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저곳이 중심입니다
루이스는 창밖으로 떠오른 태양의 위치를 확인하며 물었다.
“이해시킬 것이 뭔지는 몰라도 마차에서 이야기하면 안 돼요?”
“…….”
“슬슬 이동하지 않으면, 상점가는 꽤 붐비잖아요.”
그녀를 옭아매던 양쪽 팔이 스르르 풀려나갔다. 이안이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걸 대체 어떻게 마차에서 이해시키라는 거지…….”
그가 짧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루이스는 그냥 듣지 못한 척해 주었다. 왠지 그편이 나을 것 같아서 말이다.
* * *
오후가 되었을 때, 조용히 제 방에서 책을 읽던 시몬 힐라드는 잠시 창문을 열었다.
완연한 가을의 아카데미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아젠틴어는 낙엽을 색에 따라 다른 말로 부른다고 했지.
뭐라고 했더라…….
그는 책상에 올려 둔 사전을 뒤적였다.
시몬은 최근, 다른 나라의 언어에 심취해 있었다.
말은 재미있었다. 단순히 의사 전달의 도구 같지만, 사실은 그 안에 계절과 지리, 사회와 역사가 모두 녹아 들어가고 만다.
그 은밀함이 좋았다. 시몬과도 어울렸다.
사전에서 원하는 말을 찾아낸 시몬은 발음 기호에 따라서 제 입술을 움직였다.
낯선 말을 할 때면 그의 목소리나 억양이 달라진다.
그렇게 될 때마다 그는 잠시나마 제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에 휩싸인다.
괴이한 일이다.
말하는 언어가 달라진 것뿐인데, 자아까지 달라졌다고 여기게 되다니.
창문 밖에서 마차 소리가 들리기에 그는 다시 시선을 옮겼다.
이안의 마차였다. 느릿느릿하게 이동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안은 루이스와 함께 마차를 탈 때, 절대 속력을 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니까.
둘은 상점가에 다녀오는 모양이다. 예전처럼 생일을 보내자는 시몬의 청을 들어주기 위해서 말이다.
시몬은 괜스레 제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기대감이 차오를 때면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되고 만다.
아마 그 감정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거다. 부끄럽게도 말이다.
마차는 기숙사 앞에서 멈추었고, 벌컥 문을 열어젖힌 루이스가 훌쩍 뛰어내려 시원하게 기지개를 켰다.
어째 고양이 같네.
그런 생각이 든 기념으로 내일은 루이스의 머리를 양쪽으로 묶어 주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아마 본인은 질색하겠지만, 시몬이 생일임을 내세우면 얌전히 받아들여 줄 거다.
음, 이런 생각이 든다는 건.
‘……아직도 좋아하고 있다는 뜻일까.’
비의 계절과 같은 심정으로 말이다.
시몬은 잠시 제 끈기에 놀랐다. 포기하는 것에 익숙해진 마음이니, 끈기 같은 것은 없을 줄 알았는데.
하지만 역시.
루이스의 곁에는 이안이 있는 편이 나았다. 시몬은 최근 그 사실을 새롭게 실감했다.
사람들은 라센과 힐 교수의 처분을 윤리 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았다.
실제 결정권자는 이안이었다. 그리 되도록 그가 만들었다.
그는 성년이 되어 갖게 된 다양한 힘을 아낌없이 사용하여, 위원회의 원로들과 접촉했다.
다수결을 채택한 회의이니, 사실상 그들의 결론을 이안이 원하는 대로 이끄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아니, 표현이 틀렸다.
이안이 원하는 대로……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루이스 스위니가 원하는 대로.’다.
이안은 루이스를 편애하니까.
아마 시몬이 루이스를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아주 맹목적일 것이다.
다시 창밖을 내다보니, 맹목적인 황태자께서 루이스 스위니의 팔에 커다란 상자를 올려놓고 계셨다.
……또 맹목적으로 일을 시키는 모양이다.
물론 이안은 더욱 커다랗고 무거워 보이는 상자를 들고 있긴 했지만.
근처를 지나가던 다른 남학생이 두 사람 앞에서 멈추었다. 아마 루이스를 도와주려는 게 틀림없었다.
저 남학생은 언젠가 루이스에게 지리학 노트를 빌려주겠다고 했었던 이안의 이웃으로, 그녀에게 몹쓸 흥미를 갖고 있었다.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시몬은 사전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소 걸음이 다급해졌다.
이안이 루이스를 도울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다음으로 나서는 것은 시몬이 되어야 했다.
그것만큼은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었다.
* * *
“괜찮아요. 제가 들 수 있으니까요.”
시몬은 커다란 상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훅훅 흔들어 대는 루이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루이스는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는 모양이다.
그녀가 이렇게 씩씩한 사람이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시몬은 이안을 돌아보았다. 그는 세 개나 되는 상자를 높이 들고도 요령 좋게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도와줄까.”
시몬이 가장 위에 올려 둔 상자를 집어 들자, 이안이 노골적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그대가 도와주는 건 곤란해.”
“왜?”
“그야, 명석한 시몬 힐라드는 상자의 무게와 소리만으로도 내용물을 유추할 수 있을 것 같거든.”
“그 정도로 똑똑했다면, 내가 수석을 했겠지.”
“성적을 마음대로 조절하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그거.”
이안이 불만스럽게 중얼거리기에 시몬은 그냥 어깨만 으쓱이고 말았다.
시몬은 성적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하지는 않았다. 그냥 아버지께서 정하신 적당한 선을 찾아가는 것뿐이다.
그리고 이안은 훌륭하게도 언제나 대단한 성적을 뽐내주었다.
그 누구도 시몬에게 시선을 둘 수 없도록 말이다.
사람들은 이안이 황태자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무엇이든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면도 있었다.
시몬을 위해서였다. 정확히는 그와 나눈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이안은 시몬도 편애하고 있으니 말이다.
“언제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알아, 질리도록 말이지.”
서로가 일그러진 얼굴을 주고받은 후에는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벌써 계단을 전부 오른 루이스가 상자를 든 채 두 사람을 돌아보고 있었다.
“시몬! 내일 일정을 비워두는 것 잊지 않았죠?”
시몬이 고개를 끄덕이자, 루이스의 얼굴에 커다란 미소가 걸렸다.
“내일은 책 한 권 읽지 못하게 되실걸요?”
“물론 알고 있어.”
시몬은 제가 든 상자를 고쳐 들었다. 종이 상자 안에서 달그락거리며 작은 금속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여신의 사과 게임을 사 온 걸 보면 알 수 있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니까.”
그의 대답에 이안이 그럴 줄 알았다며 툴툴거렸다.
역시 무게와 소리만 듣고도 내용물을 추측할 수 있을 거라던 그의 예측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아마 성적을 마음대로 조절하고 있다는 말도 옳을 거다.
* * *
하루가 지나고 시몬의 생일이 되었다.
오늘은 책 한 권 읽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루이스의 예측은 옳았다.
시몬은 강의동 근처의 정원에서 시위를 당기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생각했다.
오늘은 종일 이안의 방에 틀어박혀 체스나 여신의 사과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어제 이안이 반입해 온 품목에 술잔이 포함된 것으로 보아 아마 술도 사 온 모양이고.
성인이 되는 생일에 술을 받는 전통은 꽤 구시대적인 것인데, 그런 걸 착실하게 이행하는 것을 보면 이안은 꽤 훌륭한 황태자다.
자고로 황태자는 제 나라의 작은 풍습 하나라도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법이니까.
그것이 비록 기숙사에 술을 밀반입하는 결과로 이루어지더라도 말이다.
시몬은 설레는 마음을 안고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누군가 쿵쾅거리며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요한 기숙사의 아침에는 어울리지 않는 소리였기에 묘한 불안감이 들었다.
조금 더 기다리자, 정장을 갖추어 입은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얼굴이 익숙했다.
그는 황실에 속한 자였다. 그중에서도 선황비의 수족이 되는 자였다. 루이스와의 혼담이 있을 때도 몇 번인가 그와 얼굴을 마주했던 기억이 있었다.
시몬은 그가 전할 말을 예상해 보았다. 아마 궁으로 오라는 명령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사유는 아마, 시몬이 공작에게 보낸 편지 때문일지도 모르겠고.
하필이면 그게 왜 오늘이람…….
남자는 시몬을 발견하자마자 기쁜 얼굴을 하고는 단숨에 거리를 좁혀왔다.
「공자님, 선황비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역시 궁으로 부르신 모양이다.
이안과 루이스에게 뭐라고 사과를 하면 좋을까. 어제 온종일 이안의 방을 요란하게 꾸미는 것 같았는데.
「사정이 있어서 황태자 전하께 보고를 드리고 가야 합니다.」
「그 점이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하도 부르셨으니까요.」
그럼 루이스만 혼자 남는다는 건가? 그건 더욱 달갑지 않은 소리인데.
「그리고 스위니 양도요.」
남자가 덧붙이는 말에 시몬은 적지 않게 놀랐다. 하지만 그가 놀라야 하는 일이 하나 더 남아 있었다.
「바로 이동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정원에서 기다리고 계시거든요.」
「……정원?」
「네. 정확히는 강의동 뒤편의 정원입니다만.」
즉, 직접 찾아오셨다는 뜻이었다.
시몬은 잠시 얼떨떨한 얼굴을 했으나, 곧 정신을 차리고는 기숙사를 나섰다.
그의 생일에 황실의 어른이 아카데미까지 찾아오시다니. 귀족들의 입에 오르내리기에 마침 좋은 이야기 아닌가.
불안감이 심장을 죈다.
그건 아마 오랜 시간 동안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이리라.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아카데미가 조용하다는 것이 그에게는 유일한 위안이었다.
적어도 선황비의 방문이 비공식적인 것이라는 뜻일 테니까.
하지만 이안과 루이스를 부른 것은 어째서일까? 모르겠다. 짐작할 수 없어 더욱 두려웠다.
그리고 시몬이 마지막 모퉁이를 돌았을 때, 그는 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절로 걸음을 멈추었다.
팍!
과녁에 화살이 꽂혔다. 여전히 자세를 유지한 이안이 미세하게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 때 나오는 습관이다.
시몬을 발견한 이안이 고개를 삐딱하게 돌려 인사했다.
“미안.”
아니, 그는 사과했다.
“할머님께 우리가 광대가 아니라고 말씀드리는 걸 깜빡했어.”
이안의 눈길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선황비께서는 정원 한편에 앉아계셨다. 루이스 스위니를 옆에 둔 채로 말이다.
시몬이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선황비께서 손을 들어 그를 저지했다.
다가오지 말라는 명령에 잠시 당황했으나, 곧 그 의중을 깨달았다.
시종이 시몬의 활과 장갑을 가져다준 덕분이다.
거창한 인사는 되었으니, 실력이나 보자는 뜻이었다.
시몬은 불편한 재킷을 벗었다. 얇은 셔츠 하나로 버티기엔 조금 싸늘한 날씨지만, 이편이 움직이기 좋았다.
가볍게 고개와 팔을 이리저리 움직인 후에야 그는 이안이 비켜 준 자리에 섰다.
그리고 시위를 당겼다.
* * *
“참으로 좋지 않습니까.”
루이스는 반짝이는 눈으로 이안을 바라보는 선황비의 말씀에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좋은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루이스도 이안을 좋아하긴 하니까 말이다.
“활 쏘는 아이의 등을 바라보는 것은 내 삶의 즐거움입니다.”
“아…….”
루이스는 이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손자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 뿌듯하신 모양이다.
“다행히 두 아이 모두 훌륭한 근육을 지녔으니.”
“네, 네?!”
루이스는 예법도 잊고 그만 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무서운 시종들의 시선이 루이스의 등에 내리꽂혔다. 근육 하나 없는 빈약한 루이스의 등에 말이다.
하지만 선황비께서는 화를 내지 않으셨다. 대신 루이스에게 다정하게 웃어주셨다.
“노인네의 농입니다.”
그리 말씀하시며 ‘우후후’ 웃으시는 모습으로 보아 농담은 아닌 것 같았다.
‘게다가…….’
루이스는 선황비의 시선을 따라서 이안의 등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시위가 당겨질 때마다 자연스레 상체 근육이 긴장하여 도드라졌다.
루이스는 이안의 등이 언제봐도 훌륭하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활을 쏘는 그를 보기 전의 루이스였다.
이건 훌륭함을 넘어 선 경지다.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루이스가 마땅한 말을 고민하고 있을 때, 선황비께서 조용히 말씀해 주셨다.
“아름답습니다. 참으로.”
역시 어른의 지혜는 따라갈 수 없다. 마침 적당한 표현이었다.
“예, 아름답네요.”
“그러니 말하지 않았습니까. 활 쏘는 아이들의 등을 바라보는 것은 내 삶의 즐거움이라고.”
이제 루이스의 삶에도 즐거움이 하나 추가되었다.
게다가 시위를 놓은 후에 집중하는 얼굴도 무척 보기 좋았다.
역시 나라의 어른께서 일부로 아카데미까지 오셔서 즐길만한 경치였다.
“아, 저…….”
루이스는 문득 제가 중요한 말을 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늘은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황실 가족의 만남에 그녀가 끼어드는 것은 무척 부자연스러운 일인데도 말이다.
“고마워할 것 없습니다. 스위니 양에게도 할 말이 있었던 것뿐이니.”
“제게……요?”
거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시몬이 나타났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서.
아마 무척 놀랐던 모양이다. 멀리서 루이스를 살피는 시선에 걱정이 많이 담겨 있었다.
루이스는 괜찮다는 의미로 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시몬이 가볍게 몸을 푸는 동안에도 선황비는 두 사람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셨다.
등을 보고 계셨다.
무척 뿌듯한 표정으로 말이다.
역시 저 등을 보고 싶어서 아카데미까지 오신 게 틀림없었다.
훌륭한 미학을 지니신 분이다.
“루이스 스위니.”
“예.”
“어디에 도달할 것 같습니까? 시몬의 화살이 말입니다.”
“그건…….”
두 사람이 활을 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둘의 실력을 모르니, 루이스는 감히 무어라 말할 수가 없었다.
“시몬은, 아니 공자님께서는…….”
“아카데미의 규칙을 소중히 하세요. 나도 그저 두 아이의 할멈으로서 온 것뿐입니다.”
마침내 준비를 마친 시몬이 과녁과 정면으로 마주 섰다.
“이안의 화살을 기준으로 하여, 한 마디 정도 중심에서 멀어질 겁니다.”
“예?”
루이스가 그리 묻는 순간. 시몬의 화살이 쏘아졌다.
그제야 루이스는 선황비의 말씀을 이해했다. 정말로 이안의 것과 한 마디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시몬 힐라드에게는 저곳이 중심입니다.”
“…….”
“참으로 가혹하지 않습니까.”
다시 이안이 활을 쏠 차례가 되었다.
그의 얼굴에 다소 긴장이 감돌았다. 아마 과녁이 좁아진 탓일 것이다.
그들의 신성한 약속에 의하면, 이안은 시몬보다 중심에서 멀어 져서는 안 되니까.
“나는 오랫동안…….”
선황비는 두 사람에게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조용히 읊조렸다.
“두 아이가 서로 다른 과녁을 갖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두 사람이 가진 고귀함의 무게는 거의 비슷했고, 많은 이가 그것에서 시선을 뗄 줄 몰랐으니까.
“그러니, 스위니 양의 존재를 알았을 때, 참으로 기뻤습니다. 그대라면 시몬에게 새로운 과녁을 마련해 줄 수 있을 테니.”
“그건…….”
루이스는 고개를 숙였다. 지난 비의 계절이 떠오른 탓에 심장이 미어졌다.
“게다가 시몬 힐라드의 간절함이 그대를 향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니 나는 혼담을 청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루이스는 수도의 귀족들이 세운 기준에서는 가장 보잘것없는 혼처다.
그러니 시몬과 루이스의 결합은 여러모로 좋은 전략이 될 거다.
스위니 가문은 최고의 형태로 귀족 사회에 편입할 수 있게 된다.
시몬 역시 제 고귀함은 물론이고, 그를 향한 헛된 기대까지 덜어낼 수 있을 거다.
“하지만 혼담이 산산이 사그라졌으니, 제 손주밖에 모르는 이 이기적인 할멈은.”
그때, 이안의 활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울렸다. 화살은 정확히 가운데에 박혀 들어갔다. 선황비가 곧바로 박수를 보냈다.
“늙은 목숨에 붙은 마지막 영향력을 전부 사용해 볼까 합니다.”
다시 시몬의 차례가 되었다.
이제 그는 선택해야 한다. 더욱 이안을 압박할지, 아니면 조금 더 느슨하게 풀어 두어야 할지. 어느 지점이 공작가의 이름에 어울리는 자리인지.
“시몬 힐라드에게 간절한 것을 이루어 주기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