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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주인공의 여자사람친구입니다-32화 (32/92)

?32. 입술이 적어 내려가는 편지

서로에게 닿기 직전.

루이스는 눈을 반짝 뜨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맙소사 루이스 스위니 너 드디어 미쳤니?

아무리 분위기를 제대로 탔다고 하더라도, 여기에서 눈을 감는 건 아니잖아!

누구라도 ‘네, 지금부터 키스하겠습니다.’라는 뜻으로 오해할 거다.

무, 물론, 그런 뜻이었다.

하, 하려고 했다. 솔직히 말하면 하고 싶었다. 그렇긴 했지만!

“그…….”

루이스는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다시 눈을 마주친 이안은 약간, 아니 몹시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루이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있잖아요. 우, 우리 사이엔 합의된 간격이 있……죠?”

그리고 소심하게 두 사람의 소중한 조약을 상기시켰다.

“있지.”

무뚝뚝한 대답이 툭 돌아왔다.

루이스는 그가 실망감을 아낌없이 표출하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다.

여보세요.

남자 주인공 씨.

여기에서 실망하시면 어떻게 해요. 이야기가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렸잖아요.

예전의 루이스라면, 아마 이런 상황을 두고 ‘어떻게 하지.’라며 걱정했을 텐데.

지금은 그냥 헤실헤실 웃음이 나오고 만다.

이상한 일이다.

눈에서는 아직도 눈물이 흐르는데 입술은 웃어버리다니.

분명히 아주, 아주 괴상한 얼굴일 거다.

그 모습을 그대로 바라보던 이안이 다시 대답을 바꾸었다.

“합의된 간격이 있긴 한데…….”

눈가에서 떨어진 짙은 눈물이 그의 손가락 사이로 타고 흘렀다.

그는 그 눈물을 털어내지도, 닦아내지도 않았다.

눈물은 그의 손등을 간지럽히며, 손목까지 흘러내렸다. 느릿하게.

이안이 다시 고개를 기울였다.

그리고 조금 전과는 달리, 단번에 간격을 좁혀왔다.

루이스가 다른 생각이나, 주장을 내세울 약간의 틈조차 가질 수 없도록.

놀라고만 루이스의 심장이 그녀의 모든 감각을 발밑으로 떨어뜨렸다.

그가 얼굴을 감싸고 있지 않았다면 멍청하게도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의 호흡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에 어그러졌던 모든 것이 하나씩 하나씩 제 자리로 돌아왔다.

루이스는 감은 눈 너머로 느껴지는 모든 것을 이제야 받아들이게 되었다.

서로의 입술 끝이 닿은 곳에서 피어나는 온기나.

한때는 그의 심장에 있었을 호흡이 그녀에게 옮겨 오는 것이나.

혹은 그 반대로 전해지는 것.

그리고 다정히도 얼굴을 감싸는 손바닥.

비로소 제 자리를 찾았지만, 여전히 시끄러울 정도로 뛰는 심장.

그녀의 머릿속이 멋대로 지금을 스케치했다. 아마 기억해 두고 싶다고 여긴 것이리라.

소중하고, 무엇보다 귀하게.

조금은 먼지가 피어오르는 마룻바닥, 달빛 하나 없는 어두운 밤하늘 그리고 두 사람이 겨우 몸을 의지한 낡은 문짝 같은 것들을.

서로의 입술이 닿은 곳에서 이안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제게 밀려 들어오는 루이스의 호흡에 집중했다.

진정되기를.

잠시, 잠시라도 좋으니까.

온종일 쓰린 숨을 가졌을 심장에 부디 부드러움만이 감돌기를.

하지만 서로 입술이 떨어져야 하는 순간에는 어쩔 수 없는 욕망이 잠시 고개를 들고 말았다.

조금만 더 오래, 라거나.

조금만 더 깊이, 와 같은 것들.

그러나 이안은 결국 그것을 덜어냈다.

천천히 입술을 떨어뜨린 그는 여전히 루이스의 얼굴을 쥔 채, 조금 웃었다.

잔뜩 긴장한 표정이 귀엽기도 하고, 조금 미안하기도 해서.

“합의된 간격이 있다면서요오…….”

원망하는 것인지, 부끄러워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첫 반응에 이안은 조금 뻔뻔하게 응대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근사한 특수 조약이 있지.”

“특수 조약?”

루이스는 잠시 그와 합의를 나누던 순간을 떠올렸다.

「우리 둘 중 누군가 아프거나 다칠 위험에 처했을 때 말이야.」

「그런 상황이라면 편하게 서로 도와도 괜찮지 않을까요? 곤란할 때 돕는 것이 친구라고 하잖아요.」

「근사한 특수 조약이 생겼군.」

「응급상황 한정이지만요.」

설마, 이 특수 조약을 말하는 거야?!

“하, 하지만 그건 응급상황 한정이잖아요.”

루이스가 불평하며 이야기하는 순간에는 그가 다시 가볍게 입을 맞춰왔다.

짧지만, 입술이 닿고 떨어지는 습한 소리가 분명하게 들릴 정도로.

확실하게 말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응급상황이지.”

“대체 어디가 응급상황이란 거에요?”

그의 손이 루이스의 눈가를 천천히 쓸었다.

다시 눈물이 멎었다.

아마 너무 놀라서 전부 멈춰버린 모양이다.

더는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일까.

그는 문가에 등을 편히 기대며, 루이스를 제 품으로 가만히 당겨 안았다.

그리고 루이스의 긴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다가, 어딘가 긴장이 풀어진 목소리로 낮게 중얼거렸다.

“……그냥 그런 거로 해.”

“그냥, 응급상황이었다고요?”

“그래.”

“정말……제 멋대로시네요.”

루이스는 조심스럽게 제 입술 근처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어딘가 아직도 따뜻했다.

“그런데, 회장님.”

“다시 회장님으로 돌아왔군.”

“전하라는 말이 더 좋으세요?”

“둘 다 싫어하는데.”

“그럼 회장님.”

“…….”

“정말로……괜찮아요?”

이안은 루이스가 신경 쓰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파티에 돌아가야 하지 않냐는 말이다.

“슬슬 그대가 내 요정 대모님으로 느껴지기 시작하는군.”

“맞아요. 요정 대모예요. 그러니 왕자님께서 파티에 빠지지 않도록 걱정해 주는 거고요.”

“이거 참, 상냥하기도 하시지.”

그는 잠시 고개를 숙여 루이스의 머리카락에 키스했다.

‘정말이지, 왜 자꾸 입이 닿으시는 거예요!’

루이스는 묻고 싶은 말을 꿀꺽 참았다. 그런 말을 하면 저 사람은 기쁘게 웃을 거다.

아주 음흉한 사람이니까 말이다.

어렸을 땐 이렇지 않았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원작에 충실한 음흉한 남자가 된 건지 모르겠다.

그 음흉함이 어째서 루이스에게 뻗어오는 건지는 더욱 모르겠지만.

지금 그런 것까지 생각했다가는 머리가 터져버릴지도 모르니까, 일단은 넘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루이스는 이안에게 기댄 채, 고개를 조금 들어 올렸다.

그는 반대편 창가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하늘이 그의 시선에 비쳤다.

시선을 느낀 그가 고개를 숙이기에 루이스는 황급히 얼굴을 내렸다.

“그, 저기.”

그리고 그녀가 전해야 할 말을 조심스레 꺼냈다.

“……생일 축하해요.”

조금 전에 한 번 말하긴 했지만 어쩐지, 제대로 된 축하 같지 않아서 신경 쓰였었다.

생일은 일 년에 한 번뿐이고, 그는 축하받는 걸 좋아했으니까 말이다.

“제가 이런 상태라 미안하지만, 그래도 꽤 진심으로 축하하고 있어요.”

“그대의 상태는 완벽해.”

“……응급상황이라면서요?”

“음, 그러네. 어쨌든 축하해 줘서 고마워.”

“열두 시가 지난 건 아니겠죠?”

“지났으면 어때.”

“날짜가 맞지 않으면 속상하잖아요.”

달도 시계도 보이지 않으니까 조금 답답했다.

“안 넘었다고 생각하는 거로 하지.”

“역시 넘은 거죠?”

“안 넘었습니다. 주인 아가씨.”

그의 말투에는 충성심이 묻어나는데, 머리를 사락사락 쓰다듬는 손길은 어째 어린아이를 다루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젠 슬슬 줘도 괜찮을 것 같은데?”

“뭘요?”

“그야, 그대가 내게 쓴 편지 말이야. 예쁜 말만 모아서 나를 감동하게 하겠다고 했었지.”

“…….”

“실은 꽤 진지하게 기대하고 있었거든.”

루이스는 잠시 입술을 우물거렸다.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할까.

“그게…….”

“……설마 안 썼나?”

“썼어요!”

쓰긴 썼는데, 새카만 잉크를 먹어서 엉망이 되었다.

게다가 그렇게 엉망이 된 것 마저.

“빼앗겼어요.”

라센 교수에게 말이다.

“……저런.”

이안은 저도 모르게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예로부터 황족에게 전해질 편지에 해를 입히는 건 커다란 벌을 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가령 사형이라거나. 사형이라거나. 사형이라거나. 사형 같은 것.

“그, 근데 사실 그렇게 잘 쓰지는 못했어요.”

루이스가 얼른 변명을 덧붙였다.

“그럴 리가 있나.”

“정말이에요.”

“뭐라고 적었는데?”

“그게……. 일단 첫 줄에는요.”

그의 물음에 루이스는 편지의 내용을 차근차근 떠올렸다.

그는 루이스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그녀의 입술이 적어 내려가는 편지를 받았다.

“생일 축하해요……. 라고 적었어요.”

“좋은 도입부로군. 그리고?”

“어른이 되는 건 어떤 느낌이냐고 여쭈어 봤어요.”

“아무런 느낌도 없어. 어제와 오늘을 분절하여, 어제는 아이 오늘은 어른. 이렇게 변신하는 게 아니니까.”

편지와 비슷한 대답에 루이스는 조금 웃었다.

“저도 그러리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얼른 다음 문장으로 넘어갔고요.”

“기대되는군.”

“기대에 부응할 내용은 아니에요. 그, 저기…….”

루이스는 조금 머뭇거렸다.

다음에 적은 내용이 지금의 그들에게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제 고집을 들어 주어서 고맙다고 썼어요. 그러니까, 처음에 제가 부탁드렸던…….”

“생일축하 편지에 파혼해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는데. 참신하긴 하군.”

“그게, 저도 모르게 적어버렸어요.”

“그랬겠지. 쓰고 나서 당황했을 얼굴이 눈에 선해. 그다음엔?”

다행히 이안이 딱히 문제 삼지 않았기에, 루이스는 안심하고 다음 문장을 이야기했다.

이 부분은 자신이 있었다.

그나마 가장 멀쩡한 부분이니까.

“저와 계속 좋은 친구로 남아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야 물론 그리되겠지. 시몬을 포함하여.”

그는 소중한 제 사촌 형제를 우정의 맹세에서 절대 빠트리지 않았다.

“그리고, 사인했죠. 편지가 마무리되었으니까요.”

“…….”

“잉크가 마른 뒤에는 소중하게 착착 접어 두었고요.”

“이제 그 편지의 어디에 예쁘고 아름다운 말이 들어있는지 설명해 줄 텐가?”

“……도, 도입부에?”

“생략된 문장이 있는 것 같은데. 흐음, 루이스 스위니의 작문 형식을 생각해 보면…….”

그는 무언가를 계산하는 것처럼 한참이나 이리저리 고개를 갸웃갸웃하더니, 곧 결론을 내렸다.

“영원한 우정을 약속한 다음에 뭔가를 더 적었겠지.”

“……!”

“적고 나서 깜짝 놀라서 어떻게 하지……. 라며 사인하고 얼른 편지를 마쳤을 테고.”

“서, 설마 사람을 시켜 절 염탐하고 계셨나요?”

“아니 늘 직접 염탐하고 있어. 그대의 사고방식과 작문 성향, 그리고 감정이 흐르는 방향을 생각해 보면 그다지 어려운 추론은 아니야.”

지적할 부분이 너무 많은 대답이라, 루이스는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이안은 뭐가 잘 못되었냐는 얼굴로 물끄러미 루이스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니까, 그건 스토킹이잖아요.

사람의 머릿속까지 파악해 버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집착이라고요!

“설마 틀렸나?”

그가 걱정스레 묻는다.

뭘 걱정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마, 맞기는 해요.”

“역시. 그럴 줄 알았지.”

그리고 기뻐한다.

그러니까, 뭘 기뻐하시는 건데요!

“뭔데? 그렇게 숨기니까 괜히 더 궁금해지는데.”

“대단한 내용은 아니었어요. 제가 그런 말을 적어도 괜찮을지 고민했지만…….”

“하지만 적어버린 거로군?”

“네, 무심결에.”

“진심이라는 뜻이지, 그건.”

“흐으.”

정말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는 거야, 이 남자는.

“뭐였는데?”

“그게, 사실은……저도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거든요.”

이안은 조금 길어지는 루이스의 이야기에 기꺼이 귀를 기울여 주었다.

“회장님은 올해까지만 아카데미에 계실 테고 또, 그 이후로는 아주 많이 바빠지실 테니까. 그때는 회장님이 아니라, 다시 전하가 되시겠죠. 정말로 많은 일을 하시는 이 나라의 황태자 전하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이야기하라는 뜻이다.

“그러니 편지 마지막에 적었던 말은, 그냥 작은 희망 사항 같은 거였어요.”

딱히 이루어지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것 말이다.

“부, 부디 바라건대.”

그러니 루이스는 최대한 감정을 배제한 목소리로 편지의 내용을 전했다.

“내년에도 제가 이렇게 축하해 드릴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사소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악역과 주인공이 주요 무대를 벗어난 이후에 만나서, 생일을 축하하는 소설 따위는 이 세상에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는 두 사람 사이에 남아있는 배역적 장벽 같은 것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야, 물론 원작에 대해 전혀 모르니까 당연하지만.

“그야, 물론…….”

짧게 운을 뗀 그가 또다시 가볍게 입을 맞춰왔다.

“‘이렇게’ 축하할 수 있겠지. 내년에도 말이야.”

“……‘이렇게’ 부분은 제가 쓰면서 생각한 것과 다른데요.”

루이스는 두 손으로 입을 막은 채 작게 항의했다.

말은 이렇게 해도, 어느새 짧은 키스에 적응해버린 똑똑한 머리는 놀라지도 않고 그냥 좋아하는 것 같았다.

“원래 모든 글은 작가의 의도대로 읽히지 않는 법이야.”

“독자의 해석이 너무 불순하잖아요.”

“어쩔 수 없어. 그렇게 읽혀버리는 걸 어쩌란 말이야. 상상력이 자극되도록 쓰지나 말든가.”

“정말이지, 회장님은 자꾸 제게 왜…….”

왜 이러시는 거예요?

라는 질문은 끝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마 말하지 않았어도, 그는 전부 이해했겠지만 말이다.

“꽤 매혹적인 유도 신문이긴 한데 말이야.”

“……죄송해요.”

“걱정하지 마. 이쪽에서도 딱히 그 질문에 대답할 마음은 없으니까.”

그는 머리카락 사이에 숨겨진 작은 귓가를 느릿하게 쓰다듬었다.

“나는 그대와 약속했지.”

그리고 사뭇 무거운 목소리로 그 날의 맹세를 되뇌었다.

“일 년. 그대를 자유로이 두겠다고.”

“그건…….”

루이스가 자유롭게 되기 위한 약속이 아니었다.

“혹여. 그대가 누군가를 눈에 담고, 마음에 담아서……. 그 감정을 이루더라도.”

귓가를 어루만지던 손이 잠시 멈추었다.

“그것을 용인하겠노라고.”

“…….”

루이스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다른 감정을 이루어야 할 사람은 루이스가 아닌 바로 그라고.

“기대하고 있어.”

“뭐, 뭐를요?”

“그대가 과연 내게서 어디까지 도망갈 수 있을지.”

빙긋 웃는 얼굴에 새겨진 감정은 분명 자신감이다.

루이스가 그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확신하는 게 틀림없었다.

괜한 승부욕이 생긴다.

루이스는 이안에게 지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므로.

“생각 외로 멀리 갈지도 몰라요. 정말로 멀리요.”

“그럴지도 모르지. 내 영역은 꽤 넓거든. 내 아가씨가 일 년 정도 산책을 하기에는 마침 좋을 정도로.”

“게다가 잘 찾아보면, 저를 좋게 보는 남성분이 있을지도 모르죠.”

비로소 이안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마침 그런 놈들이 아주 들끓고 있었다.

하긴, 루이스 스위니는 이렇게 똑똑하고,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한다.

게다가 솔직하고, 얼굴도 예쁜데 머릿결은 끝내주게 기분 좋고.

게다가 또 입술은 미치도록 말랑말랑하고 달콤해서 이젠 슬슬 좀 삼켜봤으면 좋겠는데…….

거기까지 했다가는 여름 방학에 스위니 부인께 혼날 것 같으니 일단 참아야지.

그의 복잡한 머릿속도 모르고, 루이스가 작게 하품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이제야 하루에 피곤함이 몰려오는 모양이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의 어깨로 무게를 맡기는 모습이 참 기특하다.

그는 조금 전처럼 루이스를 꼭 끌어안고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주었다.

다시 하품소리가 들린다.

“이대로 잘까.”

“전 포근하고 편안해서 괜찮지만…….”

이 아가씨의 무방비함은 대체 언제쯤 고쳐지려나.

물론 그 무방비함을 이용하는 쪽에서 할 불평은 아니지만.

“……회장님이 생일 밤에 딱딱한 바닥에 계시면 제가 죄송하잖아요.”

루이스의 말이 점점 느려진다.

그가 부드럽게 토닥여주는 박자를 따라서.

“괜찮아.”

그는 잠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자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솜털 같은 웃음소리가 품속에서 새어 올라왔다.

그리고 고요한 호흡이 이어졌다.

이안은 그녀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완벽하게 같은 박자로 호흡했다.

순조롭게 채워진 잠이 조금이라도 흘러넘치지 않도록.

비로소 루이스에게도 깊은 휴식이 찾아 왔다.

이안은 루이스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기대며 참았던 말을 중얼거렸다.

“……나도 포근하고 편안하니까.”

어느새 짧은 새벽이 그들의 발치로 다가왔다.

* * *

다음 날, 이른 아침.

루이스는 휴이트 교수님의 사무실 앞에서 숨을 삼켰다.

조교 선생님은 아마 출근하지 않으셨을 테고, 지금은 교수님 홀로 연구를 하실 시간이다.

갑자기 찾아뵙는 무례에 화를 내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똑똑.

용기 내어 노크하자, 안에서부터 허락의 말이 들렸다.

루이스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세상에서 가장 예의 바른 자세로 스승에 대한 예를 갖추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예의지 아부가 아닙니다. 교수님.

“아, 안녕하세요. 휴이트 교수님.”

루이스는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교수님의 표정을 확인했다.

그녀의 완벽한 예법에도 불구하고, 그는 루이스를 날카롭게 노려보고 계셨다.

오늘도 무척이나 엄격한 얼굴로 말이다.

“어째서 이제야 찾아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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