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장. 호우(好雨) (1)
죽은 줄로만 알았던 소노부 해씨의 장남이 돌아왔다는 소식이 국내성에 퍼졌다.
도압성에서 전쟁이 벌어지고도 한참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그사이 태왕이 바뀌고, 빼앗겼던 성들은 다시 고구려에게 돌아왔다.
사람들은 그렇게 천지가 뒤집히는 동안에도 돌아오지 않았던 자가 이제 와 귀환한 사연을 궁금해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호기심에도 소노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에 관련해 묘한 소문이 계속 들끓자, 결국 ‘백제에 포로로 잡혀 있다가 얼마 전 겨우 탈출해 국내성으로 돌아왔다’는 짧은 이야기만 꺼냈을 뿐이었다.
사정을 모두 알고 있는 나는 물론이고, 뒷이야기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납득하기는 힘든 답변이었다.
하지만 감히 소노부 해씨 가문에서 내놓은 답변에 대놓고 의문을 표할 자는 없었다. 소노부는 이 땅의 귀족들 중에서도 가장 강한 세력이었다.
그렇게 다들 눈치만 보는 와중에 태왕이 해씨의 장남이 귀환한 것을 축하하며 집안에 커다란 선물을 보냈다. 태왕까지 의문을 접고 축하하니 더더욱 다른 말이 나올 수가 없어졌다.
덕분에 운은 무사히 국내성에 귀환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구심점을 찾던 소노부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며 영이 슬쩍 귀띔해 주었다.
소노부가 중심을 잡고 힘을 차리기 시작했는데도 태왕과 소노부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순노부는 여전히 두 세력 사이에서 줄을 타고 있었다.
소노부가 힘을 되찾으면 순노부가 당장 그쪽에 붙을 줄 알았던 나는 의외의 상황에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담덕은 이런 상황을 예상한 것 같았다.
-소노부가 자신들의 황후를 세우려는 욕심을 보였으니, 순노부로써도 그들에게 권력을 몰아주는 것은 위험하겠다는 판단이 섰겠지. 한동안 나와 소노부 사이에서 상황을 지켜볼 거야. 처음부터 소노부의 편을 들었으면 모를까, 중간에 눈치를 보느라 관노부에게 심복의 자리를 뺏겼으니 더욱 고민이 되겠지. 그렇다고 내게 붙기에는 절노부라는 오랜 동료가 있어 틈을 찾기 어려울 테고.
결국 순노부가 줄타기 끝에 내리는 결론에 따라 중앙 정치의 향방이 갈린다는 소리였다.
덕분에 최근 순노부에는 소노부와 절노부 사람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지설이 말하기를, 집안에 이처럼 손님이 많이 드나든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중간에서 조금씩 이득을 취하는 것에 맛을 들였는지 순노부는 쉽게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덕분에 제가 회의 역시 누구를 황후로 세워야 할지를 정하지 못하고 시간이 계속 흘렀다.
계절은 어느새 봄에서 여름을 향하고 있었다. 초여름에 접어들면 가장 먼저 찾아오는 손님은 비였다. 그것도 보통 비가 아니라 강한 바람과 천둥이 함께 몰아치는 장마였다.
담덕은 이 장마가 끝나면 백제가 정월에 선언했던 것처럼 관미성을 치러 오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었다. 덕분에 그는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남부 전선을 정비하는 데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담덕이 신경 쓸 것은 전쟁뿐만이 아니었다. 장마가 시작되면 자연스레 홍수에 대한 걱정이 늘어난다. 담덕은 각지에서 올라오는 장계를 읽으며 혹여나 큰 피해가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덕분에 담덕의 수면 시간은 평소에 반의 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달리 말하면 거의 잠을 자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이번에는 내가 나서도 소용이 없었다. 제가 회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왕으로서의 힘을 가져야 하고, 그러려면 전쟁과 내치 양쪽 모두에서 빈틈을 보여선 안 된다고 했다.
말려도 도무지 듣지를 않으니 내가 담덕을 찾아갈 일도 줄어들었다. 이따금씩 그의 집무실에 찾아가 일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다 돌아오는 것이 전부였다.
대신 나는 성문사를 자주 찾았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산에 올라 국내성의 풍경을 바라보다 내려오기 전 몇 번이나 향을 피웠다.
순도 스님은 하늘에 빌기 위해 향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나는 향을 피울 때마다 하늘에 고구려의 평안을 빌었다.
고구려가 사건 사고 없이 평안해야만 담덕이 평안할 테니, 그를 평안을 빌려면 고구려의 평안을 비는 수밖에.
오늘은 오전부터 날씨가 무척이나 맑았다. 나는 며칠째 비가 내려 찾지 못했던 성문사에 가기로 결정했다. 최근 들어 나의 호위를 전담하고 있는 태림도 동행했다.
약초를 채집하고, 작게 보이는 국내성을 바라보다 경내에 들러 향을 피우고 있으니 밖을 지키고 섰던 태림이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에요?”
그렇게 묻고 보니 태림의 머리가 물에 젖어 있었다. 바깥의 소리도 심상치 않았다.
“비가 옵니다.”
“날씨가 그리 맑더니…….”
“이 시기에는 비가 변덕스럽지요.”
“금방 그칠까요?”
소나기일 수도 있겠다 싶어 밖으로 나섰더니 금방 그칠 빗줄기로는 보이지 않았다. 난처함에 태림을 보니 그도 나와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비가 그치기 전까진 내려가기 힘들겠어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태림이 곧 생각났다는 듯 내게 물었다.
“폐하께 말씀은 드리고 나오셨습니까?”
“……아마 그랬을걸요?”
확신이 담기지 않은 대답이었다. 태림도 그것을 알아챘는지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야기하지 않으신 겁니까?”
“요즘 우리 폐하께서 너무 바쁘시잖아요. 말을 전하러 갔는데 너무 심각한 얼굴로 장계를 보고 있기에…… 나서기 전에 방에다 짧은 서신을 두고 오긴 했어요.”
“서신을 남기셨다니 괜찮겠지요.”
그제야 태림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나는 싱긋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닌데 뭐 어때요? 어딜 갈 때 허락받을 나이는 지났는데.”
“허락을 받으란 것이 아니라 어디를 가시는지는 알리셔야 한다는 겁니다. 말씀은 안 하셔도 폐하께서 걱정이 크세요.”
그렇게 말하는 태림의 표정이 심각했다. 그냥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았다.
“무슨 걱정이요?”
“국혼 문제로 제가 회의에서도 말이 많잖습니까. 절노부와 소노부에서 각각 내세우는 사람이 다르니…….”
“소노부에서 영을 황후로 세우려는 건 운 도령이 잘 막고 있잖아요?”
소노부로 돌아간 운은 빠르게 해씨 집안을 장악하고 있었다. 아버지에게 휘둘리느니 먼저 휘어잡기로 결심한 것이다.
운이 그런 결심을 한 데는 영의 문제가 걸려 있었다. 영이 정치 공작을 위한 패로 사용되는 것을 막으려는 그의 노력 덕분에 최근 제가 회의에서 영의 이름이 쏙 빠졌다고 했다.
“해운 님의 누이가 아니라도 소노부엔 여인이 많습니다. 우희 님의 경우처럼 소노부의 고추가가 그중 한 명을 양녀로 들일 수도 있고요.”
“그럴 수는 있겠지만…….”
나는 그렇다 하더라도 운이 담덕을 도와 소노부 출신의 황후가 생기는 일을 막아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영과 재회하던 날 그가 입에 올렸던 신뢰가 썩 진심처럼 보였던 탓이었다.
“한데 그 문제가 내 동선을 알리는 것과는 무슨 상관이 있어요?”
“소노부 쪽에서 나쁜 마음을 먹으면 어디까지 일을 벌일지 모릅니다. 폐하께서는 언제나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시는 편이니…….”
태림이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나를 보았다. 그 눈빛 덕에 나는 미처 완성되지 못한 말이 무엇인지 알아챘다.
“소노부가 날 죽이려 들 수도 있다고요?”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제가 옆에 붙어 있으니까요.”
“한동안 태림만 계속 내 호위를 맡기에 이상하다 싶었어요. 일이 많아져 지설의 머리를 빌려야겠다는 담덕의 말을 믿었는데…….”
담덕이 참으로 태연하게도 거짓말을 했다 싶어 미간을 찌푸리니 태림이 그를 대신해 변명을 해 주었다.
“그 말도 사실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 그리 결정하신 것이니……”
“알아요. 우리 태왕께서 얼마나 많은 것을 고려하는 분인지.”
나는 웃으며 처마 밑으로 손을 뻗었다. 굵은 빗줄기가 손을 때리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소진이 죽던 날도 이렇게 비가 쏟아지던 장마철이었지.
쓸데없는 감상에 빠지기는 싫었다. 나는 고개를 저어 죽음에 대한 기억을 떨쳐 버리고 태림을 바라보았다.
“언제 그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진 이곳에서 신세를 져야겠어요.”
“순도 스님께 잠시 쉴 곳을 내어 달라 청하겠습니다.”
태림은 대답과 함께 내가 말릴 새도 없이 빗속으로 뛰어들었다.
아무리 건강한 사내라고는 해도 이런 비를 함부로 맞으면 좋지 않을 텐데.
걱정스러운 눈으로 사라지는 태림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빗소리를 뚫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주님!”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도림이 커다란 삿갓을 쓰고 처마 밑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몸을 굽혀 삿갓을 뒤로 젖히는 도림에게 눈을 맞추었다.
“도림 스님. 어디를 그리 다녀오세요?”
“다녀오긴요. 시주님께서 오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뵈러 온 것인데요.”
“저를요?”
“예. 오랜만에 저와 바둑을 한 수 나누는 것이 어떻습니까? 오실 때마다 바쁘게 돌아가시는 바람에 함께 바둑을 둔 날이 오래전 일입니다.”
도림이 퉁명스럽게 말하며 입을 비죽 내밀었다. 그 모습이 여간 귀여운 것이 아니었다.
“벌써 그런 날이 오래되었습니까?”
“그럼요. 근래에 시주님도 금방 돌아가시고, 절에 머물렀던 스승님도 집으로 돌아가신 뒤로는 발길이 뜸하시어…….”
도림의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 나는 외로운 소년이 안쓰러워져 웃는 얼굴로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무슨 걱정이세요? 오늘은 비가 이리 내리니, 비가 그치기 전까진 돌아가지 못합니다. 도림 스님과 바둑 한 수 두지요.”
“약속하셨습니다? 비가 그칠 때까지 저와 바둑을 두기로!”
“예. 약속했습니다.”
내 말에 도림이 “와아!” 하고 두 손을 들었다.
“그러실 줄 알고 벌써 준비를 다 해 두었습니다! 저만 따라오세요!”
도림이 신나게 웃으며 나를 잡아끌었다. 나는 순순히 어린 스님의 손에 끌려가며 조금 전까지 내가 서 있던 빈자리를 바라보았다.
태림이 곧 돌아올 텐데. 말도 안 하고 도림 스님을 따라가도 되려나…….
하지만 어차피 사찰 안에 있을 터. 태림도 나를 금방 찾아낼 것이다. 순도 스님의 도움까지 받으면 더 걱정할 것도 없었다.
나는 한구석에 남은 찜찜한 마음을 몰아내고 밝게 웃는 도림의 뒤를 따랐다.
* * *
도림은 나를 사찰 끝에 있는 작은 정자로 안내했다. 그와 바둑을 둘 때면 애용하는 장소였다.
미리 준비해 두었다는 말이 진짜였는지 정자 위에는 기반(棋盤)은 물론 김이 올라오는 차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비가 내리니 제법 운치가 있습니다, 스님.”
나는 이동하느라 조금 젖은 옷을 털어 내며 자리에 앉았다. 도림이 재빨리 맞은편에 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옳으십니다. 빗소리와 함께 바둑을 두니 이보다 좋은 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면서 도림이 돌을 쥐었다. 상수(上手)는 도림이니 그가 백돌을, 나는 하수(下手)이니 흑돌을 잡는다.
우리는 익숙하게 기반 위에 돌을 얹으며 수를 주고받았다. 주변이 빗소리로 시끄러웠지만 바둑에 집중하니 소리는 금세 잊혔다.
수를 주고받을수록 형국은 내게 불리해졌다. 하지만 아직은 해 볼 만한 상황이다.
나는 슬쩍 도림의 눈치를 보았다. 즐겁게 웃으며 기반 위의 수를 살피는 그의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내가 어디까지 둘 수 있나 시험을 하는 듯했다.
나도 어디 한번 시험을 해 봐?
나는 잠시 고민하다 엉뚱한 곳에 돌을 내려놓았다.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곳에 돌을 두자 도림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의도를 파악하려는 듯 도림이 내 얼굴을 보았다. 나는 재빨리 표정을 관리해 진중한 수를 놓은 척 연기했다.
그 표정을 본 도림의 얼굴이 금방 심각해졌다. 턱을 매만지고, 머리를 부여잡고, 초조하게 다리를 떨었다.
나는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애써 삼키며 도림에게 말했다.
“스님. 너무 오래 고민하시는 것 아닙니까?”
“그…… 아닙니다! 지금 둡니다!”
도림이 그렇게 소리치며 엉뚱한 나의 수 근처에 돌을 놓았다. 내 진지한 표정에 넘어와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다.
그 수 하나로 판세는 완전히 내게로 기울었다. 그것을 알아차린 도림의 표정이 갈수록 시무룩해졌다.
“역시 그 수, 실수지요?”
“실수가 아니라 도림 스님을 시험한 겁니다. 스님께서 늘 저를 시험하시니, 한 번 정도는 저도 스님을 시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실력을 전부 아는 우스운 상대라고 절 너무 무시하셨습니다.”
“맞습니다. 방심이야말로 가장 큰 적이거늘…….”
도림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음 수를 두려는 순간, 멀리서 저벅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태림이 온 것일까?
하지만 시선을 돌려 본 곳에 있는 자는 태림이 아니었다.
옷차림이며 체격이 태림과는 완전히 달랐다.
누구지?
나는 다가오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려고 시선을 고정했다. 하지만 쏟아지는 비에 얼굴을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시주님? 왜 그러십니까?”
도림이 나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 역시 다가오는 사람을 발견했는지 의아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찌 비까지 맞아 가며 여기에 오시는 걸까요?”
“도림 스님께서 아는 분이십니까?”
내 손님이 아니라면 도림을 찾는 사람이 아닐까 했는데, 도림도 다가오는 사람을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얼굴이야 잘 안 보이지만 분위기가 낯섭니다. 처음 뵙는 분인 듯한데요.”
나와 도림은 의아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다 다시 다가오는 사람에게로 눈을 돌렸다. 거리가 가까워지니 점차 상대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는 얼굴이 눈에 익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다가오는 사람은 분명 담덕이었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 사람이 왜 여기에 있지?
흠뻑 젖은 몰골을 보니 생각할 새도 없이 몸이 먼저 움직였다.
나는 포를 벗어 머리 위를 가리고 그대로 정자를 뛰쳐나갔다. 포가 순식간에 빗물에 젖어 묵직해졌다.
“담덕!”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담덕 앞에 섰다. 가까이에서 보니 그의 몰골이 더 엉망이었다.
이제 와 무슨 소용일까 싶었지만 그래도 더 비를 맞게 둘 수는 없었다. 나는 까치발을 들고 팔을 쭉 뻗어 내가 쓰고 있던 포를 조금 더 위로 끌어 올렸다.
떨어지는 빗물을 가려 주고 싶었지만 키 차이가 제법 나 쉽지가 않았다.
어떻게든 비를 막기 위해 낑낑대는 나를 빤히 보던 담덕이 내 팔목을 붙잡아 끌었다.
“우희.”
담덕이 팔을 잡아끈 바람에 손에 들고 있던 포가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쏟아지는 빗줄기가 그대로 얼굴에 들이쳤다.
“어찌 여기에서 이러고 있어? 내리는 비를 다 맞고…….”
걱정과 불만이 뒤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리며 땅에 떨어진 포를 바라보다 담덕이 손에 검을 쥐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담덕?”
나는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담덕은 입을 꾹 다문 채 처음 이곳에 나타났을 때처럼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인데 이래?”
무서운 일이라도 터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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