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해야만 하는 말
루이스는 손끝이 덜덜 떨리는 것을 느꼈다.
원작의 루이스가 이랬을까 싶었다. 계단 사건을 두고 ‘내가 한 일이 아니야!’라고 말해도 아무도 그녀를 믿어주지 않았다.
곧 지난 시험 때의 일도 떠올랐다.
그때도 사람들은 루이스를 믿어주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여기는 책 속의 세계고, 루이스는 작가가 미리 정해 놓은 아주 못된 악역이니까. 악역과 신뢰가 한 줄로 묶이는 일은…….
“루이스는 괜찮아? 다치지 않았어?”
멍하니 서 있는 루이스에게 한 여학생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네?”
루이스는 멍한 얼굴로 여학생을 올려다보았다.
이번 학기에 교양 미술을 함께 듣는 학생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름은 몰랐다.
“많이 놀란 모양인데…….”
다른 남학생이 또 다가와서 루이스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지난 학기에 역사 수업을 함께 들었던 학생이다. 가문의 일로 휴이트 교수님의 수업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던 그 말이다.
“그, 그보다 스, 스텔라를…….”
“저쪽은 걱정하지 마. 너보다도 훨씬 더 많은 걱정을 받고 있으니까.”
학생들은 재빠르게 스텔라를 부축해 주고, 떨어진 유리와 엉망이 된 레몬 청을 치우고 있었다.
“또, 너냐?”
이번에는 딘 크리시스가 다가왔다. 마침 근처에서 수업이 있었던 모양이다.
루이스는 자신도 모르게 딘의 팔을 붙잡았다.
“제, 제가 그런 게 아니에요!”
간절하게 소리치는 루이스와는 달리, 딘은 무척 귀찮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생각해 보면 그는 늘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야 그렇겠지. 그걸 누가 몰라.”
그는 제 팔에서 루이스의 손을 떼어내며 그리 말했다.
루이스는 그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멍청히 되물었다.
“……알아요?”
그리고 다시 그의 팔을 붙들었다. 어째 다급하게.
“내가 알 게 뭐야.”
그는 삐딱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루이스의 손을 억지로 떼어 놓지는 않았다.
“어쨌든 네가 굳이 사건을 일으킬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 건 누구라도 알 걸.”
‘누구라도’라는 말은 루이스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녀는 비로소 제대로 고개를 들었다.
천천히 눈을 깜빡이자,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모두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건 루이스와 스텔라 두 사람 모두를 향한 것이었다.
아무도 루이스를 의심하고 있지 않았다.
단 한 명도.
* * *
학생회는 곧바로 다른 목격자를 수소문했지만, 불행히도 없었다.
그러니 가해 학생에 대한 처분은 스텔라가 깨어난 이후에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루이스는 스텔라가 치료받는 의료 동에 꽃을 보내고, 그녀가 수강하는 교수님들을 일일이 찾아가 사정을 설명했다.
마법사 선생님의 서류도 함께 드렸으니, 스텔라가 아픈 동안은 수업을 듣지 않아도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유리가 깨진 복도를 세심하게 다시 청소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누군가가 작은 유릿가루를 밟거나 하면 큰일일 테니까. 녹은 설탕이 눌어붙은 곳도 따듯한 수건으로 깔끔하게 닦아 냈다.
이 모든 것이 끝났을 때는 저녁이었다.
루이스는 곧 제가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내일 오전까지 진술서를 제출해 주세요.’
쓰기 싫다. 왠지 그런 마음이 들었다. 오후 내내 다양한 일을 했던 것은 단순히 그것을 적기 싫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해야 했다. 목격자가 없는 이상, 루이스는 유일하게 진실을 쥔 자였으니까.
게다가 제대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른 학생들이 스텔라를 괴롭힐지도 모른다.
그것만큼은 싫었다.
스텔라가 소중해서가 아니라, 오늘 같은 일을 겪고 싶지가 않았다.
원작에 휩쓸릴까 두려워하고 걱정하는……바보 같은 자신을 내보이는 것 같아서.
‘일단, 학생회실로 가서 진술서를 쓰자.’
방에 혼자 남아 있으면 어쩐지 우울해질 것 같으니까.
‘시몬에게 전해 줄 레몬 청을 다시 얻어올 수 있을지 모르겠네.’
이안이 맡겨 준 일인데, 계단에서 그만 놓치는 통에 완전히 깨어지고 말았다.
‘미안해요. 두 분 다.’
루이스는 마음속으로 사과하며 학생회실의 문을 열었다.
다들 식사라도 하러 간 모양인지 텅 비어있었다.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들었으나 금방 괜찮아졌다.
테이블 위에 가방이 놓여있으니 아마 시간이 조금 지나면, 다들 시끄럽게 떠들면서 돌아올 것이다. 평소처럼 말이다.
루이스는 즐겨 앉는 자리에서 펜과 종이를 꺼냈다.
하얀 종이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며 첫 문장을 고민했다.
‘뭐라고 적지…….’
그보다 어디에서부터 적어야 하는 걸까. 그들이 예전부터 스텔라를 괴롭히는 걸 보아왔다고?
그리고 루이스는 원작에 끌려 들어가는 것이 무서워서 그것을 외면해 왔다고?
……툭.
펜에서 검은 잉크가 흘러서, 종이 위로 새카만 자국을 남겼다.
그 더러운 자국을 바라보는 순간에는 저도 모를 화가 치밀었다.
루이스는 펜을 종이 위로 거칠게 처박았다.
푸욱.
섬세한 펜촉이 비틀어지고 일그러졌다. 찢어진 종이 사이로 잉크가 퍼져갔다.
이제 루이스는 스텔라 라피스를 비난할 권리를 잃었다.
언젠가 그녀가 제 안위를 위해 거짓말을 했던 것처럼, 루이스도 제 안위를 위해 진실에서 눈을 돌렸다.
루이스는 제 비겁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내 약혼녀께서는 꽤 과격해지셨군.”
문득 창밖에서 가벼운 목소리가 들렸다.
“……회장님?”
돌아보니 그는 창틀에 턱을 괸 채 루이스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어, 언제부터 거기에 계셨어요?!”
“처음부터.”
“거짓말하지 마세요. 제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창문에 아무도 없었다고요.”
“중요한가?”
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
물론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이리 와.”
그가 팔을 내밀기에, 루이스는 살살 고개를 저었다.
“진술서를 적어야 해요.”
“중요한가?”
그는 또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건 중요해요.”
그리고 이번만큼은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진술서는 중요하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양식을 지켜서 작성해야지.”
그는 턱 끝으로 엉망이 된 종이를 가리켰다.
“감정을 넣을 것이 아니라.”
“……그, 그러니까. 이건.”
“제대로 된 형식을 알려줄게. 나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거야.”
“회장님이요?”
루이스는 다소 의심스러운 얼굴을 했다.
“물론이지. 내가 몰래 궁을 빠져나갔을 때마다, 무사했을 거로 생각했나?”
그건, 진술서가 아니라 반성문을 쓰셨을 것 같다.
어쨌든 그는 모든 서류 작업에 정통한 사람이니, 진술서를 작성하는 요령도 많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무엇부터 써야 할지 막막했던 것은 사실이니까.
“알았어요. 지금 밖으로 나갈게요.”
“좀 놀라운데.”
“……뭐가요?”
“루이스 스위니가 문을 이용하려고 한다는 점이 말이야. 보통 이렇게 창가에서 부르면 창문으로 뛰쳐나오지 않았나?”
“그건 어렸을 때 이야기에요. 저도 일 년 하고도 반년 정도만 더 있으면 성인이라고요.”
“그 성인이 될 아가씨께서 창틀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시몬 힐라드가 받아 주었다고 하던데?”
윽. 정말이지. 두 사람은 루이스에 대해 공유하지 않는 일이 없다.
“그러니까, 이리 와. 그대가 친구와 하는 일을, 연인과 하지 못한다는 건 말도 안 돼.”
“중요해요?”
루이스는 그의 말투를 따라 하며 물었고, 그는 씨익 웃으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내 어깨에 걸린 영광보다도 더.”
“윽.”
“진심이야.”
“그런 걸…….”
루이스는 별수 없이 창틀로 조심스레 기어오르며 불평했다.
“함부로 걸지 마세요. 국가적인 가치잖아요.”
“미소 지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건 소용이 없어. 난 그대가 웃는 것을 좋아하거든. 그 무엇이라도 걸 수 있을 정도로.”
그는 창틀 위에 앉은 루이스의 허리를 양팔로 감싸며 얼굴을 마주 보았다.
“음, 이런 식으로 그대를 안은 건가? 그러니까, 시몬이 말이야.”
그는 다소 제 손끝에 힘을 주며 확인하듯 물었다.
“이런……식은 아니었어요. 너무 가깝잖아요.”
“그건 다행이로군. 아무리 시몬이라도 열 받는 일이거든.”
“무엇보다 시몬은 제가 뛰어내릴 때까지 기다려 줬고요.”
“난 그런 인내심은 없는데.”
그는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루이스를 제게로 당겨왔다.
루이스는 그에게 안기는 모습으로 순식간에 바깥으로 나오게 되었다.
“그럼. 가 볼까.”
그는 루이스가 스스로 균형을 잡고 바로 서기를 기다린 후, 먼저 걸음을 옮겼다.
어디로 가려는 걸까?
루이스는 그의 뒤로 따라붙으며 그가 갈 만한 곳을 생각했다.
“도서관으로 가시는 거예요? 아니면 아카데미의 사무실?”
그곳에는 여러 가지 글이 있고, 아마 진술서의 양식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둘 다 아니야.”
“그럼요?”
“일단 따라와.”
그가 그리 말하기에, 루이스는 고개만 끄덕인 채 잠자코 그를 따라 걸었다.
어디인지는 몰라도 그는 루이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장소로 데려다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안 오드모니얼이다. 이 나라의 황태자이며, 그녀의 가장 오랜 친우고, 이제는 유일한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다.
루이스가 그를 믿지 못한다면, 그녀는 세상의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을 테니까.
* * *
그렇게 생각한 지 오 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루이스는 인간불신에 휩싸였다.
이제야 깨달았다. 세계인을 전부 다 믿어도, 이안 오드모니얼을 믿으면 안 된다.
“회장님을 믿는 게 아니었다고요오!”
루이스는 울먹이는 소리를 냈고, 이안은 검지를 입가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는 주의깊게 주변을 둘러 본 후, 주머니에서 꺼낸 열쇠로 아카데미의 식량 창고를 멋대로 열었다.
식량 창고 특유의 싸늘한 공기가 문틈으로 새어 나왔다. 어쩌면 해가 떨어진 후라 더 차갑게 느껴지는 걸지도 몰랐다.
곧 그가 루이스의 등을 쿡 찔렀다. ‘어서 들어가지 않고 뭐해?’라는 뜻이 틀림없었다.
물론 그녀는 울상을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진짜요?”
그가 엄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맙소사. 진술서 쓰는 법을 알려 준다고 했지, 진술서에 쓸 일을 추가한다고는 하지 않으셨잖아요!
어쨌든 여기에서 큰소리로 항의할 수는 없어서, 루이스는 어두운 식량 창고에 들어가게 되었다.
곧 그가 따라 들어왔다.
문을 닫자 실내가 어두워졌고,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 어디에 초가 있었는데…….”
그는 덜그럭거리며 서랍을 뒤졌다. 곧 작은 초에 불을 붙여서, 시야를 확보했다.
루이스는 주변을 둘러 보았다.
식량 창고는 관리부인의 영역으로 몇 번인가 온 적이 있었다.
물론 이렇게 몰래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지만.
“이렇게 들어와도 괜찮……뭐, 뭐하시는 거예요?!”
“뭘 하긴. 벗는데.”
벗다니!
대체 왜 앞이 잘 보이지도 않는 식량 창고에서 그런 짓을 하시는 거예요!
잘 보이는 곳에서 벗으셔도 곤란하지만 어쨌든……!
“추, 추운데 왜 벗으시는 거예요!”
“추우니까.”
툭.
그가 벗은 재킷이 루이스의 어깨 위로 툭 얹혀졌다.
“아…….”
루이스는 완전히 그의 옷에 푹 파묻힌 모양이 되었다.
“귀엽네.”
그는 흘긋 웃고는 바로 창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니, 식량 창고는 신선한 것으로 가득했다.
아마 여기에 썩은 것이라고는 루이스의 머릿속뿐일 거다.
“여기 있군.”
이안이 구석에 놓인 커다란 테이블에 촛불을 비추었다.
테이블 위로 반짝이는 작은 유리잔이 있었는데, 이안은 그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잘 만드셨네…….”
그는 작은 소리로 감탄하며 다시 루이스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어디에서 찾았는지 작은 티스푼까지 하나 들고서.
“입 벌려봐.”
“저요?”
“여기에 그대 말고 달리 누가 있겠어?”
“뭘……넣으시려고요?”
루이스는 다소 의심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마. 적어도 살아있거나, 산 것 같거나, 살지도 모르는 건 아니니까.”
제외되는 사항들을 듣는데 어째 마음이 더 불안해졌다.
“어서.”
하지만 그가 재촉하니, 루이스는 부르르 떨리는 입술을 움직였다.
“조금만 더 벌려봐.”
“으…….”
싫은 소리를 내며 입을 벌리자, 차가운 것이 입속에 쏙 들어왔다.
뭔가 살아있는 것 같았다.
부들부들 움직이며 살며시 녹아들고, 달콤하게 혀에 착 감기는 이건…….
“……푸딩?”
루이스는 눈을 반짝 뜨며 물었고, 이안은 그제야 그녀의 눈앞에 작은 유리잔을 흔들어 보였다.
아슬아슬하게 출렁이는 푸딩의 매끄러운 표면이 보였다.
“그대가 좋아하는 거지. 맛있지?”
“물론 푸딩은, 웁.”
또 푸딩이 입에 들어왔다.
“나는 그대가 먹는 표정만 봐도 알지.”
그리고 그는 남은 푸딩을 커다랗게 퍼냈다.
“커다랗게 먹는 것도 좋아하잖아. 입에 잔뜩 넣고 사치스럽게 우물우물하는 거.”
그야 물론 환장하도록 좋아한다. 하지만 스위니 가는 ‘일인 일푸딩’이라는 엄격한 규칙을 따르고 있으니, 좀처럼 그리하지 못했다.
루이스는 얼른 꿀꺽 삼킨 후에 확인하듯 물었다.
“대체 그런 건 어떻게 아신 거예요?”
“시몬이 푸딩을 양보하면 그렇게 먹길래.”
분명히 구석에 숨어서 몰래 먹었는데 어떻게 아신 거지.
“그러니까 이번에는 크게 입을 벌려야 할 거야. 뱀이 개구리를 삼키듯 말이지. 푸딩을 통째로 삼켜야 하니까.”
“비유가 지독해요.”
세상에 어느 남자가 제 연인을 뱀에 비유한단 말인가. 그것도 개구리를 포식하는 뱀 말이다.
“왜? 잘 먹으니까 좋잖아. 나는 그대가 뱀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먹는 것이 참 좋아.”
“성장기의 막차에서 내렸는데도요?”
“알게 뭐야. 그대가 먹겠다는데.”
입가에 푸딩이 닿았다. 입을 벌리라는 뜻이다.
루이스는 정말로 뱀이 된 기분으로 커다란 푸딩을 한 번에 포식하는 데 성공했다.
우물우물. 분하지만 행복하다.
이런 것에 행복해하는 걸 보면 루이스 스위니는 아주 단순한 사고회로를 지닌 것이 틀림없다.
분명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주 우울하고, 또 무서웠는데 말이다.
그대로, 정말로 그대로. 원작에 이끌려 들어가는 줄 알았다.
스텔라를 괴롭히는 악녀로 오인되어서, 이안이 싸늘한 얼굴로 루이스를 바라보게 되고. 홀로 그의 상냥함을 그리며 집착하게 되고…….
이안은 말없이 푸딩을 하나 더 가져왔다.
그리고 또 루이스의 앞에 내밀었다. 웃거나 장난치는 기색도 없이. 아무것도 묻는 것 없이.
그가 모를 리 없을 텐데.
오늘의 루이스가 어딘가 심각하게 이상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언제나 루이스를 세심하게 관찰해 주었으니까.
“왜…….”
루이스는 작은 목소리로 겨우 이야기를 꺼냈다.
“……묻지 않아요?”
“그야.”
그는 가까운 찬장에 유리 그릇과 티스푼을 내려놓았다.
“그대는 알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언제나 그대의 말을 기다리고 있다고.”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온기를 품은 손가락이 그녀의 입술 끝을 쓸어냈다.
루이스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달콤함과 온기에 녹은 입술이 가까스로 진실 된 모양으로 움직였다.
“할 말이…….”
그녀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해야만 하는 말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