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레이린?”
대번에 표정을 허물어트린 에드윈이 여유가 사라진 얼굴로 그녀를 붙잡았다. 그러나 레이린은 순식간에 몸 전체로 퍼져 가는 열기에 그대로 에드윈의 품으로 무너져 내렸다.
‘독?’
레이린은 목구멍이 메말라 바스러질 것만 같은 느낌에도 그런 생각을 하며 필사적으로 이성을 부여잡았다.
‘하지만, 느낌이.......’
애초에 타나토스 때와는 느낌부터가 달랐다. 타나토스를 섭취했을 때는 말 그대로 온몸의 혈관 하나하나가 파괴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혈관 하나하나가 바싹 타오르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레이린은 잔을 집어 들었을 때 습관적으로 물의 향과 색을 확인했다. 애초에 모든 독에 어느 정도의 내성을 지닌 그녀였기에, 세간에 무색무취라고 일컬어지는 독도 어렴풋하게나마 구분이 가능했다. 그간 녹스에서 수도 없이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며 터득한 본능이 오감보다 빠르게 경종을 울려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에는 정말로, 아무런 문제도-’
바로 그때.
“흣.”
레이린은 저도 모르게 잇새로 앓는 듯한 신음을 흘리고는 제풀에 놀라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똑똑.
“클로비스 공. 안에 계신가요?”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맑고 잔잔한 음성이 방문 너머로 날아들었다.
“폐하께서 혹 몸이 좋지 않으신 건 아닌지 여쭤보라 하셔서.......”
조심스러운 어조의 말과 여리디여린 기척이 하나로 얽혀 귓가를 울렸다.
두 사람은 그것이 아네트 공주의 목소리라는 것을 깨닫고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얼굴을 굳혔다. 레이린과 에드윈은 태생부터 정반대인 이들이었으나 사고의 흐름은 무척 비슷했다.
웬일인지 에드윈을 먼저 방으로 돌려보낸 왕. 그런 왕의 지시로 에드윈을 찾아온 아네트. 애석하게도, 그들은 두 가지의 단서와 더불어 레이린의 몸 상태를 같은 선상에 놓고도 정답을 찾지 못할 만큼 바보가 아니었다.
형형한 눈을 한 레이린이 겹쳐진 손 아래로 조용히 이를 악물었다.
‘......최음제.’
왕이 유난히 에드윈과 아네트를 이어 주는 것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정도라는 게 있는 법이다. 아무리 욕심이 난다 한들 이딴 저급한 짓까지 저지르다니. 이 정도면 집착이 아니라 광증에 가깝지 않은가. 레이린은 자꾸만 잇새로 튀어나오려는 신음을 목 안으로 짓눌러 담으며 차갑게 분노했다.
한편, 레이린과 동시에 같은 결론에 도달한 에드윈의 표정 또한 흉흉해졌다. 이제는 어지간히 그의 기세에 익숙해져 있는 레이린조차 흠칫 어깨를 떨 정도였다.
“바로크.......”
에드윈은 나직이 이를 갈더니 당장에라도 왕의 목을 비틀러 갈 것처럼 살벌하게 몸을 일으켰다. 그것을 본 레이린은 눈앞이 아찔한 와중에도 반사적으로 한 손을 뻗어 그의 팔을 붙들었다. 그에 놀란 에드윈이 움직임을 멈추자 그녀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안 돼.’
아무리 유스티아의 주인인 에드윈이라고 한들 완전히 왕의 눈 밖에 난다면 돌이킬 수 없다. 모든 일은 결국 ‘명분’에 달려 있다. 그리고 지금, 헤르기아스에서 가장 큰 명분을 쥐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크 드 루에이리 왕이었다. 왕족이 지닌 신성력이란 그리도 절대적이었다.
어둠으로 점철된 시야를 비추는 등불. 신이 우리를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닐 거라는, 헛된 믿음을 자아내는 한 줄기 빛. 유스티아가 쌓아온 부, 풍요로움이 얼마나 대단하건 간에 그 모든 것은 왕족의 ‘신성력’ 앞에서 한순간에 의미를 잃는다. 인간이란 당장 눈앞에 있는 썩은 빵 반쪽보다는, 제 손이 닿지 않는 곳에 펼쳐진 화려한 만찬을 갈망하는 법이었으니.
‘아직은 아니야.’
적어도 지금은 왕과 적대할 때가 아니다. 하물며 다른 이유도 아닌, 고작해야 저 하나 때문에 에드윈을 포함한 유스티아 전체를 대륙의 공적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레이린은 제 생각이 부디 전해지길 바라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
에드윈은 이따금 불안하게 흔들리는 와중에도 또렷한 빛을 잃지 않는 회갈색의 눈에 잠시 말을 잃었다.
결국 레이린의 눈빛을 이기지 못하고 작게 한숨을 삼킨 그가 그녀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돌려보내고 오겠습니다.”
낮은 목소리는 여전히 서늘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그녀의 의중이 전해진 것인지, 조금 전처럼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숨 막힐 정도의 위압감과 살기는 어느 정도 사라진 상태였다. 그제야 안도한 레이린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헤르기아스에서 사용되는 최음제 종류의 약은 달리 해독제라고 할 만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시간이 지나 가라앉을 때까지 참고 견디는 수밖에. 최음제의 효과가 사라질 때까지의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데, 그 시간 동안 공주를 내내 문밖에 세워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에드윈의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킨 레이린이 바로 옆의 테이블에 걸터앉았다. 그는 그녀의 몸이 테이블 위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것을 보고서야 몸을 돌려 문간으로 향했다. 커다란 손이 문고리를 잡아 돌리자 얼굴의 절반이 겨우 드러날 정도로 작은 틈이 생겨났다.
에드윈은 최대한 분노를 내리누른 채 무감하게 입을 열었다.
“공주님.”
에드윈의 어깨 너머로 아네트의 새하얀 머리카락이 언뜻 비쳤다. 그것을 본 레이린은 더더욱 숨을 죽이며 어깨를 옹송그렸다.
“아, 클로비스 공.”
방문을 두드린 뒤로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기 때문인지, 아네트의 목소리에서는 퍽 반가운 기색이 묻어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에드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혼란스러운 듯 미간을 좁혔다.
“공? 얼굴이....... 혹시 어디 안 좋으신가요?”
그렇게 묻는 하늘색의 눈은 불순물 한 점 없이 무구했다. 연기로 꾸며낼 수 있는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왕의 독단인가.’
에드윈은 왕의 얼굴을 떠올리자마자 또다시 치솟는 살의를 애써 갈무리하며 낮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그보다 폐하께서 기다리실 듯하니 이만 돌아가시지요.”
빠르게 판단을 마친 그가 짧은 대답을 내뱉고는 칼같이 축객령을 덧붙였다.
갑작스러운 냉대에 당황한 아네트가 눈을 몇 번 깜박였다. 에드윈은 그녀의 앞에서 지금껏 이렇다 할 웃음 한 번 내비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최소한의 체면치레조차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은 또 처음이었기에 당혹스러웠다.
아네트는 조금 민망한 얼굴로 제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피곤하실 텐데 제가 방해했나 보군요. 폐하께는 제가.......”
“폐하께는.”
아네트의 말 중간에 불쑥 끼어든 에드윈이 희미하게 입술을 달싹였다. 새파란 눈동자가 일순 섬뜩한 빛을 띠고 번뜩였다.
“제가 나중에 찾아뵙겠다고 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등 뒤의 기척으로 미루어 보아, 레이린은 숨을 고르는 데 정신이 팔린 듯싶었다. 그에게는 다행인 일이었다.
눈을 동그랗게 떴던 아네트는 이내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은 채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부디 편히 쉬시길.”
“살펴 가십시오.”
에드윈은 진심 한 톨 담기지 않은 인사를 건네고는 지체 않고 방문을 닫아걸었다. 이어 몸을 돌린 그가 마주한 것은, 무릎 위로 고개를 처박은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레이린의 모습이었다.
“레이린?”
머리 위로 찬물을 뒤집어쓴 듯한 느낌이 이러할까. 드물게도 창백한 얼굴을 한 에드윈이 곧장 레이린에게 다가가 몸을 숙였다.
“괜찮.......”
그 순간.
“에드.”
갑갑한지 목을 부여잡은 채 헐떡이던 레이린이 앓듯이 에드윈을 불렀다. 그녀의 상태를 살피려던 그가 상체를 숙인 자세 그대로 굳어졌다.
“......도와줘.”
직후, 목걸이를 잡아 뜯듯 풀어낸 레이린이 그의 멱살을 끌어당기며 그대로 입술을 겹쳤다.
“레-”
미간을 찌푸린 에드윈이 레이린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 입을 열었으나 그 틈조차 곧장 말캉한 살덩이에 가로막혔다.
레이린은 저와는 달리 서늘한 에드윈의 체온이 기꺼운 듯 그를 더 단단히 휘감으며 달라붙었다. 입술을 깨물고 혀를 얽는 움직임이 절박했다. 입술에 닿아 오는 체온이 데일 듯 뜨거웠다. 그것을 깨달은 에드윈의 눈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그의 눈에 자리하고 있던 당황이 빠르게 자취를 감추었다.
가라앉은 얼굴의 에드윈이 레이린의 다리를 제 허리에 감게 하고는 그녀를 안아 들었다. 반듯한 걸음걸이로 침대에 다가간 그가 레이린을 침대에 내려놓자마자 그 위로 몸을 기울이며 입을 벌렸다.
“흣.......”
순식간에 입장과 자세가 뒤바뀌었다. 구겨진 시트 위로 황금색 머리카락이 물결을 그리며 춤추듯 흐트러졌다.
돌연 태도를 달리해 집어삼키듯 입을 맞춰 오는 에드윈에 레이린은 숨을 헐떡이며 저도 모르게 달뜬 숨을 토해 냈다. 얇은 검은색의 드레스는 어느새 가쁘게 오르내리는 가슴팍까지 밀려 내려가 있었다. 에드윈은 검은 옷자락 아래로 드러난 어깨를 가볍게 깨물고 빨아들였다. 레이린의 손 또한 잔뜩 벌어져 있는 에드윈의 옷깃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들은 말 그대로 정신이 나간 것처럼 입을 맞추고 혀를 얽었다. 이미 틈 없이 맞붙어 있었음에도 한 치의 거리조차 용납할 수 없다는 듯 거칠게 상대를 끌어당기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판이하던 체온이 같아진 것은 희미한 달빛만이 앞을 밝히는 깊은 밤이 찾아오고서였다.
* * *
라그나르는 레이린이 연회장을 벗어나고도 한참이나 지나고서야 왕궁에 다다랐다. 레이린부터 찾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억누른 그는 유유히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곧장 왕에게 허리를 굽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폐하. 이토록 경사스러운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영광일 따름입니다.”
짙은 남색의 눈이 사르르 휘어지며 부드러운 웃음을 만들어 냈다. 라그나르는 혀에 기름칠이라도 한 것처럼 영혼 없는 아부를 양껏 쏟아 놓았다. 그에 그 뒤에서 몸을 숙이고 있던 키안이 이쯤이면 사기라는 말이 모자랄 지경이라며 속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나 왕은 그런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기껍다는 듯 퍽 자애로운 얼굴로 허리를 펴라고 손짓했다.
“됐으니 일어나라. 한데 무슨 일이기에 이리 늦었는가.”
그에 자세를 바로 한 라그나르가 서글프게 눈을 내리깔며 답했다.
“오는 길에 알라기스들의 습격이 있어 조금 늦었습니다.”
“......지난 회의 때 1급으로 격상된 마물 말인가.”
“예. 하지만 다행히 그 수가 많지 않아 사망자는 없었습니다. 알라기스의 부산물은 폐하께 바치기 위해 따로 챙겨 두었으니 시종장을 통해 확인하시지요.”
그에 눈을 동그랗게 떴던 왕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군. 그대의 충정은 내 꼭 기억해 두지.”
“황공합니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생글 미소 지은 라그나르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왕의 앞에서 물러났다.
왕이 생각보다 더 윈프리드의 영주를 기껍게 여기는 것을 확인한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눈을 빛냈다. 라그나르는 제게 말 한 번 걸어보려는 눈빛들을 모른 척하며 티 나지 않게 연회장을 훑었다.
‘린은.......’
정보원의 말에 따르면 오늘은 검은색 드레스를 입었다는데.
‘......왜 안 보이는 것 같지?’
연회장을 한 바퀴 다 둘러보고도 레이린을 찾지 못한 라그나르가 심상찮은 기색으로 미간을 좁히고, 키안이 제 주인을 말릴 준비를 하는 순간이었다.
“로드 라그나르.”
불쑥 귓가를 파고드는 목소리에, 라그나르와 키안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얼굴을 굳혔다. 이드리스는 손에 든 부채로 입가를 가리며 곱게 눈을 휘었다.
“잠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라그나르는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려다가, 사람들의 시선이 제게 쏠려 있음을 깨닫고는 더없이 환하게 웃어 보였다.
“자리를 옮겨 이야기 나누시겠습니까, 로드 이드리스.”
“그거 좋지요. 날이 좋으니 산책이라도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시지요.”
서글서글한 웃음을 띤 이드리스가 부채를 팔랑이며 먼저 걸음을 옮겼다.
라그나르는 제 뒤를 따르려는 키안에게 레이린을 찾아보라는 뜻을 담아 눈짓하고는 이드리스의 뒤를 따라 정원으로 나갔다. 그는 정원의 입구에 다다르자마자 주위에 인기척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이건 무슨 수작이지? 혹시라도 헛소리 지껄일 생각이면 당장 집어치워.”
그러나 이드리스는 잘 가꿔진 길을 따라 걸으며 여유로운 기색으로 화답했다.
“어리석은 인간.”
“......뭐?”
라그나르는 돌연 저를 조롱하는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자 앞서가던 이드리스 또한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그렇게 발버둥 친다 한들 그녀에게 따라붙는 꼬리표는 평생 떨어지지 않을 것이며.”
이드리스가 레이린을 입에 담는 것과 동시에.
-콰직!
“......브리어스 양은 평생 당신의 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에게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 할 테지.”
라그나르가 내지른 단검이 그의 목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자의는 아니었다. 라그나르는 진심으로 이드리스를 죽일 생각으로 휘두른 검이었다. 다만 그의 칼끝을 막아서고 있는 주홍색의 결계가 문제였을 뿐.
“그것이 당신의 한계입니다, 녹스의 수장.”
이드리스는 그런 그를 도발하듯 한껏 화사한 웃음을 띠었다.
그에 라그나르의 손에 힘이 더해지며 손등에는 푸르스름한 핏줄이 돋아났지만, 결계는 여전히 견고했다. 결국 이를 악문 라그나르는 천천히 손을 거두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자, 이성적으로.’
지금 이곳에서 이드리스를 죽여 봤자, 기껏 윈프리드를 사람들 사이로 섞여들게 하려 했던 모든 일이 무로 돌아갈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이드리스 프리조프가 의도한 바대로 행동하는 것일 터다.
“......공께서 하나 간과한 게 있으신 것 같군요.”
가까스로 평정을 되찾은 라그나르는 품속으로 단검을 갈무리하며 빙긋이 웃었다.
“제 동생을 로드 에드윈의 곁에 세우라 의뢰하신 게 바로 당신이며.”
“.......”
“그 계약서가 녹스 수장의 손에 들려 있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아야 하실 겁니다.”
그리 말을 맺은 라그나르는 애써 살의를 갈무리하며 발길을 돌렸다. 이드리스는 빠르게 멀어지는 라그나르의 뒷모습을 보며 부채를 팔랑였다.
“아쉽네.”
죽을 생각은 없었지만, 그의 검에 상처라도 입었다면 꽤 볼만한 상황이 벌어졌을 텐데.
‘성능이 지나치게 좋아도 문제인가.’
이드리스는 제 부채에 보석처럼 매달려 있는 주술석들을 힐긋 응시했다. 개중 하나에 약간 금이 가 있었다.
‘......뭐. 그래도 이래저래 쓸만한 놈이니까.’
이드리스는 만족스러운 기색으로 부채를 탁, 접었다. 그가 은밀하게 퍼트려 놓은 씨앗들은 어느새 착실히 뿌리를 내리고 커다란 나무가 되어 있었다.
“수확할 때가 머지않았군.”
곧 오랜 인내의 결실을 볼 수 있으리라.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었다.
이드리스는 화사한 웃음을 머금은 채 시들어 가는 라트로피꽃 사이를 거닐었다. 어느덧 하늘에는 달이 떠올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