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축하해요, 아주 많이요
“그러니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안은 제 방 앞에서 아카데미 직원들에게 으스대며 말했다.
“학생회장이며, 최고의 학생 후보인 제가 기숙사에 금지된 물품을 가져올 리 없지 않습니까?”
그제야 직원들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이안은 마지막 시험만 제대로 치러내면 명예로운 자리를 차지하며 졸업한다.
똑똑한 그가 제 자리를 위험하게 할 행위를 할 리 없었다.
게다가 이미 반나절 이상 이안의 방은 물론, 루이스와 시몬의 방까지 뒤졌는데 술은커녕 음료 한 병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이해합니다. 성실하신 아카데미의 직원분들은.”
이안은 친절하게 웃으며 직원들과 시선을 맞추었다.
“모든 신고에 진지하게 대응하실 의무가 있죠. 이제 돌아가셔서 간단히 보고서 작성을 마치신 후, 남은 시간은 짧은 주말의 휴식을 즐기시면 되겠군요.”
이안은 그들의 일정까지 알뜰하게 정해 준 뒤, 얼른 제 방으로 홀랑 들어갔다.
루이스와 시몬도 직원의 눈치를 보며 이안을 따라 들어갔다.
문이 쾅 닫혔을 때.
루이스는 잔뜩 얼굴을 찌푸린 채로, 이안 앞에 조르르 달려갔다.
“거짓말이 지나치게 능숙하신 것 아니에요?”
“거짓말이 아니야. 정말로 여기에 술은 없어.”
“하지만 어제 사셨잖아요.”
“그야 그랬지.”
이안은 팔짱을 끼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는 맛있는 술을 사 두고도 하루를 기다릴 수 있을 만큼 인내심이 훌륭한 사람은 못돼.”
루이스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걸 다 드셨다고요?”
“무심결에.”
루이스는 한쪽 팔로 들기 어려울 정도로 무겁고 커다랗던 술병을 떠올렸다. 그걸 다 마셨다고? 혼자서?
비록 루이스가 지금까지 술은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지만, 알코올에 몸을 맡긴 인간들의 추태는 꽤 여러 번 보았다.
온실의 직원 중에는, 흙 위에 드러누워서 “아이참, 따듯해요. 나는 나무가 되고 싶어요.”라고 헛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게다가 술의 영향은 밤에서 아침으로 이어져,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기도 했다. 누운 자세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보았다.
하지만 오늘 아침. 이안의 상태는 무척이나 멀쩡했다. 몇 번 손이 풀린 다음에는 훌륭한 활 솜씨를 뽐내기까지 했을 정도로.
어쩌면 좋담.
저 남자는 간 기능까지 빼어난 모양이다. 신체 중에 한 개 정도는 조금 보통 수준이어도 괜찮을 텐데.
“그보다 문제는 술이 아니야.”
문제는 그의 방이었다. 직원들이 그의 방을 구석구석 샅샅이 뒤진 덕에 아주 엉망이 되어 있었다.
이불은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고, 책은 책상과 창틀 여기저기에 쌓여 있었다.
이 정도라면 괜찮겠지만, 사실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방구석에 몰래 서식하던 덩어리 먼지가 시커먼 존재감을 빛내며, 여기저기에 소복하게 쌓인 것이다.
게다가 생일 케이크는 그 내부를 검사한다는 명목으로 조각조각 난도질이 되어 있었다.
홍차 상자도 크게 입을 벌린 채, 그 안에 든 말린 찻잎을 반쯤 토해내고 있었다. 물론 쏟아진 찻잎 사이로도 먼지가 껴 있었다.
세 사람은 이제 벽면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루이스가 예쁜 색종이로 만든 ‘생일 축하해요, 시몬.’ 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 시몬’이라는 글자만 남아서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생으로 시몬을……어떻게 하려는 것처럼 보여서. 물론 익혀도 곤란하지만 말이다.
그나마도 이안이 창문을 열자, 아슬아슬하게 벽에 걸려 있던 ‘시몬’이라는 글자가 뭉개진 케이크 위로 툭 떨어져 버렸다.
그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던 이안이 간단히 감상을 전했다.
“시몬 힐라드의 생일 파티를 반대하는 국가적 모임이 있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은데.”
“어쩌면 정말로 그런 모임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건 어디부터 정리해야하죠?”
우울한 물음에 이안은 시간부터 확인했다. 여러 사건으로 시간을 허비하느라 벌써 저녁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니 이안의 방을 정리하느라 귀한 시간을 쓸 수는 없었다. 굳이 정리한다면, 시몬의 방이 우선이다.
오늘 생일인 사람을 먼지 더미에서 재울 수는 없는 법이니까.
세 사람은 시몬의 방으로 이동했다. 그의 방은 이안보다는 사정이 훨씬 나았다.
아니 나은 정도가 아니었다.
멀쩡했다.
게다가 책상 위에는 커다란 케이크 상자도 하나 놓여 있었다.
그 상자의 크기와 모양이 익숙하여, 세 사람은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린 시절에 시몬의 생일이 되면 스위니 부인은 언제나 저 상자에 든 케이크를 들고 나타나셨다.
수도의 어느 가게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세 사람은 그것이 스위니 부인이 만든 거로 생각해왔다.
루이스가 가장 먼저 상자로 다가갔다.
“어머니께서 다녀가셨나요?!”
“글쎄, 방문하겠다는 말씀은 따로 없으셨는데. 어느 쪽 스위니 부인도.”
이안의 대답에 루이스는 놀란 눈을 하고 이안을 돌아보았다.
“아직도 우리 어머니와 안부를 주고받으세요? 그러니까, 진짜 어머니 쪽이요.”
“이제야 미용사를 바꿀까 하는 고민을 들어드릴 정도지만 말이야.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하고 있어.”
이안이 그리 대답하며 턱 끝으로 상자를 가리켰고, 시몬이 짙은 푸른색 리본을 당겨 상자를 열었다.
가을의 당근 케이크가 있었다.
시몬의 생일이면 언제나 먹었던 투박한 케이크로, 그가 제법 맛있게 먹는 것 중 하나였다.
“내용물도 그대로네요.”
루이스가 상자 안을 불쑥 들여다보며 감탄했다.
상자 안에서 고소한 냄새가 흘러나온 뒤로는 모두 행동이 빨라졌다.
케이크를 꺼내고, 따끈따끈한 차를 준비했다.
실내가 조금 싸늘한 것을 의식한 이안이 어디에서 제법 두툼한 컵을 마련해 왔다. 찻물의 온기가 오래 유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시몬은 케이크를 예쁘게 잘라 나눌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예로부터 생일 케이크는 통째로 먹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비록 아름다운 모양새는 아니지만 말이다.
셋은 교양도 예법도 내려놓은 채, 커다란 홀 케이크를 포크로 파먹기 시작했다. 아주 전투적으로.
가을의 당근은 견과류를 연상시킬 정도로 고소하다. 특유의 단맛도 있었다.
그러니 신선한 당근을 아낌없이 넣어 구운 당근 케이크는 맛있는 것이 당연했다.
곁들여진 크림은 치즈가 다량 들어간 것으로, 특유의 거친 식감을 부드럽게 해 주었다.
루이스는 이러한 당근 케이크를 아주 좋아했다. 사실 맛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것을 먹는 이안과 시몬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둘은 이 케이크 앞에서는 가장 완벽한 협동심을 선보인다.
크림을 잔뜩 얹어 먹는 이안과 크림을 거의 먹지 않는 시몬.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당근 케이크 하나를 몰살하는 것은 큰일도 아니었다.
제법 커다랗다고 생각했던 케이크는 금방 사라져 갔다. 어느새 마지막 한 조각만을 남겨 놓게 되었다.
그리고 늘 그렇듯, 생일 케이크의 마지막 조각은 주인공의 차지다.
“생일 케이크의 마지막 조각에는 파티에 참석한 모든 이의 기쁨과 축복이 깃들었다고 하지.”
이안이 근엄한 얼굴로 선언했고, 루이스는 쿡쿡 웃었다.
“우리의 기쁨과 축복이 이런 모양이라 어쩌죠?”
보통 ‘생일 케이크의 마지막 조각’이란, 칼로 예쁘게 잘라 나눈 후, 마지막으로 남은 조각에 그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렇게 포크로 마구 파먹어서 보잘것없는 모양새가 된 마지막 조각이 아니라.
한참 웃으며 케이크를 바라보던 루이스는 무언가가 떠오른 듯 작게 손뼉을 쳤다.
“아, 있잖아요. 시몬.”
“음?”
“저, 어머니께서 평소 만드신 당근 케이크는 이만큼 맛있지 않았다는 게 떠올랐어요.”
하지만 시몬의 생일에는 맛있는 당근 케이크를 내어주셨다.
언제나, 항상.
“시몬의 생일에만 마법처럼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어 내시는 줄 알았는데.”
이제야 알았다. 그건 어머니의 케이크가 아니었다. 아마 선황비께서 보낸 선물이었을 거다.
「생일 선물이었나요?」
「오늘이……루이스 스위니의 생일이었던가?」
조금 전에는 모르는 척하셨지만, 사실은 알고 계셨던 게 틀림없다. 매해 잊지 않고 케이크를 보낼 만큼.
“할머님께 그런 면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이안이 놀란 얼굴을 하고서는 텅 비어버린 케이크 상자를 바라보았다.
“그런데도 두 분은 광대 노릇을 시킨다고 불평만 했죠.”
“……다시 광대로 고용해 달라고 간청하는 편지를 보내야 할 것 같다.”
그리 말한 시몬은 마지막 조각을 기쁘게 삼켰다. 축하하는 이들의 기쁨과 축복까지 함께 삼켜 졌을 거다. 꿀꺽하고.
“아. 그리고 이건, 제가 드리는 선물이에요.”
루이스는 계속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사실은 이런 게 선물이 될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요.”
상자는 시몬의 손 위로 올라가자, 더욱 작아 보이기만 했다.
“오늘 오전에 있었던 일 덕분에, 이런 선물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어요.”
루이스가 어색하게 웃었고, 시몬은 조심스레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잉크가 있었다. 두툼한 유리병에 든 것으로, 시몬의 머리카락만큼이나 아주 새카만 것이었다.
“그냥 평범한 잉크에요.”
시몬은 잉크병을 높이 들어 올렸다. 어느새 기울어진 붉은 햇살이 병 위로 들었고, 검은 것에서 빛은 모두 사그라들었다.
“……대단한 것은 없고요.”
루이스는 그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선물로 잉크를 보낼 때는 대단한 마법적 기능이 숨어 있는 것을 보내곤 했으니까.
“대신, 일부러 검은색을 골랐어요.”
시몬은 다시 병에서 시선을 떼어 루이스를 바라보았다.
안절부절못하는 것을 보니 이걸 선물로 정해 놓고도 줄곧 걱정했던 모양이다. 정말 이런 것으로 괜찮을지.
“전에 이야기했잖아요. 시몬은 검은색이라고요.”
시몬은 비의 계절에 루이스와 나눈 대화를 어렵지 않게 떠올렸다.
「이안은 보라색을 루이스의 색으로 정해두었거든.」
「그럼 공자님은 무슨 색이에요?」
「딱히 물어보지 않았는데……. 아마 검은색일까.」
「마침 좋네요. 검은색은 모든 색을 너그럽게 끌어안았죠.」
그리 말하는 발랄한 어조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검은색 잉크를 고른 거군.”
“그게, 그것도 있지만요.”
루이스는 시몬의 손에 들린 검은 잉크를 바라보았다.
“시몬이 그렇게 말해 주어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었어요.”
“고맙다고?”
루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색은 어디에도 있잖아요.”
특히 아카데미에서는 말이다. 그들이 보는 책에는 언제나 새카만 글씨가 빼곡 했다.
“제가 진술서를 적을 때도 검은 잉크를 사용했고요.”
물론 루이스는 그 검은 잉크를 머금은 펜촉으로 종이를 찍어 누르며 분노를 토하기도 했다.
“그래도 때때로 검은색을 보면, 그렇게 말하던 그 날의 시몬이 떠올랐거든요.”
상냥한 사람을 떠올리는 시간은 언제나 좋았다.
행복할 때는 더욱 기쁨이 생기고.
우울할 때는 조금 나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덕분에 저는 검은색을 더욱 좋아하게 되었고요.”
“그렇게까지, 깊은 의미를 둔 말은 아니었는데…….”
“알아요. 제가 멋대로 기억하고 생각을 키운 거죠. 그래서 이런 선물을 해도 좋을지 고민한 거고요. 그래도…….”
루이스는 시몬에 손에 들린 검은 잉크를 보면서 웃었다.
“시몬의 색에 위로를 받은 건 사실이니까요.”
잉크는 새카맣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전부 섞으면 아마 이런 색이 되어 버릴 터다.
참 너그러운 색이다. 어떤 것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여 줄 것 같다.
“시몬의 생일에 이런 근사한 색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고마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생일 축하해요.”
그렇게 이야기를 마친 루이스는 시몬이 무어라 대답하기 전에 얼른 제 솔직함을 덧붙였다.
“정말로, 많이요!”
시몬은 한 손으로 잉크병을 꾸욱 쥐어 보았다. 차가웠던 유리병에 어느새 온기가 옮아 붙어 따듯했다.
‘검은색을 좋아한다.’ 라는 루이스의 말에 깊이 감동한 것처럼.
“……고맙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제 책상 가운데에 잉크병을 놓아두었다.
“게다가 다음 시험은 철저하게 대비하신다니, 잉크가 무척 많이 필요하실 테고요.”
“쓸 수 있으려나.”
시몬이 작게 중얼거렸다. 저대로 평생 간직하고 싶었다.
멋대로 기억하고 생각을 키우는 것은 시몬도 잘하는 일이니까 말이다.
“써야 할걸.”
이안이 포장된 상자를 훅 집어 던지며 끼어들었다. 시몬은 솜씨 좋게 그가 던진 상자를 낚아챘다.
“진심으로 그대의 발밑에 나를 둘 생각이라면 말이야. 폼으로 수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거든.”
“알고 있어.”
그리 대답하며 열어 본 상자에는 펜촉과 펜대가 들어있었다. 끝이 몹시 가느다란 작은 펜촉은 시몬이 즐겨 사용하는 것이었다.
“전혀 모르고 있어, 시몬 힐라드. 그대는 루이스가 준 잉크뿐 아니라, 네 피라도 뽑아 쓸 각오로 열렬하게 임하고서야 겨우 그 무시무시한 클레어 이리스의 뒤에 서게 될걸.”
루이스는 이안이 클레어를 가리켜 ‘무시무시’라고 묘사하는 것에 반발하지 않았다.
성적에 관한 한 그녀는 실로 무시무시했다.
특별히 시험을 대비하지 않아도 차석을 할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니까.
“걱정하지 마, 이안 오드모니얼.”
시몬은 이안의 선물도 책상 위에 가지런하게 놓아두었다.
“나는 잉크만으로도 충분히 바라는 자리로 갈 수 있으니.”
그리 대답하는 시몬의 얼굴에는 보기 드문 자신감이 흘렀다.
이안은 제 심장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이러한 시몬을 두려워했지만, 늘 기다리고 있었다. 항상 바라고 있었다.
그러니 이안은 기꺼이 그에게 모든 것을 양보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안은 ‘물러남’이 허락되지 않는 자리에 있었다.
그러니 그는 변하지 않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아마 시몬 역시 그런 이안을 기대하고 있을 테고.
“고맙다.”
그리 대답한 시몬은 서랍에서 카드 게임을 꺼냈다. 이 즐거운 시간에 게임이 빠질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러고 보니 시몬이 좋아하는 여신의 사과 게임은…….”
“망가졌던데. 내 방을 수색하다가 누가 밟은 모양이야.”
안타까운 일이지만, 금방 괜찮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에는 배가 부른 친한 친구 세 사람과, 재미있는 카드 게임이 있다.
아쉬움 따위가 끼어들 자리는 조금도 없었다.
* * *
시간이 흘러 게임에 지친 후에는 각자 푹신한 카펫 위에 편할 대로 늘어졌다.
교수님이나 학생들에 관한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가도, 각자 제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깔깔 웃었다.
특히 루이스가 참 많이 웃었다.
작은 별이 선명해질 시간이 되었을 때는 시몬이 양초를 켜 주었다.
양초의 빛은 과거를 떠올리게 해 준다. 과거를 공유하는 세 사람의 입이 바빠졌다.
시몬은 문득, 오늘이 그에게 있어서 최고의 생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마 다시는 어디에서도 이런 생일을 보내지 못할 것이리라.
그러다가 루이스에 대한 걱정이 들었다.
그녀의 생일은 그들의 졸업과 신년 사이에 있었다.
루이스가 세우는 일정에 따라서 아카데미에서 조용하게 보내게 될 수도 있었다.
그녀가 수도에 있다고 하더라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을 거다.
이안은 정식으로 환궁한 직후로 바쁜 일정에 시달릴 테고, 시몬도 유학 일정에 따라서 함께 있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루이스는 언제나 두 사람을 위해서 노력해 주었는데도 말이다.
“……왜 그래?”
이안이 루이스에게 베개를 전해 주며 묻기에 시몬은 고개를 저었다.
루이스는 조금 피곤한지, 커다란 베개를 끌어안고 ‘잠시 눈만 감고 있을게요……,’라고 말하고는 곧바로 잠들어 버렸다. 앉은 채로 말이다.
“조금 걱정했을 뿐이야. 루이스의 생일을.”
“아아.”
마침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이안도 금방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안, 조금 전에.”
시몬은 루이스가 완전히 잠이 든 것을 확인한 후, 이안을 돌아보았다.
“음?”
“거짓말을……하던데.”
서늘한 목소리에는 시몬의 변하지 않은 마음이 아낌없이 속해있었다.
“루이스 스위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