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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주인공의 여자사람친구입니다-83화 (83/92)

?83.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안녕하세요. 웨인 힐 교수님.”

루이스는 발랄하게 인사하며 온실로 들어갔다.

“아, 스위니 양.”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흙을 섞고 있던 힐 교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사건 이후로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루이스는 루이스대로 바빴고, 힐 교수는 근신에 가까운 생활을 자처했으니까.

하지만 루이스는 ‘괜찮으셨어요?’라든가, ‘별일 없었나요?’와 같은 질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답은 예전보다 한결 밝은 그의 얼굴만 봐도 알 것 같으니까.

“내일 졸업식에 쓸 겨울 장미를 확인하러 온 거죠?”

“네, 맞아요. 얼마 전에 눈이 많이 와서 걱정했어요.”

눈은 언제나 온실을 위협하는 존재다.

“무사합니다. 고생을 좀……했지만요.”

힐 교수가 어깨를 으쓱이며 자랑스레 웃었다.

“내내 위에 쌓인 눈을 치우신 거죠?”

“네.”

“제가 먼저 와서 도와주었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다른 착한 학생이 와서 도와주었으니까요.”

“아, 시몬 말씀이시죠?”

루이스는 자연스레 그를 떠올렸다. 시몬은 교수님의 온실에 여러 번 신세를 졌고, 또 훌륭한 노동력을 가진 인재니까.

“힐라드 군은 아닙니다.”

“시몬이 아니라고요?! 그럼 대체……?”

루이스의 질문에 교수님은 곤란한 듯 제 볼만 긁적였다.

“어쨌든 스위니 양이 이런 힘든 일까지 나서서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학업에 방해될 테니까요.”

“그래도 일손이 모자라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루이스의 제안에 교수님은 히죽 웃었다.

“그럼 나중에, 스위니 온실에 일손이 부족할 때는 저를 불러주시면 되겠군요.”

“와주실 건가요?!”

루이스가 두 손을 맞잡으며 꿈을 꾸듯 물었고, 힐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초대해 주신다면요.”

“물론 초대해야죠. 부모님께서도 기뻐하실 거예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희 아버지는 교수님께 열렬한 마음을 품고 계시거든요.”

이번에도 힐 교수는 볼만 긁을 뿐이었다.

그는 부끄러운 마음에 괜히 붉은 장미만 바라보았다.

비록 이곳이 온실이라고는 해도, 바깥은 겨울이다. 아무리 노력을 기울여도 이 작은 온실에는 때때로 겨울의 찬기가 스며들 수 있었다.

겨울 장미는 그런 환경 속에서도 화사하게 꽃을 피워낸다. 움츠러들지도 않고.

“……참 기특하죠.”

그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네?”

“아, 아닙니다. 스위니 양. 장미는 내일 아무 때나 오셔서 가져가셔도 됩니다. 그리고 오드모니얼 회장과 힐라드 군에게 축하한다고 전해주시면 좋겠군요.”

“졸업식에서 직접 전하시지 않고요?”

“아무래도 저는……참석이 좀.”

그가 곤란해 하기에 루이스는 더 권하지 않았다. 아마 구설에 오르는 것이 꺼려지는 걸 거다.

“교수님의 진심은 제가 잘 전달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두 사람의 대답을 전하러 여기에 다시 와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이 온실은 모든 생물을 환영하고 있고, 스위니 양은…….”

“어엿한 생물이죠!”

“예. 그러니 언제든지 찾아와 주세요.”

교수님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루이스는 곧바로 학생회실로 돌아왔다.

졸업식을 하루 앞두고 모두가 각자 맡은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장미는?”

이안이 사무적으로 물었다.

“무탈해요. 내일이면 최고로 예쁘게 필 거예요.”

“다행이군.”

“그보다 회장님은 뭘 그렇게 유심히 들여다보시는 거예요?”

루이스는 고개를 불쑥 내밀어, 그가 살피는 서류를 함께 보았다. 졸업생들의 이름과 시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졸업생들의 기숙사 퇴실 시간이야.”

“다들 시간이 다르네요?”

“내일은 각자 원하는 만큼 시간을 들여서 이곳 생활을 마무리 짓게 되니까.”

“그런데……. 그 시간표를 왜 회장님이 관리하시는 거예요?”

이안은 펜대로 루이스의 이마를 가볍게 콕콕 두드렸다.

“이렇게 응용력이 없어서야, 내년의 학생회가 걱정인데.”

“윽.”

“잘 들어. 내년에는 그대가 이 업무를 할 테니까.”

루이스는 앞머리를 정돈하고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학생이 문제에 휘말리지 않고 안전하게 귀가하는 걸 지켜보는 것은 역대 학생회장들의 신성한 마지막 업무야.”

아, 그렇구나. 어떤 순간에도 학생들을 위하는 것이 바로 학생회니까.

“왠지 로맨틱한 업무네요. 그런데 그 업무를 왜 제가 하게 되는 거죠? 그건 학생회장의 일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래, 학생회장이 하는 일이지.”

이안이 루이스를 격려하듯,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설마 저요?!”

“내 예상이 틀리지 않는다면 아마 그렇게 될 것 같은데.”

“틀릴 거에요! 그럴 리가 없다고요!”

“걱정하지 마. 생각보다 그렇게 일이 많은 자리는 아니야.”

그리 이야기하는 이안의 얼굴은 피로에 찌들어 있었다. 아주 많은 일에 시달린 탓이 분명했다.

“바쁘지 않다니 거짓말하지 마세요. 그렇죠, 클레어?”

루이스는 언제나 바쁜 이안을 2년 동안 옆에서 지켜봐 온 산 증인을 소환했다.

“어, 응?”

그러나 그녀는 그들의 대화를 듣지 못했는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이야?”

“아……. 제가 클레어의 일을 방해했네요. 미안해요.”

“아냐, 괜찮아.”

클레어는 긴 머리를 넘기고는 다시 펜을 고쳐 쥐었다.

그녀는 어떤 서류를 고쳐 적고 있었는데, 언뜻 보면 무슨 공부를 하는 것 같았다.

“회장님, 클레어는 뭘 하는 거예요?”

루이스가 소곤거리며 질문했다.

“학장님의 축사를 수정하고 있지.”

“축사를 수정한다고요? 왜요?”

“그야.”

이안이 설명하기 전에, 클레어가 제 옆에 둔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축사 원고가 이렇거든.”

학장님이 적은 축사는 ‘아카데미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제목의 논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완전히 강연이잖아요!”

“강연이 아니야. 영업이지.”

잠시 펜을 내려놓는 그녀의 손끝이 붉었다. 꽤 오랫동안 축사를 고치는 일에 매달린 모양이다.

“영업이요?”

“응. 이번 졸업식에는 유명인사가 둘이나 끼어 있으니, 대단한 명사들이 손님으로 올 테고.”

‘유명인사’라는 말을 할 때, 클레어는 이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학장님으로서는 대단한 영업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으신 모양이야.”

어느 행사든 학장님의 말씀이 길어지는 것만큼 불행한 일은 없다.

그러니 억울한 학생과 함께 싸워주고, 불의의 식단에 저항하는 아카데미 학생회는 학장님의 원고를 몰래 수정해 두기로 했다.

“그런데 이렇게 멋대로 남의 원고에 손을 대도 괜찮아요?”

“괜찮아. 학장님은 원고에 적힌 대로 읽는 분이거든.”

“그 원고가 바뀌었다고 화를 내시면요?”

이번에는 이안이 대답했다.

“물론, 문제없어. 학장님이 원고가 바뀌었다고 알게 되는 것은 졸업식 도중이니까.”

명사들을 불러 모은 졸업식에서 분노를 표출할 수는 없을 거다. 영업에 지장을 줄 테니까.

“물론 졸업식이 끝난 후에는 더더욱 화를 내실 수 없겠지.”

이안이 다시 신분의 옷을 입을 테니 말이다.

“와……. 졸렬해요.”

“졸렬하긴. 마지막까지 학생들을 걱정하고 돌보는 학생회장의 미덕을 발휘하는 거지. 그나저나 수정 상황은 어떻지?”

“방금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졸업생 여러분께 당부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라는 문장을 여섯 번째 발견했어.”

“열다섯 번 반복 된 ‘친애하는 내빈 여러분!’에 비하면 적은 숫자군.”

“그거 되게 이상한 축사 원고네.”

클레어 옆에 엎드려 있던 딘 크리시스가 비척비척 일어나. 학장님의 원고를 지적했다.

“내빈을 열다섯 번 부르는 사이에 졸업생은 여섯 번밖에 안 부르다니.”

“……전부 한 번씩만 불러도 충분하다는 지적은 하지 않으시네요.”

딘은 ‘어 그러네.’라고 중얼거리더니 다시 풀썩 엎드렸다.

어제 종이꽃 장식을 하나하나 만드느라 밤을 꼴딱 새웠다더니, 정말로 피곤한 모양이다.

“방으로 돌아가셔서 주무시는 게 좋지 않겠어요? 하다못해 저기 소파에서 주무세요.”

“싫어…….”

잠이 섞인 목소리는 꽤 고집스러웠다.

루이스는 일에 열중하는 클레어와 거의 잠이 든 딘을 번갈아가면서 바라보다가 괜스레 혼자 미소지었다.

두 사람은 여전히 사이가 아주 좋은 모양이다.

다행히 클레어는 저녁 식사 전에 간결하고 감동적인 축사 원고를 완성 시켰다.

이안이 학장님 성대모사를 하며 낭독해 본 결과 정확히 4분 36초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여전히 길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기존 원고가 워낙에 방대한 탓에 어쩔 수 없었다.

저녁 식사 후에는 강당으로 가서, 종이꽃 장식을 달아 두었다.

접착제나 가위를 학생회실에 돌려두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클레어는 루이스와 팔짱을 끼우며 아쉬운 듯 이야기를 꺼냈다.

“순식간에 하루가 가 버렸네.”

“그렇네요. 기분은 어때요? 기숙사에서 자는 마지막 밤인데.”

“무척 이상해.”

그녀는 가볍게 얼굴을 찌푸린 채 고개를 살살 저었다.

“내일 이 시간에도 왠지 루이스와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루이스는 클레어의 팔을 강하게 당겨 안았다.

“내일도, 그리고 모레에도 클레어가 계속 여기에 같이 있을 것 같은걸요.”

그런 미래는 아주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그러니 오늘이 마지막 밤이라는 사실이 더욱 낯설게만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2년이라는 기한이 있는 생활인데……. 왠지 꼭.”

“영원할 것 같죠?”

“응. 그런 기분이야. 어째서일까?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아니 오히려 아주 짧은 기간이라는 걸 빤히 알고 있었는데.”

“그러게요. 왜일까요?”

대답이 나오지 않는 물음을 안은 채 두 사람은 나란히 걸었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눈을 감고도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길을.

“……음, 재미있어서 그랬을까.”

“그럴 지도요.”

“루이스가 온 후로는 더욱 그랬지. 생각나? 우리 여름 방학 때 말이야.”

“그럼요! 그때 재미있었었죠. 밤새워 놀았잖아요.”

“맞아. 온종일 먹으면서 말이야.”

“관리 부인이 보내주신 감자로 만든 샐러드도 정말 맛있었어요.”

같은 기억을 함께 헤집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어느새 두 사람은 물론이고, 뒤따라오는 이안과 딘 역시 같은 얼굴로 웃게 되었다.

“역시 마지막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 내일도 학생회실로 끌려가서 또 회장님의 노동력이 될 것 같단 말이야.”

클레어의 이야기에 이안이 얼른 중요한 사실을 짚어 주었다.

“물론 내일도 훌륭한 노동력을 제공해야 할 거야. 클레어 이리스.”

“정말! 마지막 날까지 그럴 거야?!”

“마지막의 마지막 시간까지 일을 시킬 거다. 알뜰하지?”

“회장님은 진짜 지독하고 악독해……,”

말은 그렇게 해도, 클레어는 활짝 웃고 있었다.

* * *

졸업식 날에는 다행히 날씨가 맑았다.

온실에서 정성스레 키워 낸 겨울 장미는 단상의 한편을 장식하게 되었다.

졸업식은 학장님의 바람대로 대단한 귀빈들을 잔뜩 모시고 시작했다.

입학식과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사람이 붐비고, 축사가 있고 또 학생들이 모두 몸을 배배 꼬며 지겨워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안은 무사히 올해 최고 학생이 되는 명예를 누렸다. 그것을 증명하는 배지까지 받을 때, 루이스는 너무 부러운 나머지 손수건을 입에 물었다.

마지막에는 학장님의 말씀이 있었다. 단상에서 원고를 확인한 그의 눈썹이 미묘한 모양으로 꿈틀거렸다.

그 이유를 알고 있는 루이스는 딘과 함께 고개를 숙이고 쿡쿡 웃었다.

학장님은 잠시 이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지만, 결국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4분 36초에 달하는 감동적인 축사를 낭독해 주셨다.

클레어가 각색한 축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고, 곧 귀빈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학장님의 표정도 밝아졌다.

모두의 즐거움이 넓은 강당을 채우며 졸업식이 끝났을 때, 루이스는 어딘가 심장이 뻐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기쁨과 슬픔, 그 가운데에 자리한 애매한 감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졸업생 대이동 지옥’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교직원은 서로 앞다투어 가려고 하는 마차들이 꼬이지 않도록, 출발시각을 조절했다.

물론 어른 대부분은 좀처럼 남의 말을 들어 먹지 않으니, 교문에서는 5분에 한 번꼴로 마차가 꼬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 편, 루이스는 기숙사 현관에서 트렁크와 전쟁을 하고 있었다.

“자, 잠시만요! 이대로 여기에서 대기 해 주세요!”

학생들은 끊임없이 트렁크를 꺼내 두었다. 비슷하게 생긴 트렁크가 서로 뒤바뀌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멀쩡히 있던 트렁크가 갑자기 사라지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루이스는 ‘학생회에서 도움을 드립니다.’라는 종이 띠를 두른 채, 학생들이 잃어버린 트렁크를 찾아서 뛰어다녔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에는 아예 마차에 짐을 싣는 것까지 도와주게 되었다. 어쩌다가 이런 일까지 하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따금 잘 알고 지낸 졸업생 몇 명이 루이스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아, 예.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나중에 수도에서……. 아이참, 거기에 짐을 두시면 또 섞인다고요. 네? 네네, 수도에서 꼭 다시 만나……거기! 거기! 외부인은 기숙사에 들어가시면 안 돼요! 사용인분들은 마차에서 대기해 주세요!”

이쯤 되니 제대로 된 인사는 나누지 못했다.

물론 루이스가 상상한 졸업식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차분하고 우아한 이별을 생각했지, 이렇게 안전 요원 같은 일을 상상한 바란 것은 아니었다.

오후가 지나면서 비교적 남은 인원은 줄어들었다.

학생회는 퇴거를 마친 방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일도 담당했다.

혹시 두고 간 짐이 있으면 가장 마지막에 나가는 이안이 수도까지 가져갈 셈이었다.

물론 황태자에게 분실물을 찾으러 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해가 질 때 즈음에는 시몬도 아카데미를 떠나게 되었다.

그는 유학 일정이 나오는 대로 편지 하겠다고 약속해 주었다.

“시몬.”

“음?”

“힐 교수님께서 시몬의 졸업을 축하한다고 하셨어요.”

“내가 감사해 하더라고 전해주면 기쁘겠어. 교수님의 온실 덕분에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는 말과 함께.”

“그럴게요. 그리고 이건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거지만, 절대로 다른 나라의 식물을 들고 오면 안 돼요. 알았죠?”

진심으로 걱정해서 하는 말인데도 그는 그냥 웃기만 했다.

“또 계절이나 풍토가 다르면 아플 때도 있대요. 그러니까, 거기에서는 식사를 잘 챙겨 드셔야 해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2년이나 가시는 거잖아요.”

“2년이 얼마나 짧은 시간인지는 오늘 느낀 바가 있어서…….”

그는 어렴풋하게 웃었다.

“시몬도 아카데미의 2년이 짧게 느껴졌나요?”

“무척. 특히 마지막 1년은 더욱 그랬지. 루이스 덕분에.”

“저도 시몬 덕분에 첫 1년이 아주 좋았어요.”

“내가 다시 돌아왔을 때는, 너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까. 그러니 루이스…….”

그가 여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교직원과 이야기를 마친 이안이 두 사람을 발견했다.

시몬은 이안이 가까워지기를 기다렸다가 남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혹시 이안이 거짓말을 하거든, 꼭 내게 이야기하고.”

“……네?”

지금까지 이야기하던 것과 미묘하게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은데.

어쨌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시몬이 하는 말이니 루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루이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마차 위로 올랐다.

그다음에는 클레어가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그녀는 루이스에게 몇 번이나 ‘꼭 편지 해야 해. 알았지?’라고 당부했다.

물론 딘 크리시스에게 제발 아침잠을 줄이라고 애정 어린 잔소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클레어가 떠난 후, 루이스는 새삼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렇게 복잡하고 정신없었는데, 지금은 텅 빈 것처럼 고요하기만 했다.

하긴 그렇게 많은 손님은 물론, 학생 중 절반이 빠졌으니 당연했다.

루이스는 빙글 몸을 돌려서 이안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그의 뒤로 짙은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드디어 회장님의 마지막 임무가 끝났어요.”

이제 남은 마차는 그를 데리러 온 황실의 것뿐이었다. 헤셰가 마차 위에 앉아서 휘적휘적 팔을 흔들었다.

“이제 회장님도……가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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