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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주인공의 여자사람친구입니다-30화 (30/92)

?30.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완벽한

스텔라 라피스가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제 부모였다.

귀족이라는 칭호와 가난을 끌어안은 채, 현실을 부유하는 이들.

상황을 바꾸고자 하는 마땅한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들.

꼬장꼬장한 자존심만 높아서 늘 빚만 늘려오는 골칫덩어리.

그녀의 형제들도 사실 그 부모와 다르지 않았다.

라피스 백작가에서는 오직 스텔라만이 특별했다.

그녀는 제 발로 미래를 만들어 나갔다. 치열하게, 무엇보다 간절하게.

그리고 깨달았다.

그녀에게도 신이 내린 선물이 있다는 걸.

스텔라는 또래 아이 중에서는 제법 똑똑한 축에 속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얼굴과 매혹적인 머리카락을 갖고 있었다.

제 장점을 깨달은 뒤로는 누군가의 호감을 사는 일이 쉬워졌다.

라센 교수의 마음을 얻은 것도 그랬다.

교수는 똑똑한 스텔라의 후원을 곧바로 결정했다.

「당신은 아주 중요한 일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누군가의 기대를 받는 것만큼 달콤한 일이 있을까.

「열심히 하겠습니다. 실망하게 해 드리지 않도록, 성실하게 아카데미 생활을 하겠습니다.」

스텔라는 자신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어디서도 누군가의 뒤로 밀려나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명석한 아가씨는 처음 가르쳐 보는군요.’라는 말은 지겹도록 들었다.

학문뿐이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눈에 띄는 남성들은 모두 스텔라를 사랑했다.

그녀가 하는 일이란 적당히 미움받지 않을 말로 그들을 거절하는 것뿐이었다.

연애 같은 걸 할 틈은 없으니까.

그녀는 아카데미 생활을 완벽하게 보낼 생각뿐이었다.

그러고 나면, 스텔라 라피스의 삶은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믿었다.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빛을 지니게 될 거라고.

하지만, 어째서일까.

스텔라는 제가 기대했던 모든 것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성적은 물론이고, 교수님의 관심 그리고 조금 흥미가 있는 남자와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는 스텔라가 자연스레 차지했던 그 모든 것이.

다른 아이를 향해 흐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금 얄밉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은 몸이 아프기 때문일까.

「증상을 말해봐요. 네? 제가 의료 동에 가서 약을 받아올 테니까요.」

그 가증스러움에 증오가 솟는다.

「걱정하지 마세요. 완벽하게 준비했거든요. 꽤 자신 있어요.」

「완벽……?」

그녀가 택하는 단어 하나, 여유롭게 짓는 미소 한 번이 원망스럽다.

있잖아, 루이스 스위니.

네가 쥐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은 정말 네 것이 맞아?

어째서 지금까지 내 삶에 붙어 있던 모든 달콤함이 네게로 기울어지는 거야?

스텔라의 이성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아니라고.

누구라도 아름답고 좋은 것을 노력으로 손에 넣을 권리가 있다고.

하지만, 하지만.

‘스텔라 라피스’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나?

지금까지는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언제나 커다란 결과를 받아왔다.

모르겠다.

무엇이 진짜인지.

소용돌이치는 마음의 끝에서 확실하게 남는 것은 뾰족한 마음뿐이었다.

치졸함과 비겁함.

그러니 스텔라는 기꺼이 대답했다.

「……아뇨, 제 것이 아닙니다.」

그 대답은 루이스를 어떤 진창으로 밀어버리게 될까.

스텔라는 그곳이 어디든 아주 깊고 진득한 곳이길 바랐다.

그녀가 더러워진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모든 것이 다시, 스텔라에게 돌아올 테니까.

* * *

루이스는 창문 하나 없는 학생 상담실에 가게 되었다.

붙어 있는 말이야 학생 상담실이지만, 사실상 벌을 주기 위한 격리실에 지나지 않았다.

“루이스 스위니.”

라센 교수의 부름에 루이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대답하세요!”

큰 호통이 돌아왔기에 루이스는 비로소 입을 열었다.

“네.”

넓은 테이블 너머에는 라센 교수와 다른 아카데미 직원이 함께 앉아 있었다.

“참으로 골치 아픈 일이 아닙니까.”

라센 교수는 손끝으로 잠시 이마를 꾹 누르며 인상을 구겼다.

“그대는 입학시험 수석에, 이번 시험에서도 꽤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죠.”

라센 교수는 책상 위에 놓은 답안을 뒤적였다.

여러 교수로부터 루이스의 것을 받아 온 모양이다.

“학장님의 기대도 적지 않았지요.”

“전…….”

루이스가 무어라 입을 여는 순간.

라센 교수가 탕! 소리를 내며 책상을 거칠게 내려쳤다.

“당신에게 발언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묻는 말에만 답하세요.”

“…….”

“폐도, 이런 폐가 없군요. 분명 입학시험에서도 오늘과 같은 부정이 있었을 테죠.”

“하지 않았어요!”

“그대에게 묻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하지 않았어요!”

“그걸 무엇으로 증명할 겁니까?”

라센 교수는 팔짱을 끼우며 재차 물었다.

“내가 그대의 곁을 지날 때 즈음, 그대는 메모를 숨겼습니다. 그 일이 부정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무엇으로 증명할 겁니까?”

“그건, 거기에 떨어져 있었던 것뿐이에요. 그리고 전 오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이 있었다면, 손을 들고 감독인 제게 말했다면 될 일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죠.”

“그렇게 하려고 했었어요! 하지만!”

“하지만?”

“……너무 늦게 발견했고.”

그렇게 손을 들어 고하더라도 왠지 이런 결론이 났을 것 같았다.

그것만큼은 말할 수 없지만 말이다.

“게다가 당신은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압수된 가방을 다시 빼앗았죠.”

“아니에요! 그건 그 안에…….”

“결국, 당신의 가방에 있던 것들은 저런 꼴이 되었고요.”

교수님은 턱 끝으로 테이블 끝에 늘어진 노트와 종이들을 가리켰다.

시커먼 잉크를 먹어서 모두 몹쓸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루이스가 적은 얇은 편지는 아마 그 글씨마저 전부 먹히고 말았을 거다.

“증거가 사라져서 안심했겠군요. 그렇죠?”

“……정말로. 안 했어요.”

루이스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중얼거렸다.

교수님이 비웃는 소리가 들리기에, 루이스는 악에 받쳐 소리쳤다.

“어떤 내용이든 제게 물어보세요! 전 전부 대답할 수 있어요. 그런 시시한 메모 같은 것 없어도 전부 기억한다고요!”

“그것이 당신의 혐의를 벗겨주진 못합니다.”

“교수님!”

“객관적인 증거를 가져오세요. 필적이 당신 것이든 아니든, 그 내용을 알든 모르든 관계없습니다.”

“…….”

“당신은 시험 중에 그 메모를 시선에 두었고, 그 내용은 시험에 포함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그것을 부정행위라고 부르죠.”

라센 교수가 도달한 결론에 루이스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마 어떤 말을 하더라도 그 억지 논리에 짓밟히게 될 테니까.

루이스가 얌전해지자, 라센 교수는 대화를 기록하던 아카데미의 직원과 이후의 일정에 대해 논의했다.

“교수님. 아무래도 당장 무언가를 결정하는 건 어려울 겁니다. 이틀 동안 학장님께서 출장을 가시니까요.”

출장이라 이름 붙은 것은 아마 궁에서 있을 이안의 생일 연회를 말하는 것이리라.

“그렇군요.”

“그보다 학생회에 연락해서 학장님을 보좌할 학생을 새롭게 선발해야겠군요. 저런 학생이 갈 수는…….”

아카데미의 직원은 루이스를 흘긋 보더니 말끝을 흐렸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저런 학생’이라는 말과 그의 눈빛이 루이스의 심장에 아프게 파고들었다.

그는 교수님의 말을 믿는 것이다.

부정을 저지른 학생이라고 여기는 게 틀림없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후원학생이 갈 테니까요.”

“라센 교수님의 후원학생이요?! 그렇다면 믿을 수 있죠! 다행이네요. 바로 학장님께 사람을 보내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카데미의 직원이 즉시 자리를 비웠고, 학생 상담실에는 루이스와 라센 교수만이 남게 되었다.

별다른 말 없이 루이스의 답안을 들여다보던 라센 교수가 입을 열었다.

“루이스 스위니.”

팔랑. 종이가 한 장 더 넘어갔다.

하지만 교수는 더는 그것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빳빳하게 고개를 들어 올린 채, 루이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는 지금부터 당신의 처분을 결정할 회의에 참석할 겁니다. 처분이 정해질 때까지, 이곳에서 얌전히 반성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교수님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쿵.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문이 닫혔고, 루이스는 어둡고 고요한 방에 홀로 남았다.

* * *

‘그래도 여긴 최소한 시원하긴 하네.’

루이스는 이런 상황에서 쓸데없이 좋은 점을 찾아낸, 제 머릿속이 원망스러웠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좋은 거란다.」

라는 부모님의 부드러운 교육정책을 저항 없이 받아들였던 탓이다.

원작의 루이스는 꽤 반항했던 모양이지만. 실제로 좋은 건 좋은 거니까.

‘그리고 나쁜 건 나쁜 거지.’

루이스는 한숨을 뱉었다. 이번 일로 얻게 된 나쁜 것이 뭐가 있을까.

시험 결과는 최악이 될 테고, 평판도 떨어지겠지.

그보다 계속 다닐 수는 있으려나.

생각하고 생각할수록 좋지 못한 결론이 떠올랐다.

어째서 조금의 희망도 품지 못하는 걸까?

실제로 루이스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건…….’

아마 루이스를 바라보던 다른 사람들의 눈빛 때문일 거다.

교수님과 대치할 때.

강의실에 있었던 학생들의 눈빛과 잠시 마주쳤었다.

그중에는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있었다.

루이스와 서로 도움을 주고받은 사람도 있었다.

다른 시간에서는 서로를 보며 미소 지었던 좋은 인연이었다.

루이스는 그 안에서 피어나는 관계의 견고함을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루이스가 홀로 감당해야 했던 것은.

‘그랬던 거였어?’

‘어쩐지…….’

‘입학시험도 별다를 바 없었겠네.’

수군거리는 소리.

그럴 줄 알았다는 말.

그리고……아픈 시선.

“그게 아니야…….”

루이스는 뒤늦게 고개를 저었다. 아무도 듣지 못할 구석진 어두운 방에서.

하지만 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마, 루이스에 대한 소문은 아카데미를 크게 한 바퀴 돌고 있을 것이다.

소문이 자라나면 언제나 진실을 잡아먹는 괴물이 된다.

커질 대로 커진 괴물 앞에서, 루이스의 속삭임은 어떤 힘도 갖지 못할 거다.

* * *

교수님께서는 처분이 정해질 때까지 여기에 있으라고 하셨다.

대체 그 처분이란 건 언제 정해지는 거람.

루이스는 조금 걱정스러운 얼굴로 문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이 방에 홀로 처박힌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시계도 창문도 없으니 정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아마 저녁 시간은 훌쩍 지나서 밤이 되지 않았을까.

대체 얼마나 대단한 회의를 하길래.

하긴, 교수님은 입학시험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때 일부터 들춰서 회의하는 거라면…….

끼익.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에 루이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대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상상하며.

문이 열렸다.

“웬……학생이냐?”

들어서는 이는 노인이었다. 등이 굽고 무척 호리호리한.

그의 한 손에는 촛불이 들려있었다.

“아이고, 이 시간에 학생이 여기에 있으면 어쩌누!”

“저, 저는 교수님께서 여기에…….”

“교수님? 어느 교수님? 딱히 말씀 들은 건 없었는디…….”

“줄리아나 라센 교수님이요.”

“어디서 거짓말을 해! 어서 기숙사로 돌아가!”

노인이 버럭 소리를 지르시기에, 루이스는 저도 모르게 몸을 조금 웅크렸다.

“그, 저기. 정말이에요. 교수님께서 제게 여기에 있으라고 하셨어요. 처분을 정해서 돌아오신다고 하셨고요…….”

“교수님은 저녁부터 출장을 가셨는데, 그게 무슨 소리여?”

“출장이요? 회의하시는 게 아니고요?”

루이스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아 그렇대도. 학장님과 가시는 걸 내가 분명히 봤다니까!”

학장님과 같이 출장?

루이스는 허탈함에 피식 웃음이 흘렀다.

‘그건, 황궁의 파티에 갔다는 소리잖아.’

루이스에게는 회의에 갈 테니 여기에서 가만히 대기하라고 해 놓고 말이다.

“그러니까 학생도 거짓말은 그만하고 어서 기숙사로 돌아가!”

노인은 루이스의 어깨를 붙잡아서, 상담실 밖으로 밀어냈다.

반쯤 고꾸라진 채 복도로 쫓겨나게 된 루이스는 손바닥으로 제 어깨를 감싼 채, 노인을 돌아보았다.

‘거짓말이 아니에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아니 거의 그렇게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겨우 벌어진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아무도 루이스를 믿어 주지 않았으니까.

교수님도 학생들도 모두 루이스를 거짓말쟁이라고 했을 뿐이니까.

통하지 않는 항변은 지긋지긋했다.

“……죄송합니다.”

그러니 루이스는 몸을 깊이 숙였다.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그녀 자신도 이해하지 못한 채로.

툭, 툭.

힘없는 발이 걷기 시작했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사방이 조용했다.

아마 아주 늦은 밤일 거다.

사람들은 한낮의 소동 같은 것은 모두 잊은 채, 깊이 잠이 들었을 거고.

달도 별도 없이 구름뿐이었다.

어두운 것을 무서워하는 루이스지만, 지금은 이것이 고마웠다.

혹시라도 깨어있는 누군가가 있어서 루이스를 알아보는 것이 싫었다.

이 이상 손가락질당했다가는 그녀 안에 세워둔 소중한 무언가가 완전하게 무너질 것 같았으니까.

쓰러질 듯한 아슬아슬한 걸음은 계속되었다.

터덜터덜 기숙사 계단을 오르는 순간에는 잠시 다른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는 기대……라고 해야 하나.

지금쯤 이안은 루이스가 연회에 가지 못하게 된 것과 그 사정까지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다른 사람하고 달라서, 어쩌면 루이스를 섭불리 의심하지는 않을 거다.

그렇다면, 혹시.

조금은 일찍 돌아오지 않았을까……?

루이스에게 진실을 물어보기 위해.

‘무, 물론 어디까지나 친구로서……. 내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거람.’

다른 일도 아니고, 그의 생일 연회다.

황태자의 생일이 얼마나 정치적으로 유용한 행사인지는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게다가 올해는 성인이 되는 해라 더욱 성대할 거라 했다.

새벽까지, 어쩌면 아침까지 이어지는 즐거운 유흥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럴 리 없다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그의 방 앞에 서 있었다.

잠시 고민한 루이스는 그의 방문을 두 번 작게 노크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가지가지 한다. 루이스 스위니.’

보는 사람도 없는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말았다.

어쨌든 그의 방 앞에서 서성였다는 걸 누군가에게 들키기는 싫어서, 곧 복도와 계단을 달리게 되었다.

‘바보 같아.’

이건 루이스의 문제고.

루이스가 해결해야 할 일이다.

다른 누구의 도움을 받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사실이나 진실보다는 ‘다른 누구’와 루이스의 관계성에 더욱 주목할 거다.

그건 싫었다.

‘생각해야 해. 방법을.’

스스로 이 수렁에서 기어나갈 방법을.

‘지금은 나를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다고 해도.’

다시 모두가 그녀를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사업도 무사히 물려받을 수 있고, 성공하고, 돈도 많이 벌어서…….

그 결과로, 행복해지는 걸까?

이렇게나 쉽게 루이스에게 등을 돌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게, 정말로 이 세계에서 바라는 거였어?

휘청휘청 달리던 다리가 멈추었다.

어느새 부족해진 호흡을 따라 그녀의 숨소리가 다소 거칠어졌다.

루이스는 한쪽 손으로 심장 근처를 꾹 눌렀다.

그리고 조금 떨리는 손으로 제 방문을 짚었다.

그 순간에 문이 열렸다.

안쪽에서부터.

깜짝 놀란 루이스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시선 끝에 그가 있었다.

이안이 있었다.

어쩐지 얼굴은 바라보지 못했지만, 알 수 있었다.

체형이나, 루이스에게 다가오는 보폭 같은 것들이, 늘 평소에 보아오던 그의 것이었으니까.

여러 가지 생각이 흘렀다.

뭐라고 해야 하지? 왜 여기에 계시느냐고 묻는 것이 우선일까.

아니면 루이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우선일까.

“……루이스.”

결국, 먼저 침묵을 깬 것은 그였다.

루이스는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의 푸른색 시선과 마주치는 순간에 깨달았다.

가장 완벽한 신뢰가 그곳에 있었다.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그건 오늘 하루 동안 루이스가 갈망했던 단 한 가지였다.

이제는 움직일 기력조차 없다고 생각했던 두 다리가 멋대로 그에게 다가갔다.

아니 거의 달려드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서로가 정한 거리를 깨트리고도, 루이스는 조금 더, 조금 더 다가가 결국에는 완전하게 그를 끌어안았다.

코끝에 익숙한 향이 닿는 순간부터, 비로소 숨을 쉴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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