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시험에 들게 하다니
루이스는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언제나 분리해 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관찰자니까.
아무리 진심으로 노력해도 다른 사람들과 같아지는 것은 어렵다고 여겼다.
그러니 가끔은 그런 생각을 했다.
언젠가 어른이 되고, 생활이 안정되면.
원작에 나오지 않는 환경과 사람들 사이에서 지내보면 어떨까 하고.
그 사이에서는 제 마음을 경계하기 위한 경어도 내려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누구의 미래도 원작과 비교하지 않아도 될 거다.
그건 아주 평범하게 제 삶을 즐긴다는 뜻이 되리라.
「억지……. 부리지 않을게요.」
하지만 루이스는 이제 제 손으로 규칙을 깨트렸다.
편안한 관찰자의 자리를 내려놓으며, 이야기 속으로 뛰어들고 말았다.
아니, 어쩌면 비로소 삶이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 * *
소꿉친구든 뭐든 어느 정도 나이가 지나면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 법이다.
성별이 다를수록 특히 더.
가령 늦은 시간에 한 방에 있는 일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로 특수조항에 따른 응급상황이었고, (비록 그 조약은 전부 없던 것이 되었지만 말이다.) 루이스도 수긍해 주었다.
그러니 둘은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주로 어렸을 때 이야기를 했다. 두 사람은 몇 번이나 숨이 넘어가도록 웃었다.
때때로 손가락을 걸어 장난을 치거나, 서로 머리카락을 톡톡 쓰다듬어 주는 일은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넘어가는 일은 없었다.
분위기가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일도 없었다. 완벽한 ‘친구’의 모습으로 놀았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에 회장님이 여기에 계신 걸 걸리면, 적어도 사흘은 온실에서 삽질하게 되는 게 아닌가 걱정했어요.”
“삽질……만 하게 되면 다행이지.”
이안은 가볍게 턱을 괴며, 이 상황이 바깥으로 흘러나갔을 때의 여파를 생각했다.
한숨 나오도록 다양한 사건들이 예상되는데, 모두 귀찮은 것뿐이었다.
아마 루이스에게는 더욱 성가신 일이 될 거다.
“내가 그대의 상냥함을 악랄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건 확실하게 알겠군.”
“늘 그러셨잖아요.”
루이스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자, 그는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까지 ‘악랄’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루이스를 이용했던가 싶어서 말이다.
실제로 아카데미에는 ‘이안이 가여운 루이스를 마음껏 부려먹으며 괴롭힌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마음껏 괴롭혀 본 적도 없는데 억울하기 짝이 없는 소문이다. 정말.
이렇게 된 바에야 다음 학기에는 아예 그의 바로 옆에 두고 일을 시켜볼까.
루이스는 다소 툴툴거리기는 해도 제가 맡은 일을 완벽하게 해낼 거다. 누구라도 놀랄 만큼.
정말 좋은 일꾼이니까.
타고난 머리가 괜찮은 것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근성이 좋다. 제 한계를 간단히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세도 존경할 만했다.
가끔은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그러고 보니 늘 궁금했는데, 그대는 왜 그렇게…….”
자신에게 엄격하게 구느냐고.
그렇게 물어보려고 했다.
그 작은 머리가 제 앞에서 꾸벅꾸벅 인사하듯 흔들리며 졸고 있지만 않다면 말이다.
……이제야 좀 진지한 질문을 하는가 싶었는데.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어쨌든 루이스를 이대로 둘 수는 없어서, 조심스럽게 들어 안았다.
자세가 바뀐 탓에 엷은 잠이 흩어졌는지, 루이스의 코와 입술이 살짝 움직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평안한 얼굴이 그에게 완전히 기대어왔다.
음, 저기. 미묘한 관계의 소꿉친구 양?
이쪽도 건강한 본능을 지닌 인간인데, 제발 최소한의 경계심을 가질 수는 없는 건가.
바로 조금 전에 봉인을 완전히 해제해 놓았으면서 말이다.
사람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내하지 말라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졸린 거겠지.’
그래. 그게 정답이다. 상대는 루이스 스위니다. 방심하면 안 된다.
그는 제 훌륭한 결론에 흡족해하며, 무사히 루이스를 눕혀주었다.
꽤 피곤했었던 건지 포근한 베개가 닿자마자 얼굴을 비비며 바로 자세를 잡았다.
이불을 덮어 주자 금방 안정된 숨소리가 들렸다.
참 잘도 잔다. 어릴 때와 조금도 변함없는 얼굴로.
그는 침대맡에 앉아, 루이스의 얼굴을 가리는 머리카락을 살살 넘겨주었다.
“그대가 나 같은 것과 친구가 되어 준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지.”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말이 속삭여졌다.
그리고 제 어머니의 장례식을 떠올렸다.
그 순간의 잔재로 남아야 하는 것은. 사실 분노가 마땅했다.
눈물을 흘리지 않던 어른들 사이에서, 제 입술을 꾹 눌러 감정을 누르던 소년에게는 말이다.
하지만 막상 그가 떠올리고 마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진심 어린 눈물을 흘리는 스위니 부인과 그녀의 어린 딸.
그가 홀로 흘릴 눈물까지 염려해 주었던 다정한 말이나, 아프게 짓눌린 입술을 안타깝게 쓰다듬던 손가락.
홀로 눈물을 흘릴 때, 루이스가 건넨 온기를 떠올렸던가?
아마 그랬을 거다. 깊이 감동했으니까 말이다.
물론 그 사려 깊어 보였던 소녀가 사실은 굉장한 고집쟁이에, 응석받이 기질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몹시 놀랐지만.
“그리고 이상한 녀석이라는 것을 알았지. 그대는 시몬 만큼이나 이상했어.”
주변의 사랑을 그러 모아서 언제까지나 끌어안고 싶어 하는 아이.
그러고도 부족하여, 타인에게 밉보이지 않도록 제 말을 몇 번이나 점검하고 생각하는 아이.
때때로 큰 누이 같은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는 아이.
하지만 이안에게는 거리낌 없이 도전해 오는 친구였다.
작은 말싸움 하나라도 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그건, 어찌 보면 특별취급……이었을까.”
그런 것이 좋았다.
물론 당시에는 참으로 불경한 아이라고 여기긴 했지만, 그리 생각하는 순간에도 분명히 웃고 있었다.
루이스는 그에게 사소하게 패배할 때마다 잔뜩 약이 오른 얼굴을 했다.
새침하게 돌아가는 고개를 보고 있으면 슬쩍 웃음이 나서, 그도 루이스에게 지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둘은 경쟁자가 되었다.
경쟁에 성별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안에게 루이스란 그저 루이스였을 뿐이다.
하지만 시간은 그를, 그녀를 착실하게 변화시켰다.
관계에 감정이 섞이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더라.
모르겠다.
그건 하늘의 시작이 어디부터라고 딱 짚어 말할 수 없는 것과 같았다.
문득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높은 곳에 올라와서.
아, 여기는 하늘이구나.
하고 깨달아버린 것과 같았다.
다만 떠오르는 순간은 있었다. 부끄러움이 섞여버린 기억들 말이다.
“지독한 일이었지. 사춘기 소년에게 그대의 춤 선생 노릇을 시키다니. 이제 생각해보면 어른들도 참 못됐어.”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루이스의 머리카락 끝을 매만졌다.
물론 이안은 리드와 팔로우가 모두 능숙했으니, 춤 선생으로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대는 노력가이고, 이해가 빨라서 꽤 좋은 학생이었어. 물론 나는 엄격한 선생이었지만.”
처음 춤을 배울 때의 루이스는 정해진 루틴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에 집중했다. 물론 누구나 그렇게 춤을 배운다.
그의 리드는 조금도 느끼지 못했고, 오직 머릿속으로 암기한 행동을 몸으로 실행할 뿐이었다.
하지만 곧 능숙해졌다.
똑똑한 여자아이는 변칙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정해지지 않은 리드에도 무섭도록 제대로 따라붙었다.
거기에는 한마디의 말도 필요치 않았다.
오직 눈빛과 서로의 균형, 그리고 공유되는 감각만이 있었을 뿐이다.
그 순간에 생각했다.
누군가를 리드한다는 것이 이토록 지배욕과 소유욕을 자극하는 것이었던 가, 하고.
사춘기 소년에게 그런 어둠은 무척 두려운 것이었다.
“그대가 뻣뻣하다고 몇 번이나 지적 한 건. 반은 진심이었고.”
그는 쿡쿡 웃었다. 루이스는 다소 뻣뻣한 면이 있었다. 딱 귀여울 정도로 말이다.
“반은 나를 향한 말이었지.”
그의 의도를 읽어내려는 그 맹렬한 눈빛에, 착각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루이스 스위니는 하루가 다르게 예뻐졌다.
아마 그렇게 보이게 되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거다.
루이스의 행동이나 얼굴은 사실 어릴 때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 그의 시선이 변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 맞을 거다.
온실에서 맹렬하게 삽질하는 것도 좋았다.
허리가 넘어가도록 깔깔 웃는 것도 귀여웠다.
제가 가진 아무리 작은 권리라도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점은 늘 존경했다.
음, 시몬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업히는 부분은 좀 그랬지만.
뭐 어쨌든.
“내가 먼저 아카데미에 간 탓에 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서. 올해 만난 그대가 아주 낯설었지.”
오랜만에 만난 그녀에게 ‘기다렸다.’고 말한 것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정말로 기다렸다. 그 자신도 놀랄 만큼.
“낯선 얼굴을 하고서, 행동은 예전과 같아서 잠시 안심했지만.”
이안은 잠시 얼굴을 굳혔다.
“그대는 내게 몹시 놀라운 제안을 해왔고.”
둘의 오랜 관계를 송두리째 부정당한 기분이었다.
“그때……. 알았어, 내가.”
그는 시선을 떨구었다.
“그대에게 어떤 집착을, 품고 있었다고.”
집착이라는 말에는, 더럽고 끈적이는 의미가 감각적으로 달라붙고 만다.
“꽤 질척하게. 아마도 오랫동안.”
그는 호흡했고, 결국 가장 하고 싶지 않은 말을 덧붙였다.
“……미안.”
그는 손끝에 닿은 둥근 뺨을 쓸었다. 그리고 입 모양만으로 다시 사과했다.
그 사과에는 여러 마음이 섞이지만, 그는 굳이 그것을 하나하나 헤아리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다른 가정을 떠올리는 일은 멈출 수 없었다.
“아마, 꽤 좋았을 거야. 우리는 친구일 때 더욱 이득을 볼 수 있는 관계니까.”
최고의 현금 부자인 스위니 가문의 후계자.
최고 권력자의 하나뿐인 후계자.
양극의 두 사람이 절대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양지와 음지에서 협력하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서로에게 이득이 될 만한 것으로.
이안의 아버지가 루이스와의 친구 관계를 용인한 것도, 아마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어째서일까…….”
두 사람이 친구를 넘어서고. 그것이 공식적인 것이 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은 힘을 잃는다.
“그런 걸 계산하지 못할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지. 그대와 나.”
그런데도 이렇게 되었다는 것은…….
무척 깊어진 숨소리가 들린다.
그는 천천히 손을 떼어냈다.
아마 이대로는 무례를 저지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까.
미련을 버리지 못한 손끝이 마지막까지 하얀 뺨과 턱 끝을 스쳐 지나간다.
잘자, 내 소꿉친구.
그는 괜스레 그들의 오랜 관계를 되뇐다.
그렇게 하면 욕망 같은 것들이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할 테니까.
그리고 마침내 손이 떨어지는 순간에.
다시 그의 손을 감싸는 온기가 있었다.
마치 그가 떨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그녀는 그의 손을 양손으로 붙잡아 당겼다.
저항 의지가 없는 손은 어디까지나 그 부드러움에 녹아들고 만다.
그대로 품속으로 당겨지는 순간까지, 계속.
작은 손이 차마 감싸지 못한 손가락 끝으로 하얀 잠옷의 감촉이 닿았다.
얇은 천이 그의 손과 스칠 때마다 사그락거렸고, 그는 그 너머에 있을 부드러움을 기꺼이 그렸다.
“……미치겠네.”
그는 굳은 입술을 억지로 비틀어 말을 뱉었다.
제정신이란 놈을 깨우려는 조치였고, 다행히 제대로 작동했다.
그는 루이스의 손과 품에 끼어버린 제 손을 훅 잡아당겼고, 불행히도 그의 손은 쉽게 빠져나왔다.
아니, 다행히도. 정말로 다행히도 말이다.
그는 주변을 둘러 보았다.
저 개미지옥에 뭐라도 먹이를 넣어 놓지 않으면, 아마 ‘다음 기회’라는 녀석이 찾아올 거다.
물론 그때에도 그의 제정신이 제대로 발휘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고.
그는 토끼 인형 엘리스를 붙잡아서 그 무시무시한 품에 쏙 집어넣었다.
다행히 루이스는 엘리스를 기쁘게 끌어안는 듯했다.
이안은 가까스로 한숨을 뱉었다.
일단 인형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시각적인 자극이 절반으로 감소…….
이건 또 이거대로 꽤 예쁘네.
아무래도 늘 악마 소리를 입에 달고 다니는 루이스 스위니가 결국엔 본인이 악마가 된 것이 틀림없었다.
사람을 시험에 들게 하다니.
그는 괜스레 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다가 한숨을 뱉었다.
어쨌든 그는 시험에 통과했다.
아니, 통과하지 못한 건가?
……휴이트 교수님. 이건 어느 쪽인 건가요.
* * *
루이스는 새벽에 눈이 떠졌다.
회장님은?!
그리 생각이 들자, 자신도 모르게 몸을 벌떡 일으켰다.
“걱정할 것 없어. 아침이 오고 내가 가는 교대식은 아직 한참 더 남았으니까.”
침대 아래에서 느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그는 바닥에 앉아 침대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루이스의 기억에 의하면, 분명히 둘 다 침대 모서리에 앉아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제가 잠들었나요?”
바보 같은 질문이라는 건, 말을 뱉고 나서야 알았다. 잠이 들었으니 잠에서 깨어났겠지.
“……제가 어, 언제 잠들었어요?”
그러니 루이스는 얼른 제 질문을 바꾸었다.
“음.”
이안은 손끝으로 창문 바깥을 가리켰다.
구름이 걷힌 새벽하늘 끝에는 흐릿한 달이 떠 있었다.
“저 달이.”
그는 손끝을 조금 움직였다. 달을 끌어 움직이게 하려는 것처럼.
“저기에 있을 때부터.”
“미, 미안해요.”
“뭐가?”
“주무셔야 하는 건 회장님인데.”
“밤을 새우는 건 익숙하니까 상관없어. 그래도 고맙다는 말은 듣고 싶은데.”
“제가 고마워해야 할 일이 있었나요?”
“있었지.”
루이스는 제 몸을 이리저리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토끼 인형인 엘리스를 안은 채, 편안하게 자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저를 회장님께서 눕혀주셨죠?”
“그래, 그거.”
“엘리스도 안겨주시고요.”
이안은 제 손을 부르르 떨었다.
계속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그는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쪽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분하고 억울한 마음을 설명할 수 없다.
어쨌든 그는 침착하게 대답을 들려주었다.
“엘리스는 신사의 미덕을 상징하지.”
궁에 돌아가면 당장 ‘신사의 정원’을 꾸며서 엘리스를 든 이안의 동상을 세울 거다. 커다랗고 아름답게.
그는 오늘 모두의 숭배를 받아 마땅한 업적을 세웠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루이스는 조금 납작해진 엘리스의 코를 이리저리 매만지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사실 저는 잘 때 뭔가를 안고 자는 습관이 없는데요.”
“그럴 리가 있나.”
안고 자는 습관이 없다고?
그럼 그의 손을 끌어간 그 행복의 개미지옥은 대체 뭐란 말이냐.
“정말이에요.”
“루이스 스위니.”
이안은 슬쩍 몸을 돌려 침대 위로 팔을 올렸다.
“네?”
“항상 엘리스를 안고 자도록 해. 특히 내가 있을 때는.”
“이 시간에 또 오실 생각이세요?!”
“안 되나?”
“안 되죠.”
“기숙사에서도?”
“안 되죠.”
“……안 되는군.”
그가 한껏 실망한 표정을 짓기에 루이스는 함께 울상을 지었다.
“대체 왜 자꾸 제게 농락당한 것 같은 표정을 지으시는 거예요?”
아.
이안은 무언가를 깨달은 사람처럼 잠시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 분하고 억울한 마음의 정체를 알았다.
이건 시험이 아니었다.
농락당한 거다.
이안 오드모니얼이 루이스 스위니에게, 완전히!
참고로 둘은 영원한 경쟁자이며, 어느 한쪽도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다.
어느 정도 관계와 감정에 변화가 온다고 하더라도 그 점은 영원히 같으리라.
굉장한 복수 계획이 필요해졌다.
루이스 스위니가 그에게 녹아서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완벽하고, 아름다운.
그런 계획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