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주인공의 여자사람친구입니다-50화 (50/92)

?50. 뭘……좋아해요?

시몬은 이안의 말을 떠올렸다.

「하지만 루이스는 찾아낼걸.」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마음은.

그의 심장을 아프도록 채우는 이 감각은.

아주 오래된 것이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그 자신도 알 수 없을 만큼.

지금까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루이스가, 어찌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그대의 말과 행동에 섞인……어떤 것.」

하지만 이제는 깨달았다.

루이스가 어째서 오랫동안 시몬의 마음을 알아내지 못했는지.

시몬이 언제나 이안의 뒤에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안이 없다.

더구나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는 꽤 많은 것이 보일 것이다.

“……공자님?”

루이스가 부르는 소리에 시몬은 느릿하게 눈을 감고 떴다. 그 짧은 순간에 기도했다.

부디, 제 눈빛에 그 어떤 것도 담기지 않기를.

루이스가 그의 생각을,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은 안 된다. 절대로.

“미안, 잠시…….”

시몬은 짧게 입을 떼었다.

그리 말하는 목소리가 평소와 같아서 내심 안도했다.

“생각했어.”

루이스가 웃었다. ‘그 정도는 알고 있었어요.’ 라는 얼굴로 말이다.

“그나저나, 이 우산 말이에요.”

루이스는 꽃을 파는 소년과 바꾼 낡은 우산을 슬쩍 들어 보였다.

“낡아서 비가 새는데, 아무래도 새것을 사는 편이 좋겠죠?”

시몬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여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우산 가게가 있다. 우산 장인이 튼튼하게 만들어 파는 좋은 가게다.

“거기까지만……우산을 씌워 주시면 안 될까요?”

시몬은 대답 대신에 먼저 한 걸음을 옮겼다.

루이스가 얼른 그의 옆에 졸졸 따라붙었다.

“고마워요.”

그녀가 작게 속삭인 말이 우산천장에 갇혀 분명하게 들렸다.

시몬은 이래서야 말에 박힌 호흡까지 셀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는 조금 시선을 내려서, 제 걸음과 나란히 따라붙는 발랄한 걸음을 바라보았다.

구두에 빗물이나 진흙이 묻어도 그 쾌활함을 가릴 수는 없었다.

“공자님과 우산을 함께 쓰는 건 처음이네요.”

“우리는 각자 제 우산을 드는 것에 익숙하니.”

“그편이 좋죠. 사실. 우산 아래의 공간은 좁으니까요.”

루이스는 제 쪽으로 기울어진 우산을 조심스레 들어 올렸다.

아마 시몬의 어깨가 조금 젖어든 것을 신경 쓰는 것이리라.

“멋대로 이 공간에 끼어든 건 저니까요. 공자님이 젖는 건 싫어요.”

우산 끝에 맺혀 있던 차가운 물방울이 루이스의 어깨 위로 떨어졌다.

시몬은 물기를 머금은 여린 어깨를 바라보다가 결국 우산을 다시 기울였다.

“우산을 씌워 준 건 나였지.”

“그야……그렇지만요.”

“루이스가 감기에 걸리면 곤란하기도 하고.”

“공자님이 감기에 걸려도 곤란해요.”

“난 괜찮으니까.”

다정한 말투에는 묘한 힘이 있어서, 루이스는 이 이상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상냥하네요. 정말로.”

루이스가 작게 중얼거리는 말에, 시몬은 얼른 사족을 덧붙였다.

“내 친구에게 이 정도는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친구라는 말에 굳이 힘을 주어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물론 그가 이런 식으로 말하면 루이스는 웃어준다.

아주 기쁘다는 듯 말이다.

그리고 시몬은 그 미소가 좋았다.

이번에도 그러한 표정이 그에게 돌아온다. 성실하게도.

“이안과는 괜찮아?”

그는 얼른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니, 바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괜찮다고 생각해요. 아마도요.”

“아마도?”

시몬이 모호한 말을 지적하자, 루이스의 얼굴이 조금 빨개졌다.

“아마도……는 그냥 부끄러워서 달라붙은 말이에요오.”

어색하게 웃는 눈꼬리에 부끄러움이 잔뜩 있었다.

시몬은 그녀가 이안과의 순간을 떠올리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곤란해할 리 없으니까.

“잘 지내요. 물론 회장님은 여전히 절 괴롭히는 일을 포기하지 않으신 모양이지만요.”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에 나도 ‘그만 괴롭히는 편이 좋겠다.’고 충고했었지.”

“공자님이요?!”

“그래.”

“역시 공자님이 최고예요. 그래서요? 회장님께서는 알았다고 하셨나요?”

“노력하겠다고 하던데.”

“그 말을 할 때, 분명히 이런 표정이었을 거예요.”

루이스는 이안의 삐딱한 미소를 따라 했다.

“노력해보지.”

게다가 근엄한 척하는 목소리로 이안을 흉내 냈다.

물론 조금도 똑같지 않았다는 점에서 몹시 우스웠기 때문에, 시몬은 피식 웃고 말았다.

“맞죠? 똑같죠?”

“거의 근접했어.”

“완전히 똑같았을걸요. 저는 그 비웃음을 몇 년째 봐왔으니까요. 그 입술의 각도까지 외울 정도로요.”

“물론 나도 그 입술의 각도는 외우고 있어.”

루이스가 잔뜩 기대감 어린 얼굴을 하기에, 시몬은 왠지 그것에 보답하고 싶어졌다. 어쩐지 말이다.

“이런 식이지.”

시몬의 입술이 삐딱하게 되었다.

루이스가 손뼉을 치며 똑같다고 감탄하자, 그는 저도 모르게 이안의 목소리까지 흉내내게 되었다.

“그건, 노력해보지.”

……대체 왜 이런 광대 같은 일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루이스는 거의 숨이 넘어가기 직전까지 웃으며 좋아했다.

얼마나 신나게 웃는지 머리나 어깨가 몇 번이나 우산 밖으로 벗어날 정도였다.

시몬은 얼른 팔을 움직여 루이스를 우산 안으로 데려왔다.

“사촌이신 두 분이 닮았다는 생각은 몇 번인가 했었는데.”

가까스로 진정한 루이스가 여전히 씰룩대는 입술을 하고는 감탄하는 소릴 했다.

“정말 똑같이 흉내를 내시네요!”

“설마.”

“진짜예요. 아마 모두 그렇게 생각할 걸요? 나중에 학생회실에서 한 번만 해 주세요. 분명히 모두 숨이 넘어가도록 웃을 테니까.”

“이안이 가만둘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럴 땐 제가 지켜드릴게요.”

루이스가 주먹을 꼭 쥐며 약속했다. 저 사탕 같은 주먹은 이 나라의 황태자를 가뿐히 제압할 거다.

“참 든든하군.”

여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커다란 물웅덩이를 마주했다.

“이안의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말해두는데, 루이스.”

둘은 작은 호수 같은 웅덩이를 동그랗게 돌아 갔다.

“두 사람이 나를 너무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건 불가능해요. 특히 회장님은 절대 안 된다고 할걸요. 공자님을 아주 좋아하니까요.”

“물론 나도 이안을 아주 좋아하지.”

시몬은 루이스의 말을 빌려서 새삼 제 우정을 맹세를 소중히 되새겼다.

“그래서, 너희들이 만나는 데 방해가 되고 싶지는 않은 거고.”

방해라는 단어에 루이스의 얼굴이 못생기도록 일그러졌다.

‘정말로 못생겨졌다…….’

그리 생각한 시몬은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중에 이러고 싶지는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이안의 말이 떠오른 탓이다.

‘불만이 가득한 그 못생긴 얼굴을 너도 꼭 봤어야 했는데.’

삐딱한 말에는 그녀가 사랑스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그의 오랜 감정이 짙게 섞여 있었다.

어쨌든 이안이 이런 얼굴을 귀여워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방해라고 말하지 말아요. 아무도 공자님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그래, 방해라고 말하지 않을게. 대신 친구로서 만나는 일에 나를 빼놓지 않도록 주의하고.”

“당연하잖아요.”

이제 저 멀리 모퉁이에 우산 가게가 보였다.

“어떤 색 우산을 살지 벌써 고민되네요.”

시몬도 루이스와 함께 고민했다.

물론 한 가지 색만은 후보에도 올려두지 않았다.

“검은색은 안돼.”

“어째서요? 저는 검은색도 공평하게 좋아해요.”

“……안 어울리니까.”

자신도 모르게 뱉은 말에 시몬은 놀라고 말았다.

아마 검은색에 멋대로 자신을 씌워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는 얼른 설명을 덧붙였다.

“루이스에게는 밝은 것이 어울리지. 뭐든지.”

루이스가 ‘그랬던가……’라고 작게 중얼거리는 동안 시몬은 얼른 다른 색을 권했다.

“초록색이나, 노란색이 좋겠는데.”

“노란색은 너무 눈에 띄지 않을까요?”

“흐린 날에는 눈에 띄는 우산을 쓰는 것이 안전해.”

“그러고 보니 마타리꽃도 마침 노란색이고 말이죠?”

루이스는 시몬이 소중하게 쥔 꽃을 보며 빙긋 웃었다.

“딱히……꽃을 생각한 건 아니지만.”

“그럼, 노란색으로 할게요. 공자님이 골라주기도 했고, 오늘을 기념해야죠.”

“기념?”

“세금환급이요!”

아, 그렇지.

시몬과 시간을 보내는 일은 루이스에게 평범한 일상일 뿐이다.

기념할 만한 것은 아니리라.

왤까. 당연한 것을 되뇌며 이리도 실망하게 되는 것은.

……거리 때문인가.

서로의 표정과 숨결이 선명히 공유될 만큼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일까.

인식이란 잔인한 일이다.

별것 아닌 변화를 알아차린 후로는, 멋대로 기대하고 의미를 부여해 버리니.

오늘의 만남에 ‘세금환급’ 이상의 의미를 둘 수 없도록 행동했던 건 다름 아닌 시몬이었는데.

“그리고 무엇보다.”

루이스는 우산 밖으로 폴짝 빠져나와 가게의 작은 지붕 아래에 섰다. 그녀는 조금 젖은 어깨를 으쓱였다.

“오늘은 우리가 같은 비를 맞은 날이죠.”

시몬은 홀로 우산을 든 채로 루이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게 기념할……일인가?”

“우리는 무엇이든 기념할 수 있어요.”

루이스가 가게의 문을 밀어 열었다. 다양한 색채의 우산이 두 사람을 환영했다.

루이스는 가볍고 튼튼한 노란색 우산을 골랐고, 값을 치렀다.

가게를 나선 두 사람은 이제 각자 제 우산 아래에 서게 되었다.

다시 우산의 너비만큼 간격이 생겼다. 한 우산을 쓸 때 와는 달리 대화도 줄었다.

비는 여전히 내렸고, 둥근 빗방울을 머금은 노란 우산은 어쩐지 마타리 꽃을 닮기도 했다.

그건 시몬이 든 시커먼 우산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광경이리라.

새삼 깨달았다.

이제 다시 두 사람은 다른 비를 맞고 있다고.

* * *

시몬과의 공식적인 데이트는 별다른 일 없이 종료되었다.

루이스가 따로 마차를 불러서 돌아간다고 했지만, 그는 찬성하지 않았다.

“우리가 친구로서 만났다는 사실을 들키면 곤란하니까.”

그리 말한 시몬은 결국 루이스를 집 앞까지 무사히 데려다주었다. 고맙게도 말이다.

“루이스.”

“네?”

“다음 일정 말인데.”

루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 번 정도 이렇게 시몬을 만나야 한다고 들어서 알고 있었으니까.

“가능하면 천천히 일정을 잡았으면 하는데.”

“저야, 상관없지만. 왜요?”

“음.”

시몬은 잠시 고민하는 것 같은 얼굴을 했다.

“이안이 알고 있는 사실을 네게 숨기는 건 공평하지 않으니까, 솔직하게 말할게.”

루이스가 고개를 끄덕였고, 시몬은 그가 혼담을 수락하게 된 사정에 관해 설명했다.

스위니 가문에 처우를 고민하는 황실의 입장 같은 것들 말이다.

“제가.”

루이스는 고민 끝에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

“공자님에게 굉장한 민폐를 끼치고 있네요.”

“난 그저 보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네가 다른 남자와…….”

시몬은 서둘러 제 말을 정정했다.

“그러니까 이안 외의 다른 남자와 혼담이 오가는 걸 말이야.”

다정한 설명은 조금 길어졌다. 평소의 조용한 시몬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물론 가장 좋은 일은 너와 이안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만드는 것이지만.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칫 스위니 씨에게 피해를 줄 뿐이라서.”

“사업적인……부분에서요?”

“그래. 스위니 가문이 제대로 된 귀족적 배후를 마련할 때까지는 조심하는 게 좋을 테니까.”

“……그야, 그렇지만요.”

“게다가 나와 이안은 스위니 부부에게 많은 빚을 졌지.”

“빚이요?”

“사랑으로 돌봐주셨어. 그러니 우리도 한 번쯤은 은혜를 갚아야 하고. 물론, 루이스 네가……나와 이렇게 만나는 게 싫지 않다면.”

마지막 말은 다소 자신이 없는 목소리였기에, 루이스는 열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시몬과 만나는 게 싫을 리가 없다.

그저 이런 말도 안 되는 민폐를 그에게 끼치는 것이 싫었을 뿐이다.

“혹시.”

루이스는 조심스레 확인하듯 물었다.

“이 일로 공자님에게 피해가 가지는 않나요? 황실에서 내린 혼담이기도 하고.”

“전혀.”

그는 가뿐하게 대답했다.

실제로 피해는 없었다.

“선황비께서 무어라 하실 수도 있고.”

“그런 일은 없어. 혼담이 성사되는 일은 몹시 드물고, 성사되지 않는 일은 흔하거든.”

“그, 그게 아니라면 혹시……. 불편할 수도 있고요.”

“루이스가 이렇게 계속 조심스러워 하거나, 너무 미안해하면 불편해질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그야!”

“루이스.”

시몬은 루이스를 진정시키려는 듯 한결 차분한 목소리로 결론을 지어주었다.

“나는 괜찮아. 너는 어떻지?”

“물론 저도 괜찮지만…….”

“그럼 된 거지.”

물론 루이스는 그의 말에 동의하고 싶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어딘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대체 그것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루이스가 계속 이 일로 물고 늘어지는 것을 그가 불편해하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요.”

마차가 현관 앞에 멈추었다.

그 순간에 후드득후드득하고 강한 빗줄기가 쏟아졌다.

마차의 좁은 내부로 그 차가운 소리가 가득 들어찼다.

“조금 기다릴까.”

시몬이 창밖을 내다보며 중얼거렸다.

우산이 소용없을 만큼 많은 비는 시간이 지나면 잦아들기 마련이니.

“이안이 있는 곳도 이렇게 비가 오면 큰일이겠는데.”

그는 수해지역으로 떠난 제 친구를 잠시 떠올렸다.

아마 비가 들지 않는 두꺼운 가죽옷 따위를 입고는 몹시 고생하고 있을 거다.

“시몬……공자님.”

그러자 맞은편에서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미약하여 빗소리에 묻힐 만큼 작은 목소리였지만, 시몬이 그 목소릴 알아차리지 못할 리 없었다.

“뭘……좋아해요?”

“뭘 좋아하냐니?”

“그러니까.”

루이스는 습기를 머금은 옷자락을 꾹 쥐었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까, 최소한 공자님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글쎄, 뭐가 있을까.”

그는 길게 말을 끌며 루이스를 바라보았다.

좋아한다…….

그 말을 주머니로 만든다면, 그가 넣을 것은 이 세상에 단 두 사람뿐이다.

심지어 그 자신조차 그 주머니에는 들어가지 못하리라.

아니, 어쩌면 스스로 들어가지 않는 편을 택한 걸지도 모른다.

아마 그는 영원히 그럴 것이다.

“그냥, 난.”

그는 살짝 열린 마음속의 주머니를 단단하게 닫아 두며 대답했다.

“이대로가 좋아.”

“이대로요?”

“그래. 무엇이든.”

“정말이지, 공자님은 너무 욕심이 없어요. 가끔은 멋대로 굴어도 괜찮잖아요.”

“가령?”

“제게 선물을 바라실 수도 있고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알아 오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잖아요.”

“음, 재미있는 이야기는 듣고 싶다.”

“그럼 준비해 올까요?”

“루이스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그럴게요. 공자님이 웃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마련해 올게요.”

“기대해야겠는데, 그건.”

시몬은 루이스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공자님.”

“음?”

“우리 부모님과 절 도와주어서 고마워요.”

“그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지.”

“몇 번이라도 말해 줄 수 있어요. 진심이니까요.”

“몇 번이라도 들을게. 진심으로.”

“그럼, 한 번 더 말할게요. 고마워요.”

습기가 어린 긴 머리카락이 그의 손가락에 기분 좋게 얽혀들었다.

그가 어슴푸레한 미소를 지었고, 루이스는 그의 얼굴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고작 그녀의 머리 끝자락을 쥐고도, 너무나도 소중하다는 표정을 짓는 그에서…….

어떤……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루이스는 시몬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