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이 구역의 악역은 나야
“거기에 교수님과 제가 지금까지 논의해온 말을 ‘단 하나도 빠짐없이’ 적었고요.”
루이스는 스텔라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서 전해지는 감정은 분명히 호의였다.
게다가 라센 교수와 논의했던 말을 전부 적었다는 말은, 아마 옳지 못한 부분까지 전부 남겨두었다는 뜻일 거다.
하지만 어째서?
루이스는 최근 자신의 행태를 떠올렸다.
그녀는 스텔라가 곤란을 겪는 것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루이스가 학생회의 일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직무유기다.
사실은 버제스 후작 때처럼 곤란한 학생을 돕는 것이 마땅했다.
계단에서 스텔라를 위해 나섰다고는 하나, 결국 스텔라가 상처 입게 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사과의 뜻으로 선물한 꽃이나 푸딩을 보내고 각종 후속 조처를 한 것은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루이스가 그녀의 상황을 내버려둔 죄와 비교하면 말이다.
“스텔라 라피스.”
라센 교수님의 차가운 목소리에 루이스와 스텔라는 동시에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대에게 항상 증명을 바랐습니다.”
“…….”
“그대가 바라는 그 모든 것을 쥐고서 말이죠. 가령.”
교수님은 한 걸음씩 스텔라에 가까워졌다. 그 걸음마다 그녀가 바라온 것을 하나씩 짚어 주었다.
“명예와 성공. 그리고 가문……. 셀 수 없는 부에 이르기까지.”
스텔라의 시선이 잠시 흔들렸다. 물론 그녀는 언제나 그런 것을 바라왔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탐하는 것이다.
“나는 당신을 그곳까지 이르게 할 유일한 길이며, 문입니다.”
교수님은 턱을 높이 들어 올린 채 짓누르는 듯한 시선으로 스텔라를 내려다보았다.
“그 문을 열지 않을 겁니까? 증명하지 않을 겁니까?”
“교수님.”
스텔라는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학습된 공포가 그녀의 어깨를 움츠러들게 했다.
유혹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어야 할까. 그렇게 하면 조금이나마 편해질까.
스텔라는 제 소매를 꽈악 말아 쥐었다. 그러자 자신도 모르게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가파른 산길, 차가운 공기 그리고 힘없이 늘어진 하얀 소맷자락.
「이, 이거라도 잡으실래요?」
그 순간에 지었던 미소가 떠올랐다. 그것만으로도 움츠러들었던 어깨가 제 모습을 찾았다.
‘……힐 교수님은 진짜 천재예요.’
그가 평범하게 손을 내밀어 주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그를 떠올리지 못했을 거다.
“물론 저는 언제나 증명하기 위해서 노력할 거에요.”
스텔라의 깊은 눈동자가 교수를 바짝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증명할지 정하는 건 저예요.”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의 그녀는 늘 그러했다. 목표를 세우는 것도 이루는 것도 그녀 자신이었다.
“한심하군요.”
곧바로 비웃음이 돌아왔다.
“그대가 쥔 것을 볼까요? 다 쓰러져가는 명문가. 그나마도 그 이름을 완전히 잃기 직전이죠. 거기에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가친척. 얼굴이야 그럭저럭 괜찮다고는 하나, 그걸 써먹을 줄도 모르는 애매한 두뇌.”
“…….”
“그러니 다른 학생들도 그대를 우습게 보고 괴롭혔던 겁니다! 모르시겠습니까?! 그대가 손에 쥔 것 중, 다른 귀족들에 대항할 수 있는 카드는 이 라센 백작가와의 연줄밖에 없다는 걸?!”
“대항하지 않아도 좋아요. 저는 이제 제가 쥐고 싶은 것을 잡을 거예요. 비록 그것의 결론이.”
스텔라는 다시금 제 옷소매를 쥐었다. 이제는 그의 손수건도 함께 떠올랐다. 거기엔 아침 풀잎의 향기가 맺혀 있었다,
“다른 누군가의 눈에는 너덜너덜해 보이더라도…….”
그 순간에 라센 교수가 높이 팔을 들었다.
스텔라는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았다. 그녀의 손버릇이 꽤 좋지 못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었으니.
두 눈을 꼭 감고 고개를 숙였다. 어둠 속에서 아픔을 기다렸다.
그러나 평소보다 조금 더 시간이 흘러도 그녀의 뺨에 뜨거운 감각이 터지는 일은 없었다.
“교수님.”
대신 루이스 스위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척 가까운 곳에서.
눈을 떠보니, 루이스가 두 손으로 교수님의 팔을 붙잡은 채 버티고 있었다.
라센 교수가 어른이라고 하나 이미 노년이었다. 한참 젊은 사람의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교수님이 힘을 풀기에, 루이스도 그녀의 팔을 놓아 주었다.
바로 그 순간, 교수는 빠른 속도로 루이스의 머리채를 후려갈겼다.
방심하고 있던 터라 그녀의 몸이 잠시 휘청거렸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제 뺨을 쥔 채 놀라는 루이스를 향해서 교수님은 보란 듯이 웃었다.
교수님은 곧바로 사무실을 나섰다. 앞에는 아카데미의 직원이 있었는데, 학장님을 보좌하는 인물 중 하나였다.
교수님이 손을 내밀자, 그는 제법 두꺼운 서류를 교수님의 손 위로 올려 두었다.
서류를 발견한 스텔라가 서둘러서 팔을 뻗었다.
“잠시만요! 그건……!”
그녀의 진술서였다.
학장님께 바로 제출될 수 있도록 해 놓았던 것 말이다.
라센 교수는 스텔라를 돌아보며 웃었다.
“알아 두길 바랍니다. 라센 백작가는 많은 것을 쥐고 있죠. 아카데미에 ‘라센 홀’이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어렵지 않을 겁니다.”
교수님은 보란 듯이 진술서를 부욱 찢어냈다.
“스텔라 라피스, 선택하세요.”
그리고 허망하게 그것을 바라보는 소녀에게 마지막 유혹의 손길을 뻗었다.
“누구에게 무엇을 증명할지. 그리고 그대가 손에 넣을 것은 무엇인지.”
“…….”
“그리고 제대로 된 내용이 적힌 진술서를 오늘 내로 가져오세요.”
* * *
“너 바보니?”
스텔라는 온실에 마주 앉은 루이스의 뺨에 약을 발라주며 한숨을 쉬었다.
급한 대로 약을 가져와서 바르긴 했는데, 교수님의 반지가 루이스의 피부를 긁어서 귀부터 뺨에 이르기까지 상처가 남고 말았다.
흉터라도 남으면 어쩌지.
걱정이 든 스텔라는 저도 모르게 미운 말이 나오고 말았다.
“교수님이 널 좋아하지 않는 걸 알면서 그렇게 빌미를 주면 어떻게 해?!”
루이스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곧바로 스텔라에게 반발했다.
“그렇다면 애초에 네가 한심하게 당하는 꼴을 보이지 말았어야지. 안 그래?”
그것도 오랫동안 봉인해 온 본연의 말투로.
루이스가 누구에게나 경어를 사용했던 것은 악역다운 말이 나오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는 루이스가 스텔라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흔든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악역이 될 수 없을 거다.
악역 자리를 빼앗겨 버렸으니 말이다. 묘하게 열 받는 일이다.
‘이 구역의 악역은 난데…….’
물론 그런 역할에 미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한심하게 당하다니!”
약병을 닫은 스텔라는 앞에 놓인 홍차를 시원하게 들이켜고는 루이스에 반발했다.
“한심하게 당하는 꼴로 치자면, 루이스, 네가 당한 게 더 많지 않아?”
“그 붉은 머리에 뇌는 들었어? 내가 당한 것 중에 일부는 네 짓이잖아!”
“그래, 내가 했어. 그러니까 끼어들지 말았어야지. 넌 공부 외의 학습능력이 없니?”
“스텔라 라피스가 감히 내 학습능력을 지적할 수 있는 성적이었던가?”
“말했잖아! ‘공부 외의 학습능력’이라고! 애초에 너! 말투가 너무 불온해졌어.”
“네가 상냥한 루이스 스위니를 받아들이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루이스는 얄미운 얼굴로 빙긋 웃었다. 아마 원작의 루이스가 스텔라를 괴롭힐 때 이렇게 웃었지 싶은 얼굴로.
“너 사실은 무서운 성격이었구나?”
“알았다면 다행이네, 어쨌든.”
루이스는 팔짱을 끼운 채, 잠시 먼 곳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없었다.
오늘 저녁까지 어떻게든 이 사태를 해결하고, 편지는 발송 취소처리를 해야 한다.
실패할 경우 스위니 가문에 난리가 나는 것은 물론이고, 루이스도 아카데미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
그것만큼은 막고 싶은데.
제대로 된 신분도 없는 루이스가 가질 수 있는 훈장이란, 이 아카데미의 최우수 학생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거야.”
루이스는 다시 스텔라를 바라보았다.
“이 아카데미에서 누가 라센 교수님의 사람인지 아닌지 모른다는 거지.”
“대체 교수님은 아카데미의 어디까지 인맥이 닿아있는 거지…….”
두 사람은 동시에 한숨을 뱉었다.
“……어쨌든.”
루이스는 스텔라에게 꼭 전해야 하는 말을 꺼냈다.
“고마워요. 스텔라.”
“다시 말투가 돌아왔네.”
“놀리지 말아요. 저도 가끔은 제 재능이 무서울 정도니까.”
“무슨 재능?”
“못된 말을 하는 재능이요.”
“딱히 못된 말은 아니었어. 도리어 시원시원해서 좋은데.”
루이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방심했다가는 이 무서운 말투로 어디서 어떻게 실수를 할지 모르는 법이다.
자고로 인간은 언제나 제 행동과 말에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 나았다. 취소 기능이 없으니까.
“그리고 사과도 할게요. 사실 저, 스텔라가 교수님의 의향을 가득 담은 진술서를 쓸 거라고 확신했었거든요.”
“그야, 뭐.”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다.
“모른척했던 것도 미안해요.”
“모른 척?”
“그러니까, 괴롭힘을 당할 때 도와주지 못한 거요.”
“그걸……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어?”
“당연하지 않나요? 저도 사람인데.”
“몰랐어…….”
스텔라는 작게 중얼거리며, 과거의 순간을 떠올렸다.
루이스에게 괴롭히는 장면을 들켰을 때. 스텔라는 멋대로 그녀의 심정을 상상했었다. 아마 무척 고소해할 거로 생각했었지.
“정말……대책 없이 착하다니까.”
주변에서 루이스 스위니를 감싸고 도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이 씩씩한 아가씨는 어둠밖에 없는 지옥도 발랄하게 뛰어들 것이 틀림없었다. 그 너머에 그녀가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 존재하기만 하다면.
“있잖아, 루이스 스위니.”
스텔라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사태가 어찌 되든지 간에 일단 루이스에게 꼭 해야 하는 말이 있었다.
“미안해.”
“네?”
“미안하다고. 정말로. 진심이야. 네가 받아 줄지는 모르겠지만…….”
루이스는 작게 콧소리를 내며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그거, 사과하지 않을 거라 하지 않으셨어요?”
스텔라는 울상을 지었다.
그야 그렇게 말하긴 했는데……. 아 정말 왜 그렇게 말한 거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못된 입을 콱 때려줬으면 좋겠다.
“너무 곤란해 하지 말아요, 스텔라.”
루이스는 테이블 너머로 스텔라의 미간을 꾹꾹 눌러주었다.
“그리고 이제라도 사과해 줘서 기뻐요. 그보다 행동으로 증명해줘서 더 고맙고요.”
“비록 그 행동이 쓸모없게 되었지만 말이야.”
둘은 동시에 테이블에 머리를 박으며 한숨을 쉬었다.
온실의 문이 열린 것은 그때였다. 혹시 시몬이나 힐 교수님이 아닌가 했는데, 아카데미의 교직원이었다.
“여기 있었군요. 루이스 스위니 양!”
루이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자, 직원이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스위니 부인께서 도착하셨습니다!”
“……네?!”
루이스는 시간을 확인했다. 편지를 보낸다고 들은 이후,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오셨다고?
“자, 잠깐만요. 정말로 저희 어머니께서 오셨어요?”
“예. 출입 서류에도 스위니 가문의 사인이 남아 있으니까요. 어쨌든 빨리 응접실로 가세요.”
루이스는 놀란 얼굴로 스텔라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우편 시스템이 아니라 개인적인 방법으로 편지를 전했다고 해도 이건.”
너무 빠르다.
어쩌면 루이스에게 통보하기 전에, 편지를 먼저 전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라센 교수님은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다. 하루라도 빨리 루이스를 이곳에서 내보내기 위해서라면.
“스텔라, 일단 진술서를 다시 작성해 주세요.”
루이스는 테이블 위에 올려 둔 빈 종이와 잉크를 가리켰다.
“너는?”
“달려가서 결백을 주장해야죠. 스텔라의 진술서는 그 근거가 되어줄 테고요. 제 친구 시몬 힐라드가 말하길,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만큼 무게가 있는 것은 없다고 했거든요.”
그렇게 말하기는 해도 불안했다.
루이스는 응접실로 달려가며, 라센 교수님이 부릴 수 있는 다양한 술수에 대해 생각했다.
어쩌면 스텔라의 진술서를 멋대로 작성하여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겨두었을지도 모른다.
스텔라는 이미 그녀를 보호 교수로 지정해 둔 바 있었으니, 위조 절차는 더욱 간단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예술원 사건 때도 스위니 가문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루이스가 운 좋게 파고들 틈을 찾아내었던 것뿐이다.
정말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진실과 정직을 손에 쥐고도 말이다.
‘좀 서글퍼지네…….’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응접실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문고리를 쥔 채 망설였다.
아 정말 어머니께 뭐라고 말씀드려야 하지?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지 않았는데. 실망을 드리고 싶지 않았는데.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서 있을 수는 없어서, 루이스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조심스레 문을 밀어 열었다.
옅은 홍차 향기가 흘러나왔다. 손님용 소파에 앉은 귀부인의 뒷모습이 보이기에, 루이스는 얼른 시선을 밑으로 내렸다.
“거,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 어머니.”
다행히 응접실 안에는 어머니 외에 아무도 없었다.
아마 다른 직원들은 다급히 라센 교수님이나 관련자들을 부르러 간 모양이다.
“많이……놀라셨죠?”
어머니께서 한 걸음씩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루이스는 긴장으로 몸이 바짝 얼어붙었다.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가 가까워졌다.
‘고개를……못 들겠어.’
하지만 루이스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런 기운 빠진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도 좋지 않을 터다.
그러니 루이스는 용기를 냈다. 조금 더 당당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시야 끝에 어머니의 구두가 보이는 순간에, 루이스는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정말로 나쁜 짓은 하나도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마주친 어머니의 검은 눈동자……? 뭐? 검은 눈동자?
“물론, 알고 있단다.”
매혹적인 목소리는 무척 아름다웠다. 하지만 어머니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온실의 내 딸이 그런 일을 할 리 없잖니!”
루이스는 잠시 제 눈을 의심했다.
“헤셰 경……?”
“아뇨, 온실의 루이스를 사랑하는 엄마랍니다!”
헤셰는 양팔을 벌리며 발랄하게 대답했다.
물론 헤셰의 분장술은 오늘도 훌륭하여, 그는 완벽한 여성으로 보였다.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가 ‘스위니 부인’으로 보이느냐는 다른 문제다.
“헤, 헤셰 경! 무슨 장난을 하시는 거예요!”
“장난이라뇨.”
헤셰는 아쉽다는 듯 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들었다. 조금 전에 아카데미에서 스위니 가문으로 발송된 편지였다.
“이렇게 제대로 된 편지를 받고 바쁘게 달려왔답니다. 엄마니까요!”
루이스는 일단 편지가 집으로 도달하지 않았다는 점에는 안도했다.
하지만 더 큰 걱정이 들었다.
미래의 백작님이며 황태자 전하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헤셰가 스위니 부인 행세를 하고 돌아다니는 이 전대미문의 사태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뭘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해 내지도 못했는데, 문이 열리고 말았다. 망했다. 뭐가 어떤 식으로 망할지 상상도 되지 않지만.
얼른 돌아보니 라센 교수님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서 이안이 들어오고 있었다.
루이스는 혼란 속에서 세 사람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뭔가 설명해야 하나? 변명이라도?
그녀가 고민하는 사이에 가장 뒤에 서 있던 이안이 반색하며 헤셰의 앞으로 달려 나왔다.
루이스는 그의 빠른 반응이 반가웠다.
그야 회장님도 놀라셨겠죠! 신성한 전하의 기사가 사기행각을 펼치고 있으니까요!
이안이 헤셰에게 가까워졌을 때, 헤셰는 자연스레 제 손등을 건넸다.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스위니 부인.”
그리고 이안은 기꺼이 헤셰의 손등에 키스하며 매력적으로 웃어 보였다.
……어, 저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