으며 답했다.

“네, 후배님.”

미묘하게 올라간 입꼬리에 장난기가 가득했다. 나는 괜히 잡은 손을 뿌리쳤다.

* * *

강당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저들 결론을 내린 듯 분위기가 엉망이었다.

노골적인 시선들이 내게 화살처럼 날아들었다.

나는 뻔히 보이는 적대적인 시선을 눈뜬장님이라도 된 듯 모른 척했다.

혹여라도 뒤따라 들어온 우신이 아는 체하면 어쩌나 걱정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이 무색하게 우신은 날 전혀 모르는 사람 대하듯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일말의 동요도 없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소명이 들어왔다.

담당자라 소개한 말이 진짜였는지 그녀는 능숙하게 지난 등급 평가 발표를 시작했다.

나는 조용히 분위기를 살폈다.

집중 공격 팀은 어떤 팀에 가도 리더 역을 할 수 있는 자들로 구성돼 있었다.

절대 평가이기 때문에 이 안에서도 등급이 나누어져 있을 뿐, 개개인이 큰 격차를 보이는 건 아니었다.

때문에 소명의 평가 등급과 피드백에 크게 관심을 두는 이는 없었다.

아니, 없다고 생각했다.

소명은 한참을 고저 없는 목소리로 피드백하다 한숨 섞인 어조로 입을 열었다.

“한지원 C-.”

소명의 말에 장내가 싸늘해졌다. 그리고 머지않아 미약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명백한 비웃음 소리였다.

나는 에스퍼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미처 눈치채지 못했는데, 강력한 에너지가 흐르는 이곳에서 숨을 죽이고 있는 이가 있었다.

잔뜩 움츠러든 채 제 손끝을 보고 있는 그가 아무래도 한지원인 듯했다.

나는 소명이 나눠 준 이달의 등급 평가서를 쭉 훑었다.

A급 물리계인 그가 어째서 낮은 등급을 받은 건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다만 누구에게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한 가지가 있었다.

2~3군에 있는 에스퍼들은 1군에만 올라가면 낙원이 있으리라 믿었다.

그 믿음 하나로 죽기 살기로 고생해 위로 기어 올라간다.

하지만 실상은 이따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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