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주인공의 여자사람친구입니다-9화 (9/92)

?9. 옷 벗고, 돌아 누워봐

루이스의 시선이 떨리는 중에도 스텔라는 쉬이 일어나지 못했다.

루이스는 조금 걱정이 들었다.

설마 떨어지며 다치기라도 한 건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스텔라는 이 세계의 소중한 여자 주인공이다.

반드시 안전하게 지켜져야 했다.

삽화 장면에 멋대로 끼어든 것은 미안했지만, 그녀가 몹시 걱정스러웠으므로 루이스는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괜찮으세……윽.”

하지만 괜찮지 않은 것은 루이스 쪽이었다.

팔을 조금 움직이자, 관절 여기저기에서 아프다며 비명을 질러왔다.

인상을 찌푸리자, 그녀 위에 기대어 있던 스텔라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몹시 놀란 듯 소스라치게 말이다.

루이스는 이 와중에서도 소설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스텔라는 새빨개진 얼굴로 몸을 벌떡 일으켰다.

부끄러웠다. 사다리에서 떨어진 것도 그리고 친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안기듯 바닥에 떨어진 것도.

물론 덕분에 다치지 않았던 거지만.

스텔라는 그제야 저를 받아준 상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장면을 남자 주인공의 관점에서 보게 될 줄이야…….’

루이스는 제 위에서 일어서는 스텔라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미안함에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이었다.

“괘, 괜찮아?”

사실은 전혀 괜찮지 않았지만, 루이스는 조금 멋있는 척을 하기로 했다.

“네. 괜찮아요.”

“넌 루이스 스위니지? 이번에 수석으로 입학한…….”

“맞아요. 그쪽은 스텔라 라피스?”

“날……어떻게 알아?”

“우연히요. 사서 선생님 책상 옆에 적힌 봉사 학생 이름을 봤거든요.”

루이스는 어깨를 으쓱이려다가 그만 심각한 등 통증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윽…….”

“잠시만 기다려 볼래? 곧 사서 선생님을 모셔올게.”

아무래도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원작에서는 이안의 셔츠를 벗겨서 멍이 들지 않았는지 확인했었던 것 같은데.

루이스에게는 그렇게까지 해주지는 않는 모양이다.

물론 벗기려고 해도 곤란했을 테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제야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긴. 이렇게 커다란 소리가 났으니, 누군가 보러 오는 것도 당연했다.

곧 스텔라의 뒤로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웠다.

여전히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루이스는 비스듬히 고개를 들어 상대를 확인했다.

“……!”

이안이었다.

그는 드물게도 당황한 듯 보였다.

당연히 당황해야지!

루이스는 밀려오는 분노로 비명을 지르고 싶은 기분이었다.

세상 어느 나라의 남자 주인공이 제 등장 타이밍을 놓쳐서 악녀에게 여자 주인공을 구하게 한단 말인가!

이건 명백한 직무 유기다.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루이스는 저도 모르게 원망하는 것 같은 목소리로 호통을 치고 말았다.

“왜, 이제 오신 거예요!”

그리고 곧 후회했다.

생각해 보면 이곳에서 스텔라가 떨어질 것을 이안이 먼저 알고 있을 리도 없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루이스의 반응이 황당하다는 말도, 혹은 억울하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까이 다가와 루이스의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어앉을 뿐이었다.

그의 얼굴이 조금 무거웠다.

어딘가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묘하게 무서웠다.

설마. 루이스를 질투하는 건가.

그러고도 남지.

저 사람은 소유욕 가득한 남자 주인공이니까.

“아니, 그게요.”

뒤늦게 변명하려던 루이스에게 이안이 짧게 대답했다.

“……미안.”

“네?”

루이스가 되물었다.

물론 그는 늦은 등장에 대해 사과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건 루이스가 아닌 스텔라에게 해야 할 사과다.

“일어설 수는 있나?”

“어……. 저, 저요?”

루이스는 이안이 제게 자꾸 말을 거는 것이 이상했다.

바로 뒤에 스텔라가 서 있는데도 말이다.

그녀가 아는 원작의 이안이라면, 당연히 사다리에서 떨어진 스텔라를 붙잡고 호들갑을 떨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모습을 보면…….

“일단 여길 붙잡아. 의료동으로 갈 테니.”

어째 루이스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왜요?”

루이스는 보라색 눈동자를 깜빡이며 천천히 이안의 얼굴을 살폈다.

아무래도 그의 가면을 쓴 루이스의 아버지나 어머니는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왜냐니. 머리라도 다친 건가?”

“머리는 멀쩡해요.”

“그건 다행이군. 그대의 유일한 장점이니까 소중히 해야 해.”

저런 무신경한 말을 내뱉는 걸 보면 본인인 것은 확실한 모양이다.

“다시 설명하면, 그대는 다쳤어. 그리고 아카데미의 모든 1차 진료는 의료동에서 이루어지니, 지금 당장 이동이 필요한 상황이고. 그래서 나는 그대가 어디까지 거동할 수 있는지 확인한 거야. 최악의 상황에서는 신전에 협조를 요청할 거고.”

“친절하시네요.”

“딴소리는 그만하고, 제대로 말해 봐. 걸을 수는 있는 건가?”

“아마도요.”

불확실한 대답에 그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일단 붙잡아.”

그가 팔을 내밀었고, 루이스는 고개를 저었다.

“혼자 일어설 수 있어요.”

그녀는 그것을 증명하려는 듯 근처에 있는 책장을 손으로 짚었다.

의연하게 굴고 싶었지만, 다리를 굽히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에는 자신도 모르게 앓는 소리가 나왔다.

아무래도 스텔라를 받아내는 것은 루이스의 몸으로는 무리였던 모양이다.

어쨌든 루이스는 일어서는 데 성공했다.

“봐요. 괜찮죠?”

“그게 괴물이 태어나는 것 같은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이 할 말인가.”

“아, 안 그랬어요!”

루이스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곧 목 아래에서도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이안은 장난기를 지우고 사뭇 진지한 얼굴로 시선을 맞춰왔다.

“루이스 스위니.”

“……네.”

“그대는 너덜너덜한 환자고, 의료동은 여기에서 제법 멀어. 게다가 치료를 담당하는 마법사께서는 곧 저녁 식사로 자리를 비울 예정이고.”

즉 서둘러야 한다는 뜻이다. 루이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을 이해했으니 다행이군. 그럼 수송을 시작하지.”

수, 수송? 기묘한 단어선택이네.

하지만 이에 관해 물을 새는 없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선 이안이 루이스를 향해 팔을 뻗어 온 것이다.

삐걱대는 몸은 도망갈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아프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손끝이 닿는 곳마다 마법처럼 얼어붙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도록 말이다.

어깨로 그리고 허벅지 근처로 그의 팔이 감겨왔다.

곧 그녀는 모든 균형을 그에게 전부 의지한 채 가뿐하게 들어 올려졌다.

순식간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잠깐만요. 잠깐, 전하 아니 회장님 저기 이건……!”

뒤늦게 당황하는 소리를 뱉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경고뿐이었다.

“버둥대지 마. 떨어뜨릴지도 모르니까.”

말은 그렇게 해도 그녀의 몸에 닿은 그의 팔과 손에 더욱 강하게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곧바로 몸을 돌렸다.

조금 서두르는 것처럼 보였다.

“저기!”

하지만 스텔라가 이안의 옷깃을 붙잡았다.

그가 몸을 돌렸고, 루이스도 자연스럽게 스텔라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녀는 조금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미, 미안해. 나 때문에…….”

“전 괜찮아요.”

루이스는 애써 미소를 그렸다.

한편으로는 스텔라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어쩐지 말이다.

“하지만…….”

스텔라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상냥한 성정을 생각해 보면 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루이스는 그녀와의 공식적인 첫 만남에서 좋은 인상을 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몸은 아프지만 말이다.

“……좀 놓지?”

스텔라와 루이스 사이의 따듯한 분위기 사이로 차가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루이스는 얼른 고개를 들어 이안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잠시 말을 잃었다.

그는 스텔라에게 무척 싸늘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빨리 이동해야 한다는 말은 너도 듣지 않았나?”

“……그, 그야.”

스텔라가 당황해하며 그를 쥔 손을 놓았다.

이안은 지체하지 않고 다시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뒤편에서 스텔라가 작게 사과했지만, 그는 잠시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뭔가 이상해.’

그러니까 이안의 반응이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비록 이안과 스텔라가 아직은 아무런 관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둘은 첫눈에 서로에게 반하는 관계다.

조금 티격태격하긴 해도 결국에는 서로를 인정하고 연인으로 발전하는 사이란 말이다.

그런데 조금 전에 루이스가 본 이안의 시선은 어쩐지.

‘안중에도 없는 듯한…….’

아니지, 그럴 리가 있나.

무슨 착각을 하는 거니, 루이스 스위니! 그럴 리가 없잖아.

“통증은 좀 어때?”

이안이 고개를 숙여 친절하게 물어왔다.

“괜찮아요.”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지.”

그는 한쪽 입술을 삐딱하게 끌어올렸다.

그의 걸음은 더 빨라졌고, 루이스는 비로소 근처를 지나가는 학생들이 두 사람을 흘긋 바라보고 있음을 알았다.

그러고 보니 오해받기 마침 좋은 자세다.

이렇게 안겨서 교내를 돌아다녔다가는 옳지 못한 소문이 돌 것은 분명했다.

루이스를 파멸의 길로 이끌 법한 무서운 소문이 말이다.

“괜찮아. 도서관에서 대단한 사고가 있었다는 소문도 적당히 같이 흘려 둘 테니까.”

그녀의 생각을 알아채기라도 한 걸까. 이안이 안심하라는 듯 이야기했다.

“소문 관리까지 하시는 줄 몰랐어요.”

“기본 소양이지.”

그러니까 황족의 기본 소양이라는 뜻일 것이다. 소문은 그들의 목을 죄는 칼날이 되기도 하니까.

“고마워요.”

루이스는 솔직하게 감사를 전했다.

게다가 곤란에 빠진 학생을 돕는 것은 학생회장의 기본 소양이다.

그러니 딱히 괴상한 소문이 나지는 않을 거다.

“물론, 그대가 오해받고 싶지 않은 상대가 누구인지 알려주면, 더 확실한 일 처리가 가능하지만.”

“네?”

“……아니다.”

이안이 루이스를 조금 고쳐 안은 탓일까. 등 쪽에서 작은 통증이 느껴졌다.

“흐으.”

심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갑작스러웠던 탓에 아픈 소리가 흘러나오고 말았다.

“미안.”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사과했고, 말없이 걸음을 서둘러 주었다.

루이스는 잠시 눈을 감았다. 겨울보다 길어진 봄날의 볕 때문에 눈이 따가웠다.

환자로 수송되는 기분은 나쁘지는 않았다. 마차에 비하면 그다지 흔들리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이렇게.

루이스는 제 몸을 감싼 온기를 의식했다.

누군가 이렇게 따듯함을 나누어 주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그게 우정이든 걱정이든 혹은 그저 학생회장의 의무이든 뭐든.

루이스는 여전히, 그런 것을 전혀 갖지 못했던 예전을 잊지 않고 있었으니까. 그 소중함을 안다.

“고마워요.”

그녀는 눈을 뜨지 않은 채 작게 중얼거렸다.

어쩌면 들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얄미운 소리가 한 번쯤 돌아올 때가 되었는데,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다.

* * *

서둘러 도착한 의료 동에는 ‘식사’라는 팻말이 붙어있었다.

“망했군.”

이안이 중얼거리는 소리에 루이스는 조금 웃어버렸다.

그가 루이스에게 편하게 대하는 편이라고는 해도, 저런 가벼운 말을 내뱉은 일은 없었으니까.

“그런 말투를 배우실 줄은 몰랐는데요.”

“배움이 빠르다는 건 나의 장점이지.”

그는 다소 으스대며 루이스를 의료실 침대 위로 올려 주었다.

건들거리는 말투와는 달리 무척 조심스럽게 말이다.

“감사합니다.”

루이스는 침대에 걸터앉으며, 작게 고개를 꾸벅였다.

솔직히 말하면 이제는 등에서 홧홧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아팠다.

바닥에 부딪히는 충격으로 조금 부어오른 모양이다.

이러다가 등이 굽어 버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건 싫은데.

“고맙긴.”

“무거웠죠?”

“몹시 무거웠지. 늘 그렇듯.”

그렇게 말한 그는 루이스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듯 쓰다듬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치료실의 유리 찬장을 열었다.

“마음대로 뒤적거려도 괜찮은가요?”

루이스의 물음에 이안은 턱 끝으로 한쪽 벽을 가리켰다.

거기엔 작은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부재중에는 알아서 치료하고 돌아가도록.’

그리고 그 밑에는 삐딱한 글씨로 경고가 적혀있었다.

‘환자도 아닌 녀석이 누워 있으면 제자로 삼을 거다.’

마법사 중에는 괴팍한 분이 많다더니 사실인 모양이다.

“성실한 선생님은 아닌가 봐요.”

“하지만 능력 있는 마법사지. 옷 벗고, 돌아 누워봐.”

자연스럽게 돌아오는 엄청난 요구에 루이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안을 바라보았다.

그는 덤덤한 얼굴로 깨끗한 천을 꺼내고 있었다.

“왜?”

“서, 선생님을 기다리는 편이 좋지 않겠어요?”

“물론 기다려야지.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할 테니까. 그때까지 차가운 걸 대고 있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것뿐이야.”

그런가? 하긴 생각해 보면 그녀의 등은 따끔따끔하고 뜨겁기도 하다.

조금 피부가 조금 부어오른 느낌도 나고.

루이스는 별말 없이 재킷을 벗었다.

적당히 개어 옆에 내려놓은 뒤에는 기분 좋은 담요 속으로 천천히 기어들어갔다.

등을 대고 눕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아서, 베개에 얼굴을 비스듬히 대고 엎드렸다.

“하으…….”

입에서 절로 죽겠다는 소리가 났다.

“대체 어쩌다가 거기에 휘말린 거야?”

그는 담요를 끌어 내린 후 그녀의 얇은 셔츠 위로 차가운 주머니를 올려 두었다.

“읏…….”

루이스는 저도 모르게 하얀 침대를 꾹 붙들었다.

냉찜질하는 것이 이렇게 아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많이 아픈가?”

루이스는 입술을 깨문 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차가운 것을 거두는 일은 없었다.

아마 아주 즐거워하고 있을 거다.

그는 루이스가 괴롭고 고통스러워 하는 걸 놀리며 즐거움을 얻는 악마이기도 하니까.

토옥.

그가 차가운 주머니의 위치를 조금 이동했다.

척추를 따라 흐르는 차가운 느낌에 루이스의 몸이 미세하게 진동했다.

그다지 유쾌한 감각이 아니었기 때문에, 루이스는 입술을 삐죽이며 작게 불평했다.

“차가워요.”

“그렇겠지.”

남의 일을 말하는 것 같은 투의 대답이 돌아왔다. 물론 그에게는 남의 일이긴 하다.

그리고는 둘 다 침묵했다. 치료실은 비교적 조용해졌다.

때때로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을 뿐이다.

그나마도 소리가 너무 멀어서, 되려 이곳의 적막감을 깨닫게 했다.

“신전에.”

먼저 입을 연 것은 루이스였다.

“연락하지 않으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조금 전에 이안이 했던 말이 떠오른 탓이다.

루이스의 상태가 심각하면 신전에 연락하겠다고.

“이런 몸을 하고서?”

토옥. 그는 또 한 번 차가운 주머니의 위치를 바꾸었다.

그리고 작게 움찔하는 루이스의 눈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점점 나아지는 것 같아서요.”

“그렇기도 하겠지.”

“정말로요.”

“차가운 것이 닿아서 감각이 둔해진 것뿐이야. 제대로 살피는 게 좋아.”

“걱정이 많아지셨네요.”

“내 약혼녀……, 아니. 내 소꿉친구께서는.”

얼른 호칭을 정정한 그는 잠시 한숨을 쉬었다.

“걱정을 끼치시니 말이지.”

“제가요?”

“첫 수업에서 교수님과 대립하질 않나.”

윽, 그건 불가항력이었다.

“떨어지는 사람을 받겠다고 온 몸을 던지질 않나.”

그건 이안이 늦게 등장하니 어쩔 수 없었고.

“수업 첫날부터 그대가 이렇게 다치면, 내가 스위니 부인 앞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단 말이지.”

“하지만 소중한 아가씨를 다치게 둘 수는 없잖아요. 지켜줘야죠!”

“……그걸 아는 녀석이.”

“네?”

루이스가 되물었을 때는 툭, 하고 다시 주머니의 위치가 바뀌었다.

그뿐이었다.

그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주지 않았다.

조심스레 등 위를 훑는 손가락이 아프면서도 동시에 간지러웠기에 루이스는 다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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