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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주인공의 여자사람친구입니다-16화 (16/92)

?16. 어차피 그 아이는 내 것인데

새 학기 파티의 밤.

이안은 줄리아나 라센 교수를 찾아갔었다.

「꽃 경매라고 하셨습니까?」

당연하지만, 업무 책상에 앉은 교수는 탐탁지 않아 했다.

아마 경매라는 이름이 주는 유희적 감각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러리라 예측했다. 처음부터.

「예. 수익금의 사용에 대해서는 이후에 논의할 생각입니다만.」

「신성한 아카데미 내부에서 경매라니, 그다지 반가운 말씀은 아니군요.」

「형태만 경매일 뿐, 사실상 가벼운 유흥거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구매가 이하로 금액이 형성되도록 할 테고요.」

이안은 가능한 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가벼이 대답했다.

그러나 라센 교수의 고개가 끄덕여지는 일은 없었다.

하긴, 깐깐한 교수다. 이런 갑작스러운 기획을 보고서도 없이 허가해 줄 리 없을 정도로.

이안이 다른 방향으로 고민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던 차.

교수가 은근한 말로 타협점을 제시했다.

「학생이 한 명 있습니다……. 라센 백작 가문에서 후원하는.」

그리고 교수는 덧붙였다.

「그 아이에게 즐거운 추억이 필요한 것 같더군요. 그리고.」

이안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치자 교수는 드물게도 웃고 있었다.

「학생회장께서는 여성에게 그럴듯한 순간을 선사할 줄 아는 분이시죠.」

그 미소의 의미는 분명했다.

그것이 유일한 조건이라는 뜻이다.

* * *

루이스는 멍한 얼굴로 기숙사를 나섰다.

「사실은 파티에서, 회장님께서 스텔라 라피스에게 먼저 춤을 청하셨거든. 갑자기 말이야.」

아아 맞아. 그랬지!

사실은 루이스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미 원작에서 읽었으니까!

물론 최근 일어난 여러 사건 때문에 조금 잊고 있었지만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완전히 잊고 있었다.

이 얼마나 멍청하고 한심한 빙의자란 말인가. 원작의 메인이벤트를 놓치다니!

어쨌든.

루이스는 잠시 평화로운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다행이다.

일단 그런 생각이 들었다.

루이스의 앞에서는 두 사람이 엇나가는 것 같아서 조금 걱정했었다.

하지만 그녀가 보지 못하는 사이 원작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었나 보다.

‘대체 어느 틈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회장님도 어디선가는 남자 주인공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러고 보니, 딱히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이긴 한데.’

두 사람의 사랑은 섭리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아침에는 태양이 떠오르는 것과 같이.

이안과 스텔라는 서로를 사랑한다. 그건 이 세계가 존재하는 제1 법칙이다.

루이스는 그저 성공한 덕후로서, 최애 커플의 간질간질한 한 때를 지켜보고 응원할 뿐이다.

이렇게나 완벽한 미래 계획을 생각하자, 어딘가 속상해졌다.

‘속상해?’

루이스는 자신도 모르게 든 마음에 깜짝 놀랐다.

속상할 것이 뭐가 있지?

모든 것이 루이스가 바라는 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는데.

그녀는 잠시 제 생각들을 되짚었다.

‘아…….’

그리고 깨달았다.

어째서 은근히 속이 쓰린지 말이다.

‘연회에서 춤을 추는 두 사람의 로맨틱한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한 탓이야.’

왠지 라센 교수님이 더욱 미워진다.

‘아주 아름다웠겠지.’

연회의 장면은 물론 삽화로 제작되었다.

반짝이는 두 사람의 모습은 분명 그 그림 만큼이나 예뻤을 거다.

이게 뭐람.

기껏 이 세계까지 와서, 소문으로만 만족해야 한다니.

루이스는 툴툴거리며 도서관으로 들어섰다.

‘나도 원작 속 이벤트 하나쯤은 목격하고 싶단 말이에요. 평범한 데이트라도 좋으니까요!’

루이스는 자신을 이곳으로 보낸 정체 모를 신에게 간절하게 빌었다.

어떤 모습이라도 좋았다.

두 사람이 가까이, 함께 있는 장면을 볼 수만 있다면.

그래, 가령 저렇게.

아무도 없는 도서관 복도에서 마주 선, 두 사람의 은밀한 모습 같은 것 말이다.

‘응……?’

루이스는 그 자리에 선 채 잠시 두 눈을 깜빡였다.

시선 너머에는 정말로 이안과 스텔라가 있었다.

루이스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얼른 근처의 기둥에 몸을 숨겼다.

대체 그녀를 돌보는 신은 뭐 하는 신이기에, 언제나 이렇게 갑작스러운 걸까.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기도하자마자, 바로 이루어지다니.

괜히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어째 도서관 복도 전체에 울릴 것 같았다.

‘진정해. 진정하는 거야, 루이스 스위니.’

애써 침착함을 되찾은 루이스는 기둥 너머로 빼꼼히 눈을 내밀었다.

역광 때문에 두 사람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충분했다.

서로를 마주한 아름다운 실루엣!

가까운 거리!

게다가 두 사람을 감싸는 로맨틱한 공기!

아아 두 사람은, 분명히 서로의 눈동자에서 제 운명을 찾고 있을 거다.

루이스는 차가운 기둥을 꽉 끌어안았다.

가능하면, 이 기둥을 뽑아서 야광봉 대신 흔들고 싶었다.

동네 사람들, 여기 좀 보세요.

저 커플이 제가 미는 최애 커플이랍니다!

‘내일의 웹소설, 올해 최고의 케미 커플 상’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니 까요!

황홀경에 빠진 루이스의 입술에서 ‘으흐흐’하는 음흉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역광의 실루엣이 조금 바뀐 것은 그때였다.

그림자처럼 어두운 이안의 모습에서 오직 그 새파란 눈동자만이 선명했다.

마치, 루이스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처럼.

저, 정면으로…….

루이스는 야광봉 대신 끌어안고 있던 굵은 기둥에서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 조금 뒷걸음질 쳤다.

이안은 여전히 루이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 한번 깜빡하지도 않은 채.

루이스는 살살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까 이건, ‘훔쳐보지 않았어요.’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의 한쪽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들의 오랜 우정을 걸고 그 행동을 해석해 보면 ‘거짓말이 어설프네.’라는 뜻이리라.

그가 가볍게 손끝을 까딱거린다.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란 소리다.

루이스는 체념한 듯 깊은 한숨을 쉬고는 두 사람 사이로 다가갔다.

“깜짝 놀랐지 뭔가.”

그는 팔짱을 끼우고는 엄격한 시선으로 루이스를 내려다보았다.

“루이스 스위니의 음흉한 미소에.”

“으, 음흉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입이 이렇게 길게 찢어졌지. 음흉하게도 말이야.”

그는 루이스의 한쪽 볼을 길게 잡아당기며 삐딱하게 웃었다.

“전 기다리고 있었던 것뿐이에요.”

“기다리다니 뭘?”

“두 분의 대화가 끝나기를요.”

“엿들으면서?”

“안 들었어요!”

“그대는 오늘 아침에도 본 것을 보지 않았다고 대답했었지.”

“이번엔 진짜예요.”

루이스가 다소 침울한 얼굴로 대답하기에, 이안은 놀리듯 만지작거리던 루이스의 뺨을 놓아주었다.

“알았어. 그럼 말해.”

“네?”

“할 말이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그거야, 그렇지만.”

루이스는 딱히 지어낼 말이 없어서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문득, 제 손에 쥐어진 학생 목록을 떠올렸다.

“저, 다 했어요! 그러니까, 목록에 있는 학생들에게 전부 다녀왔어요.”

“고생했어. 그래서?”

“그래서, 회장님께 약속했던 답례를 하려고 고민하다가…….”

“고민하다가?”

“여쭤보려고 했어요.”

“뭘?”

순서 없이 말이 섞이기 시작한다. 아 진짜 뭐라고 해야 하지?!

“그, 그거……좋아하세요?”

“좋아해. 근데 그거가 뭔데?”

“뭔지도 모르고 좋아한다고 하시면 어떻게 해요!”

“그대가 딱히 나쁜 걸 말할 것 같지는 않으니.”

그야 그렇지만.

그나저나 뭘 드리지?

그러다 번뜩하고 루이스의 머리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딸기요!”

그래, 딸기가 있었다.

“사실은 관리부인께서 학생들의 화병에 넣을 설탕을 나누어 주셨거든요.”

“감사한 일이군.”

“대신 딸기밭에서 하루 정도 일을 돕기로 했어요. 물론 수확된 일부는 가져가도 좋다고 하셨고요.”

“그래서, 그대의 노동력과 바꾼 딸기를.”

“회장님께 드리는 거죠!”

루이스는 두 팔을 앞으로 내밀며 발랄하게 대답했다.

“멋진 생각이다.”

이안이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스텔라가 먼저 감탄했다.

“역시 착하네, 루이스는.”

“차, 착하긴요……. 당연히 해야 할 보답을 하는 것뿐인걸요.”

“그런데, 딸기는 좀 그렇지 않아?”

스텔라는 무언가 끔찍한 것을 떠올리는 표정이었다.

“그 과일을 말하는 것 맞지? 군데군데 분홍색으로 질척하게 된 거.”

“아이참, 스텔라도. 밭에서 바로 딴 건 그렇지 않아요. 빨갛고, 반짝반짝하거든요.”

“……아.”

루이스의 대답에 그녀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미, 미안. 루이스. 아마 내가 제대로 된 걸 본 적이 없는 모양이야……. 정말이지, 난 늘 이렇다니까. 항상 어딘가 무른 것만 봐서, 딸기는 다 그런 줄 알았지 뭐야…….”

아. 이 멍청한 루이스 스위니!

루이스는 자신을 질책했다.

가난한 스텔라가 비싼 딸기를 제대로 먹어 봤을 리 없잖아!

“그, 그게 스텔라 말도 틀리지 않아요! 아니, 옳아요! 밭에서 딴것도 자칫하면 쉽게 물러지거든요. 그러니까 취급도 주의해야 하고…….”

아아 어떻게 해. 이안 앞에서 스텔라를 창피하게 만들다니.

그야말로 악녀 루이스의 행동을 해버리고 말았다.

루이스는 어떻게든 보상해 주고 싶었다.

“있죠, 스텔라! 제가 신선한 딸기를 선물하게 해주세요!”

“그럴 수는 없어. 그도 그럴게……. 루이스가 딸기를 가져다주어야 하는 상대는 내가 아니라 이안이잖아.”

“걱정하지 말아요, 스텔라. 제가 회장님께 신선하고 맛있는 답례 딸기를 보내면, 회장님은 그걸 스텔라와 함께 먹고 싶어 할 테니까요. 그렇죠?”

루이스는 반짝이는 눈동자로 이안을 올려다보았다.

‘그야, 그렇군.’ 이라며 끄덕이기를 기대하는 얼굴로.

“신선한 딸기라고 해 봤자, 오이랑 비슷할 뿐이야.”

하지만 그의 대답은 루이스의 기대와는 달랐다. 그는 스텔라를 돌아보며 설명을 덧붙였다.

“씨가 오독오독 씹히는 껍질 벗긴 오이 같은 거다. 그게 다야.”

“그런 거군요.”

스텔라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기에 루이스는 빽 소리를 질렀다.

그의 발언은 오이와 딸기를 동시에 모욕하는 것이다.

“그게 무슨 오이씨 빼먹는 소리예요?!”

“틀린 소리도 아니지 않나?”

“정말 어쩜 그렇게 무신경한 혀를 가지셨어요?”

“무신경한 혀를 가진 건 그대야, 루이스 스위니.”

“제 혀에게 사과하세요. 전 적어도 오이와 딸기를 동류로 취급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요!”

루이스는 스텔라를 곁눈질하며 열렬하게 제 주장을 펼쳤다.

“그 대신, 그대의 혀는.”

이안은 한 박자 말을 쉬었다.

그리고 루이스의 턱을 가볍게 쥐어서 제게로 당겼다. 꼭 이쪽을 제대로 보라는 듯 말이다.

루이스는 조금 움찔했다.

그는 몹시 불쾌한 듯 보였다. 매끈한 미간에 잔뜩 주름이 진 것을 보면 확실했다.

어, 음. 루이스가 데이트를 훔쳐보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거라면 조금 미안하긴 한데.

진심으로 화를 내는 이안이 무섭기도 하고.

루이스는 심술이 묻어있던 제 표정을 얼른 수습했다.

그리고 헤실 웃었다.

‘봐주세요. 네?’

라는 느낌을 잔뜩 넣어서 말이다.

그 얼굴을 한참 바라보던 이안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러더니 곧 입술 끝이 묘하게 올라가 버린다.

그러니까, 이건 ‘이번만 봐준다.’ 라는 뜻일 거다.

과연 소꿉친구.

표정으로 대화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런 표정은 반칙이지. 루이스 스위니.”

이안은 별수 없이 그녀의 턱을 놓아주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네?”

루이스가 무슨 소리냐고 되물었지만, 그는 대답해 주지 않았다.

* * *

루이스는 이안의 손에서 벗어나자마자 무언가 할 일이 있다면서 후다닥 장서실로 들어가 버렸다.

“참 상냥하단 말이야. 루이스 스위니.”

스텔라는 멀어지는 루이스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상냥하지. 누구에게나.”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만해.”

“누구에게나 이용당할 만하지.”

“……그러고 보니, 나도 들었어. 그 소문.”

스텔라는 마침 생각이 났다는 듯 가볍게 미소 지었다.

“올해의 수석 학생, 루이스 스위니가 학생회장님께 무척 알뜰하게 이용되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그리고 작게 손뼉을 치며 덧붙였다.

“물론 이안이 그런 나쁜 일을 할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게 뭐가 나쁘지?”

예상외의 대답이었다. 스텔라는 조금 머뭇거렸다.

“그, 그야. 누군가를 이용하고, 괴롭히는 일은…….”

“어차피 그 아이는 내 것인데.”

거기까지 이야기를 한 그는 미소 지었다.

어딘가 오만한 듯한.

“……뭐?”

“그렇게 놀랄 말인가?”

“그야, 당연히.”

스텔라는 차마 이안과 시선을 맞추지도 못했다.

내 것이라니.

평범한 사이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말이다.

하지만 이안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루이스 스위니는 물론, 학생회의 구성원은 모두 나의 손이 되어주는 이들이지.”

근엄한 목소리가 전하는 설명은 스텔라가 상상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말이었다.

“아…….”

그런 뜻이었구나.

스텔라는 비로소 조금이나마 웃음을 지었다.

오해할 뻔했다.

루이스 스위니와 이안 사이에 어떤 특별함이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짧은 안도였다.

“스텔라 라피스는 아마 알 수 있지 않을까.”

그의 새파란 시선이 날카롭게 박혀온다.

“내 손을 타인이 멋대로 이용하려 들면.”

서늘한 목소리가 그녀를 죄어오는 것 같았다.

스텔라는 자신도 모르게 제 옷자락을 쥐었다.

“어떤 기분이 드는지.”

“그야…….”

스텔라는 더듬거리며 겨우 입술을 움직였다.

“……싫겠지.”

“그리고?”

더 말하라고?

“부, 불쾌하고.”

“또?”

“화가 나겠지.”

“옳지.”

그녀의 대답이 몹시 흡족했던 모양인지, 이안이 밝게 웃었다.

“어쨌든 지금은 루이스의 이야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었지.”

이안은 조금 삐딱하게 섰다.

사실 스텔라와 이렇게 따로 이야기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가 굳이 할 말이 있다며 여기까지 그를 끌고 오기 전까지는.

“그래서. 네 소문이 걱정이라고?”

그는 스텔라가 부끄러워하며 털어놓은 고민을 되짚었다.

이안과 스텔라 사이에 어떤 소문이 있다는 것은 그도 알고 있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여럿이 보는 앞에서, 꽤 화려하게 스텔라의 에스코트를 했으니까.

아주 완벽하게 말이다.

“응. 나는 조용히 아카데미를 다니고 싶을 뿐인데, 주변에서…….”

그녀가 곤란한 듯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주변에서 호들갑을 떠니까 조금 곤란해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하고.”

“그 주변이란 어디를 말하는 거지?”

“그, 저기. 같은 수업을 듣거나, 도서관을 드나드는 학생들…….”

“그런데 넌 도서관에서 내게 독대를 청했고?”

“아.”

스텔라는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미, 미안. 내가 생각이 짧았어.”

여린 목소리로 돌아오는 사과에 그는 엄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것 같네.”

그리고는 곧바로 몸을 돌려 도서관 건물을 빠져나갔다.

사실은 장서실에 볼 일이 있었지만, 차마 그곳으로 발을 들이지 못했다.

루이스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그와 스텔라를 바라보던 루이스의 표정 때문이었다.

아주 좋아 죽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

이안의 스캔들이 루이스에게 그렇게 신날 일인가?

아무렇지도……않은 건가?

……아.

그러고 보니 루이스에게는 신날 일이겠구나.

그에게 연인이 생기게 되면, 두 사람의 태중 혼약은 소멸시키기로 약속했으니까.

‘묘하게 열 받네…….’

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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