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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주인공의 여자사람친구입니다-28화 (28/92)

?28. 소꿉친구 삼인조

본격적인 시험 기간이 시작되었다.

학생들은 점점 꾀죄죄한 꼴을 하기 시작했고, 교수들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하지만 루이스 스위니는 오늘도 완벽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시험 문제는 그녀가 예측한 범위 내에서 나왔다. 펜촉은 오늘따라 매끄러웠다. 잉크 번짐 한 번 일어나지 않았다.

게다가 식사마저 무척 맛있었다. 관리 부인에게 저절로 찬양하는 인사를 드리고 싶을 만큼.

그리고 또 한 가지 멋진 일이 일어났다.

그건 루이스가 사랑해 마지않는 이 세계의 여자 주인공, 스텔라에 관한 것이었다.

“그게 정말이에요, 스텔라?!”

루이스는 무례라는 것도 잊고 스텔라의 양손을 멋대로 꼭 붙들었다.

열렬한 반응에 스텔라는 잠시 당황한 듯 보였지만, 곧 잔잔한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 응. 운이 좋게도 그렇게 되었어. 라센 교수님께서 편의를 봐주셔서…….”

“운이라뇨. 스텔라가 회장님의, 아니 황태자 전하의 파티에 가는 건 당연하잖아요!”

루이스는 다소 흥분하여 소리쳤다.

“당연하다니. 그보다 아는 사람이 없어서 곤란할 줄 알았는데, 루이스가 있다니 다행이네.”

“저야말로 정말 다행이에요. 지난번 파티에서 영접하지 못한 삽화적 순간을 다시 볼 수 있게 되겠네요.”

“……무슨 순간?”

“아, 아뇨. 그냥 저기, 스텔라와 회장님께서 함께 춤을 추면 참 멋지겠다는……. 그, 그런 뜻이었어요.”

루이스는 살짝 머리를 긁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보다, 시험은 어때?”

“완벽해요.”

루이스는 딱 떨어지게 대답했다.

“……또 수석이겠네.”

“일단 목표는 그래요. 안된다면 분해서 화가 날지도 모른다고요.”

“화를 내는 루이스는 상상이 가지 않아.”

그야 항상 악역적 본능을 억누르며 살고 있으니까요.

루이스는 차마 말할 수 없는 대답을 삼킨 채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잠시 웨인 힐 교수님의 말씀을 떠올렸다.

라센 교수의 후원을 받는 학생은 반드시 수석이 되어야 한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스텔라도 교수님으로부터 어떤 압박을 받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 생각하면 루이스가 수석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스텔라를 괴롭히는 행위가 된다.

역시 악역은 악역이라는 거네.

어쩐지 미안해지는걸.

사실 좋은 성적은 스텔라의 것이었는데…….

미안, 스텔라.

괜스레 죄책감이 든 루이스는 무엇이라도 좋으니 스텔라를 돕고 싶어졌다.

어떻게든 말이다.

“그보다 스텔라, 혹시 선물을 정하셨나요?”

“선물?”

“그래요. 탄신 일을 축하하는 파티에 선물도 없이 갈 수는 없는 법이잖아요?”

“그야. 그렇긴 하지만.”

“편지는 어떠세요?”

“……편지?”

“네, 그러니까 마음을 담은 편지 말이에요.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면, 분명히 기뻐하실걸요.”

스텔라는 어딘가 미심쩍어하는 얼굴이었다.

“그런 수수한 거로 정말 괜찮은 걸까……?”

아이참, 왜 믿어주질 않는 거람.

이게 다 원작에 근거한 선물추천인데 말이다.

‘비록 원작에서는 못된 루이스가 스텔라의 편지를 박박 찢어 버린 통에 전해질 수 없었지만.’

지금의 루이스는 스텔라의 편지를 찢을 마음이 없다.

아니, 도리어 그 누구도 그 편지에 해를 가하지 못하도록 호위를 서 줄 수도 있었다.

“편지가 선물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네. 어쨌든 추천해 줘서 고마워. 생각은 해볼게.”

여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교수님께서 강의실로 들어오셨기 때문에 두 사람의 대화는 중단되었다.

루이스는 스텔라의 붉은 머리카락을 힐긋힐긋 훔쳐보며 배시시 웃었다.

이것이야말로 ‘올바른 원작 비틀기’가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원작에서는 이안에게 닿지 못했던 스텔라의 진심 어린 편지가, 이번에는 무사히 도달한다니.

루이스는 심장이 뻐근할 정도로 기뻤다.

이렇게 착한 일을 하는데, 루이스 스위니가 악역이라고 누가 그래?

……물론, 수석을 빼앗은 게 미안해서 벌인 일이지만.

어쨌든 스텔라의 예쁜 편지를 받은 이안은 금방 사랑에 빠져서 해롱해롱할 거다.

물질보다는 진심에 약한 사람이니까.

그렇게 되면 두 사람을 이어 준 루이스는 큰 공을 세우게 되는 거고.

스텔라도 이안도 루이스를 소중한 친구라고 여겨 줄 것이 틀림없다.

세상에, 황태자와 황태자비의 친한 친구라니.

스위니 가문에 매겨지는 부당한 세금이 조정되는 건 정말로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꽃길도 이런 꽃길이 없네…….’

루이스는 완벽한 제 미래를 상상하며 히죽히죽 웃었다.

* * *

하지만 루이스는 방심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원작과 현실에 배신을 여러 차례 당한 뼈아픈 과거에서 교훈을 얻었다고나 할까.

루이스는 이안이 바라는 선물이 편지가 맞을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기회는 금방 찾아왔다.

스텔라와 대화를 나눈 날 밤, 이안이 루이스와 시몬을 제 방을 초대한 것이다.

평소라면 ‘시험 기간에 모이자고 하다니, 제정신이세요?’라고 쏘아붙였겠지만, 루이스는 얌전히 그의 초대에 응했다.

게다가 약속 시각보다 30분은 더 먼저 그의 방에 도착했다.

“이렇게 일찍 올 줄은 몰랐는데.”

문을 열어 준 이안이 다소 놀란 얼굴로 루이스를 내려다보았다.

“그것도 뭔가를 꾸미는 얼굴로 말이야.”

“어, 어떻게 아셨어요?!”

“그대의 친구 노릇을 몇 년이나 했으니까. 뭔데? 학장님의 모자에 접착제라도 발랐어?”

“그런 몹쓸 짓은 안 해요! 전 악역이 아니니까요!”

“그건 실망인데. 나는 조금 악랄한 루이스 스위니에게 흥미가 생겼거든. 어쨌든 들어 와.”

그가 가볍게 비켜섰고, 루이스는 자연스럽게 그의 방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 놀란 채 눈을 깜빡였다.

그의 방은 아이들의 꿈과 희망인 과자의 집이 되어 있었다.

침대며 책상이며 할 것 없이 작은 접시가 빼곡히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크림이나 케이크 시트가 조금씩 담겨 있었다.

“굉장하지?”

“굉장하긴 하네요. 생일 케이크를 고르고 계셨나요?”

“나는 그냥 씁쓸하고 찐득찐득한 초콜릿 케이크가 좋겠다고 말했을 뿐인데.”

궁에서는 어느 정도로 씁쓸하고 찐득찐득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아야겠다며 다양한 예시를 보내왔다.

게다가 맛보는 김에 ‘혹시 다른 것도 입에 맞으실지 모르니까.’라며 전혀 다른 시트와 크림까지 함께 보내온 것이다.

“그래서 저와 시몬을 부르신 거군요?”

“그래. 이런 걸 혼자 먹는 건 끔찍한 일이니까. 그보다, 문제가 생겼군.”

이안은 빼곡하게 접시가 놓인 의자와 책상 그리고 바닥을 둘러 보았다.

어찌 보아도 마땅히 앉을 곳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시험 기간임에도 그의 부탁을 듣고 찾아온 친구를 바닥에 앉힐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이안은 잠시 고민했다.

“창틀에 앉혀 줄까?”

“괜찮아요. 바닥에 앉는 건 익숙하니까요.”

“내가 마음이 쓰여서 그래. 내 삶에 친구라고는 둘밖에 없는데, 그 둘을 바닥에 앉히는 게.”

루이스는 헤실 웃었다.

이런 사소한 배려들을 보면, 이안도 꽤 좋은 사람이라니까.

“알았어요. 대신 앉혀 주실 필요는 없어요.”

루이스는 먼지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며, 창틀 위로 올라앉았다.

“꽤 날렵한데.”

“그렇죠?”

“안아 올려 주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우리의 협정에 따르면 회장님께선 더는 제 허리에 손을 댈 수 없으세요.”

“저런.”

그는 안타까워하는 소리를 내며, 루이스의 왼쪽에 훌쩍 올라앉았다.

“허리 정도는 허락하지그래? 네 춤 선생에게도 허락하지 못할 정도라면, 대체 누구한테 허락할 생각이야?”

루이스는 제 옆에 앉은 능구렁이를 뾰족한 눈길로 쏘아보며 열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안 돼요.”

“어째서?”

“그야…….”

루이스는 잠시 제 옷자락을 내려다보았다.

이 이상 그에게 허락하는 것이 늘어나는 건 위험하다.

루이스의 멍청한 심장이 또 멋대로 착각하고 아프게 뛸 테니까.

지금은 그런 감정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

물론 언젠가는 루이스의 삶도 연애라는 괴물에 잡아먹혀서, 마음도 생각도 모두 어느 한 사람만을 생각할 때가 있을 거다.

하지만, 그 대상은 결코 이안이 아니다.

그렇게 될 수가 없었다.

답지를 빤히 아는데, 오답을 적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냥요.”

루이스는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이안이 ‘그게 뭐야?’라는 얼굴로 툴툴거렸지만, 루이스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보다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루이스는 몸을 돌려 이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럴 줄 알았지. 그대가 아무런 이유 없이 내게 30분이나 내어 줄 사람은 아니니까.”

“제가 그렇게 매정한 사람인가요?”

“때때로. 어쨌든 뭔데?”

루이스는 어떤 식으로 묻는 게 좋을지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가장 간단하고 쉬운 말을 쓰기로 했다.

“있죠. 생일 선물로는 뭐가 좋으세요?”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었던 걸까. 이안이 조금 놀란 얼굴로 루이스를 바라보았다.

“일단.”

그리고 얼떨떨한 얼굴을 한 채로, 한 가지를 바로 잡았다.

“그대가 매정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받아들일게요. 그래서 선물로는 뭐가 좋으신데요?”

“……글쎄.”

그는 지금까지 있었던 제 생일을 떠올렸다.

사실 그건 생일을 빌미로 한 각종 외교활동의 장에 불과했다.

선물을 많이 받기도 했지만, 그건 ‘더욱 눈에 띄는 것.’을 기준으로 고른 것이지, 이안의 취향이 반영된 것은 아니었다.

“어려운 질문이군.”

“그런가요?”

“태어나서 그런 질문은 처음 들어. 어쩐지 평범한 아이가 된 기분인데.”

이안은 잠시 쿡쿡 웃었다.

평범한 아이들은 제 생일마다 바라는 한 가지를 선물 받는다고 들었다.

그래서 생일이 특별하고 아름다운 날로 기억되는 것이라고.

그러니, 이안이 해야 할 일은.

제 생일을 정치적 용도로 활용하는 한이 있더라도, 평범한 사람들의 생일을 지켜 주는 것이었다.

어쨌든 이안은 제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

“일단 지금 당장 필요한 건, 머리빗일까.”

“머리빗이요?”

“약속했잖아. 그대의 머리를 빗겨 주겠다고.”

“그래서야 선물이 아니게 되잖아요. 그보다는 회장님께서 바라는 걸 말씀해 주세요.”

“꽤 바라고 있는데. 시몬이 하는 걸 볼 때마다 재미있어 보였다고.”

“어쨌든 머리빗 말고 다른 걸 말씀해 주세요.”

“다른 거, 다른 거라…….”

그의 고민이 길어지자, 루이스는 조심스럽게 제 의견을 내 보았다.

“저기. 혹시 편지는 어떠세요?”

“편지?”

“네. 진심이 담긴 편지 말이에요. 다정하고 예쁜 말을 골라 담아서 읽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는 그런 편지요!”

“그대가 날 위해 그런 편지를 쓰겠다고?”

이안은 다소 미심쩍어하는 얼굴이었다.

“아이참, 누가 쓰면 어때요. 어쨌든 중요한 건 그런 편지를 좋아하시느냐는 거죠.”

“아니지, 내겐 누가 쓰느냐가 중요해. 휴이트 교수님께서 다정하고 예쁜 말만 골라 담아서 편지를 주신다면, 나는 무서워서 벌벌 떨 것 같거든. 밤새도록 내가 무얼 잘못했던 걸까 고민하겠지.”

“걱정하지 마세요. 휴이트 교수님께서 회장님께 그런 열렬한 편지를 보낼 것 같지는 않으니까요.”

“그건 다행이군.”

“어쨌든 편지를 좋아하시는 거죠? 그렇죠?”

“그래. 발신인이 휴이트 교수님만 아니라면.”

그렇게 대답하는 이안의 표정이 몹시 즐거워 보였다.

아마 기대하는 것이리라, 그런 예쁜 편지를 받으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루이스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다시 히죽히죽 웃어 버렸다.

아무래도 이 바보 같은 회장님께선 스텔라의 편지에 대단히 감동하실 모양이다.

벌써 이렇게 기대하는 얼굴을 하다니.

“그나저나 그대가 편지를 써 주는 건 처음 있는 일인 것 같은데.”

“……저, 저요?”

“그래. 루이스 스위니는 어릴 때부터 행동은 거칠었지만, 말은 참 예쁘게 할 줄 알았어. 어떤 편지를 써 줄지 기대되는걸.”

“어, 제가……써야 하나요?”

루이스가 울상을 지으며 묻기에, 이안은 당연하지 않냐는 얼굴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대의 정체가 휴이트 교수님이 아니라면, 써 줬으면 좋겠는데.”

“대단한 말은 못 쓸 텐데요.”

“다정하고 예쁜 말을 골라 담아서 읽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는 그런 편지를 기대하고 있어.”

하지만 그건 스텔라가 쓰는 거란 말이에요.

루이스가 차마 무어라고 말하지 못하는 사이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이안과 루이스는 서로를 마주 보고 장난스레 키득키득 웃었다.

케이크 시트와 크림이 가득한 방을 보고, 시몬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기대하는 것이다.

예전부터 시몬은 지독히 단 것에 질색하는 경향이 있었으니까.

문이 열렸다.

시몬은 잔뜩 굳은 얼굴로 방을 둘러 보았다.

평소라면 조금도 변화가 없을 그의 눈썹이 미묘하게 파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지독하군.”

시몬의 이런 반응은 아주 드물고 소중하기 때문에, 이안과 루이스는 깔깔 웃어 버렸다.

“미안해요, 시몬. 오늘의 모임이 케이크 시식회인 건 저도 도착하고 나서야 알았어요. 미리 알았다면 알려 드렸을 거예요.”

“그런 것치고는 너무 좋아하던데. 루이스.”

시몬은 작게 반발하며, 멋대로 이안의 책상 서랍을 열었다.

“대신 홍차는 내 멋대로 진하게 할 테니까.”

“저는 시몬의 진한 홍차도 좋아해요. 물론 거기에 우유를 조금만 넣어주시면…….”

“오늘은 모두 스트레이트로.”

시몬은 싸늘한 시선과 함께 엄격하게 선언했다.

우유는 한 방울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그 눈빛에 이안과 루이스는 즉시 자세를 공손하게 바꾸었다.

역시, 시몬.

진심으로 화가 나면 제일 무서운 사람이다.

“……농담이다. 단 것이 많으니까, 그 정도가 좋다고 생각했을 뿐이지.”

거기까지 이야기 한 시몬은 별다른 말 없이 찻잔이나 티포트를 데웠다.

그가 차를 준비하는 동안 이안은 창틀에서 내려와 시식 접시를 순서대로 착착 정리했다.

유일하게 할 일이 없었던 루이스는 창틀에 앉아서 두 다리를 대롱대롱 흔들었다.

곧 이안이 루이스에게 작은 케이크 시트가 몇 개 담긴 접시를 내밀었다.

“일단 이것부터 시작하지.”

이안은 루이스의 왼편에 다시 올라와 앉았다.

그리고 서로 다른 맛을 가진 케이크 시트 두 개를 한꺼번에 입안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성의 없이 시식하면 모처럼 준비해 주신 분들께 죄송하지 않아요?”

“괜찮아. 내게는 성실한 두 친구가 있으니까. 그렇지, 시몬?”

이안이 그리 물을 때는 시몬도 루이스의 오른편에 나란히 앉아서, 이안이 건네주는 케이크 접시를 받았다.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은혜요?”

루이스가 물었지만, 시몬은 고개를 저으며 하얀 시트를 입안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성실하다’라는 이안의 설명에 걸맞게, 그 맛과 질감을 섬세하게 느끼며 시식했다.

“방 안에 단 향이 가득해서, 제대로 맛을 못 느끼겠군.”

“창문을 열까?”

이안이 제안했고,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잠깐만요. 창문을 열면 위험하잖아요!”

루이스의 반대 의견과 관계없이 두 사람은 양쪽에서 창문을 시원하게 열어젖혔다.

습기를 머금은 여름 바람이 세 사람 사이로 지나갔다.

상쾌한 공기를 맡는 일은 좋지만, 여기는 2층이다.

그건 굉장한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떨어질지도 모른다고요!”

“걱정하지 마. 시몬은 반사신경이 꽤 훌륭하니까. 그렇지?”

“뒤로 떨어지는 사람을 붙잡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닌데.”

그가 자신 없다는 얼굴로 대답하기에 루이스는 간청했다.

“역시 창문은 닫는 게 좋겠어요. 두 분께 제 목숨을 맡기기엔, 전 아직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요!”

“걱정하지 마. 설마 이 나라의 유일한 황태자와 지고하신 공자님께서 그대 한 사람을 위험하게 두겠어?”

“실제로 위험하게 두고 계시잖아요!”

“괜찮아. 생각보다는 안전하니까. 2층에서 추락한 정도로는 죽지 않아.”

이안은 그렇게 말하며 이번에는 케이크 시트 3개를 동시에 먹었다.

루이스는 시몬을 돌아보았다.

그는 이안과는 달리 매사에 진지하고 이성적이다.

게다가 그는 떨어지는 사람을 붙잡을 수는 없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니 이안의 안전불감증에 찬성할 리가…….

“안전할 거다.”

“……시몬.”

“아마도 말이지.”

그렇게 말하는 시몬의 얼굴에는 옅은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루이스가 깜빡한 게 있었는데.

이 소꿉친구 삼인조는 셋 중 한 사람을 놀려먹기 위해서라면, 제 안전까지 팔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불량한 인간들뿐이라는 거다.

“정말이지, 이래서야 어렸을 때랑 다를 게 하나도 없잖아요.”

“그렇게 말하는 루이스야말로 내 곤란함을 즐겼지.”

“그야……!”

……즐겼다. 웃느라 배가 아플 정도로 신나게 말이다.

할 말이 없어진 루이스의 앞에 시몬이 짙은 수색을 가진 홍차를 내밀었다.

차와 케이크가 완벽하게 준비되었으니, 세 사람의 시식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꽤 부드럽네요. 사르르 녹아서 기분 좋아요.”

루이스가 다섯 번째 시트를 꿀꺽 삼키며 그렇게 말할 때.

“딱히 나쁘지는 않지만, 좋지도 않은데.”

“조금 더 단단한 식감이면 좋겠어.”

한 가지 맛을 두고도 이렇게 의견이 달라서야, 오늘 밤 안에 케이크를 고를 수 있으려나.

어쨌든 씁쓸한 홍차를 선택한 것은 옳았다는 점에는 세 사람 모두 동의했다.

그러니 어쩌면 셋을 모두 만족하게 할 케이크를 만나서, 합의에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

“이건 상큼해서 좋네요.”

“좀 질척거리지 않아?”

“아니, 일단 너무 달다.”

합의에 이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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