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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주인공의 여자사람친구입니다-13화 (13/92)

?13. 서로의 윤곽

짧은 순간, 루이스는 잠시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렸을 때 말이야. 어째서 부모님께서 내 사교계 데뷔를 그리도 기다리셨던 건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리 말씀하신 건, 루이스가 아카데미에 가져갈 드레스를 준비할 때였다.

「지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

어머니는 드레스의 주름을 섬세하게 쓰다듬었다. 결마다 그녀의 애정을 새겨 넣는 것처럼.

「네가 이걸 입고 모두의 앞에 서면 무척 예쁘겠지. 직접 볼 수 있다면 정말 기쁠 텐데.」

그리 말씀하시는 얼굴에는 약간의 꿈이 엿보였다.

어쩌면 멋대로 상상하시는 걸지도 몰랐다.

라센홀의 가운데에 선 루이스를.

물론 루이스는 쑥스러워서 적당히 얼버무리고 말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 소망은 이루어질 수 없게 될 모양이다.

루이스의 어머니는 귀족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가난한 지방 남작 가문 출신.

그리고 아버지는 돈이라면 많지만, 끝끝내 상위 계층에는 속할 수 없었던 평민 사업가.

그 어느 쪽도 루이스를 수도의 사교계로 데려갈 힘은 없었다.

루이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그녀가 가진 신분적 한계를.

하지만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귀족의 틈에 끼지 못했지만, 사업적으로는 성공했다.

그렇다면 루이스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다.

“저는…….”

루이스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녀의 말은 곧 가로막히고 말았다.

“교수님. 세간의 신분이나 규칙은 아카데미에 조금도 영향을 끼치지 못합니다.”

이안이었다. 그는 어느새 루이스의 바로 곁에 서 있었다.

“물론입니다. 다만.”

라센 교수는 기꺼이 고개를 끄덕여 이안의 말을 수긍했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암묵적인 규칙을 이야기하는 것뿐입니다.”

그런 것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죠. 라며 그녀는 루이스를 향해 미소를 그렸다.

“암묵적인 규칙……이라고 하셨습니까?”

이안은 단단히 굳은 얼굴로 되물었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제대로 화가 난 모양이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이쪽의 암묵적인 규칙도 적용되어야 마땅하겠죠. 정식으로 발표된 적은 없지만, 루이스 스위니는…….”

“회장님!”

루이스는 서둘러 이안이 이야기를 멈추도록 했다.

이어질 말이 쉽게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태중 혼약을 말하려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건 루이스에게 굉장한 특권을 부여할 거다.

하지만 그런 것이 다른 사람의 귀에 들어가면 곤란했다.

소문의 발은 루이스에게 올 때는 느리지만, 타인에게 향할 때는 더없이 재빠르니까.

“저는 괜찮아요. 그리고 저 역시 교수님의 말씀은 합당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루이스는 잠시 이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척 간절하게.

제발 이야기하지 말아 주세요. 라는 마음을 담아서.

이내 그의 고개가 툭 떨구어졌다.

깊은 한숨을 동반한 것을 보니, 내키지는 않지만, 루이스의 말을 존중하기로 한 모양이다.

“그럼 저는 꽃장식을 마쳤으니,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루이스는 고개를 꾸벅이고는 먼저 자리를 피했다.

물론 그건 무례한 일이다.

하지만 정황상 그편이 나았다.

교수님도 그것을 알고 계시는지 라센홀을 나서는 루이스를 붙잡지 않았다.

* * *

“그건 말도 안 되는 처사야!”

흥분한 클레어가 루이스의 기숙사로 들어서며 소리쳤다.

늘 침착한 클레어가 얼굴이 빨갛게 된 채 소리치는 모습에, 루이스는 배시시 웃고 말았다.

정말이지 루이스 스위니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이렇게 대신 화를 내주는 친구도 다 있고.

“넌 웃음이 나오니?”

클레어는 답답하다는 듯 발을 동동 굴렀다.

루이스에 이어 교수님께서 라센홀을 떠나신 이후.

클레어는 제가 해야 할 일도 내팽개치고, 곧바로 루이스를 찾아서 기숙사까지 따라왔다.

“전 괜찮아요.”

침대 위에 앉아있던 루이스는 읽던 책을 잠시 덮어 두었다.

“수긍했으니까요.”

“난 수긍하지 못한걸!”

클레어는 털썩 소리가 나도록 루이스의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줄리아나 라센 교수님이 극단적인 귀족주의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말이야. 하지만!”

극단적 귀족주의자들은 간단한 이분법으로 인간을 판단했다.

귀족 혹은 그 외.

그리고 그 외의 존재가 감히 그들의 세계를 넘보는 것을 혐오했다.

“귀족주의라니, 그거야말로 구시대의 유물이라니까!”

클레어가 화를 내며 소리 지르기에, 루이스는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그러니까 보존하려는 거겠죠.”

“그렇다면, 유물이 아니라 쓰레기.”

순식간에 하나의 가치관이 쓰레기로 전락했다. 오직 루이스만을 위해서 말이다.

“고마워요.”

루이스는 아프게 굳어버린 마음이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고맙긴 뭐가.”

“그냥……. 이렇게 말해주는 게 기뻐서요.”

“정말이지 넌!”

클레어는 무언가를 따지며 이야기하려는 듯, 몇 번이나 입술을 벌리고 다물었으나 곧 포기하고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학생회의 모두는 네가 파티에 오는 게 옳다고 생각하고 있어. 함께 준비했잖아?”

“회장님과 클레어가 가장 고생했죠.”

“그야 그렇지만, 실내 장식을 담당한 건 바로 너란 말이야. 게다가 회장님이 얼마나 화를 냈는지…….”

회장님이?

잠시 이안의 얼굴을 떠올린 루이스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라센 교수의 태도는 아마 그에게 좋지 못한 기억을 떠올리게 해 주었을 것이다.

귀족주의는 이안의 어머니이신 황후께서 평생을 걸쳐 겪어야 했던 모든 차별과 고난의 원인이었다.

귀족들은 끝끝내 평민 출신의 황후마저도 ‘귀족이 아닌 자’의 틀에 넣어 바라보았으니까.

“회장님께서 그렇게 흥분하시는 건 처음 봤어. 네가 가고 나서도 한참 동안 말이야.”

이안이 화를 내는 건 아마 루이스를 위한 것이 아니었을 거다.

그런 시선을 견뎌야 했던 어머니의 모습을 루이스를 통해서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마도 말이다.

“……지금은요?”

“글쎄, 일이 있으니까 진정했겠지. 지금쯤 내가 멋대로 사라진 걸 알고 화를 내고 있을지도.”

“그렇다면 클레어는 돌아가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루이스는 조금 걱정스러운 투였다.

클레어가 담당하는 일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모두가 곤란할 테니까 말이다.

“파티 따위가 뭐가 중요해.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은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해도 좋을 만큼 심각한 사건이란 말이야.”

그녀는 다소 흥분을 억누르지 못한 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여긴 오직 이성과 진리만을 숭배하는 아카데미야. 모든 관계에 손익을 계산하는 사교계의 연장선이 아니라!”

“……그건.”

루이스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클레어가 ‘모든 관계에 손익을 계산하는’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루이스도 교수님과 다를 것은 없었다.

그 자리에 참석하는 이들이 모두 훌륭한 가문의 자제라는 사실을 노리고 있었으니까.

같은 학창시절을 공유하는 친구가 아닌, 미래의 고객으로만 여기고 있었다.

루이스는 제 옷자락을 꾹 쥐었다.

어쩐지 부끄러웠다.

아카데미의 이념을 무시하고, 누구보다도 먼저 이성과 진실을 숭배하지 못한 것은 루이스다.

“전……. 정말로 괜찮아요.”

“제발, 루이스. 네가 없으면 나는 조금도 즐겁지 않을 거야.”

클레어는 양쪽 팔로 침대를 짚으며 루이스와 얼굴을 가까이했다.

“하지만 가지 않기로 약속한걸요.”

약속이라는 말에는 클레어도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빨리 돌아가는 것이 좋겠어요. 클레어.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잖아요?”

루이스는 차마 떠나지 못하는 클레어의 등을 떠밀었다.

그녀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면서 ‘혹시 마음이 바뀌면 언제라도 파티에 와.’라며 마지막까지 루이스를 설득했다.

클레어가 떠나고 몇 분 지나지 않고서는 딘 크리시스가 들이닥쳤다.

그렇지 않아도 늘 불량한 그의 옷차림은, 연회장을 준비하는 육체노동으로 인해 더욱 느슨해져 있었다.

그의 갑작스러운 방문의 놀란 루이스가 두 눈을 깜빡이며 바라보았고, 그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 진짜 안 오냐?”

조금 어색한 물음에 루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

그러자 그는 내키지 않는 목소리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루이스의 일로 학생회의 모두가 의기소침해 있다던가.

특히 클레어가 속상해서 거의 울기 직전이라던가 하는 것 말이다.

클레어의 이름을 이야기할 때, 딘도 함께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

아주 오래된 소꿉친구라고 했던가.

“그래서 말인데. 누군가가 널 데려가면 되는 거잖아.”

그렇게 말한 딘은 괜스레 제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뭔가 어색해 죽겠다는 것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그는 한참 만에 시선을 내리며 조용히 말했다.

“나랑 같이 가든가.”

“딘.”

“나도 좋아서 그러는게 아니야!”

그거야 그렇겠지.

그는 예전에도 루이스의 파트너 신청에 ‘미쳤냐?’라고 일축한 적이 있었으니까.

“갑자기 든 생각인데요.”

루이스는 조금 느닷없지만, 화제를 전환했다.

의아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왜 제게 파트너를 청하시는 분들은 모두 머리를 긁으면서 말씀하시는 걸까요?”

“…….”

딘은 제 머리를 만지작거리던 손을 슬그머니 내려 두었다.

“널 보면 머리가 가려운가 보지.”

“킥킥.”

“어쨌든 다른 소리 그만하고, 나랑 갈 거야 말 거야?”

“미쳤나요?”

“…….”

“딘이 제게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는 것뿐이에요.”

“그거,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냐?”

“상당히요.”

“…….”

그의 입술이 작은 모양으로 움직였다.

아마 미안하다고 움직이는 것 같은데, 소리가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루이스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으므로, 빙긋 웃었다.

“전 오늘 파티가 성공적으로 끝나길 바라요. 그러니까, 괜한 일을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괜한 일은 이미 만들어졌어.”

“추가할 필요는 없겠죠.”

“……고집하고는.”

“이제라도 아셨다면 다행이에요. 그리고 저에 대해 걱정하지 마세요. 완벽한 계획이 있거든요.”

“계획?”

루이스는 들고 있던 책을 들어 올렸다.

“오늘은 날씨가 좋은 주말이고, 저한테는 읽지 않은 책이 있죠.”

딘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루이스의 주말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확실했다.

* * *

달은 구름 너머로 숨었다.

어쩌면 라센홀의 화사한 빛이 수수한 달빛을 밀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홀의 높은 천장에는 빛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리도 가득했다.

이야기와 웃음 그리고 음악.

때로 그 소리는 기숙사에 있는 루이스의 방까지 들려왔다.

사실상 제대로 들리는 것은 낮은 박자로 울리는 타악기의 진동뿐이다.

하지만 시간마다 바뀌어 가는 박자 덕분에, 그 분위기를 상상할 수 있었다.

점점 더 빠르게, 매혹적으로 변해가는 박자 너머로 루이스는 화려한 실내의 광경이 그려졌다.

아마 모두 즐기고 있겠지.

루이스가 장식한 꽃을 보며 미소를 지어주는 사람도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게 한 참이나. 루이스는 소리에 빠져들었다.

한 번도 파티 같은 건 동경해 본 적이 없었을 텐데, 참 묘한 일이다.

‘신데렐라의 기분을 알 것 같아.’

그렇다면 심술궂은 새엄마는 라센 교수님인가?

참 이상한 일이다.

스텔라에게는 요정 대모와 같았던 그녀가, 루이스에게는 심술궂은 사람이 되다니.

하긴, 뿌리까지 귀족주의라고 했던가.

스텔라 라피스는 비록 가난하지만, 역사가 깊은 명문가의 후손이다. 게다가 주인공이고.

교수님이 예뻐하고 도와주고 싶어 하는 것도 당연했다.

‘뭐……. 할 수 없는 일이지.’

모든 사람에게 애정을 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루이스에게는 부모님과 친구들이 있다.

그 마음만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테니까.

‘이런 일로 하나하나 속상해했다가는 나쁜 악녀의 길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루이스는 묘한 섭섭함을 끌어안은 제 마음을 다독거렸다.

그러다 문득. 읽던 책을 끌어안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무래도 그녀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 줄 수 있는 공간으로 가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기숙사 밖으로 나온 그녀는 어두운 길을 따라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무거운가 싶었던 우울한 걸음걸이는 조금씩 목적지에 가까워 지면서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그마한 온실이 시선에 들어왔다.

그 후부터는 달리게 되었다. 금방 숨이 가빠왔다.

먹먹해진 귓가로 들리는 것은 그녀의 심장 소리뿐이었다. 라센홀의 소음은 조금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온실의 입구에 섰다.

루이스는 단숨에 문을 밀어 열었다.

깊은 잠에 빠진 식물이 내뱉은 습한 공기가, 그녀의 코를 통해 심장까지 밀려 들어왔다.

내부는 어두웠다. 루이스는 어스름한 빛에 의지해 벤치에 다다랐다.

여전히 숨이 가빴다.

그녀는 조금 힘이 풀린 몸을 낡은 벤치 위로 조심스럽게 기대었다.

숨은 천천히 제 박자를 찾아갔다.

그제야 루이스는 제 손에 들린 책과 그녀를 둘러싼 어둠이 무척이나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온실에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램프가 있었지만, 굳이 밝히고 싶지 않았다.

깊은 잠에든 식물을 깨우는 건 무척 미안한 일이니까.

그래서 루이스는 이대로 그냥, 앉아있기로 했다.

침묵의 시간은 길어졌다.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루이스는 제게 주어진 작은 평화를 오직 제 마음을 쓰다듬는 일에 사용했다.

그리고 그건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나저나 어머니께서 실망하시겠는걸.’

루이스는 기대로 반짝였던 스위니 부인의 눈동자를 떠올렸다.

‘방학 때 돌아가면, 드레스를 입을 기회가 있었는지 분명히 물어보실 텐데.’

뭔가 적당히 지어서 대답해야 하나.

루이스가 신분의 벽에 부딪혀 참가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으면 분명히 슬퍼하실 테니까.

‘음, 게다가 아버지께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시면 더욱 좋지 않겠지.’

어쩌면 아카데미를 그만두라고 하실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조금 과격하신 면이 있고, 루이스를 무척 소중하게 생각하시니까.

잔뜩 화가 난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니 괴상하게도 웃음이 났다.

‘어쨌든 이젠 괜찮아.’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루이스는 제 어깨 근처를 지나는 바람을 느꼈다.

사방이 막힌 온실에서 바람 따위가 불어올 리 없었다.

누군가가 문을 연 것이 아니라면.

루이스는 온실 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달빛 하나 없는 어둠 너머로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였다.

교수님일까?

가장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온실은 웨인 힐 교수의 연구실을 겸하고 있으니까.

“……역시 여기 있었군.”

하지만 어둠을 가르고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를 듣는 순간.

루이스는 제 생각이 틀렸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회장님.”

그는 대답 대신, 평소보다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조금 더 기다리자 얼마 없는 빛이 그를 비추었다.

루이스는 실로 오랜만에 제대로 정장을 갖추어 입은 이안을 보았다.

뭔가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어둠 속에서 마주쳤기 때문일까? 아니, 평소와는 다른 그의 옷차림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라면 그녀의 마음에 남아있던 응어리가 꿈틀대는 걸지도 모르고.

그는 말없이 루이스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얼핏 들리는 그의 숨소리가 평소보다 탁하다.

마치 루이스가 이곳에 뛰어 들어왔을 때처럼 말이다.

“……루이스 스위니.”

깊은 호흡 소리가 섞인 채, 그가 그녀를 불렀다.

그리고 그의 손끝이 루이스의 눈가를 쓸었다. 그녀가 울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려는 것처럼.

그 순간에 비로소 달빛이 고개를 내밀었고, 서로의 윤곽이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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